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339화 (339/350)

339. 우리 던전이야!

"사려줘어어! 사려어어···."

흐엉의 쇠사슬에 묶이고도 제정신을 유지하는 놈은 지금까지 없었다.

이놈들도 마찬가지였다.

쇠사슬에 묶인 순간 침을 질질 흘리며 눈이 풀렸다.

아이들을 어디로 잡아갔냐는 말에 무언가 말을 하는데 도통 알아들을 수 없어서 다시 질문을 했는데 그 순간 푹 쓰러져버렸다.

히극! 히극!

^너무 맛있는 놈들이어서 힘 조절에 실패했어요. 죄송해요.^

흐엉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 꼬물아!"

꼬물!

^우리 던전이라고 했어요. 아마 이놈들이 관리하는 던전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 그건 히카루에게 물어보면 알겠지."

건물 밖으로 나와서 히카루에게 묻자 히카루가 곧 울 것 같은 표정이 되었다.

"이쪽이에요. 건물에는 아무도 없어요?"

히카루가 묻는 것은 아이들이었다.

"없어. 모두 확인했어. 어서 가자."

"그런데 저건···."

줄줄이 묶여서 끌러오는 놈들을 보며 하는 말이었다.

"신경 쓸 거 없어."

반반이가 히카루가 말하는 방향으로 달리는데 히카루는 자꾸 뒤를 돌아보았다.

<믿어지지 않나보다.>

'공포의 대상이었으니 당연한 반응이지.'

<저놈들 중에서는 각성자는 없는 거야?>

'네 눈에는 보이지 않는 거야?'

나호는 내가 볼 수 있는 것은 모두 볼 수 있었다.

내 영혼에 묶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순식간에 지나가서 그런지 보지 못했어. 히카루를 봤을 때는 보였는데···.>

'내가 시야를 너무 빨리 돌렸던 모양이네. 저놈들 중 각성자는 여섯이었어.'

<여섯? 히카루가 겁을 먹을 만하네.>

백에 하나도 각성할까 말까한 일본에서 열세 명 중 여섯이 각성자였으니 엄청난 비율이었다.

"저기에요. 저기!"

이들 소유의 던전이라고 주장했던 곳은 어이없게도 내 소유의 던전이었다.

<이런 일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일본에서 먼저 시작되네. 한국에 워낙 많이 가지고 있어서 한국에서 이런 일이 먼저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인간들끼리 네 것, 내 것을 따지는 것은 사실 아무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던전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고 마나를 요구하는 일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었다.

이놈들도 이곳에서 그런 짓거리를 하고 있었다.

"몬스터다! 몬스터! 어? 형님들이 왜?"

던전 입구에서 입장객을 통제하고 있던 놈들이 질질 끌려오고 있는 놈들을 보며 하는 말이었다.

놈들은 반반이를 보고 겁에 질려 다가오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던전입구에서 물러서지도 않았다.

"드, 드, 들어갈 수 없어! 들어가려면 마나를 내!"

던전 입구를 지키고 있는 놈 중 하나가 되지도 않는 말을 했다.

"비켜!"

"여긴 우리 던전이야! 마나를 내지 않으면 입장할 수 없다!"

던전 입구에 몰려있는 사람들이 아니었으면 달아났을 놈들이었다.

하지만 던전 입장을 위해 몰려 있는 사람들 때문에 큰 소리를 치는 것이었다.

"흐엉아!"

히히히! 흐흐흐!

^아우! 좋아! 좋아! 좋아라아아! 다 잡을까요?^

흐엉이 노래 부르듯 말했다.

"한통속으로 보이는 놈들은 다 잡아!"

흐흐흐!

^알겠어요. 바로 잡을···.^

꼬물이가 다 통역하기도 전에 흐엉이 던전 입구를 지키고 있는 놈들을 묶어버렸다.

바닥으로 미끄러지듯 움직여서 단숨에 묶었기 때문에 놈들은 자신들이 묶일 때까지도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눈치 채지 못했다.

이제 흐엉에 쇠사슬에 묶인 놈들은 총 열일곱이었다.

놈들을 데리고 던전에 입장하려고 하자 던전 덩굴이 검사를 시작했다.

"바쁘니까 대충해줘."

그 순간 꼬물이의 뿌리가 나갔다.

던전 덩굴 앞에서 몇 번 뿌리를 흔들자 던전덩굴이 최소한의 검사만을 하고는 물러갔다.

<이제 꼬물이를 다들 아나봐. 뿌리만 흔들어도 도망을 가네.>

"잘된 일이지."

던전에 입장하자마자 대기실의 전령조들이 사방으로 날아갔다.

아이들을 미끼로 사냥을 하는 놈들을 찾기 위해서였다.

던전에 입장하고 5분도 흐르기 전에 꾸루에게 연락이 왔다.

마침 꾸루가 날아간 방향에 놈들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돌아온 소식이 그리 좋은 것이 아니었다.

"형? 왜 그래요? 혹시?"

변한 세상을 살아가는 아이들은 눈치가 발달할 수밖에 없었다.

히카루도 마찬가지였다.

내 표정만으로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느낀 것 같았다.

"형! 아니죠? 아니라고 말해줘요."

히카루가 울먹이자 반반이의 등에 타고 있는 다섯 아이들까지 울기 시작했다.

"혀어엉!"

"오빠아아! 울지 마아아! 무서워어어!"

아이들은 이불을 뒤집어쓴 채 눈물을 흘렸다.

그 모습이 더 가슴을 울렸다.

<집사! 죄책감 같은 거 느끼는 거 아니지?>

'잘못했다고 느끼지는 않지만 책임감 같은 것은 느껴지네.'

그동안은 이상하게 이런 모습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었다.

누군가가 일부러 가려버린 것처럼 말이다.

보고 싶지 않으니 보여도 보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달릴 거야. 안전벨트처럼 너희를 붙잡을 거야."

이불 위로 꼬물이의 뿌리가 아이들을 붙잡았다.

속도에 놀라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한 조치였다.

아이들을 붙잡고 나자 반반이가 달리기 시작했다.

엄청난 속도였다.

"으아아아악! 아악!"

"살려줘······."

"어어억! 어어···."

반반이가 엄청난 속도로 달리자 흐엉에게 묶인 놈들이 울부짖었다.

지금 내가 반반이 위에 앉아 있으니 놈들도 자연스럽게 반반이의 속도로 움직이게 되었다.

하지만 반반이의 등에 태워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놈들의 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거의 나네. 날아! 고생을 해봐야 지들이 무슨 짓을 저지른 것인지 깨닫지. 저 고생을 해도 깨닫지 못하려나?>

"깨달을 놈들은 아이들을 미끼로 이용하지 않아. 어떻게 사람을 미끼로 사냥을 할 생각을 할 수 있는지···."

뮤! 뮤! 뮤!

^원래 세상이 그렇다. 절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일들이 우리 주위에서 너무 많이 일어난다. 때로는 눈과 귀를 닫고 싶지. 하지만 그래도 오늘을 살아내야 하더라. 단 하루도 남이 내 삶을 살아주지 않더라고.^

도뮤가 철학자 같은 말을 했다.

오랜 세월을 살아온 도뮤 나름의 철학이었다.

터엉! 쿠우웅! 파아악!

흐엉의 쇠사슬에 묶인 놈들이 서로 부딪치며 내는 소리였다.

소리를 지르던 놈들 중 몇몇은 기절을 한 상태였다.

그런데도 놈들은 잘 따라오고 있었다.

사실 놈들이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가는 방향으로 따라오는 것인데 열일곱이나 되는 놈들이 줄줄이 달려서 무거울 줄 알았는데 전혀 무겁지 않았다.

이것도 흐엉의 기능 중 하나인 것 같았다.

하지만 이런 기능은 묶인 놈들에게는 고통 그 자체였다.

줄줄이 묶여 있었기 때문에 반반이의 움직임에 흔들리다 자기들끼리 부딪히는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팔, 다리, 어깨 등이 부딪힌 것은 그래도 괜찮은데 머리가 부딪힌 놈들은 기절하기도 했다.

기절하는 놈들이 늘어날수록 조용해져서 좋기는 했다.

음머어어어!

반반이가 멀리 보이는 사람들을 향해 울음을 토했다.

누구든 오금이 저릴 소리였다.

음머어어어어!

반반이가 다시 울음을 토하며 속도를 높였다.

아이를 미끼로 사냥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반반이가 놈들에게 거의 접근했을 때 반반이의 등에서 그대로 날아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놈을 차버렸다.

퍼어어억!

음머어어어!

발차기와 함께 반반이의 울음이 다시 토해지자 사냥 중이던 놈들의 몸이 굳었다.

놈들이 잡으려고 했던 늑대는 기회는 이때다 싶었는지 달아나려고 했다.

하지만 반반이의 기세에 눌려 제대로 걷지 못했다.

"누구?"

"······."

대답할 가치도 없는 놈들이었다.

퍼억! 퍽! 퍽!

"너! 너어어! 강대한!"

꾀죄죄한 여자 하나가 나를 보더니 소리를 질렀다.

<일본에서 저럴 여자는 박원미 한 명뿐인데···. 박원미 맞아?>

목소리부터 얼굴까지 도저히 박원미로 보이지 않았다.

'인형쥐의 인형이 되었기 때문인 것 같아.'

인형쥐의 인형이 된 사람들은 서서히 모습이 변해간다.

인형쥐가 원하는 모습으로 변한다고 하는데 그 모습은 도저히 인간이라고 부르기 어려웠다.

[각성자! 박원미! 29세. 인형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인형쥐를 죽이고 결투에서 이기면 마나통을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각성자! 34세. 쌍검을 사용하는 각성자입니다. 한 손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면 마나통을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각성자! 23세. 자긍심이 높은 여자입니다. 뺨을 연달아 열 대를 때리면 마나통을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각성자! 43세. 자신이 똑똑하다고 믿고 있는 남자입니다. 이 남자보다 더 똑똑하다는 것을 증명하면 마나통을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박원미와 함께 있는 놈들의 머리 위로 나타난 조건들이었다.

<집사! 왜 박원미만 이름이 나타나지?>

'이미 내가 이름을 알고 있기 때문 아닐까?'

대답을 하면서 히카루를 보자 히카루의 머리위로 나타나는 글씨에 이름이 추가되어 있었다.

<이름이 중요한 것은 아니니까. 그런데 조건이 다 제각각이네. 조금 귀찮겠네.>

'각성자니 이 정도는 까다로워야지.'

너무 쉽게 마나통이 팔린다면 억울할 것 같았다.

"야이 개새끼야아아! 내가 너 때문에 얼마나 개고생을 했는 줄 알아아아아!"

박원미가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려고 했다.

하지만 박원미는 내게 닿을 수 없었다.

나나 소환수들이 저지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박원미의 인형쥐!

즉 박원미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쥐가 박원미를 잡아세웠기 때문이었다.

<큭큭큭! 어디서 만났는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빨리 인형이 된 사람이 되었네. 전생에도 일본에서 가장 먼저 인형이 나왔나?>

"기억나지 않아."

"야이 씨벌놈아아아! 죽여 버릴 거야! 죽여 버릴 거라고! 어? 너 어떻게 여기 있어? 어떻게 여기 있냐고!"

박원미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내 눈에 박원미나 박원미의 인형쥐는 들어오지 않았다.

바닥에 엉망이 되어 쓰러져 있는 아이들이 들어왔을 뿐이었다.

"네가 아는 놈이야? 저놈 한국인이야? 너처럼?"

벌벌 떨면서도 한 놈이 목소리를 높였다.

"저놈이 내 원수야. 때려 죽여야 하는 놈!"

"한국에 있다고 하지 않았어?"

놈과 박원미가 떠들든 말든 상관하지 않고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그 무엇보다도 아이들을 구하는 것이 우선이었기 때문이었다.

<집사! 늦었어. 오기 전부터 알았잖아.>

나호가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죽은 아이들 사이에서 미약한 생명반응이 느껴졌다.

뭐라고 표현할 수 없지만 분명 살아있는 아이가 있었다.

"뭐하는 거야? 너! 뭐냐고!"

"흐엉아!"

흐엉을 부르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누군가를 제압하는 것은 흐엉을 능가할 사람은 없었다.

쇠사슬이 좀 더 손에서 나간다고 생각하는 순간 주위가 조용해졌다.

간간이 신음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했다.

꼬물!

^S급 치료수를 바르고 먹이면 살 것 같대요. 아이들이 아이를 살린 것 같아요.^

꼬마의 진단을 알려주는 꼬물이었다.

흐엉이 놈들을 제압하는 사이 아이들의 시체 사이에서 살아있는 아이를 발견했다.

서너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로 무척 마른 상태였는데 아이들이 아이를 가운데로 감추어서 겨우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아이의 상태는 말이 아니었다.

외상도 외상이지만 내상도 심각했다.

미끼로 던져진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음식을 구해오면 미끼로 던지지 않는다고 했잖아!"

히카루가 반반이의 등 위에서 소리를 질렀다.

눈물이 가득한 목소리였다.

"혀어어엉! 다 죽은 거야아아! 무서워어!"

"어어엉! 우리도 죽는 거야? 혀어어엉!"

"히카루 오빠아아 무서워어어! 다 죽었어! 다 죽어버렸어어어!"

"아아아앙! 내 동생 살려내에에! 내 동생 살려내라고오오! 아아앙! 아앙!"

죽은 아이 중에 동생이 있는지 반반이의 등 위의 아이가 유난히 서럽게 울었다.

이미 차갑게 식어버린 아이들이었다.

그 무엇으로도 죽은 아이를 살릴 수는 없었다.

"먹을 거 구하려고 얼마나 뛰어다녔는데! 얼마나아아! 죽어! 너희도 죽으라고오오!"

소심해 보였던 히카루가 돌멩이를 던졌다.

호주머니에 몇 개씩 넣고 다니는 것이었다.

히카루뿐만이 아니었다.

히카루가 돌을 던지자 다른 아이들도 돌을 던졌다.

세상이 변하고 호주머니에 돌 몇 개씩 넣고 다니는 것은 필수였다.

갑자기 몬스터가 나타나면 주의를 돌려 틈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힘이 센 어른들은 돌멩이로 제법 유효한 공격도 가능하지만 대부분은 주의를 돌리고 달아날 틈을 만드는데 사용했다.

자칫 몬스터의 화를 돋을 수 있기 때문에 돌멩이를 던지는 것도 신중해야 했다.

"죽어어어! 어어엉! 용서하지 않을 거야! 용서하지 않을 거라고!"

히카루의 눈이 매섭게 빛났다.

꼭 복수해줄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