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둠레이더-10화 (1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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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 정신단련 프로젝트

“마이키!”

-네, 이서진님.

“기왕 나선 것 너도 좀 도와줬으면 좋겠다.”

-뭘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네가 말했던 도감청과 감시를 진행해줘! 이유야 어떻게 됐던 간에 그런 나쁜 의도를 가진 놈들을 그냥 방치할 생각은 없어. 가만히 놓아두면 우리 아버지가 아니더라도 다른 호구를 잡아서 사고를 칠 것이 분명해. 그 전에 적당히 손을 봐줘서 아예 범죄의 싹을 잘라놓고 싶어. 가능하겠지?”

-생명을 건드리는 것도 아니고 재산상의 손해를 입히는 정도라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서진은 마이키도 그냥 내버려두지 않았다.

당장 쓸 수 있는 것은 모조리 활용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럼 지금 바로 진행해. 참, 나노로봇은 충분하겠지?”

-물론입니다. 모자라면 블루볼 안에 미리 넣어둔 지원키트가 있으니 사용하면 됩니다.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 꺼내 줄게.”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하지만 나노로봇은 회수해서 재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아마 지원키트까지 꺼낼 일은 없을 겁니다. 이서진님, 한 가지 조언을 드려도 될 까요?

“물론이지.”

마이키가 먼저 조언을 해준다는 말에 서진은 무척 고무됐다. 메딕을 보고 무슨 큰 자극이라도 받은 모양이다. 아까와는 달리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니 마이다. 어쨌든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먼저 조언을 해주겠다는 마이키의 태도는 그에게 나쁠 것이 하나도 없었다.

-메딕의 정신단련 프로젝트에 좀 더 직관적인 신상필벌을 가미하는 게 좋겠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블루볼에 들어있는 달러와 골드바를 활용하라는 말입니다. 어차피 이서진님이 성년이 되시면 자금이 많이 필요하게 됩니다. 그러니 이 기회를 이용해서 블루볼 안에 들어있는 달러와 골드바를 현금화시키고 자본을 불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마이키의 말에 메딕이 적극 찬성표를 던졌다.

-마이키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이 좋겠습니다. 직관적인 신상필벌이라면 대상의 변화에 대한 의지를 더욱 증폭시킬 수 있을 겁니다.

“좋아. 그렇게 하지.”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마스터.

자신에게 이익이 될 제안을 서진은 거절할 생각이 없었다.

마이키의 제안을 승낙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한 가지 더 부탁할 것이 있습니다.

“그게 뭐지?”

-블루볼을 이서진님의 아공간에 넣지 마시고 지원모드로 설정해주십시오.

“지원모드로?”

-네, 그렇습니다. 블루볼을 지원모드로 설정해놓으면 스텔스 & 클로킹 모드가 가능해지고 아공간을 제가 컨트롤 할 수 있게 됩니다.

“좋아. 그렇게 하지.”

서진은 마이키의 요청에 두말하지 않고 캡슐을 집어넣은 후, 블루볼을 지원모드로 설정했다. 그러자 블루볼이 스텔스 & 클로킹 모드로 활성화되면서 점차 투명하게 변하더니 눈앞에서 스르륵 사라져갔다.

그는 이제 비어버린 자신의 아공간에 레드볼을 집어넣었다.

서진의 머리 위에는 세 개의 공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블랙볼 마이키, 화이트볼 메딕 그리고 아공간을 가진 블루볼이었다.

비록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겠지만 세 개의 공이 허공에 떠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서진의 마음속에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무럭무럭 샘솟고 있었다.

* * *

“으아아아, 잘 잤다.”

늘어지게 하품을 한 이만수는 자신의 배를 한손으로 벅벅 긁으면서 눈을 떴다.

아내의 홀딱 벗은 나신이 한눈에 들어왔다.

비록 애 하나를 낳은 아줌마지만 아직은 S라인이 다 죽지 않은 볼륨감 있는 몸매였다.

그는 아내의 탱탱한 엉덩이를 슬그머니 한손으로 쓰다듬고는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갔다. 방광이 꽉 차서 오줌을 누고 싶은 것이다.

이만수는 한손으로 자신의 분신을 잘 잡고는 시원하게 오줌을 갈겼다.

쪼르르르…….

하지만 어째 분출하는 모습이 영 시원치가 않았다.

언제부터인지 매가리가 탁 빠져서 자꾸만 고개를 숙이려고 들었다.

아내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사내로써 점점 자신감도 떨어져갔다.

뭔가 수를 내지 않으면 나중에 분명히 뭔가 사단이 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치밀어 올랐다.

-이만수!

그때였다.

어디선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나이 지긋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만수는 고개를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봤다.

“아차차차!”

자신이 오줌을 싸고 있다는 것을 깜빡하는 바람에 오줌발은 여지없이 바닥에 다 튀어 버렸다.

그는 얼른 몸을 돌려 양변기 안으로 다시 물건을 조준했다.

탁탁!

오줌을 다 싸고 손으로 터는데 또다시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이만수, 네 이놈!

“허억! 뭐야 이거?”

이만수는 기겁을 하고 놀라 두 손을 머리 위로 들고는 주변을 살펴봤다.

-왜 대답이 없느냐?

“누, 누구세요?”

-불렀으면 ‘네’하고 대답을 해야지.

“네, 부르셨습니까?”

이만수는 자신이 혹시 귀신에 홀린 것은 아닌지 걱정됐다.

‘설마 이게 꿈은 아니겠지.’

놀란 이만수의 귀로 또다시 정체불명의 음성이 들려왔다.

-내가 누군지, 어디서 왔는지는 하늘의 규칙 때문에 말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너를 불쌍히 여기신 존귀한 분의 의지에 따라 도움을 주러 왔다는 것이다.

“말씀하신 분은 누구세요? 그리고 누가 절 불쌍히 여긴다는 말씀이십니까?”

-어허, 이놈! 내가 방금 말하지 않았느냐? 하늘의 규칙 때문에 말할 수 없다고. 네가 이렇게 흐리멍텅하게 구니까 삼년도 못가 패가망신당하고 서진이가 평생 동안 제 아비를 원망하며 죽을 고생을 하는 것이 아니냐?

“네에? 제가 패가망신을 당하고 서진이가 죽을 고생을 해요?”

-그렇다.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일어날 일이니라.

“미래에 일어날 일이라뇨? 어르신께서 제 미래를 보십니까?”

-그렇다.

“저……. 혹시 돌아가신 아버지나 우리 할아버지가 보내셨나요?”

파지직!

“으악!”

갑자기 허공에서 파란 빛줄기가 떨어져 내렸다.

이만수는 마치 전기에 감전된 것 같은 짜릿한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도대체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겠느냐? 내가 말할 수 없다고 했지?

“우아, 죽는 줄 알았네. 그런데 방금 그게 뭡니까?”

-뭐긴 뭐야 벼락을 약하게 쏜 거지.

“혹시 직업이 하늘의 천군(天軍)이십니까?”

-정말 관을 보지 않고는 눈물을 흘리지 않을 놈이구나. 네가 정녕 그렇게 매를 벌고 싶다면 원하는 데로 해주마.

파지지직 파지지직 파지지직!

순간, 허공에 새파란 정전기가 마구 생기며 주변을 물들여갔다.

그 무시무시한 기세에 놀란 이만수는 즉시 두 손을 들고 항복했다.

“아, 아닙니다. 앞으로 절대 물어보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이 벼락 좀 치워주세요.”

-내가 네 말을 어떻게 믿겠느냐?

“진짜에요. 앞으로 절대 어디서 오셨는지 물어보지 않겠습니다.”

이만수는 혹시라도 정체불명의 존재가 마음이 변해서 벼락을 쏠까봐 두 손을 모아 싹싹 빌었다. 목소리만 들리면 누군가 스피커를 설치해서 장난을 치는 거라고 생각했을 텐데 이렇게 눈에 뻔히 보이게 실력행사를 해대니 이만수는 정체불명의 목소리를 가진 초월적인 존재라고 믿을 수밖에 없었다.

-좋다. 이번 한번만 특별히 네 말을 믿어주도록 하겠다. 하지만 만약 또다시 내 말을 어기고 허튼소리를 했다간 경고 없이 벼락 맛을 보게 될 줄 알거라.

파지지직 파지지직 파지지직!

아까보다 배는 더 강렬한 벼락이 허공에서 마구 불똥을 튀기며 요동을 쳤다.

이만수는 그 모습에 겁을 잔뜩 먹었다.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떡 삼켰다.

“명심하겠습니다.”

-반드시 그래야할 것이다. 이만수!

“네, 어르신.”

-너 지금부터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네 재산을 잃는 것은 물론이고 아내와 자식이 죽을 만큼 고통스런 한평생을 보내게 될 것이다. 설마 그걸 원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제가요? 절대 그런 마음 없습니다. 어르신께서 제가 얼마나 아내와 서진이를 사랑하는지 모르니까 하는 말씀이십니다.”

이만수는 두 손을 좌우로 흔들면서 격렬히 부인했다.

-이놈아! 그런데 네 아내와 서진이를 그렇게 고생시켜?

“예? 제가 언제요? 혹시 미래에 제가 그런 짓을 저질렀습니까?”

-그렇다. 바로 네가 네 아내와 서진이를 죽을 만큼 고통스런 삶을 살게 만든 장본인이다.

“어떻게요? 어떻게 제가 그런 일을 저지를 수가 있습니까? 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습니다.”

-네가 아무생각도 없이 믿고 따르는 네 고향친구와 술친구들이 너를 그렇게 만들었다.

“제 고향친구와 술친구들이요? 설마 그럴 리가 있습니까?”

-왜? 안 믿기냐? 그럼 내가 어떻게 네가 패가망신을 당하는지 알려주랴?

“네, 알려주세요. 제발 하나도 빠뜨리지 말고 전부 다 말씀해주세요. 부탁합니다.”

이만수는 자신이 아내와 아들 서진이를 죽을 만큼 힘들게 만들었다는 것을 도저히 믿거나 동의할 수가 없었다.

그는 궁금해졌다.

도대체 자신이 뭘 어떻게 잘못해서 미래에 그런 불행이 닥쳤는지 말이다.

-넌 아무런 확인이나 의심도 없이 네 고향친구가 보증을 서달라고 하자 호쾌하게 보증을 서줬다. 마치 그게 무슨 대단한 남자라도 되는 양 말이다.

“혹시 제 고향친구가 어려운 일을 당하지 않았습니까?”

-어려운 일은 개뿔! 그놈은 네가 서준 보증을 이용해 은행에서 한도까지 대출을 받는 것도 모자라 사채업자들에게까지 돈을 빌렸다. 그리고 바로 해외로 날랐다. 그것도 온 가족을 데리고 말이다. 그 후 그놈은 네게 사기 친 돈을 가지고 거부가 되어 죽을 때까지 떵떵거리면서 잘 살았다.

“그럴 수가…….”

-그놈의 이름이 뭔지 아느냐? 바로 한가한이다.

“네에? 정말이십니까?

-그렇다. 내가 뭐가 아쉬워서 네놈에게 거짓말을 하겠느냐?

“정말 쉽게 믿을 수 없는 얘기네요.”

-못 믿겠으면 며칠만 더 기다려봐. 곧 한가한이란 놈이 찾아와서 보증을 서달라고 부탁을 할 테니까.

이만수는 그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한가한에게 보증을 서준 것 때문에 지금 네가 살고 있는 이 집이 넘어간다. 그 다음은 양정도라는 놈이 나타나 널 속이지.

“양정도요?”

-네가 잘 아는 이름이지?

“네, 그렇습니다.”

-한심한 놈! 양정도라는 놈에게 속은 너는 네가 가지고 있는 이 집 주변의 자투리땅을 헐값에 넘기고 만다. 그냥 가만히 가지고만 있어도 몇 년 뒤에 일어나는 개발바람으로 인해 수십억은 챙길 수 있었는데……. 넌 그저 남의 말만 믿고 확인도 해보지 않은 채 그냥 홀라당 날려먹은 거지.

“제가 가지고 있는 자투리땅이 그 정도로 가치가 있는 땅입니까?”

-그렇다. 너 알박기라고 알아?

“네, 알고 있습니다. 개발계획이 있는 땅 중간에 노른자위처럼 된 땅을 미리 사놓아서 개발주체에게 비싼 값에 되파는 수법을 말합니다.”

-그래 바로 그거다. 네가 가진 자투리땅이 나중에 바로 그런 땅이 되는 거야. 넌 그것으로 수십억을 챙길 수가 있었지.

이만수는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정말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여전히 귀가 얇아서 누구의 말을 들어도 이렇게 쉽게 혹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야. 너라는 놈은 귀 얇기가 바늘 귀 같아서 누구의 말을 들어도 혹한다는 거야. 그러니 앞으로는 사람 말만 듣지 말고 직접 발로 뛰고, 눈으로 직접 확인을 하는 버릇을 기르도록 해라.

“네, 명심하겠습니다. 어르신! 그런데…….”

-왜?

“제가 앞으로 한가한, 양정도만 조심하면 되는 겁니까?”

-당연히 아니지. 넌 한가한, 양정도에게 당한 것도 모자라 친구와 친척은 물론 안면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보증을 서줬다. 그리고 또 크고 작은 사기도 많이 당했다. 넌 죽을 때까지 그 버릇을 고치지 못해서 결국 네 아내와 서진이를 죽을 만큼 힘들게 만들었어.

“제가 왜 그런 일을 벌였을까요?”

-그건 네가 네 아내와 서진이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만수는 펄쩍 뛰었다.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전 누구보다 제 아내와 서진이를 사랑합니다.”

-아니야. 넌 네 아내와 서진이보다 네 자신을 더 사랑했어. 그렇기 때문에 아내와 아들이 고생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또 우쭐대고 싶어서 그런 일을 벌인 거야. 넌 그게 진짜 남자다운 행동이라고 믿고 있었거든. 실상은 침대에서 10분도 채 못 버티는 주제에 말이다.

“허억, 그걸 어떻게.”

-이놈아! 난 너에 관해 모르는 것이 없어. 네 위장이 술로 크게 탈이 난 것도 알고 있고 회사에서 너를 괴롭히는 삼인방에게 받은 스트레스 때문에 지금 과민성대장증상을 앓고 있는 것도 알고 있다.

“정말 다 알고 계시군요.”

이만수는 놀라다 못해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야 말았다.

그리고 결국 인정하고 말았다.

이 정체불명의 목소리의 주인공은 분명히 뭔가 초월적인 존재라고 말이다.

포기하면 쉽다.

그리고 포기하니 조금씩 그의 말이 귀에, 그리고 가슴에 들려오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호작, 추천, 코멘트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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