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315화 (315/350)

315. 그놈과 한편이지?

<집사! 이것들이 왜 이러지? 왜 이런 것을 주는 거야? 왜 이리 마음을 뒤흔드는 거야?>

그렇게 말하는 나호의 눈이 붉어지고 있었다.

<나는 이 던전에서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데···. 집사! 내 마음이 왜 이러지?>

꼬물!

^나호는 이런 거 받을 자격이 충분해.^

뮤!

^축하한다.^

쫑! 쪼로로!

꾸!

음머어어!

소환수들이 추가보상을 보고 나호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나호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브으으!

^왜 그러는 거예요?^

대기실에서 나와서 목에 달라붙은 똑이가 물었다.

똑이는 아직 추가 보상이 주는 의미를 알지 못했다.

"나호가 실체를 가질 수 있는 시간을 늘려주는 거야. 지금까지 그것 때문에 걱정이 많았거든."

추가 보상으로 나온 것은 나호를 위한 것이었다.

흐흐흐! 흐흐!

꼬물!

^흐엉이 그거 먹고 싶대요. 흐엉이에게 빼앗기지 않으려면 어서 먹어야할 것 같아요.^

<흐엉이 저걸 먹는다고?>

꼬물!

^실체를 갖게 해준다고 한 순간부터 눈이 돌아간 것 같아요.^

꼬물이가 흐엉이 눈치를 보며 말했다.

실체화 하는 시간을 늘려주는 거라 나호만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흐엉이 탐을 낸단다.

살짝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정말 욕심이 나는지 손바닥에서 10센티미터 이상 빠져나오더니 슬금슬금 인벤토리를 향해 쇠사슬을 뻗었다.

꼬물!

^땍! 그러는 거 아니야! 나호가 얼마나 오랫동안 실체 때문에 힘들어 했는데···. 겨우 얻은 기회를 빼앗으면 안 되지!^

흐어어엉! 흐어엉!

손바닥에서 나오던 흐엉이 우뚝 멈추어 서더니 눈물을 터트렸다.

참 서럽게도 울었다.

누가 보면 자기 것을 빼앗겼다고 생각할 법했다.

'어째! 이 녀석은 미우라를 생각나게 해.'

나호만 들을 수 있도록 살짝 말했다.

<그런데 집사! 흐엉도 실체를 가질 수 있다는 건가? 쇠사슬이 본 모습이 아닌 걸까? 알다가도 모를 녀석이야.>

나호도 나만 들을 수 있도록 살짝 말했다.

"흐엉아! 너는 이미 실체를 가지고 있잖아. 그런데 왜 실체를 갖는 아이템에 관심을 갖는 거야?"

흐흐흐!

^좋아 보이잖아요. 더 나은 제가 될지도 모르고···. 저거 먹으면 왠지 제가 변할 것 같아요. 완전히 독립된 개체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고···.^

흐엉이 원을 그리며 말했다.

"그것뿐이야? 뭔가 있는 것이 아니고?"

흐흑!

^뭔가 더 있어야 하는 거예요? 좋아 보이니까 가지려고 하면 안 되는 거예요? 왜요? 가지면 그만일 것 같은데?^

아쉬움을 떨치지 못한 흐엉이 질문을 멈추지 않았다.

흐엉의 입장에서는 자신도 충분히 가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별다른 이유가 없다면 저 아이템은 나호 주자. 다음에 좋은 거 나오면 줄게."

히극! 히극! 흐흐!

^제가 여기에서 막내라고 하셨죠? 그럼 얼마나 기다려야 제 차례가 오는 거예요? 오기는 하겠죠?^

흐엉은 자신의 욕망에 솔직한 편인 것 같았다.

"나호야 저 아이템은 너 먹어. 꼬물아! 꺼내줘."

직접 꺼내 주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자칫 흐엉이 낚아챌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꼬물이에게 부탁한 것이었다.

꼬물이는 내 인벤토리 안에 든 물건을 꺼낼 수 있었다.

내 말을 들은 꼬물이의 뿌리가 인벤토리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새로 들어온 아이템을 꺼냈다.

앵두 크기의 푸른색 열매로 보이는 것이었다.

꼬물이가 아이템을 꺼내주자 나호가 실체를 갖더니 받아먹었다.

"어때?"

<아직은 잘 모르···.>

나호가 잘 모르겠다고 대답을 하는 순간 나호의 몸에 푸른빛이 감돌았다.

그러더니 시스템 메시지가 들렸다.

[띠링! 축하합니다. 강대한 님의 소환수 나호가 아이템 '허상을 실체로'를 섭취했습니다. 나호의 실체 가능시간이 1일 30분으로 늘어났습니다.]

['허상을 실체로'를 먹은 이후 매 24시간마다 실체화할 수 있는 시간이 1분씩 늘어납니다.]

[띠링! 강대한 님의 소환수 나호는 실체화 도중 언제든 허상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체화 하는 최소 시간은 5분으로 산정합니다. 이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아이템이 들어오고 난 후 들었던 내용과 같은 것이었다.

이제 나호는 하루에 30분 동안 실체를 가질 수 있었다.

매일 10분만 가졌던 것에 비하면 놀라운 발전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오늘부터 매일 1분씩 실체화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하루 종일 실체화하려면 앞으로 4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것으로도 충분했다.

이전에는 실체화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실체에서 허상으로 돌아오면 5분미만이어도 5분으로 계산하겠대. 내가 정확하게 이해한 거 맞지?>

"맞아. 그래도 시간이 늘었으니 그것으로 만족하자."

<나도 좋아. 그 어느 때보다 더! 이제 변비도 탈출할 수 있을 것 같다. 먹을 것도 마음껏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하루에 실체화하는 시간이 너무 적으니 소화라든지 배변에 문제가 많았다.

30분의 시간이 긴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었다.

꼬물!

^똥 싸면 똥꼬는 내가 닦아줄게. 나 잘 닦아줄 수 있어. 쌌다는 게 어디야. 기특하잖아.^

꼬물이가 뿌리로 웃는 모양을 그리며 말했다.

은근히 짓궂은 데가 있는 꼬물이었다.

다른 때 같으면 발끈했을 나호였지만 지금은 그러지 않았다.

지금은 그저 실체화 시간이 늘어난 것이 기쁠 뿐인 것 같았다.

뮤! 뮤! 뮤!

^나호! 실체화 시간 늘었는데 실체화를 한 번 보여주는 것이 어떠냐? 이곳은 이제 클리어도 되었으니 안전하다!^

<안심할 수 없어. 이곳에는 몬스터는 없지만 사람이 많잖아. 완전히 믿을 수 없는 사람들이야. 그 사람들. 실체화는 신중해야해.>

이것이 나호의 마음이었다.

누구보다도 강하고 소환수들도 많은데도 아직도 나호는 자신이 나를 지켜야한다는 마음이 강했다.

그래서 24시간 단 한 순간도 내게서 눈을 돌리지 않았다.

흐어어엉! 흐어엉!

^맛있냐? 좋아? 부럽다아아! 나도 좋은 거 가지고 싶다아아!^

흐엉이 눈물을 쏟았다.

쇠사슬이 눈물을 쏟는다고 하지만 정말 쇳가루가 떨어졌다.

쇳가루가 떨어지자 뿌리 하나가 나오더니 재빨리 쇳가루를 받았다.

뿌리의 끝에는 작은 그릇이 들려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그렇게 받은 쇳가루를 그대로 도뮤에게 주는 소환식물이었다.

꼬물!

^이거 쇠에요. 잘 모아두면 귀하게 쓰일 것 같대요.^

도뮤가 한 말 같았다.

도뮤는 흐엉의 눈물을 앞발로 찍어서 맛을 보고 있었다.

한 번 찍어 먹어보고는 알 수 없는지 한 번 더 맛을 보는 도뮤였다.

뮤! 뮤! 뮤!

^이거 흐엉을 자꾸 울려야겠다. 이 가루 정말 좋은 거다. 쇠를 단단하게 하는데 아주 좋은 역할을 할 것 같다.^

그저 그런 쇳가루로 보이는데 평범하 쇳가루가 아닌 모양이었다.

흐어어엉! 흐어어어엉! 흐어엉!

^서러워요. 아이템도 뺏겼는데 제 눈물이 재료템이래요. 서러워서 못살겠어요^

흐엉의 말은 어머니들의 넋두리 같았다.

그런데 흐엉이 눈물을 흘리자 냉큼 소환식물의 뿌리가 나왔다.

그리고는 조금 전에 그랬듯 흐엉의 눈물을 받았다.

조금 전과 달리 흐엉은 더 많은 눈물을 쏟고 있었다.

<집사! 이 녀석 일부러 눈물을 더 쏟는 것 같은데?>

서럽게 울고 있는데 이런 말 하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흐엉은 조금 전과는 확연히 차이가 날 정도로 눈물을 쏟고 있었다.

서러운 기억을 짜내서 눈물을 흘리는 것만 같았던 것이다.

뮤! 뮤! 뮤!

^그만 울어. 자 이거 선물이야.^

우는 흐엉이 짠하게 느껴졌는지 도뮤가 자신이 만든 황금구슬을 하나 건넸다.

그랬더니 또 다시 눈물을 흘리는 흐엉이었다.

히극! 히극! 흐어어엉!

^하나만 주면 다른 한 쪽이 서운해 하는데···. 어느 손에 쥐어야 하는 거야? 하나는 너무 어렵다아아!^

참 울 이유가 많기도 했다.

도뮤가 재빨리 황금구슬을 하나 더 건넸다.

뮤! 뮤! 뮤!

^내가 생각이 짧았어. 양 끝이 있으니까 처음부터 두 개를 줬어야 했는데. 자!^

흐어어엉! 흐엉!

^고맙다아아! 고마워어어! 이런 따뜻함 얼마만인지···.^

서러우면 서럽다고, 고마우면 고맙다고 우는 흐엉이었다.

쇳가루를 얻기 위해 흐엉을 굳이 울리려고 애를 쓸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이 사이 바쁜 것은 소환식물들이었다.

조금의 쇳가루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그릇을 바쁘게 움직였던 것이다.

"그렇게 쇳가루를 흘려도 되는 거야? 혹시 몸이 약해지거나 쇠사슬이 가늘어지는 것은 아니지?"

흐흐흐!

^절대로 그런 일은 없어요. 오히려 감정이 해소되면서 움직임이 자유로워졌어요. 이것 보세요.^

조금 전까지 눈물을 흘리던 흐엉이 쇠사슬을 자유자재로 움직였다

내 손바닥에서 나오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징그럽게 보일 수 있지만 이제는 익숙해져서 그런지 별스럽지 않았다.

"다행이네. 그럼 퇴장하자."

이 던전은 완전히 클리어 했지만 아직 클리어를 하지 않은 던전이 여럿 있었다.

그리고 엘리스도 찾아보아야 했다.

우리는 던전의 입구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던전의 끝에서 3킬로미터 정도 갔을 때 한 무리의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이벤트 보스룸을 피해서 달아났던 사람들이었다.

이들이 이곳에 있는 것은 분명 이벤트 보스룸의 클리어를 듣고 돌아온 것이었다.

그리고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뮤! 뮤! 뮤!

^저들이 저곳에서 저렇게······.^

도뮤의 말대로 저들이 기다리는 것은 나였다.

그리고 이들이 원하는 것은 뻔한 것이었다.

"우리는 이 던전에서 열다섯이나 되는 동료들이 죽었어."

<그래서 어쩌라고 저러고 있는 거야? 저 말을 이유 없이 하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다.>

"······."

대답할 가치도 없는 것 같아서 그냥 지나치려고 했다.

그런데 또 도발의 말을 던지는 사람들이었다.

"열다섯이나 잡아먹으니 좋았어? 처음부터 이상했어. 갑자기 나타나서 도와줄 때부터 이상했다고."

"너무 강한 것도 이상해. 그 이상한 무기도 그렇고."

"저 남자가 쓰는 무기를 언젠가 본 것 같아. 해적들의 물건을 전시해둔 박물관에서 봤던 것이 분명해."

폄하하고 싶은 것 같았다.

"열다섯이나 잡은 먹은 몬스터가 분명해. 좀비가 아니고는 살아 돌아올 수가 없어. 갑자기 나타난 것도 이상하고."

"맞아. 갑자기 나타났어. 분명 오는 것을 보지 못했는데···."

방금 말을 한 사람은 대기실에서 던진 돌을 신격화하려던 사람이었다.

물론 위기 상황이 오니 던져버리고는 달아났지만 말이다.

"저 남자가 던전을 나가면 분명 런던을 쑥대밭으로 만들 겁니다. 목숨을 바쳐서라도 저 사람을 잡읍시다."

돌을 신이라도 떠들던 남자는 이제는 나를 악마라고 말하고 있었다.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말을 마친 남자가 방망이를 들고 나에게 달려들려고 했다.

하지만 은신을 걸고는 피해버렸다.

그리고는 남자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집사가 하지 않으면 내가 하려고 했는데···.>

나호가 아쉬움을 드러냈다.

동료를 열다섯이나 잃은 사람들이라 용서할까도 생각했다.

용서할 때는 용서하더라도 따끔하게 혼을 낼 것은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후려친 것이었다.

"그들이 죽어갈 때 너희는 뭘 했지?"

"그, 그건···. 으아아악! 으악!"

"어억! 크아악!"

"커억!"

"아야아아!"

비명소리는 조금씩 달랐지만 이들이 비명을 지르는 이유는 단순했다.

내가 이들의 뒤통수를 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정도인 것을 다행이라고 여겨. 너희쯤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질 수 있으니까.>

자신의 말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도 위협을 잊지 않는 나호였다.

나호만 이러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이들을 후려칠 때 흐엉이 잽싸게 움직였다.

때로는 쇠사슬로 머리를 때리거나 잡아챘고, 때로는 쇠사슬로 목을 감고는 풀어줬다.

이런 경우 대부분 공포감에 사로잡혀 눈물을 터트렸다.

손에서 차가운 쇠사슬이 함께 느껴지니 기겁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악, 악마! 악마다!"

"데몬! 저리 가! 저리가라고!"

"사탄이야. 런던을 좀비 소굴로 만든 것은 저 녀석이 분명해."

맞으면서도 이런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었다.

어떻게 보면 용기가 있는 것이고 어떻게 보면 겁을 상실한 것 같았다.

뮤! 뮤! 뮤!

^저 사람들 잃을 것이 없는 사람들이다. 여기서 죽으나 밖에서 죽으나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꼬물!

^오랫동안 먹지 못한 사람도 많아요. 조금 불쌍해요. 쥐나 잡아먹고 살아야 한다니···.^

도뮤과 꼬물이가 조금 불쌍하다는 말을 했지만 조금도 불쌍하게 생각되지 않았다.

"너도 그놈과 한편이지? 그렇지? 우리는 죽더라도 널 죽일 것이다. 반드시!"

"그놈과 같은 패거리라고?"

"그렇지 않으면 저렇게 강할 리가 없어."

겁을 상실한 듯 다가서던 놈들이 알 수 없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집사는 저 소리가 무슨 소리인지 알아?>

"모르겠는데···?"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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