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341화 (341/350)

341. 한통속

꼬물!

^히죽히죽 웃는 놈들이 있어요. 장례 중이어서 참으려고 했는데 도저히 참을 수 없어요.^

꼬물이의 뿌리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분노로 인한 떨림이었다.

사람은 어디까지 악해질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하는 순간이었다.

찌익! 찍! 찍!

인형쥐가 울음소리를 높였다.

'저놈은 뭐라고 하는지도 알 수 있어?'

꼬물이는 지금까지 모든 소환수의 언어를 통역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몬스터의 언어는 통역한 적이 없었다.

몬스터들도 언어를 사용하지만 통역할 가치가 없다고 했었다.

꼬물!

^저놈은 탐을 내고 있어요. 지금 자신이 인형으로 삼고 있는 여자보다 더 맛이 있는 존재가 나타났다고 아주 좋아하고 있어요.^

<집사를 욕심낸다는 말이지?>

꼬물!

^맞아요. 최고의 인형이 될 것 같다고 지금 인형을 죽일까 고민까지 하네요.^

'죽일 생각까지 한다고?'

꼬물!

^죽일 생각까지 하고 있어요. 인형을 둘은 둘 수 없는 것 같아요.^

인형쥐가 사람이나 몬스터, 동물들을 자신의 인형으로 만든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 이외의 것은 알려진 것이 거의 없었다.

워낙 보기 어려운 몬스터였기 때문이었다.

<여러 인형을 둘 수 있다면 인형쥐가 최강 몬스터겠지.>

꼬물!

^히죽히죽 웃는 놈들은 어떻게 해요?^

'웃지 못하게 만들어야지.'

꼬물!

이렇게만 말해도 꼬물이는 내가 원하는 것을 기가 막힐 정도로 잘 알고 실행에 옮겼다.

퍽! 타아악! 처어억!

뿌리와 줄기로 내리치는 방식에 따라 정말 다양한 소리가 났다.

그리고 놈들의 신음 소리도 이에 못지 않았다.

"으어억!"

"살려어어···."

꼬물이의 폭력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잡힌 놈 전체가 고통에 눈물을 흘릴 때까지 이어졌고 눈물이 멈출 만하면 다시 뿌리를 휘둘렀다.

<이제 제대로 장례식 답네.>

"어어어엉! 카나미이이! 어엉!"

흙이 완전히 덮이고 언제 그랬냐는 듯 땅이 평평해졌다.

봉긋한 봉분을 만들어주는 것도 좋지만 몬스터들을 불러들일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평장(平葬)을 하는 것이 나았다.

"여긴 들꽃이 있어서 기억하기 쉬울 거야."

히카루가 카나미의 오빠 손을 잡으며 말했다.

"꽃을 좋아했는데···. 꽃이 되었어. 어어엉! 어어엉!"

카나미가 묻힌 땅 위로 분홍 꽃이 피어있는 식물을 하나 심었다.

대기실에서 자라는 식물로 생명력이 좋은 것이라고 했다.

"처음 보는 꽃이에요."

히카루가 말했다..

"던전에서 자라는 거니까."

"아! 카나미가 좋아할 것 같아요."

"이 꽃 다음에도 볼 수 있어요?"

카나미의 오빠가 물었다.

던전의 환경 변화로 사라져버리는 것은 아닌지 묻는 것이었다.

"남아있게 해줄 수 있어. 그렇게 해줄까?"

"······."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하는 카나미의 오빠였다.

그 순간 시스템을 불렀다.

소정의 비용을 치르면 환경이 바뀌어도 유지할 수 있는 점을 이용해보려는 것이었다.

[띠링! 식물의 경우 비용이 더 비쌉니다.]

<우리가 식물이 아닌 다른 것을 요구하면 그것도 똑같은 말을 하려고 했지?>

[띠링! 그렇지 않습니다. 식물은 생명을 유지하는데 더 많은 수고가 들어갑니다. 그래서 비용이 비쌀 수밖에 없습니다.]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얼마를 주면 되는데?'

[한 달 유지하는데 백 마나입니다.]

엄청난 금액이었다.

1년이면 천이백 마나였다.

'관리구역이 1킬로미터에 백 마나야. 알고 있지?'

[대한민국에 한정시킨다면 그렇습니다.]

'그런데 저 나무 하나 유지하는데 같은 마나를 지불해야 한다고?'

[어떤 것이든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관리 구역 안에 있었다고 해도 유지시키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겁니다. 사람들이 캐갈 수 없게 해야 하고, 몬스터가 건드리지도 못하게 해야 합니다.]

시스템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나치게 비싸다는 느낌을 감출 수 없었다.

[절반 가격으로 유지를 시키시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식물의 활력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말라죽든 말든 상관하지 않는다는 거지?>

[그렇습니다.]

<이건 뭐! 백 마나 달라는 것보다 무서운 말이네.>

'일시불로 가격을 치루면 싸게 해줄 수도 있나?'

[띠링! 당연히 있습니다. 자세히 알려드릴까요? 기간이 늘어날수록 할인 폭도 커집니다.]

시스템의 목소리가 유난히 밝고 통통 튀었다.

한꺼번에 많은 마나를 벌 수 있다고 생각하니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아무튼 마나라면 사족을 못 써요.>

시스템은 다양한 조건을 제시했다.

그 중에서 나는 10년짜리를 선택했다.

[띠링! 오늘부터 정확히 10년간 강대한 님께서 원하신 식물은 지금 자리에 유지될 것입니다. 사람이나 몬스터는 물론이고 자연재해로부터도 안전할 것입니다. 또한 지금처럼 건강하게 자라는 것은 물론이고 언제든 꽃이 피어있을 겁니다.]

이런 음성과 함께 내 상태창에서 7천 마나가 빠져나갔다.

<그냥 7천 마나를 저 아이에게 주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는데···. 그걸 카나미도 더 바랄 수도 있어.>

'사람이 돈으로만 사는 것은 아니잖아. 저 아이에게는 7천 마나보다 동생에게 분홍 꽃을 선물하는 것이 더 기분 좋을 거야.'

<그럴까? 나는 아닐 것 같은데···.>

나호는 간혹 시스템 못지않게 현실적이었다.

전생에 워낙 고생하는 것을 많이 봤었고 마나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었다.

"됐어. 이 꽃은 늘 이 자리에 있을 거야."

"이 꽃 이름이 뭐예요?"

"글쎄? 나도 잘 모르겠어."

"그럼 이 꽃을 앞으로 카나미라고 해도 돼요?"

"네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그럼 이 꽃을 카나미라고 부를래요."

그렇게 이름 없는 꽃은 이름을 갖게 되었다.

"이제 나가야 해."

"저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거예요?"

카나미의 오빠가 물었다.

그러자 히카루가 아이들에게 상세하게 설명을 했다.

"감옥으로 보낸다고요?"

"그래. 그곳에서 충분히 고통을 받으며 살게 될 거야."

그렇게 대답을 한 순간 카나미의 오빠 눈이 반짝였다.

"그럼 그곳에서 나오지 못하는 거요?"

"나오지 못할 거야."

"저는 각성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꼭 각성을 할 거예요. 그리고 저놈들에게 복수를 하고 싶어요. 제가 커서 각성을 할 때까지도 그 감옥에 있게 되는 거예요?"

"죽을 때까지 나오지 못할 거야. 그리고 저놈들은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할 거야."

아이들 중 유난히 빨리 각성을 하거나 각성 예외자가 된 아이들이 있지만 그건 그야말로 극소수였다.

아이들은 조금 더 자란 후에 각성을 하게 될 것이었다.

그때까지 아이는 자신의 복수를 미뤄두겠다는 말을 한 것이었다.

나름 현명한 판단이었다.

"그래. 복수를 하려면 건강해야 해. 그래야 각성을 할 수 있어. 각성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고 있지?"

"알고 있어요. 각성한 사람은 정말 없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아이가 자신의 팔 다리를 보았다.

앙상하게 마른 몸이 안쓰러울 정도였다.

사실 대변혁 후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이 대단한 것이었다.

"내가 도와줄게. 우리 마을로 가자. 거기서는 너희가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을 거야."

"여기도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곳이 있어요. 던전! 던전을 말씀하시는 거죠?"

이제 던전에서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이 많이 알려진 상태였다.

하지만 일본은 하루 안전하게 생활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마나를 지불해야 했다.

"던전도 있기도 하지만 안전한 마을이 있어. 월평이라고. 장벽으로 둘러 싸인."

"월평? 들어본 이름이다."

"나도 들어본 것 같은데?"

세상이 변하기 전 이 아이들도 한국의 아이들처럼 스마트폰을 달고 살았을 것이다.

TV보다 인터넷 개인 방송을 더 많이 시청하며 자랐을 아이들.

작년 1년 동안 월평과 독도가 뜨거웠으니 한두 번은 들어봤을 것이었다.

"독도를 만드는 회사가 있는 곳이야."

"아! 알겠다. 물건이 끝도 없이 들어간다고 했어요."

"나도 알아. 외계인이 있을 수도 있다고 했어. 엄청나게 많은 컨테이너가 날마다 들어갔다고도 했고."

"나도 봤어. 들어간 물건을 쌓으면 도쿄타워보다 높을 수도 있다고···. 형! 거기서 왔어요? 거긴 한국이라고 했는데?"

"거기서 왔어. 왜? 한국이라서 싫어?"

"싫지 않아요. 좋아요."

히카루가 수줍어하며 말했다.

갑자기 얼굴까지 발그레해졌다.

"저도 싫지 않은데. 히카루 오빠가 좋아하는 연예인도 한국인이에요. 가수래요. 무슨 노래더라···.요즘 오빠가 노래를 불러주지 않아서 잊어버렸다."

"히카루 오빠 노래도 잘 부르고 춤도 잘 추는데···. 이제는 더 이상 춤도 추지 않고, 노래도 부르지 않아. 다시 부르면 좋은데···."

<세상이 춤과 노래를 빼앗아갔지. 다시 거리에서 노래와 춤을 보기 위해서는 시간이 한참 더 필요하지.>

나호가 안타까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저희 데리고 가주세요. 말도 잘 듣고 시키는 것은 무엇이든 열심히 할 게요."

"너희는 건강하기만 하면 돼. 그게 가장 중요한 거야."

대수롭지 않은 말인데 그 말을 하는 순간 아이들의 눈이 벌게졌다.

뮤! 뮤! 뮤!

^정말 힘겨운 삶을 살았구나. 어린 아이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얼마나 듣기 어려운 말인지 아는 거지. 쯧쯧!^

변한 세상은 노약자라고 해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세상이 그렇게 내버려두지 않았다.

그나마 아직 상태창이 나타나지 않을 때가 가장 여유가 있는 시기였다.

"거긴 장벽이 정말 있어요?"

"있지. 이제는 더 높아졌어. 장벽 위를 걸을 수도 있고. 장벽 위에는 거위도 살아."

"와! 거위가 살아요? 쾍! 쾍! 거위요? 시끄러워서 몬스터가 오면 어떻게 해요?"

"경비를 맡고 있어서 낯선 사람이나 몬스터가 오지 않으면 조용해."

"보고 싶다."

"보게 해줄게. 저놈들부터 감옥에 넣고."

아이들이 월평에 대한 기대로 슬픔을 잊는 것 같아 참으로 다행스러웠다.

"으으! 나, 나도 한국으로···."

아이들과의 대화를 들었는지 박원미가 혼신의 힘을 짜내어 말했다.

"너도 가게 될 거야. 한국이 아닌 아귀세상으로···."

"싫어! 나는 이놈들과 한통속이 아니야."

박원미가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옆에 있던 놈이 박원미를 노려보았다.

박원미는 시선은 생각하지 않은 채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했다.

대변혁 전이나 하는 짓이 똑같았다.

"아니야! 나는 그저 조금 도와줬을 뿐이야.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고 해서 거들어준 것뿐이라고!"

정말 어이가 없었다.

<미쳤나? 죄를 덜어내도 될까 말까 한데 죄를 더하고 있네. 참 세상에는 멍청한 놈들이 많아.>

"너도 다 알았잖아! 무슨 말도 안 되는···."

옆의 놈이 박원미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이미 너희들이 아이들을 이용하고 있었잖아! 나는 거기에 숟가락을 얹었을 뿐이야. 그게 뭐가 나빠?"

묶인 놈들이 언성을 높이기 시작했다.

그러든지 말든지 신경쓰지 않았다.

저들은 왜 밖에서 잡힌 놈들이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기절해있는지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애들아. 가자!"

"우리도 감옥에 가는 거죠?"

카나미의 오빠가 말했다.

"당연하지."

반반이의 등 위로 아이들을 태웠다.

카나미의 오빠가 아이들이 묻힌 곳을 잠시 응시했다.

그러더니 고개를 돌리고는 정면을 보았다.

"출발하게."

출발 신호와 함께 꼬물이가 아이들이 떨어지지 않도록 단단히 붙잡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반반이가 속도를 높였다.

"흐아악! 어, 어마아아!"

"악! 억!"

"아야! 조심해! 너 때문에! 아악!"

"저리 가! 으헉!"

반반이가 속도를 높일수록 굴비 엮듯 엮인 놈들의 고통은 가중되었다.

다른 때는 얌전히 달리는 반반이지만 지금은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일부러라도 동작을 크게 하고 있었다.

덕분에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서 조용해졌다.

"이제야 조용하네."

"형! 고마워요."

"그 말은 한국에 도착하고 해도 늦지 않아."

"형이 아니었으면 유리아도 죽었을 거예요."

유리아는 상처는 회복이 되었지만 잠이 든 상태였다.

지금까지 심신이 불안한 상태로 살아서 그런지 안전하다는 것을 느낀 순간 잠이 들어버린 것이었다.

"유리아를 구한 것은 너야. 히카루 네가 아니었다면 내가 이곳에 올 일도 없었어."

히카루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반반이는 전령조의 쉼터에 입장했다.

이곳에 장프가 있기 때문이었다.

줄줄이 사탕처럼 사람들을 엮어오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간혹 있는 일이라 대체적으로 신경을 쓰지 않고 자신들이 할 일에 몰두했다.

우리는 그대로 워프 게이트를 탑승하고 아귀 세상으로 넘어갔다.

아이들의 워프 게이트 비용은 물론 내가 낸 것이었다.

하지만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헉! 괴물이에요. 피, 피해야 해요!"

몇 마리 데리고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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