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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325화 (325/350)

325. 귀속

노엘이 좀비를 잡던 막대기는 나무 막대기처럼 보였다.

여섯 살이라고는 하지만 서너 살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 작은 노엘이 들고 다니는 막대기였기 때문에 그리 무거운 것도 아니었다.

겉으로 봤을 때는 그 막대기로 좀비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지만 노엘은 밤마다 그 막대기로 좀비를 잡았다고 했다.

노엘이 내리치거나 찌르는 힘보다 더 강한 힘을 발휘하는 무기였다.

외양은 막대기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흐엉이 봉인을 위해 힘을 가하자 막대기에서 갑자기 푸른빛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막대기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어?"

깜짝 놀란 노엘이 막대기를 향해 손을 뻗었다.

"노엘!"

재빨리 노엘의 손을 잡았다.

"오빠! 얘가 망가질 것 같아. 친군데···."

조금 전 자신의 손을 공격한 막대기였지만 지난 세 달간 쌓인 정도 무시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망가지는 거 아니야. 변화하는 거야. 제 본 모습을 드러내려는 것 같아."

"본 모습?"

"적어도 막대기는 아니겠지."

푸른빛이 감돌았던 막대기가 갈라지기 시작했다.

"어?"

다시 막대기를 향해 몸이 나가려는 노엘이었다.

"노엘! 괜찮을 거야."

갈라진 막대기에서 껍질이 벗겨져 내리는 것처럼 흘러내렸다.

그렇게 드러난 막대기는 이전보다 약간 가늘었다.

"까매요. 나는 까만색 싫은데···."

노엘이 아쉬움을 드러냈다.

흐흐! 흐흐!

^이 녀석은 속까지 새까매. 나중에는 어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검정색을 유지할 거야. 흐흐!^

"다 끝난 거야?"

흐흐! 히히!

^잠깐만 더! 이 녀석 아직 완전히 봉인되지 않았어. 주인을 저 아이로 지정해 달래. 노엘이 아주 마음에 들었나 봐.^

"그건 어떻게 하는데?"

흐흐!

^잠시만. 이 녀석 단속 조금만 더 하고···. 지금 만지면 이 녀석이 노엘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할 거야.^

까만 몸을 드러낸 막대기가 파르르 떨렸다.

아마 흐엉이 야무지게 휘어잡고 있는 모양이었다.

"가늘어졌어요. 더 날카로워지고."

"이제 음성은 들리지 않아?"

"지금은 들리지 않아요,"

그렇게 말하는 노엘의 눈빛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그런데 마음을 다잡으려고 애를 쓰는 노엘이었다.

흐흐흐!

^됐어. 이제 막대기를 잡으라고 하면 돼! 주인을 새기는 거니까 겁먹을 필요는 없고.^

노엘에게 흐엉의 말을 전했다.

상처를 줬던 것이니 겁을 먹을 만도 한데 노엘은 손을 내밀어 막대기를 잡았다.

까만 막대를 잡은 노엘의 눈이 왕방울만 해졌다.

그러더니 잠시 후 막대기를 내려놓았다.

그러자 흐엉이 다시 막대기를 감았다.

"잠시 이별이래요. 다음에 보자고 했어요."

노엘이 막대기를 내려다보며 시무룩한 목소리로 말했다.

뭔가 말을 해줘야하는데 마땅히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었다.

흐흐흐!

^다 됐어. 주인은 노엘! 이제 다른 사람은 이 무기의 힘을 사용할 수는 없어. 하지만 귀속 기능까지는 내가 걸 수 없어. 그건 시스템과 해결해야 할 거야.^

잃어버렸을 때 노엘에게 돌아오도록 만들 수는 없다는 거였다.

"귀속까지 걸릴 줄 알았더니···."

흐흐흐!

^시스템이 그런 걸 가능하게 할 리 없다. 시스템은 마나 버는 거 좋아하니까.^

노엘 이외의 사람이 사용하면 재질을 알 수 없는 막대기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니 귀속을 걸어줄 만도 한데···.

[띠링! 적정한 마나를 지불하시면 귀속을 걸어드릴 수 있습니다.]

"노엘은 겨우 여섯 살이야. 알지?"

[띠링!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더더욱 귀속이 필요합니다. 잃어버리기 쉬우니까요.]

<그동안 집사에게 친절해서 잊고 있었어. 시스템은 원래 이런 존재였어. 마나라면 보이는 것이 없지. 아무리 그래도 여섯 살 아이에게도 마나를 요구하는 것은 심하다. 심해.>

[띠링! 여섯 살도 각성자입니다. 여섯 살이라고 해서 특별하게 취급할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각성자로 살 능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각성을 한 것입니다.]

<너무 맞는 말이어서 더 정이 없게 느껴진다는 거 알지?>

[띠링! 알고 있습니다. 귀속을 설정하시겠습니까?]

귀속에 관한 것은 노엘도 들을 수 있었다.

"오빠! 저 잃어버리고 싶지 않아요. 아프게 했지만 고맙기도 한 아이거든요."

"그래. 오빠가 시스템에게 물어볼게."

[띠링! 자아가 있는 아이템이기 때문에 귀속에 1만 마나가 필요합니다.]

"얼마라고?"

"오빠! 1만 마나라고 했어. 1만 마나면 엄청 큰돈이지?"

"큰돈이지."

"나는 132마나 있는데···. 이걸로 할 수 있어요?"

[띠링! 132마나로는 불가능합니다. 자아를 가진 아이템의 주인이시니 특별히 대출을 해드릴 수 있습니다.]

"잠깐! 지금 대출이라고 했어?"

[그렇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림도 없는 일이지만 자아를 가진 아이템의 주인이시니 특별히 대출해 드릴 수 있습니다.]

<집사! 시스템이 노예로 삼을 생각인 것 같은데? 겨우 여섯 살 아이에게 대출이라니···.>

정말 어이가 없었다.

여섯 살 아이에게 아무렇지 않게 대출을 말하는 시스템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하지만 생각해보면 시스템은 원래 이런 존재였다.

마나를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지독해질 수 있는 것이 시스템이었다.

"내가 대신 낼 테니 귀속해줘."

[띠링! 당장 귀속을 하면 가지고 다닐 수 있는 방법이 애매합니다.]

노엘의 인벤토리 크기 때문에 하는 말 같았다.

"오빠에게 맡겨둘 거야."

노엘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는 것 같았다.

[띠링! 이 경우 귀속과 준귀속이 들어가야 합니다. 마나가 추가될 수 있습니다.]

<지독하다. 지독해.>

"오빠! 어떻게 해요?"

"오빠가 내줄게."

[띠링! 2천 마나가 추가되어 12,000마나를 지불하셔야 합니다.]

어이없을 정도로 비싸지만 이런 마나는 지불하는 것이 좋았다.

12,000마나가 사라지면서 귀속과 준귀속이 되었다는 알림음이 들렸다.

당분간은 내 인벤토리로 돌아오도록 설정이 되었다.

"이대로 들고 다녀도 돼요?"

"들고 다녀도 되지. 들고 다닐래?"

"그냥 오빠에게 맡겨둘게요. 이건 너무 좋아 보여요."

노엘은 정말 똑똑했다.

지킬 수 없는 것은 자칫 화근이 될 수 있다는 것까지 알고 있었다.

"그럼 이걸 들고 다니는 것이 좋겠다."

노엘에게 건넨 것은 끝이 뾰족한 50센티 정도 되는 봉이었다.

찌르거나 때리기 쉽고 들고 다니기에도 부담 없는 길이었다.

더 길면 좋겠지만 노엘의 키를 생각하면 지금 길이가 딱 적당했다.

"이걸 들고 다니면 아빠가 저 각성한 것을 알 거예요."

"한국에 함께 가면 더 이상 각성을 숨길 필요는 없어. 그리고 인벤토리도 사는 것이 낫고."

"한 개는 샀어요. 상점도 오픈했고."

<오오오! 야무지네. 혼자서 잘 키워왔어.>

나호가 감탄했다.

나호뿐만이 아니었다.

모든 소환수들이 깜짝 놀라서 노엘을 쳐다보았다.

도축을 샀으니 이미 상점을 개방한 것은 알았지만 인벤토리까지 샀을 줄은 몰랐다.

"이런 것도 막대기가 가르쳐줬어?"

"도축은 필요하다고 말해줬어요. 민첩 능력치 늘리라는 말도 해줬고요. 하지만 인벤토리는 제가 샀어요. 이거 보관하려고."

노엘이 꺼내 보인 것은 사진이었다.

나무에 새긴 사진이었는데 노엘의 엄마까지 세 사람이 활짝 웃고 있었다.

"몬스터가 처음 나타나던 날 이걸 들고 오다가···. 이것 때문에···."

목소리가 젖어들던 노엘이 고개를 살짝 털더니 눈물을 삼켰다.

"엄마 얼굴이 선명하게 남은 것은 이거 하나에요. 우리가 살았던 곳은 무너지고 불이 났거든요."

대변혁의 날 불이 난 곳도 한두 곳이 아니었다.

그런데 영국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었다.

"그래. 잘했어. 그럼 오빠가 1천 마나 줄테니까

"너무 미안한데···."

"나중에 갚으면 되잖아."

"예! 꼭 갚을게요. 꼭!"

노엘이 힘차게 대답했다.

"인벤토리는 F급 하나 있는 거야?"

"하나 아니고 세 개 있어요. 헤헤. F급 인벤토리는 비싸지 않아서 하나씩 사서 모았어요."

<어른들보다 낫네. 아주 똑똑해.>

"그럼 오빠가 백 마나 줄 테니까 F급 일곱 개 더 사. 그럼 이거 들고 다닐 필요 없지."

"알겠어요."

백 마나를 보내자 인벤토리를 사는지 잠시 말이 없었다.

"다 샀어요. 이제 인벤토리 커졌어요."

넓어진 인벤토리가 좋은지 계속해서 인벤토리를 쳐다보는 노엘이었다.

"좋아?"

"좋아요. 그것도 많이. 이제 저기에 먹을 것도 보관할 수 있잖아요."

그렇게 말하며 노엘이 사과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자!"

"고마워요. 오빠 어서 가요."

냉큼 사과를 인벤토리에 집어넣더니 노엘이 앞장서려고 했다.

"내가 앞장설게. 그리고 인벤토리에서도 음식은 상해. 조금 더 보관할 수 있을 뿐이야."

"알고 있어요.이미 지난번에 빵이 상해서 버렸어요."

한결 밝아진 노엘이 재잘거렸다.

던전을 클리어 하는 데는 이후로도 네 시간이 더 걸렸지만 이 정도면 양호했다.

"저에게 클리어 보상 마나 들어왔어요. 제 공략 공헌도가 10이래요."

"10프로?"

"그런 것 같아요. 마나도 300마나나 들어왔어요. 저 이렇게 많은 마나는 처음이에요. 오빠에게 100마나 주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해요?"

"다음에 줘. 우선은 가지고 있어. 네가 다른 능력치도 개방해야 해. 알지?"

"알아요. 저는 체력을 개방해야 해요."

"그렇지. 똑똑하네."

노엘이 개방한 능력치는 민첩이 유일했다.

빨리 도망가기 위해 민첩을 올린 것 같은데 체력이 따라주지 못했다.

"지금 올릴까요?"

"그래. 지금 올려."

"네!"

노엘이 능력치를 개방해서 올리는 것을 지켜보았다.

시스템과 제법 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집사! 정말 똑똑하다. 각성을 해서 그런지 이해력도 높고···.>

나호가 나만 들을 수 있도록 말했다.

체력을 개방한 노엘의 표정이 밝지 않았다.

아마 초기 능력치가 낮은 모양이었다.

"다 됐어?"

"다 됐어요. 체력을 개방했는데··· 체력이 3이래요. 3! 3은 너무 낮잖아요."

"네 또래치고는 낮은 것은 아니야."

"각성자치고는 낮은 거잖아요. 아무리 못해도 5는 되는 것 같던데···."

"괜찮아. 네가 어른들 나이가 될 때쯤이면 넌 20도 더 되어 있을 거야."

"20?"

"20이상일 거야. 그러니 지금 능력치 때문에 실망할 필요는 없어. 누구보다 빨리 각성했으니 누구보다 강해질 수 있어."

"와아아! 이런 말 처음이에요. 어른들이 모두 아이들이 각성할까 봐 걱정했거든요. 마나 벌어야 한다고···."

"마나만 안정적으로 벌 수 있으면 빨리 각성하는 것이 좋아. 화순 월평에 가면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을 거야."

"간혹 런던에 놀러 올 수도 있죠?"

"당연하지."

"어서 가요. 아빠 기다리실 거예요."

"여기도 시간이 두 배여서 걱정 없어."

"오빠도 알고 있구나. 여기도 시간이 빨리 흘러요. 정말 다행이에요. 던······."

던전 입구까지 다시 돌아나가야 했다.

월평에 데리고 갈 생각이기 때문에 몬야크에 태웠다.

그리고 마을의 입구까지 달렸다.

시간을 조금이라도 절약하기 위해서였다.

노엘이 몬야크를 보고 놀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잠시 놀라기는 했지만 노엘은 의외로 재미있어했다.

던전을 퇴장한 우리는 바로 런던 던전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적당한 크기의 던전을 클리어하기 위해 바로 이동했다.

몬야크를 탄 채였지만 새벽 시간이어서 따로 신경 쓸 것은 없었다.

"잠오지 않아?"

"괜찮아요. 저도 부지런히 벌어야죠."

노엘이 눈을 빛냈다.

"여기에서 좀 자."

"싫어요. 저도 마나 벌 거예요. 받고만 사는 것은 싫어요."

노엘이 눈에 힘을 주며 말했다.

"아빠도 각성했지만 아직 약해요. 우리 아빠는 마음이 너무 착해서 제가 지켜줘야 해요."

꼬물!

^존이 마음이 여리긴 하지만 이런 걱정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열심히 벌어서 우리 아빠에게 인벤토리도 사 줄 거예요. 아빠는 아직 인벤토리가 두 개밖에 없어요. 그것도 F급!"

노엘이 누가 들을 새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런던에 가지고 있는 던전 중 가장 작은 크기의 던전이었다.

이 던전은 정말 우연한 기회에 소유하게 되었는데 마음만 먹으면 한 시간이면 클리어를 할 수 있는 곳이었다.

"여기도 와 봤어요."

"여기도 와봤다고? 네가 잡혀 있는 곳에서 거리가 상당했는데?"

"제가 걸음이 빠르잖아요. 늦은 시간에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고요. 여긴 작은데 위험해서 한 번만 오고 다시는 오지 않았어요."

"잘했어. 하지만 앞으로는 절대 허락 없이 던전에 가지 않는 거야. 알겠지?"

"이제 의논할 사람이 있으니 절대 함부로 행동하지 않아요. 그거 어리석은 거예요."

"맞아. 함부로 행동하는 것은 어리석은 거야."

그 순간이었다.

이상한 기척이 느껴졌다.

던전에 먼저 입장한 사람이 있는 것 같았다.

꾸!

그 순간 꾸루가 정보를 보내왔다.

동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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