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345화 (345/350)

345. 크나큰 행운

아이들이 잠들고도 오랫동안 잠들지 못했다.

처음으로 각성자의 마나통을 얻은 날이기 때문인지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산책이라도 하지 그래?>

'아이들만 두고 나갈 수는 없지.'

예민한 아이들이었다.

이런 아이들을 두고 자리를 비울 수는 없었다.

<오늘은 왜 미우라를 보지 않았어?>

'죽이고 싶을 것 같아서···.'

아이들이 자고 있어서 나호와는 심상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집사는 미우라를 봤더라도 참았을 거야. 아직 우리 국민의 마나통을 전부 가진 것이 아니니까.>

'물론 죽이지는 않았을 거야. 이제 각성자의 마나통을 가지게 되었는데 미우라 놈 하나 때문에 얻기 못하게 된다면 안 되지.'

<맞아. 조금만 더 참아. 어차피 미우라는 회생 불가능한 상태잖아. 그런데 이곳에 있는 범죄자들의 마나통은 언제 빼앗을 거야?>

'빼앗는 것이 아니고 정당하게 얻는 거야.'

<어쨌든.>

'당장 사고 싶었는데 아이들이 있어서 참았어.'

각성자의 마나통을 얻기 위해서는 조건을 달성해야 하는데 괴상한 것들이 많아서 아이들이 있을 때 할 수는 없었다.

<그나저나 저 녀석들은 오늘 저기서 자려나보네.>

소환수들을 말하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잠들고 나자 대기실에 있던 소환수들이 웅덩이로 들어갔다.

웅덩이에서 목욕을 하거나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웅덩이가 아주 큰 것은 아니어서 모든 소환수들이 한꺼번에 들어갈 수 없어서 번갈아가면서 놀고 있었다.

물론 똑이와 새끼 문어들은 웅덩이를 계속 차지하고 있었다.

"우리도 자자."

<자. 내가 보초 서줄게.>

이곳은 굳이 보초를 서지 않아도 되는데 전생의 기억 때문인지 보초가 있어야 안정감이 들었다.

"고마워. 잘게."

잔다고 말을 하고도 삼십 분 이상 잠이 들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잠이 들었고 잠을 자다 뭔가 훤한 빛에 눈이 떠졌다.

<집사! 그렇지 않아도 깨우려고 했는데···. 웅덩이야.>

분명 뭔가 일이 있는 것 같았다.

후다닥 일어나서 텐트에서 나왔다.

웅덩이에서는 환한 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따가워!>

영체 상태인 나호가 눈을 가려야할 정도로 환한 빛이었다.

뮤! 뮤! 뮤!

^이렇게 밝은 빛은 오랜만이다. 어어! 저것 또 무슨 일이야?^

도뮤가 밝은 빛에 반응을 보인 순간 웅덩이에서 뭔가가 둥실 떠올랐다.

만약고였다!

조금 전까진 돌화로에 지나지 않은 것이었는데 변화가 일어나려는 것 같았다.

음머어어어!

^달이 떠오르는 것 같다.^

꾸룰룰루!

^정말 달이 뜨는 것 같아요.^

반반이에 이어 꾸루까지 만약고를 달 같다고 표현했다.

노란빛이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에 달처럼 보이는 것이었다.

<마나가 깃들면 푸른색으로 빛날 것 같은데 왜 노란색이지?>

"마나가 깃든다고 무조건 푸른색은 아닐 거야. 성질에 따라 색깔이 조금씩 다를 수도 있고."

<하긴! 그렇기는 하지.>

웅덩이에서 떠오른 돌화로는 당연하게 적당한 위치에서 멈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돌화로는 멈추지 않고 점점 더 높이 떠오르고 있었다.

"어디까지 올라가는 거지? 이거 현실에서 마나가 깃들었다면 모두가 봤겠다."

<정말! 만약고 어르신의 아들과 손자가 봤다면··· 아휴!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파!>

자신의 아버지가 가지고 계시던 물건이라는 것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할 수도 있지만 사람일은 모르는 법이었다.

모든 사람이 볼 수 있을 정도로 높이 떠오른 만약고가 번쩍하며 빛을 뿌렸다.

방금 번쩍하는 순간은 노란색이 아니고 푸른색이었다.

꼬물!

^깜짝이야! 만약고가 산산조각이 나는 줄 알았어요.^

쫑!

^나도! 깜짝 놀랐네.^

푸른빛의 알갱이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는데 그 모습이 마치 만약고가 터져버린 것처럼 보였다.

<집사! 저기 봐! 빛의 알갱이가 다시 모이고 있어.>

나호의 말대로 사방으로 퍼졌던 푸른빛의 알갱이가 다시 만약고로 모여들고 있었다.

장관이었다.

이 모습을 누가 보든 만약고를 탐을 낼 것 같았다.

브으으!

^예뻐요. 너무너무. 우와아아!^

웅덩이에서 머리만 내밀고는 하늘을 올려다며 똑이가 말했다.

빛이 퍼져나갔던 것이 순간이었던 것처럼 모여드는 것도 순간이었다.

만약고로 흡수된 푸른빛은 마치 만약고가 좁다는 듯 주위로 살짝살짝 넘실거렸다.

넘실거리지만 밖으로 흘러가지는 않았다.

흐흐흐!

^저 녀석도 은근 욕심이 있는 녀석이야. 조금 넘치는 것 같은데 꽉 잡고 있네. 흐흐흐!^

"저 녀석이라니? 만약고도 자아가 있는 거야?"

흐흐흐!

^저 정도의 녀석이 자아가 없다는 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해? 착한 척 하고 있지만 은근 욕심이 있는 녀석이야. 저 빛 내게 조금 나눠줘도 될 것 같은데···. 아! 군침 돈다.^

흐엉이 손바닥에서 몸을 드러내고는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내가 허락만 하면 만약고를 칭칭 감고는 마나를 빨아먹었을 것 같았다.

흐엉이 만약고에서 흘러나온 마나를 홀린 듯 쳐다보고 있는 사이 만약고는 마나를 완전히 갈무리했다.

이제 만약고는 더 이상 빛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만약고는 둥실 떠있었다.

<어디 다른 곳으로 가버리지는 않겠지?>

나호가 던전의 입구쪽을 쳐다보며 말했다.

미우라를 의식하는 것 같았다.

전생에 미우라가 가지고 있던 물건이니 혹시라도 미우라를 찾아갈까 걱정스러운 모양이었다.

"그러지는 않을 거야. 자아가 있을 것 같다고 했잖아. 자아가 있다면 절대로 미우라를 찾아가지 않을 거야."

흐흐흐! 히히!

^그건 주인 말이 맞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집사를 두고 어딜 가겠나. 우리도 강한 거 좋아한다.^

흐엉이 그렇게 말하는 순간 하늘에 떠있던 만약고가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런!>

저대로 떨어지면 깨져버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만약고가 떨어지는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늦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늦지 않았다.

아슬아슬하게 만약고를 품에 안을 수 있었다.

<집사! 괜찮아?>

높은 곳에서 떨어졌기 때문에 충격을 걱정하는 것이었다.

"괜찮아."

걱정하는 소환수들에게 대답을 하는 순간 시스템 메시지가 들렸다.

[띠링! 축하합니다. 돌화로에 마나가 깃들었습니다.]

"이게 다야?"

[그렇습니다.]

만약고이니 뭔가 대단한 설명이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착각일 뿐이었다.

흐흐흐!

^주인! 실망하지 마라. 원래 모든 비범한 것은 평범한 것에서 시작하는 법이다. 시작부터 비범할 수는 없지.^

<흐엉에게 이런 말을 듣게 되는 날도 다 오네. 오래 살고 볼 일이야.>

히극! 히극!

^도대체 나를 뭐로 봤던 거냐?^

나호와 흐엉이 잠시 토닥거렸다.

"전생과 같은 역할을 하려나?"

치료수를 한 컵 떠서 만약고 안에 넣었다.

번쩍!

만약고가 번쩍하더니 시스템의 메시지가 들렸다.

[띠링! 축하합니다. 아이템 효과로 A급 치료수가 S급이 되었습니다.]

<와우! 기대하기는 했지만 이게 정말 되네. 집사! 축하해!>

"우리 모두에게 잘 된 일이네. 이렇게 되면 SS급 치료수까지 얻을 수 있겠어."

꼬물!

^SS급! 너무 보고 싶어요.^

브으으!

^SS급이면 우리도 더 성장할 수 있겠죠? SS급! SS급!^

똑이가 SS급을 노래했다.

SS급 치료수면 새끼 문어들이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성장은···.>

나호가 뭔가 말을 하려다 말았다.

내가 대기실의 치료수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귀세상의 치료수를 대기실의 물통에 넣으면 등급이 한 단계 상승한다.

이 물을 다시 만약고에 넣고 있는 것이었다.

<어어! 아이고 눈이야!>

만약고에 치료수가 가득 담기자 만약고가 다시 반짝했다.

그와 동시에 메시지가 들려왔다.

[띠링! 축하합니다. '최초로 SS급 치료수를 얻은 각성자'가 되었습니다. 이에 대한 보상으로 '만약고'가 성장합니다.]

<오오오! 집사! 만약고가 성장한대! 혹시! 혹시!>

나호가 조금은 방정맞게 굴었다.

그만큼 기대를 한다는 말이었다.

[띠링! 만약고의 성장이 끝이 났습니다. 만약고에 깃들어있던 자아가 깨어났습니다. 만약고에 깃든 자아는 이제 막 태어난 아이와 같습니다. 관리에 주의를 기울이시기 바랍니다.]

<저 말은 분명 흐엉과 가까이 두지 말라는 말일 거야.>

흐극! 흐극!

^너무 그러지 마라. 나도 개념이라는 것을 탑재하고 있다. 설마 막 태어난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끼치겠나? 울고 싶다! 하지만 울지 않는다. 만약고가 보고 있으니까.^

다른 때 같으면 흐엉은 흐엉하며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흐엉은 눈물을 꾹 참고 있었다.

야야야야약!

"이 소리는?"

뇌리로 처음 듣는 소리가 들렸다.

<귀엽다! 만약고라고 했다고 약이라고 하는 건가? 약탕기가 될 아이라 약이라고 하는 걸까?>

"어떤 의미든 상관없지. 자아가 있다는 것이 중요하지."

아이템에 자아가 있으면 성장을 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아이템이 가지고 있는 모든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을 가졌다.

물론 잠금이 걸려 있는 기능은 사용할 수 없지만 말이다.

"꼬물아! 만약고의 말을 통역할 수 있어?"

꼬물!

^할 수 있어요. 그런데 다 알아들을 수는 없네요. 옹알이처럼 무의미한 구간이 있어요. 감안해서 들으세요.^

"알았어."

<재미있는 세상이다. 아이템이 옹알이를 한다니···. 이번 생은 살만하다. 재미있어.>

야야야약!

^1! 2! 하나! 둘!^

꼬물!

^지금 만약고는 저 말만 반복하고 있어요.^

"하나, 둘만 반복하고 있다고?"

야야야야약!

^하나!^

번쩍!

만약고가 하나라고 외친 순간 다시 번쩍 하는 것과 동시에 시스템 메시지가 들렸다.

[띠링! 축하합니다. '최초로 SSS급 치료수를 획득한 각성자'가 되셨습니다. 이에 대한 보상으로 만약고가 성장합니다.]

<집사! 이러다가 만약고 EX급 까지 성장하는 거 아니야? 그럼 정말 대박인데···.>

"대박 정도로는 그 가치를 표현할 수 없지."

[띠링! 만약고의 성장이 끝났습니다. 만약고의 성장으로 용량이 열 배 늘어났습니다.]

겉모습은 전혀 커지지 않았는데 담을 수 있는 양이 열 배 늘었다고 했다.

이번의 성장은 EX급으로 올라가는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 상태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한꺼번에 만들 수 있는 양이 열 배 늘어난 거잖아. 이것도 대단하네.전생에 만약고 사용하려면 한참씩 기다리던 거 생각나지?>

"기억하고 있어."

직접 기다려본 적은 없었다.

나 같은 사람은 감히 만약고를 직접 볼 일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뉴스나 다큐에서 수없이 보았기 때문에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흐흐흐!

^약의 효능을 두 단계나 상승시키다니···. 이거 잘 보여야겠다.^

<두 단계가 아니지! 세 단계지! 대기실의 물통도 있잖아!>

흐흐흐!

^그렇지! 혹시 나에게도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

지금까지는 치료수에 전혀 관심이 없던 흐엉이 SSS급 치료수라고 하자 관심을 드러냈다.

"치료수가 필요하면 얼마든지 말해. 너희의 성장을 위해서는 아끼지 않을 테니까."

흐흐흐!

^역시 난 행운아야. 주인을 아주 잘 만났어. 주인이 조금만 더 모질었으면 했는데 이대로도 괜찮다. 이 정도 능력이 있다면 모질지 못해도 좋다!^

흐엉이 쇠사슬 춤을 추며 말했다.

브으으으!

^웅덩이에 SSS급 치료수로 가득 채워주실 수도 있어요? 저도 성장하고 싶어요.^

똑이가 까만 눈을 빛내며 말했다.

똑이뿐만이 아니었다.

이런 것에는 욕심을 내지 않던 도뮤까지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뮤! 뮤! 뮤!

^집사! 아니 친구! 나에게도 SSS급 치료수를 좀 나눠주면 좋겠다. 도깨비 마을에 SSS급 치료수를 조금 가져다 두고 싶다. 그럼 새끼 도깨비들 죽을 일이 없을 거다.^

도뮤가 간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얼마든지. 밤새 치료수 파티를 해보자.다들 하고 싶은 거 다 해!"

꼬물!

쫑!

꾸!

음머어어어!

뮤! 뮤! 뮤!

브으으!

흐흐흐!

야야야약!

함께 있는 소환수들이 각기 다른 소리를 내며 기쁨을 드러냈다.

그날 밤 우리는 밤새 치료수 파티를 했다.

웅덩이에 SSS급 치료수를 가득 담아두고 목욕도 하고 마시기도 했다.

아이마냥 노는 것은 물론이고 SSS급 치료수로 대기실을 충분히 적시기도 했다.

세계적인 갑부도 치료수를 이렇게 물 쓰듯 쓸 수는 없었을 것이다.

만약고에서 한꺼번에 만들어낼 수 있는 치료수의 양이 많아서 가능했던 일이었다.

그리고 SSS급 치료수 파티는 우리에게 크나큰 행운으로 다가왔다.

극적인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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