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6. 신?
구원자를 찾고 있을 때부터 이상하게 생각하기는 했다.
그저 런던이 처한 상황 때문에 구원자를 찾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이유도 있는 모양이었다.
이들이 절박함을 보니 때린 손이 부끄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뮤! 뮤! 뮤!
^이 사람들 현명하지 못하다. 뭔가 일이 있다면 미리 양해를 구하든 도움을 청했어야지.^
꼬물!
^겁이 많은 사람이에요. 아니 겁에 질린 사람들이에요. 가족들이 좀비가 될까 두렵고, 이런 세상에서 얼마나 살아남을지 두려워하고 있어요.^
"도움이 필요하나!"
마나를 실어 말을 했다.
그런데 마나를 실어하는 말을 들은 사람들이 조금 전보다 더 표정이 굳더니 무기를 쥔 손에 힘을 가했다.
모두가 명확하게 듣기를 바라고 마나를 실어 말을 한 것이었는데 잘못된 선택인 모양이었다.
"그놈과 한 편이 확실했어. 신이 우리를 버린 건가? 왜 저렇게 강한 놈이 그놈 편인 거야? 왜?"
"다 그렇지는 않아. 여전사 한 명이 그 쪽에서 나왔다고 했어. 아직 우리 편을 든 것은 아니지만. 그러니 아직 희망은 있다고오오! 죽어라아아아!"
희망을 놓지 않은 사람이 나를 향해 돌격했다.
하지만 공격이 나에게 닿을 리는 없었다.
"죽어! 죽으라고!"
"막아! 저 놈 막으라고!"
따로 대장이 없는 이들이라 공격에 일관성도 없었다.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온 이들이라 한 명 한 명은 제법 강했지만 협공의 묘미는 아직 깨우치지 못한 것 같았다.
내가 지휘를 해줄 때는 뭔가를 꽤 느낀 것 같았지만 지휘를 해주는 사람이 없는 지금은 여전히 정신이 없었다.
뮤! 뮤! 뮤!
^이들의 삶도 비슷한 상황일 것 같다. 사람이든 도깨비든 삶이 안정돼야 뭐든 정신이 있는 법이다. 전투가 삶을 투영하는 것 같아서 짠하다.^
꼬물!
^먹은 것이 없어서 힘도 없다.^
도뮤와 꼬물이는 내가 이들을 돕기를 원하는 것 같았다.
'내가 저들을 도왔으면 좋겠어?'
둘에게 심상으로 물었다.
꼬물!
뮤!
둘 다 긍정을 표했다.
'확실해!'
꼬물!
뮤!
'내가 보기에는 좋은 사람들은 아니다. 너희들이 도우라고 하면 진지하게 생각하겠지만 딱 거기까지야.'
뮤! 뮤!
^세상 살다보면 좋은 도깨비 만나기 어렵더라. 나쁘지 않은 도깨비인 것만으로도 다행이다고 생각하고 살았다. 사람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꼬물!
^나쁘지 않은 던전 덩굴로 살아남기도 어렵더라. 내가 처한 상황이 힘들 때는 특히나.^
꼬물이는 자신에게서 냄새가 나던 때를 생각하는 것 같았다.
꼬물!
^그때 도뮤가 손을 내밀어줬어. 그 고마움은 절대로 잊지 못해. 한 번쯤 손을 먼저 내밀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소환수들의 말을 듣고 이들의 눈빛을 보니 절망과 절박함이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런 눈빛은 익히 아는 것이었다.
전생에 우리 국민들에게서 숱하게 봤었기 때문이었다.
<도뮤와 꼬물이 모두 저렇게 말할 정도면 한번쯤 믿어도 좋을 것 같은데?>
'그러고 싶은데 이 사람들은 어떻게 진정시킬지 모르겠네.'
지금 이들은 나를 완전히 몬스터나 악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목소리에 마나를 실은 것조차 그 증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아마 런던에 미우라 같은 놈이 활개를 치고 있고 그 놈이 목소리에 마나를 싣는 모양이었다.
"몬스터도 악마도 아닙니다. 그저 던전을 클리어하기 위해 온 사람일 뿐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을 도와줬지 않습니까."
이렇게 말을 하는데도 이들은 계속 나를 공격하고 있었다.
이리저리 피하고 있어서 피해를 받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공격을 받으면서 존재를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
그러다 문득 이 던전은 클리어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런던 던전은 내 소유의 던전이었다.
미개방 던전 때 클리어를 했기 때문에 나에게 완전히 소유권이 넘어왔던 것이다.
대변혁 이후 다시 클리어가 됐으니 이 던전 안의 것 중 특정한 것은 내 마음대로 위치를 바꿀 수 있었다.
"이상한 사람 아닙니다. 그래요. 저 갑자기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나타났을 것 같습니까?"
이들의 공격을 요령 있게 피하며 말했다.
"너가 악마이니 그렇지. 그렇지 않다면 갑자기 나타날 리 없어!"
"갑자기 나타난 것은 내가 증명할 수 있어."
돌을 신이라고 말하던 남자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여러분이 신이 내려준 돌이라고, 신이 깃들어 있다고 말하던 돌이 이것입니까?"
"아니! 우리 신물을 네가 왜? 분명 내가 껴안고 뛰었는데 갑자기 사라졌어."
거추장스러우니 버리고 달아나지 않았냐고 말을 하려다 참았다.
푸른빛 나는 돌로 인해 모아진 시선을 이용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신이 깃들었다고 생각하는 돌을 대기실로 보내버렸다.
원래 대기실에 있던 것이니 당연히 쏙 들어갔다.
"사라졌어! 우리 신물이 사라졌어!"
"인벤토리로 들어갔을 거야. 너도 가지고 있는 거잖아."
"저 돌이 들어갈 정도의 인벤토리는 아니야."
"그렇다는 말은 저 남자가···."
사람들이 사라진 돌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이 다시 그 돌을 꺼냈다.
하지만 이번에는 푸른빛이 나는 돌을 하나만 꺼낸 것이 아니었다.
비슷한 돌을 연거푸 꺼내다.
"어?"
"뭐야! 똑같은 것 같은데···? 아닌가?"
"비슷하지만 같지는 않아!"
신물을 내가 들고 있기 때문인지 쉽게 공격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신물이라고 믿었던 돌이 여러 개가 나오자 당황을 넘어 경악하고 있었다.
"이런 돌은 수백 개라도 꺼내 보일 수 있어."
"수백 개? 말도 안 돼!"
"도대체 인벤토리가 얼마나 큰 거야?"
"아무리 인벤토리가 많아도 저건 불가능해."
"저 사람 아무래도 이상해."
사람들이 공격을 멈추었다.
그리고 나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당신들이 말하는 그놈이 누구인지 나는 알지 못해. 대신 난 이런 것은 할 수 있지."
소유하고 있는 던전에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저, 저것은···? 우리의 신단이 분명해!"
<무속 신앙을 믿는 사람들인가? 신물이니···. 신단이니···. 이해가 되지 않네.>
나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절박하니 뭐라도 잡고 싶은 거야. 좀비 밖에 나오지 않은 던전에 들어왔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절박한지 보여주는 것이고···.'
그런 생각을 하니 이들의 상황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졌다.
"우리의 신단을 어떻게···."
워프 게이트를 신단이라고 믿는 사람들이었다.
저곳에서 나오는 사람을 구원자라고 믿는 사람들이니 신단을 움직이는 사람은 어떻게 보일까?
"우리의 신단을 어떻게···."
"저것이 움직이는 것이었어?"
"잘 보이지도 않던 것이었지. 기도가 통해야만 보이던 것이었는데···."
"그럼 우리 기도가 이루어진 건가?"
"설마! 구원자!"
"구원자일리는 없어! 저기에서 나오지 않았으니까."
<집사가 저기에 올라가야 하는 거 아니야? 집사가 구원자가 되어야 믿을 기세인데?>
상황이 조금 묘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구원자 같은 것은 절대 사양하고 싶은데···.
상황이 그렇게 몰아간다면 원하는 존재가 되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여기 오래 있을 것도 아니니 문제될 것도 없을 것 같고 말이다.
워프 게이트의 위치를 살짝 바꾸었다.
"어어···!"
"우리 신단이···?"
"정말 구원자인가?"
사람들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올 때 워프 게이트에 올라섰다.
그리고 사람들이 워프 게이트를 볼 수 없도록 조정을 했다.
이것은 스위치를 누르는 것보다 간단한 것이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단순하지 않았다.
사람들 눈에는 갑자기 자신들의 기도처인 신단이 사라져버린 것처럼 보였다.
그것도 나까지 함께!
보이지 않게 조정을 했을 뿐인데 사람들은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그 모습이 조금 우습게도 보이고 그만큼 절박하게도 보였다.
뮤! 뮤! 뮤!
^우는 사람도 있다. 믿음이라는 것이 뭘까?^
꼬물!
^우리는 땅을 믿어! 땅은 배신하지 않으니까! 도깨비는 뭘 믿고 살아?^
뮤! 뮤! 뮤!
^우리 도깨비는 도깨비를 믿는다! 하지만 도깨비보다 더 믿는 존재가 있다. 그것은 바로 친구다! 지금 우리에게는 집사이지.^
친구에게 의지하고 살아간다는 던전 도깨비이니 던전 도깨비들에게 친구는 분명 단순하지 않을 것이었다.
<집사! 딱 적당한 것 같다. 지금 워프 게이트를 보이게 하면 될 것 같아.>
사람들의 표정을 살피던 나호가 말했다.
나호의 신호와 함께 워프 게이트를 보이게 했다.
"신단이 돌아왔다!"
"신단이 보여!"
"우리의 기도가 통한 것일까?"
"구원자는?"
"조금 전 남자는 어떻게 된 거지?"
사람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을 때 워프 게이트에서 나갔다.
그러자 갑자기 주위가 조용해졌다.
솔잎 떨어지는 소리까지 들릴 것만 같았다.
"당신은···?"
"이것이 어떻게···?"
나를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모르겠는 모양이었다.
'나중에 이것이 단순한 워프 게이트라는 것을 알면 배신감이 들겠지?'
심상으로 소환수들에게 말했다.
흐으으!
^괜찮을 것 같아. 그게 무슨 상관이야. 죽이지 않는 것만도 감사하게 생각해야지.^
흐엉이 손바닥에서 나오는 것을 본다면 이들은 분명 나를 악마라고 생각할 것이었다.
그래서 흐엉이 밖으로 나오는 것을 막아두었다.
이런 것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조절이 되니 참으로 다행스러웠다.
손바닥에서 나오고 싶어서 곰지락거리는 것이 거슬렸지만 이런 것쯤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구원자? 아니 신입니까?"
"신이 분명해. 구원자를 내려달라는 우리를 불쌍히 여겨서 신이 직접 오신 거라고!"
돌에 신이 깃들었다고 떠들던 남자가 이번에는 나를 신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 남자의 말에는 힘이 있었다.
묘하게 사람들의 마음을 자극하는 것이 있었는데 저것도 능력이다 싶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남자의 언변이 보탬이 되고 있었다.
"신? 신이라고?"
일부는 믿지 못했지만 대다수의 사람이 신이라고 믿고 싶은 것 같았다.
뭐라도 기대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신은 아니오. 하지만 당신들에게 도움이 될 수는 있지."
"저희를 도와주실 겁니까?"
조금 전까지 나를 공격했던 사람들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공손하게 말하는 사람들이었다.
"도와주지. 적어도 내가 들어줄 수 있는 능력 안에서는."
"신이···. 구원자십니까?"
신은 아니라고 했으니 구원자라고 말하는 사람들이었다.
"어떤 존재인지가 중요합니까? 당신들을 도울 수 있는지가 중요하지 않을까요?"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맞습니다. 당신은 구원자가 분명하군요."
"구원자가 아니라 신이실 거야."
사람들은 자신이 믿고 싶은 대로 상상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상상은 희망이라는 바람을 타고 날아오르고 있었다.
"무슨 바람이 있어서 그렇게 기도를 열심히 했습니까?"
"정말 신이 분명하셔. 그러니 우리가 기도한 것을 아시지."
"신이 아니라면 우리가 오랫동안 기도했다는 것을 어떻게 알겠어?"
바람을 타고 오른 상상은 확신이라는 허울을 뒤집어쓰려고 하고 있었다.
"도움이 필요한 곳이 있다니 그곳으로 가시죠."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은혜를 어찌···."
도움을 준다는 말만으로도 눈물을 터트리는 사람이 여럿 있었다.
그만큼 도움이 절실하다는 것이었다.
이들이 진정하기를 기다려서 사정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함께 던전의 입구를 향했다.
퇴장을 하면 런던이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나의 도움이 필요한 곳이 있었다.
그리고 이들의 말대로라면 엘리스도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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