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328화 (328/350)

328. 비릿한 미소

"서둘러야겠습니다."

"무슨 일이에요?"

"개인적인 일입니다."

반반이를 탄 채 런던 던전을 입장했다.

그렇게 입장하자 런던 던전에 있던 사람들이 기겁을 했다.

"으으으아악!"

"모, 몬스터다아아! 다 일어나! 일어···. 어? 구원자님?"

"구, 구원자님이야. 어떻게···?"

"일찍 일어나셨네요. 저는 한국에 급한 볼일이 있어서 가야겠습니다. 존!"

"구원자님! 일어나셨군요. 노엘이 보이지 않아서 찾고 있었습니다."

"노엘은 여기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꼬물이에게 눈짓을 했다.

눈치 빠른 꼬물이는 내 눈짓만으로 존을 낚아채서 반반이의 등에 태웠다.

"어? 엄마야아아!"

"아빠아! 나 여기 있어. 걱정했지?"

"어딜 갔던 거야? 아빠 간 떨어질 뻔했잖아."

"아빠 간은 여기 있지?"

노엘이 능청스럽게 존의 가슴언저리에 손을 가져다 댔다.

걱정으로 얼굴이 잔뜩 일그러져있던 존의 얼굴이 스르르 풀렸다.

꼬물!

^딸 바보!^

꼬물이의 반응을 알 리 없는 노엘과 존이었다.

"구원자님! 언제 또 오십니까?"

뒤에서 콘라드의 목소리가 들렸다.

"한 달 안에는 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마나를 실어서 말을 했기 때문에 굳이 목소리를 크게 할 필요는 없었다.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꼭 오세요!"

"감사했습니다."

콘라드 일행이 뒤에서 인사를 했다.

<그리 나쁜 사람들은 아니야. 정(情)도 느껴지고···.>

나호가 이야기를 하는 사이 워프 게이트에 도착했고 그대로 워프 게이트에 탑승했다.

"이것이 워프 게이트라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서울 던전으로 이동할 겁니다. 서울에서 일이 있어서. 이번 이동 비용은 제가 온전히 부담하겠습니다. 저 때문에 돌아가는 것이니까요."

"고맙습니다."

엘리스가 고개를 꾸벅숙였다.

존은 무슨 일인지 어리둥절해했다.

하지만 세세하게 설명할 시간이 없었다.

"아빠! 그냥 구원자님 따라 간다고 해. 나는 구원자님 따라갈 거야."

"어···."

존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서도 이동에 동의했다.

그리고 그 순간 상태창에서 마나가 빠져나가며 서울 던전으로 이동했다.

서울 던전에 도착하니 서울 던전에도 터를 잡고 사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하하! 하하! 나 이럴 줄 알았어. 역시 어딜 가나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활력이 가장 강해.>

나호의 어깨가 한없이 빵빵해지는 것 같았다.

나호가 이러는 이유는 서울 던전의 모습 때문이었다.

서울 던전도 관리 구역이 설정되었다.

한국에 있는 내 소유의 던전은 모조리 관리구역이 설정된 상태였다.

관리구역이 설정되고 홍보까지 되었으니 아마 다음날부터 생활하는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서울 던전의 모습은 일본에 있는 던전의 관리구역과 완전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꼬물!

^야채를 심었어요. 이곳의 기후를 파악하고 파종까지 하다니···. 황이와 금이가 깜짝 놀랐대요.^

"어! 여기는 농사를 짓고 있어요. 어떻게···?"

아직 엘리스는 관리구역에 대해 알지 못했다.

그러니 이런 풍경이 낯설 수밖에 없었다.

"아빠! 저기 몬스터! 저거 늑대 같지 않아?"

노엘이 관리구역 밖의 늑대를 가리켰다.

서울 던전은 워프 게이트가 있는 던전답게 난이도가 상당했는데 던전의 초입에는 늑대가 서식하고 있었다.

관리구역 밖의 늑대는 간간이 관리구역 안을 살폈지만 크게 관심을 두지는 않았다.

자신들이 넘어가지 못하는 구간이라는 것을 아는 것 같았다.

"여긴 좀비가 없는 것 같네. 냄새가 달라."

존이 가장 먼저 말한 것은 냄새였다.

좀비 특유의 냄새에 머리가 아팠던 런던과는 확연히 다른 점이기는 했다.

"여긴 정말 살만 하네요. 아가씨! 아니 엘리스 정말 다행이다."

엘리스가 아빠라고 소개했던 남자가 말했다.

"이곳이라면 두 분의 건강도 금방 좋아질 것 같아요."

냐앙! 냥!

야옹! 야!

<집사! 이 고양이는 왠지 반말하는 것 같지 않아? 서열을 모르나? 기분이 묘하네.>

고양이들이 나호를 보지 못할 텐데 나호가 있는 쪽을 향해 앞발을 휘두르며 냐옹거렸다.

낯선 곳이어서 그런 것 같았다.

"너희 길 잃으면 큰일 나!"

미쉘이 두 마리의 고양이를 꼭 끌어안았다.

미쉘의 왼 다리는 무릎 아래가 없었다.

런던에서 함께 온 사람들이 놀란 만큼 서울 사람들도 반반이를 보고 놀랐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놀란 것은 아니었다.

"강대한 님 아닙니까?"

사람들을 밀치며 앞으로 나오며 인사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저 지난번에 강대한 님께서 구해줬던 사람입니다. 그때 가족을 찾겠다고 서울에 남았던···."

대변혁 직후를 말하는 것 같았다.

그때 워낙 많은 사람을 봤기 때문에 일일이 기억할 수 없었다.

"제가 기억이···."

"괜찮습니다. 제 이름은 '이미나'입니다."

"아! 반갑습니다. 건강하신 것 같네요. 그런데 지금은 제가 바쁩니다."

이름을 말하니 확실히 기억에 있는 사람이었다.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지만 지금은 천기재가 있는 곳으로 가봐야했다.

"어서 가보십시오."

이미나라는 남자가 말했다.

"제 일행을 여기 두고 가겠습니다."

"제가 책임지고 돌보겠습니다."

이미나 씨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오빠! 나는 따라갈 거야. 오빠랑 떨어지기 싫어."

노엘이 팔을 잡으며 말했다.

"빨리 구해야하는 사람이 있어. 그러니 여기 있어."

"노엘! 아빠랑 여기 있자. 구원자님 사람을 구하러 가셔야 한대. 우리가 대업(大業)을 방해하면 안 돼. 우리 노엘 똑똑하니 이해하지?"

"알았어요."

반반이에게 등에 탄 사람을 부탁했다.

물론 사냥조도 스무 마리 남겼다.

이 정도면 지금은 걱정할 것이 없었다.

그런데도 이미나 씨에게 다시 한 번 부탁을 하고는 반야를 타고 던전을 벗어났다.

허공에서 반야가 나타나자 놀라서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던전을 벗어난 우리는 남산 방향으로 달렸다.

<남자 이름으로 미나는 흔하지 않는데. 살아오면서 이름 때문에 힘들었겠다. 왜 개명(改名)하지 않았을까?>

"너 못 들었어?"

<뭘?>

"이미나 씨! 이름말이야."

<기억나지 않는데?>

"어릴 때는 놀림을 많이 받았는데 자동차 영업을 하면서는 특이한 이름 때문에 고객 유치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하더라."

<남자가 미나면 절대 잊지는 않겠다. 그래도 나라면 저런 이름은 싫을 것 같아.>

뮤! 뮤! 뮤!

^자기가 만족하면 되는 거다.^

<그런데 너희는 이름이 없어?>

뮤! 뮤! 뮤!

^우리? 우리는 이름 필요 없다. 이름 보다 더 나은 교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특이한 애들에게는 이름이나 별명을 지어주기도 한다. 검수처럼.^

자신의 이야기가 나오자 머리 위에 앉아 있던 검수가 폴짝 뛰었다.

그 바람에 똑이까지 붕 떴다 제자리로 돌아왔다.

브으으!

^재밌다! 재밌어!^

무서워할 줄 알았더니 똑이는 즐거워하며 검수에게 또 뛰라고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검수는 머리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이제는 검수가 똑이에게 휘둘리지 않네. 처음에는 똑이가 하라는 대로만 하더니.>

나호가 기특하다는 듯이 검수를 바라보았다.

그 사이 우리는 천기재에게 붙여두었던 전령조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아! 아악! 없어! 있어도 줄 수 없어!"

천기재의 목소리였다.

"늦지 않아서 다행이네."

<두 마리를 붙여두어서 다행이었어. 한 마리였으면 큰일 났을 거야.>

뮤! 뮤! 뮤!

^내가 해결하겠다. 이런 일에 집사가 나설 필요 없다.^

그렇게 말한 도뮤가 대기실에서 자라는 덩굴식물로 만든 밧줄을 들고는 앞으로 날아갔다.

도뮤의 뒤로 오십여 마리의 던전 도깨비가 뒤를 따랐다.

<무섭네. 던전 도깨비가 적극적으로 돕는다면 집사는 정말 무서울 것이 없겠다.>

"그럼 좋지."

던전 도깨비가 앞으로 날아가고 난 후 잠시 시끄러운 소리가 나더니 이내 잠잠해졌다.

천기재를 위협하던 놈들이 모두 제압된 것이었다.

<까불고 있어! 도뮤야! 잘했다!>

꼬물!

^내 친구 멋지다,^

뮤! 뮤! 뮤!

^집사! 저 놈들 냄새가 아주 심하다. 아주 심해!^

"얼마나 심한데?"

뮤! 뮤! 뮤!

^저놈들 한동안 나쁜 짓만 저지른 놈들이다. 분명하다.^

꼬물!

^속이 시커매요. 온갖 나쁜 짓 다 했어요.^

꼬물이까지 같은 말을 했다.

왜 이런 놈들은 어딜 가나 있는지 모르겠다.

이런 잔챙이도 잡아들여야 하지만 정말 잡아들여야 하는 놈들은 친일 매국노 놈들인데···.

"어? 대한이 형! 형이 여긴 어떻게?"

"그것보다 부모님은 만났어?"

"아버지는 무사하신데···. 어머니께서···."

천기재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

"그런 얼굴 하지 마요. 형! 아버지라고 무사하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두 분 모두 잘못됐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왜 화순으로 바로 돌아가지 않고 여기 있었던 거야?"

"아버지를 치료하다 마나를 모두 써버렸어요."

"뭐? 마나를 다 썼다고?"

천기재는 영국에서 만난 니콜라스 홀트 이외에는 가장 많은 마나를 가지고 있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 많은 마나를 다 썼단다.

"마나를 다 쓴 것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왜 여기 있던 거야? 아버지는?"

"화순에 가려면 마나가 필요하잖아요. 아버지와 나! 백 마나씩 이백 마나는 필요하니까."

마나를 벌기 위해서 사냥을 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사냥하다 습격을 받은 거야?"

"예. 저놈들이 제가 워프 게이트를 이용한 것을 봤나 봐요. 마나가 많다고 생각하고 빼앗으려고 했어요. 없다고 말해도···."

전령조가 두 마리 따라다니며 넓게 살폈기 때문에 위험을 미리 알 수 있었다.

조금만 늦었으면 천기재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

"앞으로는 이럴 일도 없겠지만 혹시라도 마나를 달라고 하면 줘버려. 지금은 이삼십 마나만 주고 그게 다라고 해도 믿을 거야. 무슨 말인지 알지?"

천기재는 똑똑하니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할 것이었다.

"목숨을 부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잖아요."

"그래. 그래야 아버지도 지키지. 어서 아버지가 계신 곳으로 가자."

"고마워요. 형! 형이 아니었으면 저는 죽었을 거예요. 벌써 몇 번째···."

"그런 인사는 됐어. 어서 가자."

"저 사람들은···."

"저 놈들은 여기 몬야크가 알아서 할 거야."

몬야크 한 마리와 사냥조 스무 마리를 시켜서 이놈들을 잡아두고 있으라고 했다.

"형은 신기해요."

"신기할 거 없어. 어서 가자."

천기재의 아버지는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천기재의 아버지를 모시고 오는 길에 범죄자들도 잡아서 왔다.

모두를 데리고 서울 던전에 온 다음 범죄자들은 아귀세상으로 바로 보내버렸다.

<아귀세상도 빨리 가봐야겠네. 홀트 일행 죽겠어.>

"죽지는 않을 거야."

마음이 급한 우리는 이미나 씨까지 데리고 바로 월평으로 돌아왔다.

"감사합니다."

이미나 씨가 허리를 꾸벅 숙였다.

그러자 엘리스의 부모라는 사람들도 따라했다.

<순박한 사람들이야. 착해 보이고.>

꼬물이와 도뮤의 심사를 통과한 사람들이니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제가 급하게 다녀올 곳이 있습니다. 네 시간 후에 보죠. 저기 회관에서요. 저기 보비입니다. 보비를 따라 회관으로 가시면 나머지는 다 알아서 해줄 겁니다. 기재야. 네가 잘 안내해드려."

이 중에서 마을에 와 본 사람은 천기재가 유일했다.

"알겠어요. 형.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오빠! 나도 따라가고···."

노엘이 칭얼거렸지만 워프 게이트가 번쩍거렸고 아귀세상으로 이동했다.

아귀세상에는 니콜라스 홀트 일행과 조금 전 잡은 놈들이 와 있었다.

그런데 니콜라스 홀트 일행의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이곳의 시간이 빠르게 흐르니 며칠을 굶었기 때문이었다.

이들에게 F급 치료수를 먹여서 상태를 회복시켰다.

더 좋은 치료수가 있었지만 주지 않았다.

"최소한의 음식은 먹었잖아. 쇼 그만 하고 일어나."

"아셨습니까?"

니콜라스 홀트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일어섰다.

이놈은 이런 상태에서도 능글거렸다.

겁은 많으면서도 하고 싶은 말은 다 하는 성격이었던 것이다.

"저기 문어 보이지? 저 문어는 살아있는 것도 잘 먹어. 적당히 까부는 것이 좋을 거야. 믿지 못하겠으면 바로 확인시켜줄 수도 있고."

홀트의 시선이 새끼 문어들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생필품 히든 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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