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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318화 (318/350)

318. 신의 밧줄

남자의 눈물은 묘하게 가슴을 울리는 힘이 있었다.

특히 덩치가 산만한 남자의 울음은 더 그랬다.

꼬물!

^노엘은 어디로 갔을까?^

'꾸루야! 아이를 좀 찾아봐. 자신의 이름을 기억할 거야. 그리고 아빠를 찾고 있을 거야.'

"던전에 들어가기 전에 분명 딸을 봤는데···. 제 딸 살아있죠? 저 놈이 어떻게 한 것은 아니죠? 혹시 우리 딸···."

존이 생각하기도 싫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좀비들에게 당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자네 딸, 노엘은 이곳에 없네."

"이곳에 없다면···. 혹시 저놈이···."

꼬물!

^존이 저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저놈 때문이에요. 저놈! 학대를 즐겨요. 애든 어른이든 가리지 않고. 저기 인질들의 몰골이 저런 이유도 저놈 때문이에요.^

꼬물이의 뿌리 하나가 쓰러져 있는 놈을 가리켰다.

놈의 몰골은 얼굴을 제외하고는 양호했다.

입고 있는 옷도 이들 중 가장 깨끗했다.

좀비가 활개치고 돌아다니는 곳이다 보니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옷은 정말 더러웠다.

수도가 끊긴지 오래 되었기 때문에 깨끗하기 어려웠지만 유난히 이곳 사람들의 몰골이 엉망인 이유는 던전 때문이었다.

영국은 이상하게 던전에 맑은 물이 흐르는 던전이 드물었다.

대변혁 이후 영국은 물을 수입해서 먹는 대표적인 나라였다.

물 뿐만 아니라 식량까지 대부분을 외국에 의지해야 하는 나라로 전락한 곳이 영국이었다.

예전의 영광을 그리워하며 희망을 꿈꿨지만 이곳 사람들의 생활은 이후에도 오랫동안 힘겨웠다.

"자네 딸은 이곳을 탈출했어. 아마 자네를 찾아 헤매고 있을 거야."

"안 돼! 안 돼에에에!"

이곳을 탈출했다는 말을 들은 존이 튕겨지듯 회사 밖으로 달려 나갔다.

반쯤 정신이 나간 사람 같았다.

대변혁 전의 세상에서도 여섯 살 아이가 혼자 거리를 헤맨다면 위험했다.

그런데 지금 세상에서 여섯 살 아이가 혼자 있다면 목숨을 장담할 수 없었다.

특히 이곳은 런던이었다.

우리나라 같은 곳에서도 아이가 혼자 다닌다면 몬스터의 밥이 되기 쉬웠다.

그런데 이곳은 좀비가 판을 치는 곳이었다.

좀비는 살아있는 생명을 찾는데 특화되어 있었다.

그런 몬스터의 세상에 던져진 것이나 다름 없으니 살아있다고 장담할 수 없었다.

"함께 찾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도널드도 존의 뒤를 따라 나갔다.

말만 많고 실속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의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도널드의 뒤를 열댓 명의 사람이 따랐다.

모두 존의 딸인 노엘을 찾기 위해서였다.

<저런 모습 오랜만이네. 예전 생각이 나네.>

나호가 과거로 여행을 떠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저어···. 저놈들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콘라드가 물었다.

"마나를 토해내게 한 후 다시는 이곳에 있지 못하게 해야죠."

"죽이시겠다는···?"

"아닙니다. 몸만 건강하면 써먹을 곳이야 많죠. 제가 데리고 가겠습니다."

"쓰레기들을 처리해주시겠다는 말씀이시죠? 정말 감사합니다. 저런 놈들만 사라져도 세상이 정말 살만할 겁니다."

콘라드가 꾸벅 인사를 했다.

"저놈들 좀 한쪽으로 모아주십시오."

"예! 그런데 이곳에 있는 식량은 어떻게 합니까? 저쪽에 창고가 있는데···."

콘라드가 가리킨 창고는 생각보다 거대했다.

창고는 다섯 개나 됐는데 한 곳은 비어 있었고 네 개는 밀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런데 상태들이 좋지 못했다.

저온으로 보관되다 전원이 끊기면서 부패가 시작된 것이었다.

이대로 두면 얼마 가지 못해서 모두 버려야 할 것 같았다.

"이렇게 많은데···."

식량을 본 사람들의 표정은 비슷했다.

그동안 굶주린 시간이 떠오르는지 눈물을 글썽이기까지 했다.

"이곳의 식량은 골고루 나누어주겠습니다."

"어떻게···?"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모두가 공평하다고 느끼도록 나누어드리죠."

이런 것은 시스템을 이용하면 쉽게 나눌 수 있었다.

던전에서 전리품을 나눌 때만 시스템을 이용할 필요는 없었다.

뭔가를 분배할 때도 시스템을 이용하면 누구보다 정확하고 공정하게 분배를 해주었다.

물론 던전이 아니기 때문에 소정의 수수료는 원하겠지만 말이다.

"런던의 모든 사람에게 한줌씩이라도 이 밀이 전해지면 좋겠습니다."

앨런이 말했다.

"그렇게 하죠. 그리고 당신들의 수고도 잊지 않고 전해주죠."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저희가 한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신께서 하신 일인데 어찌 저희가···."

"저는 신이 아닙니다. 그저 당신들보다 조금 더 정보에 능한 것뿐입니다."

이렇게 진실을 말했지만 누구도 믿으려하지 않았다.

"신이 아니라면 이런 끈이 있을 수 없습니다.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재질입니다."

대기실에서 자라는 식물 줄기였다.

덩굴종류로 밧줄로 쓰기 적합해서 나쁜 놈들을 묶을 때 도깨비들이 요즘 즐겨 사용하는 것이었다.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이고 던전에서도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종류이기는 했다.

"부드러운데 끊을 수 없어. 정말 신기한 재질이야. 의지를 가진 끈처럼 보이기도 해."

"신의 밧줄이야. 이것은."

사람들은 덩굴 식물의 줄기를 신의 밧줄로 둔갑시키고 있었다.

신비로운 빛을 띠고 있기는 하지만 특별한 것은 아닌데···.

쫑! 쪼로로!

^저 식물! 우리 똥이 거름이 돼서 더 잘 자라는 건데···. 킥킥킥! 그럼 우리가 신의 밧줄을 키우는데 일조한 건가?^

쪼롱이가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저 식물이 많이 자라는 곳이 소환수들의 화장실이기는 했다.

그러니 소환수들이 키우는데 한 몫 담당한 것은 확실했다.

"저어···. 신님! 이곳에 없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그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밀을 나누어 줍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시스템을 이용할 거니까요."

"아! 확실히 신이셨군요."

이들은 내가 무슨 말을 하든 나를 신으로 몰아갈 것 같았다.

"신 아닙니다. 누구든 시스템을 이용해서 분배를 할 수 있습니다."

"정말입니까?"

"정말입니다. 제가 보여드리죠. 그 전에 저놈 동의를 받을 일이 있습니다. 저놈 좀 깨워주십시오."

얼굴이 엉망으로 일그러진 놈을 가리키며 말했다.

존에게 맞아서 정신을 잃은 놈을 깨우는 것도 폭력이었다.

스캇에서 맞은 놈이 겨우 정신을 차렸다.

"너! 마나 얼마나 가지고 있어!"

"그, 그것은 왜에?"

퍽! 퍽!

"묻는 말에나 대답해. 신의 자비로 살려둔 것이니 감사하게 여기고."

콘라드가 남자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남자의 손에 가족을 잃은 콘라드는 당장이라도 남자를 때려죽이고 싶어했다.

"오십삼만 마나를 가지고 있습니다."

순간 깜짝 놀랐다.

세상이 변한 후 이렇게 많은 마나를 가진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

소환수들도 놀랐는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너 인벤토리 몇 개나 가지고 있어?"

현재 오십삼만 마나를 가지고 있다면 소비도 상당히 했다는 말이었다.

"그건 왜?"

남자가 의문을 제기한 순간 흐엉이 나서고 싶어했다.

흐흐흐!

^제가 저놈 묶을게요. 나쁜 놈들을 묶으면 힘을 얻는 것 같거든요. 그리고 제가 묶으면 거짓을 말할 수 없어요. 이렇게 있을 때는 모르지만 묶으면 거짓을 말하는 순간 제가 느낄 수 있거든요. 흐흐흐!^

흐엉이 사악하게 웃었다.

꼬물이도 거짓을 잘 구분하는데 흐엉도 거짓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좋아. 묶어. 하지만 내 손바닥에서 나가는 것은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좋겠어.'

지금은 신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손바닥에서 쇠사슬이 나가면 분명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었다.

흐흐!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손바닥을 바지에 붙여주시겠어요?^

흐엉이 바라는 대로 손바닥에 바지에 대자 손바닥에서 나온 흐엉이 바지를 타고 내려가더니 땅속으로 들어가버렸다.

그렇게 이동한 흐엉이 놈의 옆에 도착해서는 땅에서 나와서 놈의 상체를 묶었다.

"어? 신의 밧줄이 또 나타났다. 저것은 쇠로 되어 있어!"

"기존의 것보다 더 강한 것 같은데?"

"저놈 좀 봐. 저 독한 놈이 침이 질질 흘리고 있어."

"어? 눈동자도 풀려버리는데?"

흐엉의 쇠사슬은 아이템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강력했다.

묶는 순간 축 늘어지며 입이 열렸다.

바보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이 상태에서는 무엇을 묻든지 진실을 말할 것 같았다.

"마나를 얼마나 가지고 있어?"

실험하기 위해 조금 전 물었던 질문을 다시 했다.

"으으! 팔십구만 마나···."

"얼마라고?"

"으으! 이거 풀어줘어! 898,000마나를 가지고 있어. 그건 왜 묻는 거야아아악!"

겨우 힘을 차리고 항의를 하려던 놈이 소리를 질렀다.

"봤어? 놈이 반항하려고 하자 쇠사슬이 조여들었어."

"나도 봤어. 확실해! 신의 밧줄이야. 아니 신의 쇠사슬인가?"

"이름이 중요한 것이 아니야. 저 분은 신이 분명해."

"그럼 우리도 살 길이 열리는 걸까? 죽음의 땅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영국이 비참한 이유는 섬나라라는 점도 한몫했다.

대륙에 살던 사람들은 먹고 살기 힘들면 이주를 할 수 있었다.

이동에 위험이 따르지만 그래도 발악이라도 해볼 수 있었다.

하지만 영국은 그것이 불가능했다.

바다를 이용해서 이동하는 것은 목숨을 걸어야했고 해저 터널은 대변혁과 동시에 붕괴되어버렸다.

한마디로 바다에 고립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죽으나 사나 영국을 벗어나지 못하고 살아야 했다.

그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살기에는 상황이 너무 가혹했다.

"네 마나를 이용해서 좋은 일을 좀 해야겠어."

"그게 무슨? 으아아악! 마, 마음대로 해."

"그러지."

대답과 함께 시스템을 불렀다.

그리고 하려고 하는 일을 설명했다.

[띠링! 창고에 있는 식량을 런던 사람들에게 고루 배분하기를 원하신다는 말씀이시죠?]

"맞아."

[띠링! 적지 않은 마나가 필요합니다.]

"얼마나 수수료가 들지?"

[1인당 1마나가 최저 수수료입니다.]

지금 시스템의 말은 이곳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듣고 있었다.

이렇게 시스템을 이용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

"현재 런던의 인구는 얼마나 되지?"

[정확한 추산을 원하시면 마나를 지불해주셔야 합니다.]

이런 계산을 하는 것은 적지 않은 마나를 원할 것이었다.

그래서 권능 기억을 이용하기로 했다.

'런던의 인구는 얼마나 해?'

분명 한 번 정도는 봤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자료는 내 기억에 존재하지 않았다.

'전생에 대변혁 이후에도 런던의 인구를 들은 적이 한 번도 없어?'

[없습니다.]

'이런 것에 관심이 단 한 번도 없었다니···.'

<집사! 당연한 거야. 누가 자국도 아니고 타국의 인구에 관심을 가져? 그것도 도시의 인구를···. 차라리 저 사람들에게 묻는 것이 나을 거야.>

나호가 이곳에 있는 사람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너무 어렵게 문제를 풀어가려고 했던 것이다.

"런던의 인구가 얼마나 됩니까?"

"인구요? 정확한 수치가 필요합니까?"

콘라드가 물었다.

"아닙니다. 대충 근접하면 됩니다."

"제가 알기로는 세상이 변하기 전에 8백만 후반이었습니다. 한 때는 9백만이 넘기도 했지만 인구가 줄어서···. 그런데 세상이 변한 지금은 5, 6백만 정도일겁니다. 두 명 중 한 명은 죽었다는 말이 있었으니까요."

이 말을 하는 콘라드의 얼굴이 어두웠다.

가족 생각이 나는 것 같았다.

<마나가 많이 부족하네. 저놈 마나면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저놈 마나로 저기 있는 식량을 런던 사람에게 배분하고 싶은데···."

[마나가 많이 부족합니다. 그건 어떻게 처리하시겠습니까?]

"저놈이 저지른 죄악이 많아. 알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의하지 않으면···.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평상시 나를 상대하던 시스템이면 분명 해줄 것이었다.

강압적으로 놈을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놈이 저지른 죄악이 너무 거대하기 때문이었다.

"으으으! 으으!"

놈이 마나를 잃기 싫은 모양이었다.

시스템에게 자신의 뜻을 열심히 전하는 것 같았다.

"어떻게 되어 가고 있습니까?"

콘라드가 참지 못하고 질문을 했다.

"듣는 대로입니다."

"저놈 마나로 값을 치르지 못하면 직접 배분을 해야 합니까?"

"저놈 마나로 값을 치르게 될 겁니다. 저놈이 저지른 죄가 크니까요."

"이런 세상에서 그런 것이 중요합니까?"

"바르게 사는 것은 어떤 세상에서든 중요합니다. 바르게 사는 사람에게는 저런 쇠사슬이 힘을 쓰지 못하거든요."

"아!"

콘라드가 이해했다는 표정을 지으며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이었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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