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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310화 (310/350)

310. 저것은 뭡니까?

아귀세상에서 전령조의 쉼터로 돌아올 때는 식구가 둘 늘어있었다.

새끼 문어 두 마리가 늘었기 때문이었다.

똑이가 부릴 수 있는 새끼 문어의 수가 열 마리여서 둘을 더 데리고 왔는데 이 두 녀석은 지금 어깨에 앉아 있었다.

한 마리로 뭉칠 수 있는 문어의 수가 여덟이었기 때문이었다.

전령조의 쉼터에 있는 워프 게이트를 나오기 전에 은신을 걸었다.

던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고 던전을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은신을 걸자 아무도 나를 신경 쓰지 않았다.

<은신을 거니 편하네. 졸졸 따라다니는 사람도 없고.>

그렇게 말하며 던전을 퇴장한 순간 생각지도 못한 일이 있었다.

꼬물!

^왜 다가오는 거야?^

던전을 퇴장할 때는 특별하지 않으면 덩굴들이 건드리지 않았다.

빼앗아둔 물건이 있으면 돌려주느라 다가오기도 하지만 나는 빼앗긴 것이 없었고 당연히 받을 것도 없었다.

그런데 던전 덩굴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꼬물이가 면박을 줬는데도 상관없었다.

그렇게 조심스럽게 다가온 던전 덩굴이 덩굴손을 펼쳤다.

<뭐야? 어? 저거 마나홀 아니야?>

꼬물!

^미우라의 패밀리에게 빼앗은 것이래요. 딱 한 명이 가지고 있었다고 했어요.^

"그래? 나를 주는 것이라는 거지?"

그렇게 말한 순간 덩굴손이 긍정을 표하는 몸짓을 했다.

꼬물!

^선물이래요.^

"고마워."

꼬물!

^던전주에게 뭐라도 드릴 수 있어서 기쁘다고 하네요. 기특하게···.^

"정말 고맙다고 전해줘."

<정말 좋은 일이다. 이런 거 자주 받을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간혹 한 번이라도 좋아. 남들은 이런 것은 꿈도 꿀 수 없잖아."

던전 덩굴에게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았다는 말은 전생에도 종종 들었다.

미리 빼앗아둔 물건이었는데 물건의 주인이 던전에서 살아 돌아오지 못하면 던전 덩굴은 그 물건의 주인과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물건을 주었다.

물건의 주인과 가까운 사람이 없으면 던전 덩굴이 원하는 사람에게 돌려주었는데 대개는 그 물건을 가장 잘 사용할 사람에게 주었다.

그렇게 얻은 물건 중 기연과 맞먹는 것을 얻은 사람도 있었다.

물론 전생의 나는 단 한 번도 던전 덩굴에게 무언가를 받은 적이 없었지만 말이다.

던전 덩굴이 준 몬홀은 E급이었다.

E급 몬홀을 인벤토리에 보관하고는 미우라의 장례식장으로 갔다.

천기재에게 붙여둔 전령조에 의하면 천기재는 여전히 장례식장에 묶인 채였다.

장시간 묶여 있어서 탈진을 한 상태이기는 했지만 다른 것은 문제없었다.

"무, 물···. 누가 물 좀···."

천기재는 어두운 방에 갇힌 채 물을 찾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천기재의 머리가 문이 있는 쪽으로 돌아왔다.

아직 정신은 멀쩡하다는 말이었다.

"누구···. 누구세요? 혹시 미우라? 나에게서는 아무것도 빼앗을 수 없어! 안 줄 거야! 나는 한국으로 갈 거야."

힘은 없지만 목소리는 제법 명확했다.

"구하러 왔습니다."

"한국인이십니까? 혹시 한국 대사관에서 오셨습니까? 제가 메모를 남겼는데···."

대변혁이후 대사관에 간 적이 있었던 것 같았다.

"대사관에서 온 것은 아니지만 구하러 오기는 했습니다."

"······."

구하러 왔다고 하자 천기재의 입이 다물어졌다.

그리고 경계를 했다.

"혹시···. 저를 이용하기 위해서 오신 것은···."

천기재는 불안함을 감추지 않았다.

그 사이 천기재의 묶은 팔 다리를 풀어주었다.

그리고 바로 치료수를 먹였다.

"어? 이것은···. 그 던전에서?"

"맞습니다. 던전에서 당신을 구했죠."

"한국에서 오신 분입니까? 아니면 일본에서 사십니까?"

치료수를 먹고 힘이 나는지 천기재의 목소리가 조금 더 또렷해졌다.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죠.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이 있습니까?"

"무슨···?"

"당신을 구하러 왔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한국에 돌아갈 생각이 있으면 함께 가죠."

"정, 정말입니까?"

천기재는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말을 쉽게 믿지 못했다.

그래서 간략하게 워프 게이트를 설명했다.

"그런 물건이 있다니···. 변한 세상은 정말 신기합니다. 세상이 이렇게 변했으니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지는 못하겠죠?"

"그럴 것 같습니다."

아직은 많은 사람이 예전으로 돌아가기를 바랄 때였다.

그런데 천기재는 벌써 이런 말을 하고 있었다.

<확실히 천기재답네.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연구에 더 힘을 쏟았겠지?>

'그랬을 것 같아.'

"워프 게이트에 대해 더 설명해주십시오."

"직접 타 보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저도 탈 수 있는 겁니까?"

천기재의 눈이 빛났다.

"당연합니다. 드시면 워프 게이트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겠습니다."

천기재는 죽을 먹고 있었는데 워프 게이트가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고 하자 거의 마시듯 먹어버리고는 빨리 가자고 재촉했다.

"조금 쉬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말씀 낮추세요. 저보다 형인 것 같은데···. 저 이제 겨우 스물한 살입니다. 친구와 신년에 일본에 왔다가 이 꼴이 됐습니다. 제가 일본에 간다는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모님께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실 거예요."

천기재는 이동하는 내내 재잘거렸다.

스물한 살이 아니라 열한 살 소년을 보는 것 같았다.

집으로만 돌아가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기도 했다.

"한국은 지금 어떻습니까? 이곳과 비슷한가요?"

"비슷하지."

천기재가 걸음을 멈추었다.

일본과 비슷하다고 하자 가슴이 철렁한 모양이었다.

"엄마, 아빠···. 저는 한국은 그래도 조금은 낫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적어도 지진은 없었을 것이라고···."

"지진이나 싱크홀은 없었어."

"······."

"고향이 어디야?"

"서울 요. 부모님께서는 제가 군대에 있다고 생각하고 계실 거예요. 군 휴가 중에 일본에 갔거든요. 무사하시겠죠?"

"확신할 수는 없지. 그런데 지금 당장은 월평으로 갈 거야."

"월평 요? 독도를 만드는 월평을 말씀하시는 거예요?"

"맞아. 그 월평!"

천기재의 얼굴이 그 순간 확 바뀌었다.

조금 전에는 곧 울 것 같은 표정이더니 지금은 호기심이 가득했다.

"와우! 신기하다.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던 곳에 가게 되었네요? 정말 신기해요."

<우리가 생각하던 천기재와 너무 다르다. 조금 더 무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아마 연구의 결과물들 때문이었을 거야.'

천기재가 만든 물건에는 인간을 향한 사랑이 담겨 있었다.

대변혁 초기에는 대부분의 연구자가 무기 개발에 열을 올렸다.

무기를 들고 직접 싸우는 세상이니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천기재는 생활용품을 만들어냈다.

그것도 변한 세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아무튼 천기재를 데리고 전령조의 쉼터에 입장했고 바로 워프 게이트로 향했다.

"여기는 몇 번 왔던 적이 있습니다. 몬스터가 너무 많아서 생명의 위협을 느낀 적이 있었거든요."

"갑시다."

"이런 건물이 있었습니까? 저는 보지 못했는데···."

전령조의 쉼터는 내 소유의 던전이었고 그런 이유로 워프 게이트의 위치는 물론이고 보이게 하는 것도 자유자재로 할 수 있었다.

아직은 누구도 워프 게이트를 보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보이지 않게 해두었다.

특히 일본에 있는 워프 게이트는 앞으로도 한동안은 이 상태로 둘 생각이다.

"한국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지 언제부터 있었는지가 중요한 것은 아니잖아."

"그렇긴 하죠. 그런데 어떻게 하면 됩니까?"

"200마나 이상 있지?"

"저 11,434마나 있습니다."

"그렇게 많이 있다고? 아무것도 사지 않은 거야?"

"저절로 생긴 것을 제외하면 어떤 것도 사지 않았습니다. 잘못 사면 성장에 방해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저절로 생긴 것이 뭐냐고 묻고 싶었지만 묻지 않았다.

<대변혁 이후 만난 사람 중 가장 많은 마나를 가진 사람이네.>

'그동안 아무것도 사지 않았다면 많은 마나는 아니지.'

"아무것도 사지 않은 것치고는 체력이 좋은 것 같던데?"

"어릴 적부터 체력 하나는 좋았습니다."

"그럼 다행이지. 워프 게이트로 한국의 월평으로 이동할 거야. 마나를 지불하겠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하면 돼."

시스템과 이야기를 하는지 잠시 조용히 있던 천기재가 마나를 지불했는지 나를 쳐다보았다.

"다 됐습니다. 저 마나 처음 사용했어요."

그게 뭐라고 친근하게 대하는 천기재였다.

특별한 경험을 공유한 사람으로 느끼는 것 같았다.

<은근히 순수하네. 미우라가 살살 공략하면 넘어갈 만해.>

'이제는 우리 사람이 될 거야.'

아직 확신할 수는 없지만 천기재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이동할게."

"예."

천기재가 살며시 내 옷자락을 잡았다.

살짝 겁이 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동은 순간이었다.

번쩍하는 것과 동시에 우리는 월평으로 돌아와 있었다.

"이동한 거예요? 정말 신기해요. 그럼 여기는 한국인 거죠?"

"한국이지. 그것도 월평!"

"저 월평 정말 와보고 싶었는데···. 지금에서야 오게 됐네요. 이곳은···. 아! 그러고 보니 여기는 이런 변화를 아는 것처럼 준비를 했었는데···. 이곳은 다른 곳보다는 안전하겠네요. 장벽도 세웠잖아요."

"직접 확인해봐. 가자고."

천기재를 데리고 화순 던전을 나왔다.

마을이 유난히 조용했다.

"장벽이 있어서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조용하네요."

"일본에서와 마찬가지로 던전에서 생활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그렇겠네요. 일본도 던전에서 생활하게 되면서 죽는 사람이 줄어들었어요. 정말 고마운 일이죠."

천기재의 눈은 장벽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저기 한 번 올라가 봐도 되나요?"

"되지. 가보자고."

화순던전 뒤의 장벽으로 향하려는데 보비가 먼저 보고 날아왔다.

"엄마야아! 저, 저것이 뭡니까? 몬스터 아닙니까? 피해야···."

"소환수야! 보비라고 우리 마을의 경비를 맡고 있어."

괙!

^왔어? 보고 싶었다. 항상 함께 다니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보비는 많은 세상을 보고 싶어 했다.

하지만 경비 거위들을 관리하고 마을을 지켜야하기 때문에 자리를 자주 비울 수 없었다.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별일 없지?"

괙!

^별일 있다. 그것도 두 개나!^

"무슨 일인데?"

보비와 나란히 걸으면서 장벽으로 향했다.

천기재는 보비의 말을 들을 수는 없지만 내 말을 들으며 대화 내용을 어림짐작하고 있었다.

괙! 괙!

^정부 관계자가 찾아왔었다. 그리고 기업에서 또 사람들이 왔다.^

"그래? 조용한데?"

괙!

^이번에는 꼬리를 내렸다. 우리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 납작 엎드렸지. 흐흐흐!^

경비 거위들은 영역에 대한 개념이 강한 만큼 자신이 지키고 있는 단체가 강해지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니 이런 상황이 아주 흡족할 것이었다.

"지금 어디 있는데?"

괙! 괙!

^회관에 있다. 장벽을 한 바퀴 둘러보기를 원했지만 아버지께서 허락하지 않으셨다.^

"잘하셨네."

<그놈들 머리 쓰는 거잖아. 우리를 파악하려고 했던 거야.>

"아버지께서 허락하지 않았다고 했으니 다행이지 뭐."

<아버지께서 잘하고 계시는 거네. 그치?>

"그렇지. 원래 아버지께서는 맡은 일은 잘 하셨어."

괙!

^서울에 이상한 던전이 생긴 것 같더라. 아마 그것은 전령조가 더 잘 알고 있을 거다.^

보비 말을 듣고 꾸루를 돌아보자 만화경을 보라는 말을 했다.

"화면이 너무 많아. 네가 찾아서 알려줘."

꾸!

많은 정보를 처리하는 것은 꾸루가 최고였다.

꾸루에게 맡기고 장벽 위에 올라서자 천기재가 탄성을 내질렀다

"너무 멋진 곳입니다. 그런데 정말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각자 일이 있으니까."

"아! 그런데 저것은 뭡니까?"

한국은 얼마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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