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334화 (334/350)

334. 충분히 강해

워프 게이트 안에서도 밖이 느껴졌다.

감각 능력치를 올려두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 던전이기 때문에 더 강하게 느끼는 것이었다.

워프 게이트 밖에는 지금 몬스터들이 몰려 있었다.

그리고 그 몬스터의 대부분은 좀비였다.

"오빠! 좀비 나타난 거야?"

"맞아! 지금 좀비들이 이동 중이야. 조금만 있다 나가자."

"내가 없었으면 오빠 바로 나갔지?"

"그렇지. 하지만 네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은 하지 마!"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은 이제 하지 않아. 나도 충분히 도움이 되니까!"

노엘이 당당하게 말했다.

"그래. 나가면 바로 반반이의 등에 타는 거야."

"늘 그런 것처럼?"

"그렇지!"

"알겠어요. 그럼 이 무기를 꺼내야지."

여섯 살 아이의 인벤토리에서 나온 것은 쇠공이 달인 긴 쇠사슬이었다.

흐흐흐!

^나를 쥐고 흔들어도 좋은데···. 아쉽다!^

<너를 어린 아이가 만지면 큰일 나지. 혹시라도 노엘 유혹하지 마!>

흐흐흐!

^걱정하지 마라! 저렇게 어린 아이는 건드리지 않는다. 그리고 노엘은 그리 맛있지도 않다. 미우라가 가장 맛있는데···. 그놈 지금도 머리털 뽑고 있는지 모르겠네. 히히히!^

미우라가 생각난 것인지 흐엉이 웃음을 흘렸다.

매일 머리카락을 1234개씩 뽑고 있는 미우라였다.

그래서 미쳤다고 소문이 난 상태였다.

하지만 미우라는 남의 시선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머리카락을 뽑는 것에 열중하고 있었다.

흐흐흐흐! 흐흐흐!

뭐가 그리 좋은지 흐엉이 웃음을 계속 흘렸다.

그러더니 놀라운 이야기를 했다.

히히히! 흐흐!

^미우라는 그 미션을 절대로 달성할 수 없을 거다.^

<당연하지. 달성할 미션을 주지는 않지.>

흐흐!

^그 말이 아니다. 다 말해주면 재미없다. 어쨌든 미우라의 머리털은 버텨내지 못할 거다. 히히히!^

흐엉이 비릿한 웃음을 흘렸다.

뭔가 우리가 모르는 일이 있는 것 같았지만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나가자."

좀비 무리가 워프 게이트 앞을 지나가고 난 후에 바로 던전으로 나와서 노엘을 반반이의 등에 태웠다.

물론 나도 함께였다.

"오빠! 이 사냥 방식 참 편해. 이걸 오빠가 위치 에너지라고 했지?"

노엘이 바닥으로 쇠공을 떨어뜨리며 말했다.

어린 노엘이 자신의 머리만한 쇠공을 다루고 있었는데 이것은 인벤토리 덕분이었다.

위에서 떨어뜨린 후 인벤토리로 넣는다고 생각하면 귀속되어 있지 않지만 인벤토리로 들어갔다.

쇠사슬에 쇠공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데 이렇게 하면 근력이 약한 노엘도 충분히 D급 좀비까지는 처리가 가능했다.

"위치 에너지 맞아. 우리 노엘 정말 잘하네."

"잘 할 거야. 나 빨리 강해질 거거든. 그래야 우리 아빠 다리 뻗고 자지."

노엘은 참 효녀였다.

어린 아이인데도 늘 아빠를 우선적으로 생각했다.

"강한 것보다 안전한 것을 아빠는 좋아하실 거야."

"알고 있어요. 우리 아빠는 안전을 입에 달고 살아요. 그래서 함께 던전에 가는 것은 싫어. 아빠는 날 각성자로 인정하지 않아. 내가 마나도 더 잘 버는데···."

태평하게 이야기만 하고 있는 것 같지만 벌써 세 마리의 좀비를 잡은 노엘이었다.

마나가 들어온 것을 확인하고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마나 들어왔어?"

"들어왔어요. 아마 오빠보다 내게 더 많이 들어왔을걸!"

"그럴 거야."

사실 같은 등급의 몬스터를 잡으면 늘 내게 가장 많은 마나가 들어온다.

특히 내 소유의 던전에서는 더더욱 그러했다.

그런데 이런 사실을 모르는 노엘은 자신에게 가장 많은 마나가 들어온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노엘을 만나기 전에는 몰랐던 사실인데 같은 몬스터를 잡으면 시스템은 어린 노엘에게 가장 많은 마나를 지급했다.

나름의 배려였다.

"헤헤! 내가 아빠보다도 더 마나를 잘 벌어. 그런데도 아빠는 늘 내 걱정이라니까. 이렇게 잘 잡는데···."

그렇게 말하며 좀비를 잡아내는 노엘이었다.

여섯 살 아이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오빠! 오늘은 소환수들 안 나와요?"

"보고 싶어?"

"보고 싶죠. 너무 멋있잖아요. 쪼롱이도 보고 싶고."

"쪼롱이는 지금 여기 없어."

"어? 왜요? 오빠랑 절대 떨어지지 않잖아요?"

"나쁜 사람 잡으러 갔어."

"아!"

어린 노엘이 이해했다는 표정을 짓는 것은 참으로 귀여웠다.

어린이 집에서 고무공을 가지고 놀고 있을 나이에 쇠공을 잡고 몬스터를 잡으면서 해맑게 웃고 있었다.

이게 간혹은 슬프게도 느껴지지만 노엘과 둘이 있을 때는 너무도 자연스러웠다.

이렇게 잘 성장할 수만 있다면 각성을 빨리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노엘은 똑똑해. 분명 차세대 리더가 될 거야.>

이렇게 어린 나이에 각성을 했는데 안정적으로 성장까지 하고 있었다.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떤 나쁜 놈을 잡으러 갔어요?"

"으음! 이해할 수 있으려나?"

"지금은 이해하지 못해도 자꾸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어요. 그러니 이야기해주세요."

"그래. 이야기해줄게."

3월에 찾기 기능을 통해 천기재를 찾았다.

3월에는 세 가지를 찾을 권리를 받았는데 그 중 두 개는 꽝이었다.

하나는 만약고에 마나를 깃들게 하는 방법을 찾았는데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말을 들었고 다른 하나는 '김도하'라는 사람을 찾았는데 이것도 비슷한 말을 들었다.

내가 생각하는 김도하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이름을 잘못 기억하는 것 같은데 권능 기억에도 김도하라는 가명만 존재할 뿐이었다.

가명으로도 사람을 찾게 해주면 좋은데 시스템은 그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3월 이후로는 한 달에 단 하나만 찾을 수 있었는데 모두 사람을 찾았다.

전생에 은혜를 입은 사람이었다.

다행히 4월과 5월에는 실명이어서 쉽게 찾아서 월평에 입주를 시켰다.

그리고 6월인 이 달에는 원수를 찾았다.

전생에 친일 매국노 중 가장 앞자리에 서 있었던 놈!

그의 이름은 '이완원'이었다.

때려죽여도 시원찮을 놈인데 이놈은 이번 생에도 대변혁 이후 자취를 감추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미리 비리를 폭로해서 대변혁 이전에 이미 판사는 아니었다.

하지만 분명 이놈은 이번 생에도 '판사(板捨)!'로 각성했을 것이 분명했다.

전생에 이완원은 판사(判事)가 아닌 판사(板捨)로 각성했다.

널빤지 '판'에 버릴 '사'자를 쓰는 판사라는 직업을 가진 것이었다.

본인마저도 이 직업이 의미하는 바를 처음에는 알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미우라는 이 직업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전생에 이완원을 중용했다.

그리고 이완원이 미우라의 옆에 선 순간 놈은 날개를 단 듯 활개를 쳤다.

그의 직업은 이간질을 하는 것이었다.

끊임없이 분란을 일으켜야 성장하는 직업이었던 것이다.

이런 직업을 가진 사람이 있으면 어떤 조직이든 온전할 수 없었다.

"그러니까 나라를 팔아먹은 사람을 잡으러 갔다는 말이네요?"

"맞아! 높은 산에 숨어 있어서 쪼롱이가 데리고 나올 거야."

흐흐흐!

^동행하고 싶었는데···. 내가 묶으면 어떤 놈이든 꼼짝 할 수 없는데···. 주인에게서 멀어질 수 없으니···. 너무 아쉽다!^

흐엉은 적당히는 내게서 떨어질 수 있지만 너무 멀어졌다 싶으면 돌아와 버렸다.

흐엉과 내가 모두 원해도 이것은 변함이 없었다.

"나중에는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도 있을 거야. 그러니 풀 죽을 필요는 없어."

흐흐!

^나는 기죽지 않는다! 자아를 가지고 있는데 왜 기가 죽나? 놈을 옥죄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나쁜 놈은 맛있는데 아쉽다. 먹고 싶다.^

흐엉은 늘 당당하고 지금처럼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는 것을 서슴지 않았다.

늘 누군가에게 고통을 가하는 것을 좋아했는데 이런 성향은 쉽게 변할 것 같지 않았다.

"그 사람은 어떻게 할 거예요?"

노엘이 쇠공으로 좀비를 때려잡으며 물었다.

크아아악! 크아악!

캬아아아악! 캬아각!

좀비들이 시끄러운 소리를 냈다.

그런데 나라마다 좀비들의 냄새가 조금씩 달랐다.

땅이 달라서 그런지 아니면 생전에 먹고 살았던 음식에 따라 다른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아귀세상으로 보낼 거야."

"감옥!"

"맞아. 우리 노엘은 잘 잊지 않는구나?"

"잘 기억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죽을 수 있어요."

노엘은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처럼 말했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싸했다.

갑자기 세상이 변했다는 느낌이 확 든 것이었다.

"친구들과는 잘 지내지?"

"잘 지내요. 친구들이 모르는 것도 제가 잘 가르쳐주고 있어요."

세상이 변했으니 배우는 것도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변한 세상에 대한 정보를 가르치고 있는데 노엘이 보조 교사 역할을 톡톡히 한다고 했다.

직접 경험한 아이가 있으니 어른들이 가르치는 것보다 효과적이었던 것이다.

이후로도 종종 이야기를 하면서 던전을 클리어 했다.

노엘이 잡은 좀비는 자그마치 43마리였다.

"오빠! 내가 오는 번 마나가 얼마인지 알아?"

"그런 것은 얘기하지 않는 것이 좋아."

"오빠에게는 해도 좋은데···."

"대강은 알고 있으니까 말하지 마. 습관 돼!"

"피이이! 오빠는 걱정이 너무 많아."

"걱정이 많은 것이 아니고 조심성이 많은 거야."

"그게 그거지."

말은 이렇게 하지만 노엘은 자신이 번 마나를 말하지 않았다.

내 말을 정확하게 이해했다는 의미였다.

자랑하고 싶은 마음은 알지만 늘 조심해야 했다.

변한 세상은 이전의 세상보다 더 날 것이기 때문이었다.

"대신 오빠가 스킬에 대한 것은 조언해줄게."

"어제 산 거?"

"그래. 네가 어제 산 '질주'"

노엘의 스킬은 모두 민첩에 집중되어 있었다.

위험을 피하기 위해 노엘 자신이 처음 개방한 능력치가 민첩이었는데 이것이 노엘의 특성과 잘 맞아 떨어진 것이었다.

<사실 노엘은 암살자에 가까워.>

차마 여섯 살 아이에게 권하지는 못하지만 노엘은 암살자나 도적이 어울렸다.

지금도 소리 없이 움직이면 누구도 노엘의 움직임을 눈치 채지 못했다.

'혹시라도 노엘에게 그 말은 하지 마!'

소환수들만 들을 수 있도록 말했다.

<에이. 내가 바보야? 절대 말하지 않지. 존이 알면 아무리 내가 집사의 소환수라도 때려죽이려고 할 거야. 존이 노엘을 얼마나 아끼는지 알지?>

'알지.'

존은 세계 최강 딸 바보였다.

애지중지하는 딸이 각성했다고 했을 때는 세상을 잃은 듯한 반응을 보이더니 지금은 어깨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은 상태였다.

노엘이 스스로 너무 잘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노엘의 뒤만 졸졸 따라다니며 노엘의 경호원을 자처했다.

늘 노엘을 놓치지만 말이다.

<노엘이 평범한 직업을 가지게 되면 존과 함께 사냥을 다녀도 좋은데.>

'안 돼! 그러다 자칫 사고 나! 노엘과 존이 함께 사냥하는 곳은 앞으로도 과수 던전만이야.'

노엘이 각성한 것을 알고난 후 노엘과 존은 종종 함께 사냥을 다녔다.

그러다 몇 번이나 위험에 처했다.

매번 비슷한 사고였다.

그런 일이 두 번 반복 됐을 때 과수 던전으로 한정을 해버렸다.

과수 던전은 난이도가 낮은 던전이기 때문에 사고가 나더라도 피해가 크지 않았다.

존은 불만스러워했지만 받아들였다.

자신의 과잉행동으로 노엘까지 위험에 빠뜨릴 뻔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빠! 이 던전은 언제 또 올 거야?"

"왜? 또 동행하게?"

"또 동행해야지. 그래야 빨리 강해지지. 나 빨리 오빠처럼 강해지고 싶어."

노엘은 강해지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아빠 때문이라고 했지만 대변혁의 날 엄마를 잃은 것이 더 영향을 끼치는 것 같았다.

"노엘은 지금도 충분히 강해. 그리고 앞으로도 강해질 거고. 그러니 서두를 거 없어."

"······."

노엘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싸리나무가 주원료인 환을 먹었다.

꾸준히 먹으면 근력을 키우는데 도움을 주는 약이었다.

강해지고 싶다는 것을 감추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때 꾸루에게서 정보가 전달되었다.

쪼롱이와 이완원을 잡으러 갔는데 아마 산 아래까지 내려온 모양이었다.

"오빠! 어디 갈 거예요? 나도 따라가고 싶은데···. 얌전히 있을게요."

죄 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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