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5. 죄 값
이완원을 잡는 곳에 노엘을 데리고 갈 수는 없었다.
"꼬마 아가씨는 마나로 만족하면 안 될까?"
"피이이! 오빠가 그렇게 말하면 내가 고집을 부릴 수 없잖아."
노엘이 귀여운 목소리로 말했다.
"가자. 아참! 아직 능력치를 사면 안 돼. 마나만 잃을 수 있어."
"오빠가 지난번에 말했잖아. 잘 기억하고 있어."
어리지만 노엘은 각성자였다.
자신의 마나 관리를 기가 막히게 잘 했다.
노엘과 워프 게이트를 통해 월평으로 돌아왔다.
"나 혼자 와도 되는데···. 마나 아깝게."
"네 안전을 위해서니까 아깝지 않아."
"내가 엉뚱한 곳으로 갈까봐 같이 이동한 거잖아."
"정확하게 알고 있네. 워프 게이트가 편리하지만 이동할 때는 늘 신중해야해."
"알고 있어요. 너무 난이도가 높은 던전으로 잘못 이동하면 죽을 수도 있어요."
"맞아. 워프 게이트를 이용할 때는 돌아올 마나를 확보해 두는 것이 좋아. 미리 왕복권을 사두면 더 좋고."
노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벌써 여러 번 설명을 한 것이지만 노파심에서 자주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워프 게이트는 분명 편리한 물건이지만 그만큼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오빠! 나 퇴장할게. 바로 과수 던전으로 갈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조심히 다녀와!"
노엘이 손을 흔들며 워프 게이트에서 멀어졌다.
<어떨 때는 마냥 어린데 어떨 때는 애늙은이 같아.>
"변한 세상을 살아가는 아이들이 다 그렇지."
노엘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다가 워프 게이트를 이용해서 이동했다.
우리가 이동한 곳은 서울이었다.
이완원이 북한산에 숨어있었기 때문이었다.
꾸!
꾸루가 직접 보낸 정보에는 괴이한 몰골의 사람들이 고개를 푹 수그리고 있었다.
<이완원과 함께 있던 사람들 같은데?>
나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이완원만 잡아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와 함께 있던 사람들까지 잡아 왔기 때문이었다.
"나쁜 놈들일 거야. 그렇지 않으면 잡아 오지 않지."
꾸루와 쪼롱이가 있는 곳은 인적이 드문 곳이었다.
사실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곳이라고 하더라도 상관은 없었다.
서울 던전에서 나와서 북한산을 향해 달렸다.
물론 반반이를 탄 채였다.
사람들이 놀라기도 했지만 의외로 반반이를 알아보는 사람도 있었다.
북한산 자락에 도착하자 꾸루가 먼저 날아왔다.
꾸!
^열세 명을 잡아놨어요. 이완원과 함께 있던 사람들인데 하나같이 나쁜 놈들이었어요.^
"잘했어."
꾸!
^이쪽이에요.^
꾸루가 안내를 했다.
<집사! 저것 봐!>
나호가 가리킨 것은 매듭이었다.
옷의 일부를 풀어서 매듭을 지은 것이었는데 그걸 본 순간 눈살이 찌푸려졌다.
'대변혁 초기에 태동했다고 하더니 이때부터 시작이 된 모양이네.'
나호만 들을 수 있도록 심상으로 이야기했다.
<이 사람들이 전부일까?>
'알아봐야지. 이 사람들이 전부여야 하는데···. 그나저나 이완원이 '매듭교'와 관계가 있는 줄은 몰랐네.'
대변혁 이후 사회 혼란을 야기하고 문제를 일으켰던 것 중 하나는 종교였다.
특히 대변혁 이후 새롭게 나타난 종교들이 문제였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매듭교였다.
매듭교는 대외적으로는 이상적인 종교였다.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콩 반쪽도 함께 나누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수없이 많은 문제를 양산했다.
차후 매듭교의 문제가 수면 위로 떠 올랐을 때는 이미 너무 많이 퍼져있어서 손을 쓸 수 없었다.
<지극히 정치적인 종교집단이었으니 연관 지어 생각했을 법한데···.>
'의심하는 사람은 많았는데 매번 잘 피해 갔지. 이완원을 쫓다 매듭교까지 만났으니 대어가 낚인 거지.'
"도와주시오. 여기 몬스터들에게 잡혀서 옴짝달싹도 못하고 있소!"
놈들에게 다가가자 이완원이 말했다.
<제 놈이 지금도 판사라고 생각하는 건가? 도움을 청하는 놈이 하소체를 쓰네. 어이가 없어서!>
나호가 어이없어 했다.
그 사이 이완원의 말은 이어졌다.
"나를 도와주면 후회하지 않을 거요. 나 각성자거든. 각성자가 뭔지는 알죠? 각성자 중에서도 나는 특별합니다. 이 몬스터를 처리하는 것만 도와주······."
이완원이 주위를 둘러보며 말하는 속도를 높였다.
사냥조를 의식하는 것이었다.
그 순간 쪼롱이가 내 어깨에 내려앉았다.
"어? 다, 당신! 뭐야! 그 몬스터!"
쫑!
^이렇게 귀여운 몬스터도 있나? 기분 나쁜 놈이야.^
"어어어···! 저리 가! 저리!"
쪼롱이가 살짝 위협을 하자 지랄발광을 하며 뒤로 물러나는 이완원이었다.
<저렇게 겁이 많은 놈이 전생에 그렇게 많은 사람을 해쳤지.>
'그래서 직접 하지 않았잖아. 제 동생 완구를 이용했지.'
<그 장난감! 미우라와 완원의 사냥개!>
이완원은 미우라와 비슷한 면이 많았다.
"당신 몬스터를 부리는 거야? 몬스터의 편에 선 것은 아니겠지? 그렇다면 용서할 수 없어!"
가르고 나누는 것을 직업으로 삼은 놈 아니랄까봐 니 편 내 편을 나누고 있었다.
"몬스터를 부린다면 어쩔 건데?"
"인간이 몬스터와 한통속이 돼서 이득을 취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오!"
여전히 이완원은 자신이 누군가의 위에 서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말투가 거만하기 짝이 없었다.
"너보다는 낫겠지."
"나를 얼마나 안다고 감··· 함부로!"
이완원은 '감히'라는 말을 하려다 차마 하지 못했다.
사냥조들의 기세가 장난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널 괜히 잡아들였겠어?"
"뭐?"
"지난 한 달간 널 지켜봤어. 그 결과가 어떨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사실 이놈을 찾고 지켜본 것은 정확하게 일주일이었다.
전생에 악인이라고 해서 무작정 잡아들일 수 없어서 전령조를 붙여두었는데 전생과 다를 바가 없었다.
아니 어쩌면 전생보다 더 악랄해진 놈이었다.
대변혁 전에 판사직을 그만두어야 했던 것이 한(恨)이 된 듯 행동한 놈이었다.
"한···, 한 달?"
놈의 눈이 바쁘게 움직였다.
<왜 저래! 저놈 그 전에 나쁜 짓 저지른 거 아니야?>
'아무래도 그런 것 같네. 한 달이라는 말에 유난히 신경을 쓰는 것을 보니···.'
"나는 잘못한 거 없어! 그리고 잘못한 것이 있다고 해도 네가 무슨 권한으로 나를 잡는데?"
"권한 같은 거 필요 없어. 네가 죽인 사람이 한둘이 아니잖아! 그러니 감옥으로 가야지."
"감옥! 내가 왜! 내가 왜 범죄자 소굴로 들어가야 하는데!"
조금 전까지 체면이라는 것을 생각하던 놈이 갑자기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기 시작했다.
감옥이라는 말이 놈을 폭발시킨 것 같았다.
<지가 잡아넣은 놈들이 있는 곳으로 들어간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이완원은 대변혁 전의 교도소를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보니 교도소들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다.
전생에도 교도소와 관계되서는 특별한 일이 없었고 이번 생도 마찬가지여서 잊고 있었다.
교도소를 생각하니 일본의 구치소에 갇혀 있을 원미가 생각났다.
"너는 그놈들보다 더한 놈이잖아. 아니야?"
"내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얼마나 헌신했는데···."
"헌신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네가 했던 행동들 읊어줘?"
"······."
<최소한의 양심은 있다는 건가?>
'어떤 것이 나올지 겁이 나는 거야.'
<아!>
꼬물!
^이 사람 이상한 거 하려고 해요. 스킬 발동 같은데 정말 이상해요.^
꼬물이가 조금은 고통스러워하며 말했다.
뮤! 뮤! 뮤!
^악취가 이렇게 심한 사람은 처음이다.^
"스킬 발동하려고 했지? 스킬 발동하지 마!"
"스킬은 무슨···."
이완원의 눈이 비릿하게 웃고 있었다.
자신의 스킬이 발동하면 내가 아무 힘도 쓰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 순간 시스템 메시지가 들렸다.
[띠링! 정신계 스킬의 영향권 안에 들어갔습니다. 상태이상저항으로 영향권에서 배제됩니다.]
스킬을 사용하지 말라고 했는데 한 모양이었다.
"스킬 사용하지 말라고 했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너 정신 이상자야? 왜 갑자기 스킬 타령이야?"
이완원이 함께 잡혀 있는 놈들을 보며 말했다.
스킬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나를 미친놈으로 몰 생각인 것 같았다.
"네 스킬이 뭔지 아니까 하지 말라고!"
[띠링! 정신계 스킬의 영향권 안에 들어갔습니다. 상태이상저항으로 영향권에서 배제됩니다.]
[띠링! 정신계 스킬의 영향권 안에 들어갔습니다. 상태이상저항으로 영향권에서 배제됩니다.]
[띠링! 정신계 스킬의 영향권 안에 들어갔습니다. 상태이상저항으로 영향권에서 배제됩니다.]
<겁을 상실한 거야? 아니면 멍청한 거야? 이 상황에서 말을 듣지 않으면 어떤 꼴을 당하게 될지 모르는 건가?>
"그러게. 죽고 싶은가 보네."
"이것 봐. 이놈! 분명 정신이 이상한 놈이야. 몬스터도 부리는 것 같고. 여러분! 사악한 인간입니다. 때려잡···."
호기롭게 말을 하던 이완원의 입이 다물어졌다.
자신들의 상황이 그제야 눈에 들어온 것 같았다.
꼬물!
^바보에요. 완전 바보! 과거의 영광에 사로잡힌 바보!^
이완원은 판사로 잘 나가던 과거에 머물러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놈을 이대로 둬서 좋을 일이 없었다.
"도뮤야! 이놈들 다 묶어."
사냥조들에게 의해 충분히 제압이 되어 있지만 아귀세상으로 보내려면 야무지게 묶을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묶는 것은 던전 도깨비들이 잘했다.
흐어어엉! 흐엉!
^내게 시켜준다고 했잖아! 이런 일은 나보다 잘 할 수 있는 존재는 없다며! 왜 나를 배제하는데? 왜?^
도뮤에게 놈들을 묶으라고 했더니 흐엉이 울음을 터트렸다.
절대 울지 않을 것 같은 녀석이 울음을 달고 살았다.
"도뮤에게는 입을 막으라고 한 거야. 저놈들 가는 동안 시끄러울 것 같아서."
흐흐흐!
^제가 묶으면 그런 것까지 조절할 수 있어요. 그냥 제게 다 맡겨주세요.^
"그래. 그럼 편할 대로 해!"
히히히! 히히!
^확실하게 보여줄게요.^
손바닥에서 쑤욱 빠져나오면서 말하더니 단숨에 열세 명을 굴비 엮듯 묶어버렸다.
"윽! 푸, 푸러줘어어어!"
이완원이 반쯤 풀린 입으로 겨우 말을 했다.
눈동자까지 색을 잃은 것이 미우라와 비슷했다.
"감옥으로 갈 테니 조용히 따라와!"
"시러! 시어어! 네가 뭔데에에!"
발음이 새서 겨우 알아들을 수 있게 말을 하는 이완원이었다.
<흐엉의 쇠사슬의 위력이 장난이 아닌 것 같아.>
'강탈 스킬을 가진 미우라까지 제압한 녀석이야. 이완원 정도야 아무것도 아니지.'
음머어어!
반반이가 대기실에서 나왔다.
이제 굴비 엮듯이 엮긴 놈들을 데리고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워프 게이트를 이용해서 아귀세상으로 갈 생각이었다.
철퍼덕!
가장 앞에 서 있던 이완원이 바닥에 넘어졌다.
누구도 건드리지 않았는데 스스로 넘어진 것이었다.
그러더니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아악! 아아아악! 으으으으! 으음!"
소리를 지르는 것도 잠시 이내 소리를 지르지 못하고 신음만 흘렸다.
흐흐흐!
^아주 재미있는 놈이야. 잔머리를 쓰려고 하네. 공부 머리는 모르겠지만 잔머리는 영···. 참신하지 못해. ^
흐엉이 즐거워했다.
그러다 놈이 다시 야무지게 넘어져버렸다.
철퍼더어억!
"으아아악! 억!"
"아야!"
"어!"
놈이 넘어지자 굴비 엮듯 엮여있던 놈들도 연달아 넘어졌다.
열세 명 중 서 있는 사람은 절반도 되지 않았다.
히히히!
^넘어지는 거 좋아하니 넘어뜨려 줘야지. 히히!^
흐엉이 고의로 넘어뜨린 것이었다.
이완원이 고개를 확 들었다.
그러더니 노려보았다.
꼬물!
^지금 누굴 노려보는 거야? 눈깔 빠지고 싶나?^
살벌한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한 꼬물이가 대기실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뿌리 하나가 이완원의 눈앞에 멈추었다.
깜짝 놀란 이완원이 뒤로 물러났다.
"어떤 의도로 넘어졌는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통하지 않아. 널 용서할 생각도 없고. 한 번만 더 까불면 이대로 던전에 던져줄 테니까 알아서 행동해."
던전에 던진다는 말에 놈의 얼굴에 두려움이 어렸다.
대변혁 이후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이었다.
"던전은 특별히 네가 애용하는 곳으로 해줄게. 어때 맘에 들어?"
이완원이 거칠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목 부러지겠다. 최소한 제 놈이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는 아나 보네.>
'지은 죄 값은 받아야지.'
이완원을 포함한 열세 명은 아귀세상으로 옮겨져 죄 값을 치를 것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의 생활은 생각보다 힘겨울 것이었다.
일본인의 마나통 싹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