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7. 세계 정복
흐어어어엉! 흐어어엉!
^내 황금 구슬! 내 황금 구슬! 단 한 개도 남지 않았다! 어어엉!^
넉넉하게 남겨줄 것이라고 생각했던 꼬물이는 황금 구슬을 단 한 개도 남겨주지 않았다.
눈물 많은 흐엉은 쇠사슬 소리를 내며 울음을 터트렸다.
지금 이 순간은 만약고가 보고 있는 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상황이 서글픈 뿐이었다.
"많이 있어. 이것이 다가 아니야. 줄 테니 뚝!"
흐어엉! 흐어엉!
준다고 해도 뭐가 그리 서러운지 흐엉은 눈물을 쉽게 그치지 못했다.
흐엉의 울음은 켜켜이 쌓인 설움을 토해내는 듯했다.
뮤! 뮤! 뮤!
^흐엉! 서러운 것이 많았어?^
음머어어!
도뮤와 반반이가 달래보아도 소용이 없었다.
그렇게 한참 눈물을 쏟은 흐엉이 손바닥 안으로 쏙 들어와 버렸다.
항상 손바닥 밖으로 10센티미터 쯤 나와 있는 녀석이 지금은 완전히 모습을 감추고는 소리조차 내지 않고 있었다.
<왜 저렇게 서럽게 우는 거야? 저렇게 서러울 것까지는 없을 것 같은데···.>
나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꼬물!
^서러움이 터져버린 것 같아요. 살아오면서 느꼈던 많은 시간들이 한꺼번에 밀려오는지도 모르죠.^
<그걸 알면서도 다 가져간 거야?>
꼬물!
^사실 이것 보다 더 필요해요. 그리고 흐엉은 한번쯤 이런 시간도 필요할 것 같았어요.^
뮤! 뮤! 뮤!
^약이 될 거다. 이제 혼자가 아니라는 것도 느낄 거고.^
이런 대화들을 듣는 것인지 아닌 것인지 흐엉은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고 하더니···.>
흐엉 때문에 갑자기 썰렁해진 분위기에 웅덩이 안은 조용하기만 했다.
그때였다.
뭔가 멀리에서 접근하는 것이 느껴졌다.
<집사! 왜 그래?>
"뭔가 다가오고 있어."
꾸!
^제가 가볼게요.^
"가보지 않아도 될 것 같아. 뭔지 알 것 같거든."
<뭐가 오고 있는데? 저쪽에서 올 것이라고는 문어 밖에는 없는데?>
"느껴지지 않아?"
<모르겠는데? 너희들은 알겠어? 어? 집사도 감각이 더 좋아졌나? 감각 능력치를 올리지도 않았는데?>
"아마 기분이 나빴기 때문에 정확하게 기억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빠? 설마? 쥐?>
"인형쥐가 다가오는 것 같아."
브으으!
^제가 애들 시켜서 잡으라고 할까요?^
"아니! 어떻게 하는지 보게 나둬."
<집사! 인형쥐가 인형과 이렇게 멀리 떨어지기도 하나?>
"글쎄? 이런 것까지는 알려지지 않아서 알 수 없지. 그것보다 문어들 눈을 어떻게 따돌렸는지가 더 궁금하네."
잠시 시간이 지나자 인형쥐가 보였다.
그런데 이놈이 하는 짓이 묘했다.
<저놈 왜 저래? 마치 아무도 자신을 볼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은신을 할 수 있는 모양이야. 그래서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았던 것 같아."
이마에 혹이 난 인형쥐는 아주 당당하게 내 옆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아무도 자신을 보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인지 특별히 행동을 조심하지도 않았다.
뮤! 뮤! 뮤!
^웃기는 놈이다. 들킬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도뮤가 인형쥐와 나란히 움직이며 말했다.
인형쥐는 도뮤를 보지 못하고 있었다.
실실 웃으며 접근한 인형쥐가 내 팔을 물려고 할 때였다.
힉!
캬아악!
손바닥에서 나간 흐엉이 인형쥐를 틀어쥐었다.
흐엉만 인형쥐를 잡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꼬물이의 뿌리도 거의 동시에 인형쥐를 잡았다.
흐흐흐!
^어딜!^
꼬물!
^내꼬야! 나쁜 쥐!^
캬아아악! 찌이익! 찍!
인형쥐가 발버둥을 치며 울어댔다.
그 순간이었다.
인형쥐의 혹에서 묘한 기운이 느껴졌다.
"던져버려!"
캐에엑!
내 말을 듣는 순간 흐엉과 꼬물이 인형쥐를 멀리 패대기쳐버렸다.
찌이이익! 찍!
^영악한 놈이구나! 그래서 더 탐이 나! 너는 오늘 해가 뜨기 전에 내 인형이 될 거야. 그리고 나는 세계를 지배하는 거지. 흐흐흐!^
인형쥐는 야망을 숨기지 않았다.
아주 웃기는 놈이었다.
인형쥐는 아무도 자신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갑자기 불쌍한 쥐인 것처럼 행동했다.
<아직은 저런 연기가 통할 때이기는 하지.>
"정보에 둔한 사람은 통할지 모르지만 일반적으로는 이미 다 알고 있을 거야."
소환 스킬이나 권능이 있는 사람도 몬스터를 상대할 때는 조심해야 했다.
몬스터는 충분히 영악하기 때문이었다.
불쌍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몬스터 같은 표정을 지으며 인형쥐가 몸을 일으켰다.
절뚝이는 것이 제법 안쓰럽게 보이기는 했다.
인형쥐에 대해 모른다면 깜빡 속을 것 같았다.
인형쥐가 몸을 일으키자 꼬물이와 흐엉이 거의 동시에 공격 준비를 했다.
그때였다.
인형쥐가 허공을 휘젓더니 앞발에 무언가를 쥐었다.
찌직!
^이런 것까지 주고 인형을 삼아야 하다니···. 하지만 나쁘지 않은 투자지. 암! 저놈은 세계 정복도 가능하게 해 줄 놈이야. 이건 투자야. 투자. 흐흐흐!^
인형쥐의 웃음은 묘하게 흐엉과 닮아있었다.
우리는 모두 인형쥐의 말을 듣고 있는데 인형쥐는 자신의 말을 아무도 알아듣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마음 놓고 지껄이고 있었다.
뮤! 뮤! 뮤!
^사람이든 도깨비든 자신을 기준으로 세상을 보기 마련이다. 저 몬스터도 그러는 것 같다.^
도뮤가 실소를 흘리며 말했다.
<그런데 저놈 인벤토리를 가지고 있나?>
'사람을 홀리려면 뭔가 특별한 것이 있어야겠지. 인벤토리든 아공간이든.'
<하긴! 저놈에게서 뭔가 희망이 보이니까 빠져들고 그러다 인형까지 되겠지? 그나저나 박원미는 어떻게 됐을까?>
'저놈 잡아서 물어볼까?'
브으으!
^제가 문어들에게 알아볼까요?^
문어들은 자신들만의 특이한 소통수단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멀리 있는 문어들과도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그래주면 고맙지.'
브으으!
^알겠어요. 바로 알아볼게요.^
문어들끼리의 소통은 무척이나 빨랐다.
오 분도 되기 전에 박원미의 소식이 전해질 것이었다.
우리가 이런 대화를 나누는 사이 인형쥐가 앞발에 쥔 것을 내밀었다.
나와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었지만 내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정확하게 아는 것이었다.
"내가 그걸 받을 것 같아? 네가 인간이나 몬스터를 인형 삼는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어."
찌이익! 찍!
^저놈이 그걸 어떻게 안 거야? 내가 인형을 삼는다는 것을 알면 이거 일이 쉽지 않겠는데? 다들 소환수라고 생각하는데 저놈은 도대체 뭐야?^
"여기는 왜 왔어? 날 인형 삼으려고? 날 네 야욕의 수단으로 삼고 싶었어?"
찌익! 찍! 찌이이익!
^야욕? 저놈 혹시 내 말도 듣는 거야? 나를 보는 것을 넘어서 말까지 알아듣는다면 말조심해야겠네. 이거 재미있네. 재밌어!^
찍! 찍!
^너 내말 알아듣지? 그렇다면 당당하게 이야기를 좀 나누는 것이 어때? 우리 말로 풀자고.^
"몬스터와는 말 섞지 않아."
찍!
^몬스터라고 했어? 지금!^
인형쥐의 말에 대답을 하지 않았다.
놈은 지금 내가 자신을 봐주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찍! 찌이익! 찍!
^야! 말 좀 해봐! 이거 줄게. 이거 네 능력을 증폭하는 거야. 이걸 먹으면 강해진다고!^
놈이 앞발을 흔들며 말했다.
흐흐흐!
^제가 잡을게요. 저놈은 제가 다루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맛도 좋을 것 같고요.^
인형쥐를 접하자 토라졌던 것은 까맣게 잊었는지 흐엉이 의욕을 드러냈다.
"좋아! 확실하게 잡아."
흐흐흐!
^저놈에게서 빼앗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빼앗아도 되는 거죠?^
"무엇이든 원하는 것은 빼앗아도 돼. 모두 네가 가져도 되고."
흐흐흐!
^알겠어요. 흐흐흐! 히히히!^
닭살이 돋을 것 같은 웃음을 흘린 흐엉이 손바닥에서 나가더니 인형쥐에게 접근했다.
분명 쇠사슬이지만 인형쥐는 흐엉을 보지 못했다.
워낙 은밀하게 움직이기도 했지만 색깔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기 때문이었다.
찍! 찌이익!
^겁을 먹은 거냐? 겁쟁이로는 보이지 않는데···. 겁쟁이라도 상관없다. 내가 강하게 만들어줄 테니까.^
그렇게 말하며 명을 재촉하는 행동을 하는 인형쥐였다.
겁을 상실한 듯 나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던 것이다.
그리고 그대로 인형쥐는 흐엉에게 잡혀버렸다.
캬아악! 캭! 캬아악!
흐엉의 쇠사슬에 잡히자 인형쥐가 괴성을 내질렀다.
귀가 멍해질 정도로 큰소리였다.
"애들 깨겠다. 흐엉아! 저놈 소리 지르지 못하게 해줘."
흐흐흐!
잠시 후 인형쥐는 축 늘어져버렸다.
흐흐흐! 흐흐!
^맛있어! 너무 맛있어! 이놈 맛있어요. 좋은 거 잔뜩 가지고 있어요. 이놈 가지고 있는 거 많은데 빼앗을까요?^
"하고 싶은 대로 해!"
대답을 하자 흐엉의 쇠사슬이 잠깐 빛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축 늘어져있던 인형쥐가 정신을 차렸다.
물론 완전히 정신을 차린 것은 아니고 앞발만 겨우 움직일 정도였다.
정신을 차린 인형쥐는 곧 죽을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앞발을 움직였다.
인형쥐가 앞발을 움직일 때마다 바닥으로 물건이 떨어졌다.
지이이이익! 직!
인형쥐가 힘없는 소리로 울었다.
꼬물!
^욕심 부리다 탈탈 털리게 됐다고 하네요. 그래도 포기가 빠른 놈이에요.^
"그런 것에 속으면 안 돼! 인형쥐는 믿을 수 없어. 저것도 모두 연기일 수 있어."
흐흐흐!
^반은 연기이고 반을 진실이에요. 이놈 어떻게 할까요?^
이대로 죽여도 되느냐고 묻고 있었다.
"떨어뜨린 물건들은 뭐야?"
흐흐!
^주로 매혹을 거는 것들이에요. 홀려야 뭐든 할 수 있으니까요.^
"그냥 사용할 수 있는 거야?"
흐흐!
^이놈은 자신이 있어야만 사용할 수 있는 물건들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거짓이에요. 이놈이 있든 없든 사용하는데는 상관없는 물건이죠.^
그렇다면 인형쥐를 살려둘 필요는 없었다.
인형쥐를 소환수로 둬도 좋을 것 같지만 인형쥐는 자신이 인형을 거느리는 녀석이지 남에게 절대로 복종하는 녀석은 아니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똑이가 박원미의 소식을 전해들은 것 같았다.
브으으으! 브!
^박원미는 죽었어요. 거기에 있는 문어를 통해 알아봤는데 복부를 찔려 죽었다고 하네요. 아! 목도 찔렸어요.^
"인형인 여자를 죽였어? 목과 배를 찔러서?"
큭! 캬악!
인형쥐가 놀라 기침을 했다.
"모를 거라고 생각했어?"
찍! 찍!
^내가 주인이다. 인형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버린 것뿐이다. 어차피 그 여자는 내가 아니었으면 구치소에서 진작 죽었다. 지금까지 살아있는 것도 내 덕분이지. 오히려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
<정말 어이가 없는 논리네. 집사! 나중에라도 박원미 집안에서 조사를 하면 말이야. 괜스레 집사가 의심을 받겠는데···?>
"그러 거 신경 쓰지 않아."
<나도 신경 쓰지 않은데···. 언론보도에 따라 집사가 머리가 아플 수도 있어.>
아직은 이런 염려는 하지 않아도 좋았다.
하지만 영원히 지금 같은 세상은 아니었다.
사회가 안정되면 가족부터 찾을 것이었다.
나호는 지금 거기까지 생각하고 있는 것이었다.
"괜찮아."
직! 찍! 찌이이익!
^지금 누구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냐? 설마 이곳에 내가 보지 못하는 존재가 있는 거냐?^
"너만 은신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
그렇게 말하며 은신을 걸었다.
찍!
^은신이 있던 놈이구나. 그래서 나를 봤던 거야.^
"공격을 하려거든 상대 파악부터 했어야지."
찍! 찌익!
^벌써 나보다 좋은 은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어떻게 생각하겠나!^
인형쥐가 소리를 질렀다.
매우 억울한 듯한 목소리였다.
"이제 너도 가라! 인형쥐는 도움이 되지 않아."
흐엉에게 놈의 처리를 지시하려는 순간이었다.
인형쥐가 다급하게 한 마디를 던졌다.
그리고 그 말을 듣는 순간 인형쥐를 묶고 있는 흐엉의 쇠사슬이 느슨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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