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6. 극적인 성장
SSS급 치료수 파티에서는 번쩍거림이 몇 번이나 반복되었다.
"행복하네."
<집사! 나도 행복하다! 일본 놈들의 마나통도 수중(手中)에 다 넣었지. 각성자들의 마나통도 구매할 길이 열렸지. 거기다 소환수들까지 성장했잖아. 이것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에 있어?>
"내 말이!"
꼬물!
^뿌리가 한결 부드러워졌는데 강해졌어요. 정말 신기한 느낌이에요. 움직임도 더 세밀하고 빠르게 할 수 있어요.^
꼬물이가 뿌리와 줄기 그리고 덩굴손의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만능처럼 보이는 소환식물들도 한계는 있었다.
하지만 이런 한계를 돌파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식물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번 성장으로 이런 한계를 많이 극복해버린 것 같았다.
어쩌면 인간보다 더 섬세한 작업이 가능하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았다.
<꼬물이만으로도 집사는 세계 최강이야. 그런데···.>
나호가 소환수들을 바라보았다.
대변혁 전 대표 계약을 맺어서 소환수의 수는 지금도 늘고 있었다.
조금 전 대표 소환수들이 성장하면서 불러올 수 있는 소환수의 수도 크게 늘었다.
그래서 지금 대기실에는 새로 온 소환수들이 가득했다.
꼬물!
^대기실도 확장을 좀 해야겠어요. 대기실만 성장을 하지 못했어요.^
대기실은 축구장 200개 크기로 늘어난 이후에 그 상태를 유지 중이다.
그때에 비하면 소환수들의 숫자가 네 배 이상 늘어난 상태다.
이제 대기실을 넓혀줄 때도 된 것이었다.
하지만 당장은 할 수 없었다.
지금 당장 남아 있는 마나가 넉넉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이번 주 안으로 넓혀줄게. 당장은 마나가 충분하지 못해."
쫑! 쪼로로! 쪼로!
^당장 넓히지 않아도 괜찮아요. 전령조는 전령조의 쉼터를 오가고, 던전 도깨비는 도깨비 마을을 오가요. 사냥조들이 대기실을 많이 이용하지만 지금은 잘 때 외에는 밖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으니까 크게 상관없어요.^
쪼롱이 말대로였다.
소환수들이 늘어났지만 갑자기 새로운 애들이 넘어올 때를 제외하고는 대기실은 그리 붐비지 않았다.
지금은 그야말로 특수 상황이었다.
"그래도 넓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대기실의 농사도 더 넓혀보는 것도 좋을 것 같고."
꼬물!
^황이, 금이가 좋대요. 자신들도 성장했으니 농사를 더 지을 수 있대요. SSS급 치료수를 먹고 자란 농작물을 키워보고 싶다고 하네요.^
<정말 꿈에도 생각해보지 않은 거야. 회귀할 때도 대기실은 생각지도 못했잖아.>
"그렇지. 그저 대기만 하는 대기실로도 만족하는데 모든 것이 가능한 곳이니···. 감사할 따름이지."
꼬물!
^이런 대기실을 알면 서로 소환수가 되겠다고 할 거예요. 저도 너무 행복해요.^
뮤! 뮤! 뮤!
^나만큼 좋지는 않을 거다! 집사! 아니 친구 덕분에 지금 우리 마을 넓어졌다. 모두 SSS급 치료수 덕분이다. 내 힘도 강해졌다. 이제 더 많은 금을 더 쉽게 다룰 수 있다!^
도뮤가 기쁨을 마음껏 드러냈다.
뮤! 뮤! 뮤!
^사실 아기 도깨비들의 사망률은 의외로 높다. 그래서 정말 조심해서 돌본다. 친구를 만나고 사망률이 크게 줄었는데 이제는 더 이상 죽을 일 없을 것 같다. 족장으로 이것보다 더 좋은 일 없다. 고맙다!^
도뮤가 높이 날아올랐다가 순간 사라졌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눈앞에 나타났다.
공간이동을 한 것이었다.
SSS급 치료수에 몸을 담근 지 두 시간이 되었을 때 도뮤는 성장을 했다.
성장을 하면서 힘도 강해졌지만 던전도깨비의 능력인 공간이동 거리도 늘어났다.
이제 도뮤는 한 번에 3미터를 공간 이동할 수 있었다.
물론 내가 허락하지 않은 사람은 볼 수 없으니 공간이동이라는 것이 특별하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속도에서 엄청난 차이를 가져왔다.
또한 기존에는 10센티미터만 물건을 공간 이동시킬 수 있었는데 이제는 30센티미터를 이동시킬 수 있었다
한 번에 이 정도인데 힘이 허락하는 한 몇 번이고 연속해서 이 능력을 사용할 수 있으니 도뮤는 천하무적이나 마찬가지였다.
"축하해!"
뮤! 뮤! 뮤!
^모두 친구 덕분이다. 정말 감격스럽다. 도깨비로 살면서 이런 날이 올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지금 다른 도깨비들이 우리 마을로 이주하겠다고 난리다. 하하하! 이러다 정말 도깨비 왕국을 만들지도 모르겠다.^
도뮤의 어깨가 넓어진 것처럼 보이는 것은 착각만은 아닐 것이다.
<놀라운 것은 도뮤의 능력에는 못 미치지만 다른 던전 도깨비도 능력이 성장했다는 거잖아.>
"그렇지. 이 녀석들이 칼이라도 들고 있다고 생각해봐. 게임 끝이지."
<물건을 30센티미터 이동시킬 수 있는 것을 이용하면 어떤 몬스터든 잡을 수 있지. 거기다 도깨비들은 보이지도 않잖아.>
보이지 않게 다가가 공격을 하는 것도 무서운데 칼을 통과시켜버릴 수도 있었다.
방어력이 강한 몬스터를 상대할 때 도깨비들의 이런 능력은 최고의 효과를 나타낼 것이었다.
뮤! 뮤! 뮤!
^우리는 싸움보다는 광석에 관심이 더 많다. 하지만 친구에게 은혜를 갚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돕겠다. 직접 싸우는 것은 좋아하지 않지만 공간이동을 이용하면 되니까.^
도뮤가 어깨를 으쓱했다.
전령조들처럼 던전 도깨비들도 싸움을 좋아하지 않았다.
던전 도깨비들은 광석 특히 황금에 관심이 많고 그 일만 하며 살아가고 싶어 하는 녀석들이다.
하지만 나와 친구가 되고 내 성장이 자신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몸소 체험하면서 조금씩 태도가 변하고 있다.
점차 전투에 참여하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었다.
직접 싸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전령조들과 마찬가지인데 공간 이동 능력이 대폭 성장했으니 앞으로 전투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 같다.
브으으으! 브으으! 브브브!
^저도 빼놓으면 안 돼요. 아마 저희가 가장 극적인 성장을 했을 거예요. 자! 보세요.^
<인정! 인정! 야! 그만! 몇 번을 보여주는 거야! 물 튀어! 아깝게!>
나호가 제지하려고 했지만 똑이를 멈춰 세울 수는 없었다.
성장한 제 몸이 좋은지 쉴 새 없이 거대화를 반복하고 있었던 것이다.
꼬물!
^놀라워요! 한꺼번에 저렇게 성장해버리다니···. 갑자기 목에서 저렇게 큰 문어가 나오면 다들 자지러질 거예요.^
<자지러지기만 하면 다행이지. 기절하는 사람도 있을 거야. 거기다 똑이만 있는 것은 아니잖아.>
가슴에 브로치처럼 붙어 있던 새끼문어들까지 성장했다.
A급 치료수만으로도 성장을 했을 아이들이었다.
그런데 SSS급 치료수에서 성장을 하면서 몰라보게 성장해버린 것이었다.
꼬물!
^세 분 경호로 붙여두었던 문어까지 데리고 왔던 것이 신의 한 수였어요. SSS급 치료수라고 항상 성장을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렇지. 행운이 작용했던 것 같아."
브으으!
^저 열 마리 더 데리고 갈 수도 있게 됐어요!^
똑이가 선포하듯이 말했다.
"열 마리나? 하지만 저렇게 큰 덩치로는···."
아귀 세상에 있는 거대 몬날 문어는 현재 아무리 작은 녀석도 10미터 이상의 덩치를 자랑했다.
이렇게 거대한 녀석들은 데리고 가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브으으! 브! 브브! 브브브!
똑이가 유난히 높은 소리로 노래하듯이 말했다.
"뭐라고 하는 거야?"
꼬물!
^똑이가 성장하면서 이곳의 다른 녀석들에게 거대화를 지급할 수 있게 되었대요. 단 모두에게 줄 수는 없고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수에 한정이 된다고 하네요.^
"그러니까 스무 마리는 거대화를 사용할 수 있다는 거지?"
브으!
똑이가 자랑스럽다는 듯 큰소리로 대답했다.
<아이고 귀청이야! 기차화통을 삶아먹었어? 갑자기 왜 이리 목소리가 커진 거야?>
브으으!
^덩치가 커지니 목청도 커지죠. 당연한 건데···.^
<그래! 지극히 당연한 거야.>
나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대답했다.
똑이의 언변을 이기기는 쉽지 않았다.
똑이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언어술사라고 할 정도로 말을 잘했다.
언어구사력이 타의추종을 불허했는데 놀라운 지능이 뒷받침이 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흐흐흐흐! 흐흐!
^문어들이 10미터 크기로 커졌다 작아졌다 한다고 그리 호들갑이면 나를 보면 기겁을 하겠구나! 자! 다들 놀랄 준비 됐나요?^
흐엉이 호응을 기대하는 힙합 가수처럼 흥을 돋았다.
쇠사슬을 부딪쳐서 흥겨움을 더했는데 이런 솜씨는 흐엉이 최고였다.
촤르르! 촤르르! 촤촤촤르! 촤아!
흐엉의 쇠사슬이 바닥에서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움직였다.
이전에도 이런 움직임은 가능했다.
그런데 쇠사슬에 변화가 일어났다.
지금 쇠사슬은 유난히 새것처럼 보였는데 갑자기 묵직해지는 것 같았다.
무게감이 더해지는 것 같았던 것이다.
흐흐흐!
^들어봐라! 변화를 느낄 거다.^
흐엉을 들어 올리려고 하자 이전과는 다른 무게감이 느껴졌다.
"이렇게 무거우면 이거 장점만 되는 것은 아니야."
흐흐! 흐흐!
^잘 알고 있다. 무게감은 없앨 수도 있다. 이렇게!^
이전에도 흐엉은 쇠사슬에 무게감을 줄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만큼은 아니었다.
지금은 내가 들기 어려울 정도의 무게감을 더할 수 있었다.
흐흐흐! 히히!
^이것만이 아니다. 이렇게 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 흐엉의 쇠사슬은 늘 같은 모습이었다.
전형적인 쇠사슬 모양!
그런데 지금 흐엉의 쇠사슬은 변화하고 있었다.
<살벌하네. 저런 쇠사슬이면 제압용이 아니라 공격용으로도 사용이 가능하겠어. 저기다 무게감까지 더할 수 있는 거잖아.>
나호가 흐엉의 쇠사슬에 바늘 같은 침이 솟아나는 것을 보며 말했다.
흐흐흐!
^너무 좋다! 그런데 나에게 금을 준다면 살상력을 더할 수도 있다.^
흐엉이 그 어느 때보다 공손한 어투로 말했다.
무언가를 부탁할 때는 그래도 제법 예의를 지키는 것이었다.
뮤! 뮤! 뮤!
^네가 강해지면 집사가 강해지는 것이니 내가 얼마든지 금을 제공할 수 있다. 특별히 내가 공들여 만들어둔 것을 주겠다.^
흐흐흐!
^감사할 따름이다.^
<아주 손발이 척척 맞네.집사가 할 일이 없겠어.>
도뮤가 흐엉 앞에 황금 구슬을 쏟았다.
그동안 많이도 모아두었다.
흐흐흐!
^내가 다 섭취해도 되는지···.^
흐엉이 이렇게 조심스럽게 질문했던 적이 있었을까?
만난 이후에 처음인 것 같았다.
"소화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사용해도 좋아."
막 그 말을 했을 때였다.
꼬물!
^그렇다면 나도! 나도 황금이 좀 많이 필요한데···. 아수라와 아수리는 물론이고···.^
꼬물이가 재빨리 황금을 요구했다.
흐엉이 황금구슬을 모두 흡수해버릴 것 같았던 모양이었다.
흐흐흐!
^이건 내 몫이다! 아무리 같은 편이라도 남의 밥그릇에 숟가락 얹는 거 아니다.^
흐엉이 제법 살벌하게 말했다.
흐엉은 쇠사슬까지 살짝 들어 올리려고 했다.
황금을 사이에 두고 급속하게 냉각되는 공기였다.
"황금은 얼마든지 있어. 도뮤가 직접 제련한 것도 많아. 도뮤가 얼마나 황금제련을 좋아하는지 알지? 그러니 싸울 필요 없어."
던전 도깨비는 잠이 필요 없는 생명체였다.
모두가 잠이 든 시간에도 황금을 캐고 제련했다.
그것이 숙명이고 사명인 것처럼!
던전 도깨비들은 제련 과정에서 생기는 찌꺼기를 먹고 산다.
황금이나 금속은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일 뿐이었다.
도깨비들에게 황금 자체는 아무런 의미가 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니 황금이나 금속에 욕심을 내지 않았다.
오히려 찌꺼기에 더 욕심을 내는 녀석들이었다.
찌꺼기를 많이 먹을수록 강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마을까지 성장시키니 일 중독자 마냥 황금제련에 매달렸다.
이러니 도깨비들이 만들어내는 황금 구슬은 날마다 빠르게 쌓이고 있다.
이 중 30%를 시스템에게 넘기고 있지만 워낙 생산량이 많아서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히극! 히극!
^괜히 긴장했다! 그렇다면 부담 없이 나부터 챙겨가겠다.^
<잠깐! 찬물도 위아래가 있는 법이야! 아무리 많아도 지킬 것은 지켜야해! 꼬물이가 더 선배야! 너 여기 와서 교육도 꼬물이에게 받았잖아!>
흐흐어어! 흐어어!
만약고가 보고 있지 않았다면 흐엉은 분명 눈물을 쏟았을 것이다.
제법 사나운 녀석이 눈물은 가장 많았다.
<울어도 안 돼! 지킬 것은 지켜야지!>
뮤! 뮤! 뮤!
^지킬 것은 지키고 사는 것이 편하다. 흐엉이 너도 이쯤은 알지?^
히극! 흐어어!
^안다! 그래도 서럽다! 늦게 만나고 싶어서 늦게 만난 것이 아닌데···. 그저 운일 뿐인데···.^
"나호와 도뮤 말이 맞아. 지킬 것은 지키자."
흐흐!
^주인까지 그렇게 말하면 순서를 기다리겠다. 내 몫도 꼭 남겨줘야 한다! 꼭!^
흐엉이의 쇠사슬이 불안을 그대로 드러내며 떨리고 있었다.
꼬물이가 황금구슬을 모조리 가져가 버릴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꼬물!
^그럼 나부터 가지고 갈게.^
꼬물이의 뿌리가 당당하게 황금을 향해 다가왔다.
그리고···.
세계 정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