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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 회귀, 그 새로운 시작
투투투퉁 투투투퉁!
쾅 콰콰쾅 쾅쾅!
갑자기 콩 볶는 듯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러더니 이내 폭탄까지 터지며 땅을 진동시켰다.
정부가 특수부대를 보낸다고 했는데, 정말 무지하게 빠른 속도로 안드로이드 연구소에 도착한 모양이었다.
서진은 불안한 마음을 감추며 자신의 왼쪽에 앉아 있는 민연서의 보드라운 손을 꼭 붙잡았다. 그녀는 서진의 손이 사람의 손이 아니라 안드로이드 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음에도 힘주어 손을 꼭 잡아줬다.
그녀의 그런 친절한 행동에 서진은 마음이 따뜻해지고 뭔가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다.
“연서 씨, 다 잘될 거예요.”
“네, 맞아요. 그럴 거예요. 저도 그렇게 믿고 있어요.”
그녀는 불안한 마음을 애써 숨겼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씩씩하게 대답했다.
민연서의 왼쪽에 앉아있는 최강철이 둘이 나누는 소리를 듣고 그녀에게 뭐라고 소곤거렸다. 하지만 그녀는 굳이 최강철을 향해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서진은 그런 민연서의 태도에 크게 감동했다.
그는 만에 하나 회귀에 실패해 소멸될 경우를 생각했다.
그래서 민연서의 아름다운 얼굴과 자신을 바라보는 두 눈을 끝까지 실컷 쳐다보기로 했다.
아니 그녀의 모습을 아예 자신의 눈에 박고 마음에 깊이 새길 수 있게 각인을 해버렸다.
쾅!
그때 연어호가 크게 흔들렸다.
아까와는 전혀 다른 충격과 흔들림이었다.
아무래도 뭔가 강력한 폭탄이라도 터진 것 같았다.
우두두두두두!
딱딱한 전투화 소리가 들리더니 상당한 숫자의 사람들이 제3연구소에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서진은 직감적으로 이들이 정부가 보낸 특수부대원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곧이어 듣기만 해도 오만이라는 단어가 뚝뚝 떨어져 내릴 것 같은 나이 지긋한 남자의 목소리가 연구실에 울려 퍼졌다.
“신성일, 야! 이 미친 새끼야. 정부에서 하지 말라고 하면 하지 말 것이지. 왜 연어 프로젝트를 강행하고 지랄이야?”
“…….”
신성일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서진은 혹시 신성일이 다치거나 죽지 않았는지 걱정이 됐다.
웅웅웅웅웅…….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이라면 연어호에서 일어나는 공명음이 아직도 계속 울리고 있다는 점이다.
“신성일, 그동안 S급 능력자라고 봐줬더니 네 간이 아주 배 밖으로 튀어나왔구나. 감히 이 나라의 국방장관인 나 장국형의 말을 싹 무시해? 너 정말 죽고 싶어서 환장했냐?”
“…….”
신성일은 여전히 대답을 하지 않았다.
서진은 장국형이라는 이름을 듣자 그의 이름을 몇 번이나 곱씹듯이 머릿속에 새겨 놓았다. 그의 이름이 좋아서가 아니라 나중에 회귀에 성공하면 살생부 첫머리에 올려놓기 위해서다.
“저놈 뭔가 수상한데요? 바로 체포하시죠?”
“그러는 것이 좋겠다. 즉시 체포해!”
“네.”
부관의 말에 장국형 장관은 신성일이 아무 대답도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는 모습이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체포명령을 내리자 특수부대원 수십 명이 우르르 한꺼번에 움직이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그때 신성일이 제3연구소가 떠나가라 크게 소리쳤다.
“하하하! 이미 늦었다. 회귀!”
번쩍!
신성일의 말이 끝나는 순간, 그의 S급 스킬이자 최후의 비기인 회귀 스킬이 발동했다.
연어호의 안팎에서 눈이 멀어버릴 것만 같은 환한 빛이 폭발적으로 솟구쳤다.
순간 온 세상이 새하얀 백색으로 물들어갔다.
쿵!
순간 연어호가 다시 한 번 묵직한 소리를 내며 크게 흔들렸다.
서진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웬일인지 그의 고개가 아주 천천히 느리게 돌아가고 있었다.
빛이 너무 환해서 아무것도 안보일 것 같았는데 다행히 자신의 눈에는 민연서의 놀란 얼굴이 흐릿하게 보였다.
민연서가 자신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고개도 아주 천천히 느리게 돌아가고 있었다.
서진은 그녀가 자신을 보려고 고개를 돌리자 기뻐서 절로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소리 없이 그저 입술만 움직여서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다.
[널 많이 사랑했어! 과거로 회귀하면 꼭 찾아갈게. 기다려!]
민연서가 깜짝 놀라며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그 모습이 토끼처럼 귀엽고 너무나도 예뻐 보였다.
아니 실제로 그녀의 눈은 마치 토끼의 눈처럼 빨갛게 변해있었다.
서진은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을 바라보며 자신의 의식이 허공으로 붕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리곤 어디론가 빠르게 세차게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의식이 점멸되어가는 순간, 그는 강한 의문이 들었다.
‘설마 민연서가 내 말을 알아들은 것은 아니겠지?’
그 생각을 마지막으로 그의 의식이 완전히 암전됐다.
* * *
찰싹 찰싹!
‘이건 뭐지?’
의식이 깨어나자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고통이었다.
누군가 자신의 엉덩이를 세게 치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상하네. 왜 아기가 안 울지?”
당황한 젊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제야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서진은 천천히 눈을 떴다.
사물이 뿌옇고 흐릿해 잘 보이지 않았다.
시력이 떨어진 건지, 아니면 눈을 다친 건지, 당장은 알 수 없었다.
“신 간호사, 모든 신생아가 태어나자마자 전부 우는 것은 아니야. 그러니까 너무 세게 치지 말아요. 멍들어요.”
“네.”
“아기의 호흡과 심박수를 확인하세요.”
“네, 선생님.”
나이 지긋한 목소리의 여의사가 간호사에게 타이르듯 말했다.
간호사는 여의사의 말에 빠릿빠릿하게 움직였다.
이제 막 태어난 아기가 호흡은 잘하고 있는지, 심장박동수는 정상인지 차분하게 확인했다.
“선생님, 아기가 호흡을 잘 하고 있어요. 심장박동수도 정상이에요.”
간호사는 밝은 목소리로 어리광을 부리듯 여의사에게 말했다.
서진은 여의사와 간호사가 주고받는 말을 듣자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을 빠르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럴 수가, 내가 갓난아기가 되다니…….’
서진은 갓난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울지 않아서 놀랐던 간호사보다 더 놀란 나머지 살짝 패닉상태가 됐다.
‘내가 과거로 회귀를 한 건가? 아니면 죽어서 다시 아기로 환생을 한 건가? 이거 어떻게 하지?’
아기로 태어나서 그런지 생각보다 머리가 팍팍 돌아가 주지 않았다.
그는 억지로 정신을 집중시켜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어떻게 움직여야할지 생각해봤다.
‘회귀에 성공했다고 해도 지금 상황을 보니 절대 2016년은 아니겠군. 만약 환생을 했다면 최소한 2026년 이후일 것이니 아기인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일단 좀 더 두고 보기로 하자.’
서진은 나름 빠르게 자신이 갓난아기라는 현실을 인정해야만 했다.
“의사선생님, 제 아이가 왜 울지 않죠? 혹시 어디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닙니까?”
“분만하신 아기는 건강합니다. 이렇게 간혹 아기가 울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여의사가 친절하게 산모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신생아는 자궁에 있을 때와는 달리, 태어나면서 엄청난 압력을 느끼게 된다.
그것은 바로 ‘기압’이다.
신생아에게는 이것이 매우 고통스럽게 느껴진다고 한다. 고통을 느끼고 우는 아기가 건강하고 정상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상식이다.
아기를 치면서 울게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신생아가사’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자극을 주는 것이다. 태어났을 때에 바로 첫울음소리를 터트리지 않고 호흡이 늦어지는 상태를 신생아가사라고 한다.
신생아가 울지 않는다고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뭔가 다른 이유로 울지 않는다면 생명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기에 울음을 통해서 확인한다고 볼 수 있다.
여의사의 친절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산모는 계속 불안해했다.
혹시라도 자신이 낳은 아기가 어디 아픈 것은 아닌지, 잘못 된 곳은 없는지 걱정을 하는 것이다.
아마 모든 산모의 마음이 이와 비슷할 것이다.
서진은 불안해하는 산모, 아니 그의 어머니를 위해 스스로 자신의 한 몸을 희생하기로 결심했다.
‘내 나이 서른에 이런 짓을 해야 하다니…….’
서진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는 쪽팔림을 무릅쓰고 힘차게 소리를 내질렀다.
“응에에! 응에에! 응에에!”
갓난아기가 자지러질 듯 울어댔다.
울음소리가 얼마나 큰지 수술방 안이 크게 진동을 했다.
그제야 여의사와 산모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그려졌다.
간호사가 놀라서 나갔다가 다시 허겁지겁 달려오는 소리가 바닥을 울렸다.
그렇게 서진이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난 첫째 날이 지나갔다.
* * *
‘정말 돌겠군.’
아닌 게 아니라 신생아실은 사람을 미치게 만들기 딱 좋아보였다.
“응에에! 응에에!”
“응아앙! 응아앙!”
여기서 빽빽! 저기서 빽빽!
사방에서 신생아들이 마구 울어대는 통에 간호사들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제대로 닦지도 못하고 정신없이 움직여야했다.
우유병과 기저귀를 거의 필수품처럼 한손에 놓지 않고, 어쩜 그렇게 빠르고 정확하게 우는 아기들을 찾아 돌보는지…….
서진은 새삼 간호사의 위대함이 절절히 가슴에 다가왔다.
아마 보통사람이라면 하루도 견디지 못하고 신생아실을 튀어나가 도망쳤을 것이다.
그러나 진짜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것은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방문객들이었다.
“우르르 까꿍! 우르르 까꿍!”
“응에에! 응에에!”
뭐가 그리도 신기한지 아기의 부모를 비롯해서 할아버지와 할머니, 삼촌과 고모, 당숙과 사촌, 심지어는 외가와 사돈의 팔촌까지 몰려와서 갓 태어난 아기를 보려고 했다.
그럴 때마다 간호사들은 아기를 유리로 된 벽 앞으로 자리를 이동시켜서 했고 아기들은 누군지도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스트레스를 받아야했다.
“우리 서진이는 참 착한 아기네. 어쩜 이렇게 울지도 않고 의젓하지?”
“그러게 말이야. 신생아들이 전부 서진이만 같았어도 간호사 생활하기 참 편할 텐데…….”
“세상에 서진이 같은 아기가 또 어디 있겠어? 얘는 아주 특별한 아기야.”
“난 이 녀석이 응가를 하고 난 후에 짓는 표정을 보는 게 제일 재미있어. 부끄러워하는 표정을 보면 정말 콱 깨물어주고 싶다니까.”
간호사들이 서진의 주위에 모여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서진은 간호사들의 말에 얼굴을 붉혔다.
‘어이, 간호사들, 다 들리거든. 바로 앞에서 내 얘기를 하면 어떡해?’
자신이 말을 한다고 해도 그들에겐 그저 옹알이하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항상 마음속으로만 항의를 하고 있는 서진이었다.
그래도 배고프면 우유를 먹여주고 응가를 하고 난 후에는 깨끗한 기저귀로 갈아주는 간호사들 덕분에 신생아실에서 참 편하게 지내고 있었다.
거기에다 간호사들이 아기들의 이름을 불러주고 서로 수다를 떠는 통에 자신이 환생을 한 것이 아니라 과거로 회귀를 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2016년으로 갔어야 할 내가 1996년으로 왔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신성일이 회귀 스킬을 쓰고 난 이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왜 20년이나 더 과거로 회귀하게 됐을까? 이래선 민연서를 찾아갈 수도 없고 내 아공간에 들어있는 블루볼을 꺼내줄 수도 없잖아.’
서진은 고민 끝에 결국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싸고 먹고 자고, 싸고 먹고 자고, 싸고 먹고 또 자고…….
갓난아기가 할 수 있는 일은 결국 이것 밖에는 없었던 것이다.
* * *
“응에에! 응에에! 응에에!”
자지러질 듯 울어댔다.
울음소리가 얼마나 큰지 방구석이 쩌렁쩌렁 울렸다.
“여보! 서진이 운다.”
“어머, 무슨 일이지?”
이만수가 놀란 얼굴로 다가오자 손예진이 눈을 번쩍 뜨고는 몸을 옆으로 돌렸다.
“아이 참! 쌌구나. 미안하다. 엄마가 자느라고 몰랐어.”
손예진은 응가를 한 기저귀를 빼고 새 기저귀로 빠르게 갈아주었다.
서진은 그제야 울음을 그치고 얌전해졌다.
사실 그는 어지간하면 울지 않으려고 했다.
자신의 부모를 위해 착한 아기가 되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배가 고픈 것은 참을 수 있어도 응가를 한 것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엉덩이에 느껴지는, 그 도저히 표현하고 싶지 않은 응가의 느낌은 그를 견딜 수 없게 만들었다. 몸은 비록 갓 태어난 아기지만 정신은 이미 서른 살의 성인이라 더욱 인내하기 힘든지도 몰랐다.
덥석!
쪽쪽쪽쪽!
얌전히 있으려니 갑자기 손예진이 서진에게 젖을 물렸다.
입안으로 젖이 흘러들어오자 서진은 반사적으로 열심히 쪽쪽 빨아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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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기의 시기는 가능한 빠르게 지나가려고 합니다.
즐겁게 읽어주세요.
선호작, 추천, 코멘트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