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1 / 0225 ----------------------------------------------
<프롤로그>
<프롤로그>
팡!
공기를 찢는 날카로운 파공성을 내며 대 마수병기 마루3호는 A급 대형마수 블랙 드레이크를 향해 빠르게 나아갔다.
순간 블랙 드레이크 주변에 깔린 B급 중대형 마수들의 시선이 마루3호를 향해 일제히 쏠렸다. 하지만 그들의 눈에 들어온 마루3호는 먹어도 별로 배가 찰 것 같지 않은지 금세 관심을 접고 고개를 돌렸다.
-표적과의 거리 100m, 공격기회다.
[텐 포(10-4)!]
마루3호는 허드(HUD: 헤드업 디스플레이) 전면에 떠오른 붉은색 십자과녁과 노란색의 유도화살표를 보며 조금씩 방향을 틀어 완만한 곡선을 그려나갔다.
블랙 드레이크는 웬 쥐방울만한 놈이 빠른 속도로 자신을 향해 다가오자 그제야 고개를 들고 쳐다봤다.
마루3호는 그 모습에 두 다리를 최대출력으로 올리고 직진했다.
강력한 티타늄합금 뼈대에 엄청난 탄성과 인장력을 가진 인공근육으로 덮인 안드로이드 전투로봇, 마루3호의 두 다리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교차됐다.
쩍 쩌적!
두 발이 땅을 교대로 밟을 때마다 대지에 거미줄 같은 균열이 생기고, 폭발적인 속도로 그의 몸을 앞으로 쭉쭉 밀어냈다. 더불어 강한 공기의 저항이 온몸 전체에 미치는 것이 느껴졌다.
-표적과의 거리 25m, 어택(Attack)!
허드(HUD)를 통해 미션오퍼레이터가 소리치자 마루3호는 대답을 하는 대신 힘차게 땅을 밟아 허공으로 몸을 띄워 올렸다.
쿵!
큰 바위가 낭떠러지에서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 같은 소리가 울려 퍼지고, 그의 몸이 새처럼 하늘을 날아올랐다. 두 다리가 허공에서 허우적거리는 모습이 마치 허공을 밟으며 달려가는 것처럼 보였다.
마루3호는 오른손에 정신을 집중했다.
웅!
순간, 그의 오른손에 당구공만한 크기의 아공간이 열렸다.
하늘이 허락한 그의 유일한 초능력이다.
지금까지 새로운 능력을 각성하기 위해 온갖 신체강화제를 다 맞고 별별 초능력시드도 먹어보았다 하지만 뇌와 척추밖에 남지 않은 그에게 감응하는 능력 따윈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그에게 감응했던 유일한 능력은 대격변의 날에 무작위로 떨어진 영혼에 귀속된 당구공만한 아공간 소환능력뿐이었다.
당구공만한 아공간에서 역시 당구공만한 붉은 공이 떨어져 내렸다.
그는 오른손으로 붉은 공을 잡아 한번 꼭 쥐었다가 곧바로 허공으로 툭 던져 올렸다.
어느새 붉은 공에서 투명한 줄 같은 것이 그의 오른손바닥에 착 달라붙어 있었다.
A급 마수 ‘인비저블 아라크네’의 거미줄로 만들어진, 세상에서 가장 튼튼하고 질기다는 줄이었다.
마루3호가 멋진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져 내렸다.
그는 두 손으로 붉은 공에 연결된 투명한 줄을 잡고 아래로 힘차게 당겼다.
‘질량증폭! 중력강화!’
마루3호가 강하게 마음속으로 시동어를 외치자 붉은 공의 표면에 푸른 하늘색의 형이상학적인 문양과 기하학적인 기호가 가득 떠올랐다.
S급 마법사가 정성스럽게 한 땀 한 땀 인챈트 한 강력한 마법진이 가동되자 붉은 공의 질량이 순식간에,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중력이 수십 배로 강화됐다.
허공에서 아래로 떨어져 내리며 붉은 공을 꺼내고 다시 줄을 잡아당기는 동작은 거의 한 호흡에 이루어졌다. 그 짧은 시간, 마루3호는 자신의 힘을 모아 폭발적으로 터트리며 붉은 공을 블랙 드레이크의 대가리를 향해 휘둘렀다.
쐐애애액!
대기를 찢어발기는 소리가 울리며 붉은 공이 가공할 속도로 떨어져 내렸다.
거대한 몸체를 가지고 있는 블랙 드레이크는 그 소리에 움찔 놀라 급히 고개를 옆으로 틀었다. 순간 블랙 드레이크의 몸 전체가 노란색으로 덮이며 생체실드가 떠올랐다.
퍼억!
쿵!
마치 수박이 깨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A급 대형마수다운 거대한 블랙 드레이크의 동체가 둔중한 소리를 내며 그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바닥에서 먼지가 확 피어올랐다.
척!
마루3호는 블랙 드레이크의 등에 사뿐히 떨어져 내렸다.
그는 제일 먼저 블랙 드레이크의 머리부터 살펴봤다.
블랙 드레이크의 생체실드가 때마침 발현된 상태라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했다.
하지만 블랙 드레이크가 눈을 감고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면 가공할 속도와 운동에너지를 가진 붉은 공이 정확히 머리통을 강타하는데 성공한 것 같았다.
붉은 공은 크기는 작지만 S급 마법사가 질량증폭 마법진과 중력강화 마법진을 인챈트 한 덕분에 생체실드를 격하고 블랙 드레이크의 뇌에 이렇게 충격을 주어 기절시킬 수 있었다.
뒤를 생각하지 않는 안드로이드 전투로봇, 마루3호가 아니면 도저히 생각해볼 수 없는 일격필살의 공격방식이기도 했다.
-바이오 체크, 상태 기절 확인, 포이즌 인젝트!
[텐 포(10-4)!]
마루3호는 허드를 통해 들리는 미션오퍼레이터의 말에 서둘러 블랙 드레이크의 눈 옆으로 이동했다. 왼손을 등 뒤로 돌려 들고 있는 배낭 아래 한쪽을 툭 치자 바통만한 막대기가 그의 손에 툭 떨어져 내렸다.
그는 지체 없이 블랙 드레이크의 눈꺼풀을 들어 올리고 막대기를 가져다댔다.
푸슝!
막대기는 자동으로 움직여 블랙 드레이크의 눈알 안으로 빠르게 극독을 주입했다.
[포이즌 인젝티드.]
-3시 방향, 20m 뒤로 물러나 대기하라.
[텐 포!]
마루3호는 대답을 마치자 곧바로 3시 방향으로 달려가 적당히 거리를 벌리고 섰다.
미션오퍼레이터는 허공에 떠 있는 드론을 이용해 블랙 드레이크의 바이오사인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주변의 상황도 살피는 것을 잊지 않았다.
다행히 블랙 드레이크가 이 일대의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하고 있어서 이놈보다 등급이 낮은 마수들은 아예 근처로 올 생각도 하지 못했다.
1분도 지나지 않아 블랙 드레이크의 뇌가 안에서부터 서서히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마루3호가 주사한 극독이 블랙 드레이크를 단숨에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코드네임 둠 레이더, 미션 클리어! 캐리어를 보내겠다. 도착 예정시간까지 3분. 수고했다.
[텐 포! 둠 레이더 아웃!]
마루3호는 미션오퍼레이터의 흥분된 목소리를 한쪽 귀로 들으며 붉은 공을 들어올렸다. 잠시 붉은 공을 바라보던 그는 아래로 툭 떨어뜨렸다.
그리곤 손목의 스냅을 이용해 다시 위로 들어 올리며 마치 요요처럼 가지고 놀았다.
휘익 탁! 휘익 탁!
황량한 들판에 묵묵히 홀로 서 있는 그의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그려지고 있었다.
* * *
============================ 작품 후기 ============================
안녕하세요! '고려의검' 입니다.
[둠 레이더(Doom Raider)] 는 '현대판타지' 이자 전형적인 '회귀 레이드 물' 입니다.
영혼에 귀속된, 겨우 당구공만한 아공간을 소환할 능력밖에 가지고 있지 않은 주인공이 마수들의 침공으로 인해 멸망의 기로에 선 인류를 구하기 위해 과거로 회귀한다는 클리셰를 가지고 있습니다.
빠른 전개와 시원한 전투, 철저한 헐리우드 식 흥미위주로 글을 써볼까 합니다.
제 글을 읽고 독자 여러분들이 조금이나마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잠시나마 각박한 현실을 잊고 웃을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그럼 즐거운 시간이 되시기 바랍니다.
- 고려의검 -
[악플 사절][욕설 & 반말 사절][불순의도, 선동글 & 문제 댓글 자동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