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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330화 (330/350)

330. 아귀장

아귀장의 몸은 더 좋아진 것 같았다.

그리고 표정도 더 좋아져 있었다.

감옥을 대신해서 이곳에 처박아놓았는데 놈이 너무 잘 지내는 것 같아서 살짝 밸이 꼴리려고 했다.

"대표님! 오셨습니까?"

"뭘 뛰어오기까지 하고 그래?"

"대표님께서 오셨는데 버선발로 달려 나와야죠. 오신 것 같아서 바로 출발했습니다."

새끼문어들이 내가 온 것을 알려준 모양이었다.

"아무 때나 관리구역을 벗어나는 것은 아니지?"

"아닙니다. 절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쟤들이 허락하지도 않고요."

새끼문어들이 허락하지 않는다는 말을 할 때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이었다.

아귀장은 멀리서부터 새로 온 죄수들을 살폈었다.

아마 이제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었다.

"이놈들도 이곳에서 생활하게 되는 겁니까?"

아귀장의 눈이 빛났다.

자신의 수하가 늘어나는 것이 좋은 모양이었다.

"맞아. 여긴 니콜라스 홀트! 영국에서 왔어. 그리고 여긴······."

새로 잡아온 놈들을 소개했다.

"대표님 설마 여기서 돌아가시는 것은 아니지요?"

아귀장이 세상을 잃은 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러더니 잽싸게 말을 이었다.

"대표님! 지금 관리구역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한 번만 들렸다가시죠. 실망하지 않으실 겁니다."

아귀장은 곧 손을 비빌 기세였다.

새로 온 죄수들이 없었다면 분명 그렇게 했을 것이다.

뮤! 뮤! 뮤!

^아무튼 권력의 속성을 잘 아는 놈이라니까. 무서울 정도로 잘 아는 놈이야.^

도뮤가 고개를 저었다.

아귀장이 관리구역까지 청하는 것은 아귀장 자신을 위해서였다.

권력자인 나와의 친분을 과시해서 앞으로의 통솔을 용이하게 하려는 의도가 강했다.

아직은 아귀장의 밀어주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없으니 몬야크를 타고 가도록 하지."

"처음 여기 왔을 때 탔었던?"

"그래. 반반이야."

"아! 영광입니다. 대표님! 반반이 덩치가 큰데 함께 타고 가도 되겠습니까?"

꼬물!

^영악한 놈!^

영악하지만 지금은 이 영악함이 싫지 않았다.

"나쁠 것 없지. 함께 타고 가자고!"

"고맙습니다."

지금 아귀장은 꿈에 그리던 장난감을 사주겠다는 말을 들은 아이 같았다.

하지만 이내 어른으로 돌아왔다.

"대표님! 저놈들은 함께 타지 않지요?"

"걱정하지 말라고! 확실히 밀어줄 테니 잘해!"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당장이라고 무릎을 꿇을 기세였다.

하지만 바로 아귀장을 반반이의 등에 태워버렸다.

꼬물이의 덩굴에 의해 반반이의 등에 태워진 아귀장이 공손한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가슴을 펴고 고개를 살짝 쳐든 상태에서 새로 온 죄수들을 내려다보았다.

눈만 착 내려 깐 것이 자신의 위치를 확실히 알리고 있었다.

죄수들을 몬야크의 등에 태웠다.

몬야크를 보기는 했지만 타는 것이 처음인 놈들인지라 잔뜩 긴장했다.

하지만 이내 적응을 할 것이었다.

"처음 타면 높이에 놀랍니다. 아래에서 볼 때도 높지만 타면 확실히 높더라고요."

아귀장이 죄수들의 심정이 이해가 된다는 투로 말했다.

"가자고. 고구마와 옥수수는 좀 심었어?"

"심었습니다. 고구마는 순을 내서 옮겨심기까지 했습니다. 고구마 농사를 지어본 놈이 있어서···. 많이 자랐습니다. 고구마······."

아귀장은 농사꾼처럼 고구마와 옥수수 자랑을 했다.

<농사 십 년은 지어본 사람 같네. 그래도 나름 열심히 살고 있는 것 같아.>

꼬물!

^아귀장은 이곳 생활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적성에 완전 딱 이에요.^

지난번 언어 스킬까지 사주었으니 일본 놈들과의 소통에도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지금 영국 놈들의 말도 다 들릴 것이고 말이다.

옥수수와 고구마 자랑을 한참 하던 놈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런데 저놈들은 무슨 죄를 지었습니까?"

"궁금해?"

"예. 궁금합니다. 이런 곳에 살면 온갖 것들이 다 궁금합니다. 작은 이야기도 소중해지죠. 들은 이야기를 듣고 또 듣기도 합니다. 책이라도 있으면 좋지만···. 그런 것을 꿈꾸면 안 되겠죠?"

놈이 손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감옥에 있는 놈들과 비슷해지네. 감옥에 갇히면 처음에는 답답해하다가 나중에는 밖에 일을 궁금해 해. 그러다 더 시간이 지나면 관심을 끊으려고 하지. 나갈 수 없다는 것을 절감할 때 그렇게 하더라고···. 하지만 완전히 관심을 끊을 수는 없어. 이때부터는······.>

나호가 감옥에 갇혀 사는 사람들의 심리 변화를 이야기했다.

모든 사람이 똑같지는 않겠지만 비슷하지 않나 싶다.

"작은 일에 민감해 집니다. 말 한마디로 피가 터지도록 싸우기도 하고요. 싸울 일도 아닌 일로 싸우기도 합니다. 할 일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밭을 보시면 깜짝 놀라실 겁니다. 풀이 자랄 틈이 없습니다. 하하하!"

밭을 가꾸는 것이 유일한 소일거리다 보니 밭의 상태가 최상이라고 했다.

"아직 책을 주기는 이르고 대신 고구마와 옥수수를 더 주지. 이번에는 수수도 주고."

"수수요? 그 붉은 거!"

"그래. 잘 키우면 좋은 식량이 될 거야. 수수떡도 맛이 있어."

"고맙습니다. 잘 키우겠습니다."

"오늘부터는 아귀장에게 매일 2마나를 줄 거야."

"2마나요?"

아귀장이 감동한 표정을 지었다.

손을 가슴에 올리고는 곧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래. 잘 모아서 잘 써! 어디에 쓰든 자유이니까. 그리고 저놈들은 한동안 식량 공급하지 말고."

"굶어죽을 텐데요?"

"괜찮아. 마나가 넉넉한 놈들이 있어. 아귀세상에서 아귀장보다 마나가 많은 죄수가 있어서 되겠어?"

"아!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아귀장은 홀딱 넘어온 것 같았다.

변한 세상에서 이렇게 안전한 곳에서 권력까지 누리고 사니 나쁘지 않은 삶이기는 했다.

각성자로 성장에는 한계가 있겠지만 말이다.

"다른 문제는 없었어?"

"집을 짓는 것이 너무 어렵습니다. 우선은 움막처럼 짓고 있기는 한데···."

집을 지어본 사람이 아무도 없는 모양이었다.

"관리구역에 도착하면 아귀장 거처로 컨테이너 하나 선물하지."

"대표니이임! 대표니이임!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저 같은 놈에게···. 제가 대표님을 만난 것은 천운이었습니다. 정말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잘 지켜. 네가 그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빼앗기면 나는 너를 다시 세워주지 않을 거야. 무슨 말인지 알지?"

"알고 있습니다. 누구도 제 자리를 넘보지 못하도록 하겠습니다."

아귀장이 새로 온 죄수 중에 한국인들을 유심히 살폈다.

아귀장은 알고 있었다.

내가 외국인을 우두머리로 세우지 않을 것을 말이다.

"저어···. 제가 저놈들 적당히 체벌해도 되지요?"

"필요하면 알아서 하는 거지. 내가 신경 쓰지 않도록 하면 그만이야. 어차피 죽여도 그만인 놈들이고."

한 마디로 아귀장에게 전권을 위임한다는 말이었다.

"미우라 놈! 그놈만 죽이지 않으면 돼."

"죽이지는 않지만 죽는 것이 다 낫겠다 싶을 정도로 굴리면 되는 거 아닙니까!"

"그렇지."

<이놈! 대변혁 전에 뭘 했을까? 음지에서 활동했나?>

"미우라는 요즘 어때?"

"누구도 말을 걸지 않습니다. 특별한 변화는 없고요."

"마나를 버는 것 같지는 않고?"

"여기서 저 말고 마나를 벌 수 있는 사람도 있습니까?"

"혹시 몰라서 묻는 거야?"

"제가 보기에는 특별한 것은 없는데 제가 더 잘 살피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아귀장의 눈이 조금은 살벌하게 빛났다.

관리구역에 도착하니 모든 사람들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새끼 문어들 때문이었다.

브으으!

^제가 시켰어요. 잘했죠?^

똑이가 지시를 했던 것 같았다.

"잘했어."

브으!

"대표님이 오셨다. 모두 인사를 드려라!"

아귀장이 반반이 등에서 크게 외쳤다.

나와 반반이를 타고 있다는 것을 유독 강조하고 싶은 마음이 목소리에 그대로 배어 있었다.

하지만 누구도 아귀장의 그런 모습을 탓하는 사람은 없었다.

죄수들이 인사를 했다.

<이제 이곳도 사람이 많네. 계속 늘어날 텐데.>

'아귀장의 역할이 은근 중요하지.'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을 보면 아귀장은 누구보다도 이곳을 잘 다스릴 것 같았다.

너무 착하기만 한 사람이 아닌 점이 더 마음에 들었다.

자신의 욕망을 감추려고 하지도 않고 말이다.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죄수들의 인사를 대충 받고는 반반이의 등에서 내려와서 컨테이너 박스 하나를 대기실에서 꺼내 주었다.

마침 하나 빈 것이 있어서 줄 수 있었다.

<아귀장을 보면 복이라는 것이 참 중요한 것 같아. 저놈 은근 복이 많은 놈이야.>

나호의 말대로 아귀장은 은근히 복이 많은 사람이었다.

S급 치료수로 치료를 받은 적까지 있으니 복은 타고 났다고 봐도 좋을 것 같았다.

"미우라는···."

미우라를 찾자 미우라를 유난히 챙기던 여자가 한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쪽에서 자고 있습니다. 그놈 때문에 미치겠습니다. 말을 너무 듣질 않습니다."

여자가 툴툴거리며 거리를 좁히려고 했다.

꼬물!

^예쁘지도 않은 것이 어디서 되지도 않은 미인계를 쓰려고!^

꼬물이의 뿌리 하나가 나가더니 그대로 여자의 뺨을 때려버렸다.

"아야!"

넘어질 정도로 강하게 친 것은 아니었지만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인지 깜짝 놀란 여자가 뒷걸음질을 치다가 넘어져 버렸다.

"미우리가 아픈가?"

"그놈은 이곳에 왔을 때부터 정상이었던 적이 없습니다."

"그래? 한 번 보지."

"이쪽입니다."

팔이 자라다 나에게 당하며 더 이상 회복을 하지 못하게 된 미우라였다.

그래서 왼손이 없는 상태였다.

놈의 왼손은 여전히 없었다.

당연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히든 능력치 재생력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이었다.

"으흐흐! 흐흐! 하하하!"

아귀장이 안내한 곳으로 가자 미우라가 누운 채로 웃고 있었다.

"늘 저런 상태입니다. 억지로 데려다 노동을 시키면 겨우 그 일을 해낼 뿐입니다."

<바보가 된 건가? 놈이 그럴 일이 없는데? 시스템이 가만두지도 않을 거고.>

시스템에게 질문을 한다고 해도 분명 알려주지 않을 것이었다.

"먹는 것은?"

"먹는 것도 하루에 겨우 한 끼를 먹을 뿐입니다. 그것도 누군가가 챙겨줘야 먹습니다. 죽이지는 말라고 하셔서 한 끼는 제가 직접 확인하고 있습니다."

"그래. 죽지는 않게 해."

"알겠습니다."

미우라는 보통 놈이 아니었다.

시스템이 이대로 놈을 포기하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라도 놈은 살려두어야 했다.

내가 놈의 마나통을 소유하고 있으니 더더욱 살아있어야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아귀장이 미우라를 슬쩍 보더니 작은 목소리로 뭔가를 말하려고 했다.

"나가서 이야기하지."

내가 아는 미우라라면 우리가 하는 이야기를 모두 듣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서 아귀장을 데리고 멀찍이 떨어졌다.

감각 능력치까지 모두 빼앗았지만 조심은 해야 했다

"이제 이야기해봐."

"저도 이해가 안 가는데 말입니다."

아귀장이 말을 할 듯 말 듯한 태도를 취했다.

"그냥 말해. 답답하니까."

"예! 아니 미우라 저놈이 밤마다 이상한 행동을 합니다."

"어떤 행동을 하는데? 낮에는 저러고 누워 있다며?"

"그렇습니다. 낮에는 저러고 누워있는데 밤이 되어 모두가 잠이 들면 일어나서 돌아다닙니다. 물론 관리구역 밖으로 나가지는 않습니다."

"그걸 가만히 뒀어?"

"가만히 두다니요. 묶기도 하고 때리기도 했죠. 그런데 풀어두기만 하면 다시 그런 행동을 반복합니다. 그럴 때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귀신이 들린 것 같다고···."

아귀장은 미우라가 귀신이 들렸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저놈 강한 놈이야. 감각도 좋고. 귀신같은 거 들릴 일 없으니까 안심하라고."

"누군가에 이야기를 하는데···. 그 내용이 살벌합니다. 다 죽이겠다는 말만 되풀이 합니다. 이러다 무슨 사고가 터지는 것은 아닌지···."

<놈의 상태가 심각한 것 같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관심을 소홀히 하면 안 돼!>

나호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귀장은 그 외에도 미우라가 간혹 보이는 괴상한 행동들을 이야기했다.

이를 종합해보면···

언제부터 미션을 받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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