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344화 (344/350)

344. 대박이지.

가슴에서 날아오른 새끼 문어들이 갑자기 몸집을 키웠다.

지금까지는 최대로 커졌을 때 1미터를 넘지 못했던 아이들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기지개를 펴듯이 쭉 몸을 늘리더니 그대로 치료수가 모여드는 웅덩이 속으로 몸을 날렸다.

브으으!

똑이도 목에서 떨어지더니 그대로 웅덩이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저 녀석들 성장하려나? 그럼 좋겠다.>

"그럼 금상첨화지."

기대를 하며 웅덩이를 보고 있는데 아이들은 얼음이 되어 버렸다.

"장식품이 아니었어요?"

"장식품이라고 생각했어?"

"브로치라고 생각했어요."

"색이 종종 변하는데도 그렇게 생각한 거야?"

"신기한 브로치를 달고 있다고만 생각했죠. 아니면 특별한 아이템이라거나. 생명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저도요! 저는 목에 붙은 것도 문신이라고 생각했어요. 대표 형은 정말 신기한 사람이에요."

아이들이 나와 문어를 번갈아보다 웅덩이로 시선을 고정했다.

웅덩이 속의 문어들이 하는 짓이 너무 깜찍했기 때문이었다.

<이건 뭐! 분수 쇼도 아니고···. 저 녀석들 성장이 아니라 노는 거 아니야?>

브으으!

^아니에요. 시간을 조금만 주세요.^

"시간 생각하지 말고 하고 싶은 거 다 해!"

새끼문어들은 전투 때마다 제 역할을 다 하는 아이들이었다.

치료사를 따로 데리고 다닐 필요가 없게 만들어주는 고마운 녀석들이니 충분한 휴식시간을 주어도 좋았다.

이곳은 고향이니 성장이 촉진될 수도 있고 말이다.

꼬물!

^문어들이 쉽게 웅덩이에서 나올 것 같지 않아요. 여기서 자야할지도 모르겠어요.^

"그래? 그럼 여기서 자야지."

"우리 여기서 자고 가요?"

"왜? 싫어?"

"아니···. 그것이 아니고···."

히카루가 눈치를 보며 말끝을 흐렸다.

<집사! 우리 집사가 둔할 때는 참 둔해! 히카루가 저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를 모르겠어?>

나호는 아는 것 같은데 나는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모르겠는데? 히카루 왜 그래? 뭐든 말해도 돼."

"저기···. 여기서 자고 간다면···. 저희들 형의 마을로 간다고 했잖아요? 그럼···."

<저런 화법을 구사하니 일본인으로 보이네. 집사! 나는 히카루가 말하려는 것이 뭔지 알겠는데 그냥 내가 말해줄까?>

나호에게 듣는 것도 좋았지만 이왕이면 히카루에게 직접 듣고 깊었다.

그래서 히카루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랬더니 히카루의 얼굴이 잔뜩 붉어졌다.

<아이참! 목욕하고 싶다는 거야. 머리도 감고 싶고. 부끄러워서 차마 말하지 못하고 있잖아. 마음 놓고 씻을 데가 없었잖아.>

영국만큼 물과 음식이 귀한 것은 아니지만 일본도 마음 놓고 씻을 데는 흔하지 않았다.

전령조의 쉼터에서는 관리구역에서 씻을 수 있지만 마나를 주어야 하루를 묵을 수 있었다.

마나가 넉넉하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던 것이다.

"혹시 씻고 싶은 거니?"

"예···. 그런데···. 저희가···. 너무 더러워서 깨끗한 물을 더럽힐까 걱정스러워요."

히카루의 얼굴이 잔뜩 붉어졌다.

"그런 것까지 생각하지 않아도 돼. 씻고 싶으면 씻으면 되는 거지."

"그래도 이 물이 귀한 것 같던데···."

"귀한 것이기는 하지."

A급 치료수는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A급 치료수 안에 들어가서 몸을 씻을 수 있는 호사는 아무나 경험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런 호사를 원수처럼 생각했던 일본인이 누리게 될 것이라고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고···.

'인생은 참 알 수 없는 거야.'

회귀했을 때만해도 이런 날이 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살 맛 나는 거 아니겠어?>

나호가 제법 멋들어지게 말했다.

뮤! 뮤! 뮤!

^정해진 길로만 가는 것은 재미없다. 이런저런 변수가 있어서 더 재미나는 것 아니겠나!^

꼬물!

^월평에 갈 때 깨끗한 모습으로 가고 싶은 거 같아요.^

<꾀죄죄한 모습으로 가고 싶지 않았겠지. 히카루가 참 똑똑해. 월평이 어떤 곳인지 감을 잡았다는 거잖아.>

월평에 사는 사람들의 겉모습은 대변혁 전과 달라진 것이 많지 않았다.

그런 모습은 외부에 사는 사람들과는 확연한 차이로 다가왔다.

지금 히카루 일행이 월평에 간다면 아이들 스스로 움츠러들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씻어도 돼! 물놀이도 해도 되고. 문어들에게 부탁하면 몸도 깨끗이 닦아줄 거야."

"그건 좀···. 하지만 애들은 문어들이 닦아주면 좋을 것 같기는 해요."

"우리 씻어도 되는 거예요? 나 물놀이 정말 좋아하는데···."

"나도 좋아해. 너무 들어가고 싶다."

아이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당장이라도 들어가고 싶다는 몸짓을 보였다.

"들어가도 돼. 깨끗한 옷도 준비해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씻어."

"야아아아! 나부터어어!"

항상 가장 어린 녀석이 뭐든 가장 먼저 하려고 했다.

가장 어린 녀석이 옷을 벗으려고도 하지 않고 그대로 물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렇게 물속으로 들어가도 똑이를 비롯한 문어들이 있으니 안전했다.

"와아아! 말랑말랑! 너무 좋아! 히카루 형! 빨리 와! 빨리! 여기 너무 좋아. 따뜻해."

<아이들이어서 시원한 것을 좋아할 만한데 따뜻한 것만 찾더라.>

추운 곳에서 사는 사람들이 유난히 따뜻한 것을 좋아하던데 이 아이들도 그에 못지않았다.

'대변혁 이후 몇 달이 힘겨웠을 거야. 집이 없으면 5월에도 추워. 노숙이 쉬운 것이 아니잖아.'

<하긴! 몸이 없는 나도 겨울은 왠지 추운 것 같더라. 집이 없었으니 애들은 오죽했겠어?>

아이의 외침에 아이들이 하나둘 물속으로 들어갔다.

물속으로 들어간 아이 중 히카루가 가장 먼저 보통 물이 아닌 것을 깨달았다.

"어? 형!"

"느꼈어?"

"혀어엉! 고마워요오오어엉! 어엉!"

"야! 야! 너 벗은 상태야! 나오지 마!"

"어어엉! 어엉!"

물속에 들어간 순간 자신 몸에 느껴지는 변화를 느끼고야 치료수를 허락한 것이 어떤 의미인지 깨달은 모양이었다.

"히카루 혀엉! 왜 울어어! 형이 울면 나도 눈물이 나오는데···."

"오빠아! 울지 마아! 아앙!"

<아이고! 웅덩이가 눈물로 가득 차겠네.>

뮤! 뮤! 뮤!

^그래도 나쁜 아이 아니다. 하는 짓이 예쁘다.^

히카루는 아이들에게 치료수를 설명했다.

유리아가 치료되는 것을 봤던 아이들이기 때문에 치료수가 뭔지 이미 충분히 알고 있는 아이들이었다.

"어! 그럼 이 물 다 마셔야겠다. 이렇게 씻는 거 너무 아까워."

"너! 상처 없어졌어."

"네 멍도 사라졌어. 정말 신기해."

"나는 여기가 아팠는데 하나도 안 아파!"

아이가 가리키는 곳은 갈비뼈였다.

꼬물!

^실금이 있었나 봐요.^

아이들은 치료수를 바르고 먹느라 정신이 없었다.

치료수를 이렇게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곳은 세상에 이곳 한 곳뿐일 것이다.

<힘 좀 쓴다는 사람들이 이곳을 알면 천금을 주고라도 오겠다고 할 거야.>

'알릴 생각 없어. 그런데 세 분은 한 번 모시고 와야겠다.'

처음 이곳의 존재를 알고는 세 분을 자주 모시고 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바쁘게 살다보니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으니 한 달에 한 번 정도 모시고 와도 좋을 것 같았다.

꼬물!

^만약고 어르신도 모시고 와도 좋을 것 같아요.^

'좋은 생각이야.'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꼬마가 뿌리를 흔들었다.

뭔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았다.

꼬물!

^꼬마가 만약고를 저기에 넣어보고 싶대요. 그렇게 해도 되냐고 묻는데요?^

전생에 만약고에 언제 마나가 깃든지 모른다.

조건이 정확하게 어떤 것인지도 모르고 말이다.

"지난번에는 효과가 없었는데···."

치료수 웅덩이에 만약고를 넣어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대기실에서였지만 S급 치료수 안에도 만약고를 며칠이고 넣어둔 적도 있었다.

하지만 만약고에는 어떤 변화도 없었다.

여전히 그저 그런 돌화로일 뿐이었다.

그것도 양반들이 썼던 그럴싸한 돌화로가 아닌 일반 서민들이 방안에서 썼던 작고 보잘 것 없는 돌화로 말이다.

"꼬마가 해보고 싶으면 해봐야지."

꼬물!

^바로 넣어볼게요.^

"그래."

허락을 한 순간 뿌리 하나가 만약고를 들고 웅덩이 안으로 들어갔다.

"와아아! 재미있다. 워터파크에 온 것 같아."

"워터파크보다 더 좋아. 워터파크에는 이런 거 없어."

지금 치료수 웅덩이는 그야말로 워터파크였다.

가슴에 붙어있던 문어들이 물속으로 들어가서 함께 놀고 있기도 했지만 우리를 관리 구역까지 태워주었던 문어도 가세했기 때문이었다.

배웅 때문에 따라왔던 거대 몬날 문어는 아이들이 물속에 들어간 순간부터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고 있었다.

브으으!

"똑이가 뭐라고 한 거야?"

꼬물!

^칭찬했어요.^

<저렇게 큰 문어를 가장 작은 녀석이 칭찬했다는 말이지?>

꼬물!

^예!^

아이들과 잘 놀아주는 것을 칭찬했던 모양이었다.

"쉽게 나오지 않을 것 같은데?"

브으으!

^이곳에서는 탈진할 염려가 없으니 조금 놀게 두어도 좋을 것 같아요.^

"치료수라 쉽게 탈진하지는 않겠지만 먹은 것이 없이는 안 돼. 애들아. 이거라도 한 잔씩 마셔."

아이들에게 핫초코를 한 잔씩 건넸다.

물속에 몸을 담근 채 아이들이 차를 만끽했다.

<나중에 월평 주민들도 이곳을 이용하게 하면 좋겠다.>

"왕복 마나가 비싸기는 하지만 최고의 장소지."

이곳의 관리구역을 보면 놀라겠지만 죄수들의 죄명을 들으면 누구든 이해를 할 것이었다.

"자! 이것도 먹고."

"와! 소시지 빵이다! 내가 좋아하는 거야. 이것도 따뜻해!"

"대표 형은 마술사에요? 허공에서 따뜻한 것이 계속 나오는 것이 너무 신기해요."

"그런 거 물으면 안 된다고 했는데?"

꼬맹이들이 소시지 빵을 먹으며 재잘거렸다.

"놀다 배고프면 언제든 말해. 먹을 것은 많으니까."

"먹을 것이 많대. 너무 좋아!"

"나도! 나는 대표 형과 절대로 떨어지지 않을 거야."

"대표 형이 우리 데리고 간다고 했어. 한국으로."

"나 한국 여행가본 적 있는데. 서울과 경주 가봤어."

"나는 제주도 가봤는데···."

의외로 한국에 와본 아이들이 세 명이나 있었다.

다행히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좋은 편이었다.

"한국 여행 갔다 온 후에 한국으로 이사 가자고 졸랐는데 안 된다고 하셨어."

"나도 한국에서 살고 싶더라. 일본보다 좋았어."

"그건 나도 그래."

작은 아이들이 뭘 알까 싶지만 자기들끼리 하는 이야기를 듣다보면 깜짝 놀랄 때가 많다.

아무 것도 모를 것처럼 보이는 아이들이지만 나름의 생각이 다 있는 것이었다.

어떨 때는 어른들보다 높은 통찰력을 보일 때도 많았다.

단지 그것을 잘 전달하는 스킬이 부족할 뿐이었다.

지금 아이들도 그랬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한국에 대한 평가가 상당히 날카로웠다.

이래서 아이들 말에도 귀를 기울이라고 하는구나 싶었다.

아이들의 물놀이는 두 시간 동안 이어졌다.

치료수 안에 있기 때문에 탈진할 염려는 없지만 물놀이는 의외로 칼로리를 많이 소모하기 때문에 간식을 한 번 더 챙겨 먹였다.

물에서 나온 아이들은 문어들이 깨끗하게 씻겨준 덕분에 몰라보게 말끔해졌다.

<인물이 사네. 더 귀여워졌어.>

꼬물!

^상처도 모두 사라졌어요.^

뮤! 뮤! 뮤!

^저 나이에 치료수 안에서 두 시간을 놀았어. 그것도 A급 치료수 안에서···. 혹시 이것이 각성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까?^

갑자기 도뮤가 한 말이었다.

"나쁘게 작용할리는 없지. 절대로. A급 치료수니까. 하지만 각성에까지는 모르겠어. 전생에 치료수와 각성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것이 있었나?"

권능 기억에게 묻는 것이었다.

['치료수가 각성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이 발표됐다는 뉴스 기사를 보신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만 보시고 뉴스를 끄셨습니다.]

"또 쓸모없는 소리를 한다고 생각했나 보네. 저런 논문이 나올 즈음에는 별 이상한 논문과 연구가 많았으니까."

물놀이를 하고 배불리 먹기까지 한 아이들은 잠이 들었다.

대형 텐트를 가지고 다녔기 때문에 아이들의 잠자리는 문제가 없었다.

아이들이 잠이 들고 난 후에도 똑이를 비롯한 문어들은 웅덩이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저 상태로 날을 샐 모양이었다.

당연히 만약고도 웅덩이 속에 그대로 담겨 있었다.

<아침이 되면 문어들은 자라있고, 만약고에는 마나가 깃들면 좋겠다.>

"둘 중 하나만 돼도 대박이지."

크나큰 행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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