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4. 이벤트 보스룸
시스템은 잔인했다.
전생에도 이런 것으로 사람들의 피를 말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모든 사람들을 패닉에 빠지게 해야 만족스럽다는 듯이 굴기도 했다.
[띠링! 자! 선정된 열 사람입니다.]
<집사의 이마에는 없어!>
나호가 그 말을 했을 때 멀리에서 비명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번에도 자석에 이끌리듯 열 사람이 보스룸에 당겨져왔다.
지금쯤이면 보스룸을 깨지 않고는 던전을 나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아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강제로 보스룸에 입장된 사람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보스룸 앞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어떻게든 퇴장만 하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띠링! 새로운 입장객이 등장했습니다. 그럼 보스룸의 공략을 지켜보시죠.]
시스템은 이벤트를 진행할 때는 게임 진행자 같았다.
목소리도 평상시보다 높고 말하는 속도도 빨랐다.
흥미를 돋게 하려는 것 같았지만 소름이 돋았다
이것은 게임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보스룸의 벽면이 스크린처럼 바뀌더니 열 사람의 포스터가 나타났다.
한 장 한 장의 포스터는 제법 멋있었다.
하지만 잡혀 들어간 열 사람이 저런 포즈로 사진을 찍었을 리는 없었다.
[띠링! 경기가 시작됩니다.]
이런 메시지와 함께 보스룸 안이 보였다.
잡혀온 열 사람은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저곳에 들어간 이상 살아나오기 어렵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었다.
살려달라고 소리를 지르는 것 같았지만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화면만 보고도 소리를 듣는 것 이상으로 안의 상황을 알 수 있었다.
"저 좀비 보스는 입이 크지만 사실은 저 손이 문제야."
<내 생각도 그래. 접착제가 붙어 있는 것 같아.>
좀비 보스의 손에 스치기만 해도 사람들은 좀비 보스의 손에 달라붙어버렸다.
그리고는 어떻게 해도 벗어날 수 없었다.
마치 설정이 그렇게 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열 사람이 들어갔다고 해도 좀비 보스를 처리할 수는 없었다.
저 좀비 보스는 내 실력을 감안해서 난이도 조정이 된 녀석이기 때문이었다.
열 사람은 채 몇 분도 지나기 전에 사라져버렸다.
그런데 열 사람 중 한 사람은 이번에도 보스 좀비의 입으로 들어갔다.
꼬물!
^지켜보기 너무 힘들어요. 어떻게 할 수 없어요?^
"방법이 없어.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없고!"
이런 경우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꼬물!
^마나를 들여도 안 되는 거예요?^
"마나까지 들인다라···? 나 때문이니 시스템이 허락한다면 마나를 들여서라도 입장할 수도 있지."
[띠링! 이벤트 보스룸에 입장하시기 위해서는 오천 마나를 지불하셔야 합니다. 오천 마나를 지불하시고 즉시 입장하시겠습니까?]
오천 마나를 지불하지 않고 기다리면 아마 모든 사람이 죽고 난 후에 보스룸에 입장하게 될 것이 뻔했다.
"지불하겠어."
<나쁜 시스템이다. 마나 중독자일 거다. 시스템은···.>
상태창에서 오천 마나가 사라지면서 보스룸에 입장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들렸다.
[띠링! 지금 바로 입장하시겠습니까? 강대한 님께서 바로 입장하시 않으시면 다음 열다섯 명이 입장하게 될 것입니다.]
뮤! 뮤! 뮤!
^숫제 협박을 하고 있다. 나쁘다 시스템!^
"입장하겠어."
그렇게 말을 한 순간 보스룸으로 입장이 되었다.
보스룸은 밖에서 봤을 때와 똑같았다.
<집사!>
"괜찮아. 이런 일이 한두 번도 아니고···."
보스룸에 들어가자 바닥이 흥건했다.
이곳에서 희생된 열다섯 사람의 몸에서 흘러나온 피였다.
방수가 되지 않았다면 신발로 피가 스며들었을 것이었다.
피비린내도 심했지만 보스룸을 살피는 것에 집중했다.
그 순간 보스가 나타난다는 메시지와 함께 보스좀비가 나타났다.
거인이라고 할 정도로 덩치가 큰 보스였다.
보스를 향해 무기를 꺼내려고 하는 순간 이변이 일어났다.
인벤토리가 열리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이전에 입장한 사람들이 인벤토리에서 무기를 꺼내는 것을 분명 보았기 때문에 이런 금제가 걸려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금제는 인벤토리만이 아니었다.
꼬물!
^대기실 밖으로 나갈 수 없어요.^
그러고 보니 함께 입장한 소환수들이 모두 대기실로 들어가 있었다.
대기실에 들어가 있지 않는 것은 나호와 새끼 문어 일곱 마리가 전부였다.
똑이까지 대기실로 들어가 있었다.
"너희의 도움 없이 혼자 처리하라는 것 같아."
쿵! 쿵! 쿵! 쿵!
보스 좀비가 나를 발견하더니 달리기 시작했다.
육중한 몸이었기 때문에 바닥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
이 던전에 들어왔을 때부터 들고 있던 쇠도리깨 하나로 보스 좀비를 처리해야 했다.
콰아앙! 콰아앙!
보스 좀비를 쇠도리깨로 때렸다.
그런데 무슨 강철을 때린 것 같은 소리가 났다.
주춤거리면 그 틈을 타서 어깨로 올라서려고 했는데 올라설 수 없었다.
카아악! 카아악!
쿠우웅! 쿠우웅!
보스 좀비는 생각보다 날렵했다.
괴성을 지르며 밟으려고 했다.
살짝 자리를 피하며 쇠도리깨를 휘둘렀다.
하지만 쇠도리깨를 맞는 것 정도로는 끄떡도 없는 좀비 보스였다.
<집사! 이거 어떻게 해?>
"걱정 없어."
밖에서 봤을 때 좀비 보스의 체력은 그리 좋아보이지 않았다.
이걸 이용해도 좋을 것 같았다.
좀비 보스가 최대한 많이 움직이도록 유도를 했다.
그러면서 자꾸 자리를 이동했다.
좀비 보스는 바닥이 평평한 곳을 선호했다.
덩치가 크기 때문에 넘어지는 것을 조심스러워하는 것이었다.
<저 녀석 눈치 챘어. 영리한 녀석이야!>
무기는 오로지 쇠도리깨 하나이고 덩치는 나에 비해 열 배는 커다란 녀석이었다.
한 입에 인간을 삼키는 녀석을 상대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방법이 없을 리가 없었다.
좀비 보스의 관심을 잠시 다른 곳으로 돌리고 나무를 오르기 시작했다.
민첩 덕분에 빠르게 나무를 오를 수 있었지만 목표한 높이까지 오르기 전에 보스 좀비의 방해를 받게 되었다.
보스 좀비가 나무에 오르고 있는 나를 마치 나무젓가락에 꽂아진 간식을 보는 듯한 표정으로 내려다보았다.
크아아아! 크아아!
보스 좀비의 웃음소리였다.
웃는 소리로 도저히 들리지 않지만 입꼬리가 올라가고 있었다.
보스 좀비의 손이 나무를 향했다.
그 순간 보스 좀비의 손을 피하며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이렇게 올라간다고 해도 이제 겨우 보스 좀비의 배꼽 부근이었다.
크아아아! 크아아!
보스 좀비가 재미있는 장난을 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내가 잡힐 리 없었다.
덩치는 보스 좀비보다 작았지만 민첩은 보스 좀비보다 나았던 것이다.
<어딜!>
나호가 보스좀비를 공격했지만 영체 상태였기 때문에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크아아아! 크아아! 캬아아!
서너 번 손길을 피하자 화가 나는 모양이었다.
목소리가 점점 거칠어지더니 급기야 나무를 뽑을 기세로 달려들었다.
그 순간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이제 어깨 높이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아직 더 올라가야했다.
꼬물!
^힘내세요! 이 녀석 넘어지면 잘 일어나지 못해요.^
알고 있었다.
하지만 넘어뜨리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방법은 귀를 공격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한 번 더 보스 좀비를 피해냈을 때 딱 귀 높이까지 올라갔다.
보스 좀비의 얼굴이 나무와 가까워졌을 때 몸을 날렸다.
보스 좀비는 내가 더 높은 곳에 올라갔을 때 몸을 날릴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았다.
몸을 날린 순간 당황하는 것이 확연히 보였다.
하지만 이번에도 보스 좀비는 잘못된 판단을 했다.
내가 자신의 얼굴을 향해 몸을 날렸다고 생각한 것이다.
눈을 공격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그래서 보스 좀비가 고개를 돌렸다.
"땡큐지!"
보스 좀비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을 때 내 손은 이미 보스 좀비의 귀를 잡은 상태였다.
"덩치가 큰 것이 감사할 따름이네."
보스 좀비의 덩치가 이렇게 크지 않았다면 내가 보스 좀비의 귀를 잡고 버틸 수는 없었을 것이다.
자신의 귀가 잡히는 순간 보스 좀비는 자신의 눈을 감았다.
그러면서 동시에 나를 잡기 위해 손을 뻗어왔다.
하지만 잡힐 내가 아니었다.
살짝 피하며 귓불 바로 뒤를 노렸다.
귓구멍 속으로 쇠도리깨를 밀어 넣는 것은 실상 별 효과가 없었다.
하지만 귓불 바로 뒤는 달랐다.
귓불 바로 뒤에 쇠도리깨를 찔러 넣는다면 바로 뇌를 공격할 수 있었다.
그래서 쇠도리깨의 끝으로 귓불 바로 뒤를 강하게 찔렀다.
크아아아! 크아악! 카아악!
쿵! 쿵! 쿵! 쿵!
갑작스런 고통에 보스 좀비가 몸부림을 했다.
그 바람에 잠깐 떨어질 뻔했지만 이내 중심을 잡았다.
쇠도리깨는 다행히 귓불 바로 뒤로 자리를 잘 잡았다.
잠시 저항이 느껴졌지만 온 힘을 다해서 쇠도리깨를 찔러 넣었다.
체중까지 실었기 때문에 쇠도리깨는 계속 뇌 속으로 파고들었다.
크아아아! 크아악! 크아아!
보스 좀비는 소리를 지르며 어떻게든 나를 떨쳐내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그것이 쉬울 리가 없었다.
보스 좀비는 고맙게도 머리가 길었다.
그리고 오래 관리하지 않아 엉망이었다.
이런 점은 내가 머리를 잡고 보스 좀비의 손을 피할 수 있게 해주었다.
거기다 보스 좀비는 의외로 고통에 약했다.
아마 처음 느껴보는 고통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의 손으로 쇠도리깨를 건드리게 될까 두려워서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다.
퍽! 퍽! 퍽! 퍽!
그리고 이런 점은 내가 쇠도리깨를 밀어 넣는데 도움을 주었다.
쇠도리깨가 적당히 들어가고 나자 보스 좀비의 손을 피해 쇠도리깨를 밟아서 넣었다.
크아아악! 크아악!
보스 좀비가 고통에 몸부림치다가 평평한 땅에서 벗어났다.
바닥에 크고 작은 돌멩이가 가득한 곳으로 자신도 모르게 이동을 한 것이었다.
이제 쇠도리깨는 완전히 보스 좀비의 머릿속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쇠도리깨가 들어간 곳을 체중을 실어서 계속 밟았다.
고통을 가중시키고 정신이 없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이것은 상당한 효과가 있었다.
보스 좀비가 어느 순간 비틀한 것이었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다시 체중을 실어서 밟았다.
당연히 조금 전 쇠도리깨를 박아 넣은 자리였다.
중심을 다시 잡으려던 보스 좀비는 엄청난 고통에 놀라 중심을 잡지 못하고 그대로 넘어져버렸다.
보스 좀비의 몸이 바닥을 향해 넘어지려고 하자 재빨리 놈의 머리카락을 움켜잡았다.
더럽고 오래된 밧줄을 잡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쿠우우우우우웅!
보스 좀비가 넘어지자 세상이 무너진 것 같은 소리가 났다.
<집사! 괜찮아?>
"괜찮아!"
이때를 놓칠 수 없었다.
놈이 일어설 수 없도록 해야 했다.
바로 옆에 보이는 뾰족한 돌멩이로 놈의 눈을 찔렀다.
놈의 눈꺼풀을 젖힌 후 때린 것이라 생각보다 쉽게 놈의 눈을 망가뜨릴 수 있었다.
<어? 이상하다! 놈의 상태가 이상해! 몸부림을 해야 하는데 하질 않아.>
정말 이상하기는 했다.
넘어지면서 머리를 심하게 찧은 것도 아닌데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뭐지?"
그 순간 시스템 메시지가 들렸다.
[띠링! 이벤트 보스를 넘어뜨리셨습니다. 보스룸의 승자가 된 것을 축하합니다.]
"죽이지 않아도 승자라고?"
[그렇습니다. 체격차이가 너무 심하기 때문에 보스를 넘어뜨리는 것이 승리의 조건이었습니다.]
"그럼 이것은 도축이 되지 않겠네? 도축!"
도축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해본다고 나쁠 것은 없었다.
도축이라고 외치는 순간 도축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보스 좀비가 도축이 되었다.
그렇게 내 손에 들어온 것은 D급 몬홀이었다.
"이게 D급이라고 B급 정도는 된다고 생각했는데?"
[죽이는 것까지 하셨다면 당연히 B급 정도의 몬홀을 얻으셨을 겁니다. 하지만 쓰러뜨리기만 하셨죠.]
<시간이 조금 더 있었다면 죽일 수도 있었어.>
[저희도 그것을 감안해서 보상을 준비했습니다.]
"보상? 몬홀 이외의 보상이 있다는 말이야."
[있어야죠. 제약이 많은 상태에서 몬스터를 처리하셨으니 추가 보상은 당연한 겁니다. 더구나 오천 마나를 지불하시고 입장하셨지 않습니까!]
<맞아! 오천 마나를 주고 입장했어. 그러니 적어도 본전은 뽑아야지.>
"이렇게 기대를 잔뜩 하게 한 후 아무것도 아닌 보상인 경우가 많아서···."
[이번에는 실망하시지 않으실 겁니다. 그럼 이번 이벤트 보스룸의 추가 보상을 지급······.]
시스템이 말한 보상이 인벤토리로 들어왔다.
인벤토리로 들어온 보상을 보고 나호의 입이 쩍 벌어졌다.
그놈과 한편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