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333화 (333/350)

333. 왜 그래?

"조심해! 그렇지! 살살! 조금 옆으로! 적당해! 좋아! 그대로 내려! 그렇지!"

작업반장의 소리가 힘찼다.

미우라에게 미션을 내리기 시작한 지 3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

늘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나름 모든 일이 잘 풀리고 있다.

<집사! 천기재가 역시 천재야! 기발하다고 해야 하나? 이걸 3개월 만에 만들어내네. 집사가 약간의 힌트를 제공했을 뿐인데 말이야.>

나호가 옆에서 침을 튀겨가며 천기재를 칭찬했다.

현재 나호는 하루에 두 시간 동안 실체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허상을 실체로'를 먹고 30분으로 늘어난 후 매일 1분씩 실체화 가능 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이었다.

이 덕분에 나호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문제들이 많이 해결되었다.

지금은 과수 던전에 '물품 보관함'을 설치 중이다.

단순히 물품을 넣어두는 곳이 아니라 보존까지 되는 제품으로 전생에는 재앙 이후 3년이 훌쩍 지난 후에 판매가 되던 제품이다.

물론 천기재가 만든 것으로 처음으로 과수 던전에 설치하고 있다.

"보기에는 컨테이너허고 똑같은디 저온 창고 같은 것이라고 혔제?"

만약고 어르신께서 자리를 잡고 있는 물품 보관함을 보시며 말씀하셨다.

"저온 창고보다 사용이 훨씬 편하실 거예요. 어떤 물건이든 넣은 온도로 보관이 된다고 생각하면 정확할 테니까요."

"그라게. 그것이 신기혀. 우리 마을 사람들은 특별헌 비용 없이 이용헐 수 있는 것이제?"

"개인 물품을 보관하는 것은 소정의 마나를 지불해야죠. 그래야 기재도 먹고 살죠."

"그라제. 요런 것을 맹글고 돈 한 푼 받지 못헌다먼 천불 터질 일이여. 챙겨줄 것은 챙겨줘야제."

만약고 어르신의 얼굴이 환했다.

벌써 물품 보관함에 넣을 것을 생각하고 계신 것 같았다.

"내는 물품 보관함이라고 혀서 작은 것인지 알았어. 그란디 널찍 허니 좋네. 저 짝에 설치되는 것은 우리 마을 공용이제?"

"맞아요, 저쪽은 개인 장비 등도 보관할 수 있어요. 그래서 물품 보관함이라고 했죠."

"그랴. 대단혀. 그란디 이런 중요헌 날에 기재는 왜 안 뵈기는 것이여?"

"던전 이동 수단을 만들어보겠다고 연구 중이잖아요."

"천재가 노력까지 헌다는 거제? 이리 설치되는 것이 보고 잡을 것 같은디···."

"보지 않아도 어떻게 구현이 될지 머릿속에서 다 상상이 된다고 하네요."

"연구허면서 질려서 그라나?"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저라도 보고 싶을 것 같은데 연구만 붙들고 있더라고요."

사실 천기재는 이곳에 오고 난 후 잠시 방황을 했었다.

그 많던 마나를 다 잃었기 때문이었다.

천기재는 서울에서 아빠를 치료하기 위해 치료 스킬을 사려고 했던 모양이었다.

상점에서 구매는 되는데 상태창에 등록이 되지 않자 반복해서 구매를 하다 마나를 모두 잃었다고 했다.

바보 같은 일이지만 절박하면 누구나 천기재처럼 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시도를 했던 천기재는 마나는 잃었지만 자신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했다.

자신의 특성을 파악하고 있던 천기재가 잠시의 방황을 마치고 다시 활동을 시작했을 때는 거침이 없었다.

마치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처럼 행동했는데 그것은 지금도 변함이 없었다.

"젊은 사람이 열심히 허는 것이 보기 좋기는 혀. 건강만 잘 챙기면 되제."

"어르신께서 매일 과일 보내 주시고 계시잖아요."

"스스로 챙겨 먹질 않으니 챙겨줄 수밖에···. 허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것이 얼매나 좋아. 거기다 특성까지 딱 떨어진다매? 좋은 일이제. 월평의 복이여."

"대한민국의 복이죠."

"그라제. 우리나라의 복이제. 젊은 사장도 그렇고, 기재도 그렇고···. 엘리스도 보통이 아니고···. 명성이도 어려도 보통은 넘고···. 또 그 누구더라···. 이름이 잘 생각이 안나구만. 아무튼 월평에는 인재가 많아."

<만약고 어르신이 최고인데···. 그나저나 만약고는 언제나 마나가 깃들라나?>

나호가 대기실의 만약고를 보며 말했다.

만약고에는 아직도 마나가 깃들지 않았다.

전생에는 미우라가 우리나라에 들어오고 난 후 알려졌으니 아직 시간이 있기는 하지만···.

"어르신도 빼놓을 수 없어요."

"내가 인재란 소리여? 말도 안 되는 소리여! 석박사가 천지인 곳에서 나 같은 무지렁이가 인재라니···. 남들이 들으먼 욕혀!"

누가 듣기라도 했을까 걱정이 되시는지 주위를 둘러보시는 만약고 어르신이었다.

"아참! 요즘 손자분이 많이 변한 것 같던데요?"

"변허기는···. 아즉 멀었어. 내가 주는 마나 때문에 쪼까 변헌 것처럼 보일 뿐이여. 게으른 천성이 어디 가것어? 답답헐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여."

만약고 어르신은 과수 던전은 물론이고 월평 마을에 있는 모든 던전의 농사를 총괄하고 계신다.

그래서 어르신께는 매일 적지 않은 마나를 지급하고 있다.

그 마나 중 일부를 손자에게 주시는 것 같은데 사실 그것보다 손자가 노린 것은 따로 있었다.

요즘 만약고 어르신은 던전을 믿을 만한 사람에게 맡기고 계셨다.

던전의 농사를 총괄하는 자리가 적지 않은 힘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서로 맡고 싶어했다.

그래서 손자도 어르신께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확실히 변했어요."

"쪼까 변하기는 했제. 허지만 아즉 멀었어. 그놈이 자리를 탐허는 것이 훤히 보여서···. 내 새끼들이지만 어찌 속아지가 그 모양인지 모르것어. 순수허니 좋아하고 열심히 허먼 얼매나 좋아. 기재나 젊은 사장처럼 허먼 좋을 텐디 말이여."

어르신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손자를 생각하니 한숨부터 나오시는 것이었다.

"변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잖아요. 운동성이 있는 것은 뭘 해도 해요."

"젊은 사장이 허는 말이 뭔 말인지 알기는 허는디···. 젊은 사장 같으먼 좋을 것인디···."

만약고 어르신이 내 손을 쓰다듬으시며 말씀하셨다.

거칠지만 정감이 가는 손이었다.

꼬물!

^만약고 어르신은 손자보다 더 좋아해요.^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팀장님! 다 됐습니다."

그때 물품 보관함의 설치를 담당했던 책임자가 설치가 완료되었다는 말을 했다.

"고생하셨습니다."

"고생이랄 것은 전혀 없었습니다.자리를 잡는 것만 하면 되는 것이어서···."

책임자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수줍음이 유난히 많은 사람인데 함께 산지 벌써 여섯 달이나 되었는데도 눈을 마주치는 것을 버거워했다.

"천 팀장이 말하던 것처럼 잘 설치가 되었네요."

"먼저 들어가 보시죠."

책임자가 손짓을 하며 말했다.

"그랴. 어여 열어 봐. 어찌 생겼는지 궁금허니께."

<전생의 것과 똑같은 것을 만들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완전히 달라. 이 점은 정말 의외야.>

'그러게. 뭔가 천기재를 자극한 것이 있었겠지.'

화순 던전에 있는 물품 보관함을 보았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시스템이 팔았던 물품 보관함보다 크고 사용하기 편하게 되어 있었다.

컨테이너처럼 보이는 물품 보관함을 열었다.

"안이 훤허네. 훤혀! 워따매 좋구만. 선반까정 설치를 해두었구만. 탈부착이 가능허도록 혔네. 골방에 앉아서 연구만 허는 것 같은디 이런 것이 필요헌 것은 어찌 알았을까? 천재들은 확실히 달러."

다양한 용도로 사용이 가능하도록 설계가 되어 있었다.

크기도 커서 마을 공용으로 사용하기 좋았다.

"어르신께서 이런 선반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고 하던대요?"

"내가? 그런 말을 헌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허구만. 아무튼지 잘 맹그랐어. 여기에 마정석이 들어간다고?"

"예. 저기에 들어가요."

"인자 마정석이 에너지원이 되것구만."

만약고 어르신은 머리가 비상했다.

"더 높은 등급의 마정석을 구할 수 있으면 좋죠."

책임자, 만약고 어르신과 함께 물품 보관함을 둘러보고 있는데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오빠아! 오빠아!"

<아이고 귀 떨어지겠네. 노엘은 뭘 먹는데 이렇게 목청이 좋은 거야?>

"오빠! 나 안 보고 나가려고 했지? 피이이!"

"왔어. 우리 노엘!"

"말만 우리 노엘이잖아. 맨날 나 떼어놓고 다니면서!"

"위험한 곳이 많아서 그래."

"그래도! 삼 일에 한 번이라도 나 데리고 던전 다녀줘야 하잖아. 약속했으면서!"

"그건 오빠가 미안! 오늘 던전 함께 갈까?"

"와아! 정말? 그럼 횡성에 있는 던전에 가자! 나 거기 좋더라."

<우리 노엘 영악한 거 봐.>

나호가 노엘이 귀여워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거긴 너무 위험한데···."

"뭐가 위험해? 오빠랑 있으면 어디든 안전해. 오빠! 가자!"

노엘이 소맷자락을 잡아 흔들며 말했다.

우연히 치악산 던전을 한 번 가보고는 그 뒤로는 치악산 던전 만을 고집하고 있었다.

치악산 던전은 좀비와 귀신같은 것이 몬스터로 나오는데 그것이 묘하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모양이었다.

"댕겨와."

"정리를 도와드려야 하는데···."

"이런 일까정 젊은 사장이 헐 필요는 없제. 밑에 사람들 다 놀리먼서 젊은 사장이 다 하려고 허먼 안 되제."

"밑에 사람이라는 표현은 좀···."

"밑에 사람은 밑에 사람이제. 이 정도는 괜찮혀. 시방 월평 같은 곳은 없어. 이 정도면 양반이여. 우리 월평 길드처럼 수평적인 조직도 드물고."

그동안 마을 정비뿐만 아니라 길드도 만들었다.

당연하게 길드의 이름도 월평으로 했고 월평은 우리나라 최초의 길드가 되었다.

지금은 우후죽순 길드가 만들어지고 있지만 말이다.

"오빠! 빨리 가자! 빨리!"

"우리 노엘이 한국에 살더니 한국사람 다 되었구나!"

"할아버지! 저 한국어도 잘 해요."

"그랴! 우리 노엘 똑똑허제."

"여기가 영국보다 훨씬 좋아요. 아빠도 행복해하고. 그런데 저 치악산 가는 것은 아빠에게 비밀이에요. 황삼 던전에 갔다고 전해주세요. 오빠 빨리 가자."

어르신에 제 할 말만 쏟아내고는 내 팔을 잡아끄는 당돌한 꼬마 아가씨였다.

못이기는 척 노엘을 따라 나와서 화순 던전으로 입장했다.

"오빠! 오빠는 검사도 하지 않으면서 내 라이터 또 빼앗았어. 짜증나!"

월평에 오고 난 후 치료수를 꾸준히 먹였더니 키가 훌쩍 자란 노엘이었다.

그래봤자 이제 다설 살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지만 말이다.

<둘이만 가려고?>

"한 번 쯤은 둘만 같이 가도 좋을 것 같아서."

"오빠! 나호랑 이야기하는 거야?"

"맞아."

"나호! 좋아. 보고 싶다."

"던전에 가면 보게 될 거야."

워프 게이트에 올라서서 강원도 횡성에 있는 치악산 던전에 간다고 말하려고 할 때였다.

"오빠! 이번에도 난이도는 최저야?"

"네가 함께 갈 때는 어쩔 수 없어."

"나 이제 많이 강해졌어. 그러니 최저는 싫어. 중간까지는 올려주면 좋겠어요!"

안 되겠는지말까지 높이는 노엘이었다.

뮤! 뮤! 뮤!

^강한 아이야. 난이도가 조금 더 높아도 괜찮을 것 같다.^

꼬물!

^강하지. 마음이 특히! 노엘은 정말 놀라운 아이야.^

꼬물이까지 노엘을 칭찬했다.

월평에 오고 노엘은 단숨에 모두의 관심을 받았다.

여섯 살에 각성자이니 당연했다.

가장 많이 놀란 것은 노엘의 아버지 존이었지만 말이다.

어쨌든 노엘은 월평에 오고도 단 하루도 사냥을 쉬지 않았다.

처음에는 약속대로 과수 던전에서만 사냥했고 사냥한 마나로 능력치를 올리고 스킬을 구매하고 난 이후에는 다른 던전도 다니고 있다.

"중간까지 올리기는 그렇고 난이도 6으로 하자. 이것도 엄청난 거야."

"알겠어요.이 정도에서 만족해야죠. 하지만 다음 달에는 꼭 5에 도전할 거에요."

"그래. 그때도 오빠가 데리고 갈게."

"좋아요! 어서 가요."

노엘은 민첩한 만큼 성격도 급했다.

난이도 조정까지 끝나자 그새 또 재촉을 했다.

워프 게이트를 조작한 후 강원도 횡성의 치악산 던전으로 이동했다.

번쩍하는 것과 동시에 치악산으로 이동되었다.

유일하게 난이도 조정이 가능한 던전이었고 성장의 발판이 되고 있는 곳이었다.

"도착했다!"

번쩍하는 것이 사라지자 노엘이 워프 게이트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노엘의 팔을 붙잡았다.

"오빠! 왜 그래?"

충분히 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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