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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 악연을 끊자.
“왁!”
“으헥!”
꽈당! 데굴데굴!
갑자기 서진이 몸을 확 돌리며 큰소리를 치자 장독대는 깜짝 놀라서 앞으로 넘어지고 말았다. 달려오던 관성으로 인해 그의 몸이 앞으로 몇 번이나 데굴데굴 굴렀다.
딱!
“아야!”
서진은 장독대에게 다가가 사정없이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장독대는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은 고통과 별이 번쩍거리는 통에 자신도 모르게 두 손을 들어 머리를 감쌌다.
-장독대에게 메디봇을 주입했습니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해볼까?”
메딕의 말을 듣자 서진은 곧바로 장독대에게 달려들었다.
“야! 왜 이래?”
장독대는 서진이 달려들어 자신의 바지를 벗기자 놀라서 마구 몸을 비틀었다.
하지만 서진의 힘을 당할 수 없었다.
장독대는 곧 바지가 벗겨지고 하얀 엉덩이를 위로 드러낸 채 서진에게 깔려 바동거렸다.
퇫!
서진은 자신의 손바닥에 침을 한번 탁 뱉더니 곧바로 장독대의 볼기를 후려치기 시작했다.
쫙쫙쫙쫙쫙!
악악악악악!
“조용히 하지 못해?”
“야! 이 새끼야! 아파! 그만 때려!”
“내가 왜? 너 같은 거짓말쟁이는 일단 좀 맞아야 돼. 그리고 너 짱돌로 나 찍으려고 했지?”
“그렇다. 어쩔래? 이 개XX야! 너네 엄마X지, 씨X XX같은 놈아…….”
서진은 폭포수처럼 터져 나오는 장독대의 욕을 듣자 순간 정신이 다 멍해졌다.
어린아이가 도대체 어디서 저런 끔찍한 욕을 배워왔는지 입이 걸레보다 더 더러웠다.
그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더 이상 장독대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입 좀 닥치게 해줘.”
-네, 마스터.
결국 참다못한 서진이 메딕에게 명령했다.
메딕은 즉시 메디봇을 움직여 장독대의 혀로 가는 모든 신경을 일시적으로 차단했다.
장독대는 갑자기 자신의 혀가 굳어버리자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그러더니 바보 같이 이상한 신음소리만 흘려댔다.
“으어어어 으어어어…….”
“오! 이제야 좀 조용해졌군.”
쫙쫙쫙쫙쫙!
그때부터 서진의 본격적인 매타작이 시작했다.
어린아이는 착하고 순수하다고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도화지 같은 상태라 나쁜 물이 들면 더욱 잔인하고 교활해진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청소년을 자살로 몰아가고 있는 일진의 폐해를 보면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장독대는 이미 나쁜 물이 단단히 들어있는 상태다.
이유가 뭔지는 모르지만 서진은 장독대가 자신에게 다시는 대항하거나 해코지할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응징하기로 결정했다.
누가 지금 서진이 장독대의 볼기를 치는 모습을 본다면 아마 코미디를 한다고 웃을지 모른다. 어린아이가 다른 어린아이의 볼기를 치는 모습은 그냥 웃음밖에 나오지 않을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맞는 장독대의 입장은 정말 죽을 맛이었다.
어느새 그의 볼기가 빨갛게 물들어갔다.
“으어어어어 으어어어어!”
장독대는 볼기가 너무 아파서 “제발 그만 때려!”하고 애원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혀가 굳어있는 관계로 제대로 된 말이 튀어나오지 않았다.
“뭐라고? 더 때려달라고? 알았어.”
서진은 아주 오늘 날을 제대로 잡았는지 더욱 빠르고 경쾌하게 장독대의 볼기를 후려쳤다. 볼기를 칠 때마다 그동안 장독대에게 받은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마스터, 더 이상 볼기를 치면 장독대의 엉덩이에서 피가 날거에요.
“그래? 그럼 치료해줘야지.”
서진은 허공에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마이키가 생수 한 병을 그의 손에 툭 떨어뜨렸다. 그가 미리 준비해놓으라는 포션 몇 방울이 들어있는 생수다.
그는 생수의 뚜껑을 따고는 일단 자신이 직접 한 모금 마셨다.
미약한 포션의 맛이 느껴지며 속이 다 시원해졌다.
“가만히 안 있어?”
“으어어어!”
장독대는 서진이 더 이상 볼기를 치지 않자 기회라고 생각하고는 그의 손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쳤다. 하지만 서진이 다시 힘으로 짓누르자 더 이상 꼼짝달싹도 하지 못했다.
서진은 생수 몇 방울을 장독대의 엉덩이에 떨어뜨리더니 손으로 살살 문질렀다. 그러자 벌겋게 달아올랐던 엉덩이가 순식간에 뽀얗고 하얀 원래의 엉덩이로 돌아갔다.
장독대는 따끔거리던 엉덩이가 갑자기 시원해지자 더 이상 반항하지 않고 얌전해졌다.
“이제 됐군. 그럼 다시 시작해볼까?”
“으어어어어어 으어어어어!”
장독대가 서진의 말을 듣고는 놀라서 비명을 지르며 몸을 바동거렸다. 하지만 서진의 손은 매섭게 장독대의 볼기를 후려쳤다.
쫙쫙쫙쫙쫙!
장독대는 정말 아파서 죽을 것만 같았다.
태어나서 한 번도 이렇게 아프게 맞아본 적이 없었다.
그동안 다른 아이들을 밀고 때리고 꼬집고 찌르고 괴롭힌 적은 많았지만 자신이 반대로 당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이다.
그는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
‘이러다 맞아죽는 거 아냐? 혹시 계속 이렇게 말을 못하게 되면 어떡하지?’
장독대는 어린마음에도 자신이 위기에 처한 상황을 인식했다.
그가 이렇게 머리를 팽팽 굴리며 생각하는 와중에도 뼈에 사무치는 볼기세례가 이어졌다. 아픔과 두려움이 동시에 밀려들었다.
그는 눈물과 콧물이 쏟아내며 드디어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어댔다.
“으어어엉 으어어엉…….”
하지만 서진은 냉정했다.
어린아이라고 봐주지 않았다.
물론 자신도 어린아이의 몸이다.
그래서 더욱 이렇게 볼기를 쳐도 장독대가 부상을 입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서진은 몇 번이나 포션 몇 방울이 섞여있는 생수로 장독대의 볼기를 치료해줬다. 그리고 치료가 끝나면 다시 볼기를 쳤다. 그만큼 장독대는 아픔과 두려움에 시달려야만했다.
한참을 그렇게 맞고 나자 결국 장독대의 기가 완전히 꺾여버렸다.
“장독대! 앞으로 어떻게 할래?”
“으어어어 으어어어!”
“앞으로 거짓말 하지 않고 얌전히 잘 지낼 생각이라면 고개를 끄덕여라.”
“으어 으어 으어!”
장독대는 즉시 자신의 고개를 위아래로 미친 듯이 흔들었다.
서진은 그 모습에 작게 속삭였다.
“이놈 하는 말 진심이야?”
-네, 마스터! 몸의 반응을 확인한 결과 진심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메딕의 말에 서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풀어줘!”
-네, 마스터! 장독대의 혀는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메딕의 말에 서진은 장독대의 멱살을 잡아 일으켜 세웠다.
“이제 말해봐.”
“어어어, 하나 둘 셋! 어? 이제 말할 수 있네!”
“왜? 말을 하고 나니까 또 거짓말하고 싶어지냐? 아니면 짱돌로 내 뒤통수를 찍고 싶어져?”
“아니야. 아니야. 절대 그런 거 아니야.”
장독대는 겁에 잔뜩 질린 표정을 하고는 두 손을 마구 흔들었다.
어지간히 볼기가 아프긴 아팠나 보다.
서진은 그 모습에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아이의 장래를 생각해서 지금은 냉정해지기로 했다.
“또다시 거짓말을 한다면 이제 하늘에서 너에게 직접 벌을 내릴 거야.”
“그게 무슨 말이야?”
“네가 거짓말을 하면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와 너한테 벌을 준다는 말이야.”
“진짜?”
“그래. 진짜다. 한번 시험해볼까? ‘나는 여자다.’라고 말해봐.”
“나는 여자다.”
파직!
“악!”
장독대는 온몸이 짜릿해지는 아픔에 깜짝 놀랐다.
그의 눈이 순식간에 공포로 물들어갔다.
진짜 서진의 말대로 누군가 자신에게 벌을 내리고 있었다.
‘진짜 천사가 내려왔나? 그런데 왜 모습이 안 보이지? 아니지. 벌을 주러왔는데 굳이 나한테 모습을 보일 리 없지.’
장독대는 살짝 패닉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서진의 목소리가 들리자 곧바로 정신을 차렸다.
“어때, 내말 맞지.”
“정말 천사가 내려와서 나를 혼내는 거 맞아?”
“당연하지. 나도 예전에 엄마한테 거짓말을 했을 때 천사가 내려와서 크게 혼났어.”
“너도 나처럼 거짓말 했구나?”
장독대의 말에 서진은 헛기침을 했다. 양심이 좀 찔렸던 것이다.
“크흠, 난 너처럼 거짓말 많이 안했어. 그리고 천사가 나한테 너 자꾸 거짓말한다고 볼기를 마구 때려주라고 했어. 안 그랬으면 내가 왜 힘들게 이런 짓을 하겠어?”
“그래?”
역시 어린아이는 어린아이였다.
서진의 말도 안 되는 감언이설에 장독대는 잘도 속아 넘어갔다.
“그럼 앞으로 나 착하게 지내면 천사가 선물을 줄까?”
“선물?”
서진은 장독대의 말에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이놈의 머리통에는 도대체 뭐가 들어있는지…… 정신세계가 참으로 독특했다.
천사가 벌을 내리러 왔는데 무슨 또 선물을 준단 말인가?
하지만 장독대의 나이를 생각하자 충분히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는 싶었다.
“글쎄, 정말 거짓말 안하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잘 지내면 들어주실 지도 모르지.”
“진짜?”
“응, 아마 들어주실 거야.”
서진은 귀찮은 마음에 그냥 ‘에라! 모르겠다.’하는 심정으로 대답했다.
장독대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한번 쳐다보더니 뭔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분위기상 가만 내버려둬야 할 것 같았지만 서진은 굳이 그를 기다려주지 않고 바로 물었다.
“장독대, 앞으로 거짓말 할 거야 안할 거야?”
“안할 거야.”
“또 짱돌 들고 뒤통수 찍을 거야?”
“아니. 이제는 정말 나쁜 짓 안할 거야.”
“나쁜 짓인 줄은 알고 있었구나?”
“응.”
장독대는 고개를 푹 숙이면 대답했다.
“너 한번만 더 거짓말 하면 앞으로 절대 말 못하게 될 테니까 조심해. 또 친구들 못살게 굴면 천사가 내려와서 벌을 내릴 테니까 앞으로 얌전히 굴어. 알았어?”
“응, 알았어.”
장독대는 서진의 눈치를 살살 살피며 순한 양처럼 변해갔다.
“그만 바지 입고 들어가자. 오늘 일은 너와 나만의 비밀이다. 알았지?”
장독대는 손으로 눈물을 닦으며 주섬주섬 자신의 바지를 추켜 입었다.
“응, 알았어. 비밀을 말하면 나 천사한테 혼나는 거지?”
“그래. 아주 크게 혼나게 될 거야. 내가 볼기를 치는 것보다 더 아프게 말이야.”
그는 서진의 말에 절로 몸을 벌벌 떨었다. 아까의 고통이 다시 생각난 모양이다.
말은 흐르는 강물에 던지듯 사라질지언정 한번 당한 고통은 뼈에 새겨져 오래 기억에 남는 법이다.
물론 망각의 동물인 인간의 기억력이 그걸 또 흩트려 놓기는 하지만…….
둘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교실로 돌아갔다.
“자! 사탕이다.”
채찍 뒤에는 역시 당근이다.
서진은 장독대에게 큼지막한 알사탕 하나를 줬다.
“고마워!”
장독대는 속도 없이 자신의 볼기를 쳐서 눈물과 콧물을 쏙 뺀 놈에게 웃으면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얼마 전과 비교하면 그의 변화는 정말 상전벽해와도 같았다. 역시 매에는 장사 없다는 말이 진리인가보다.
“메딕, 아직은 이 녀석을 믿을 수 없으니 철저히 감시해.”
-네, 알겠습니다. 앞으로 24시간 풀(full)로 잘 감시하겠습니다.
“거짓말을 하거나 나쁜 마음을 먹으면 제때 벌도 주고.”
-물론이죠. 정전기를 이용해 짜릿한 벌을 내리겠습니다.
“다시는 내게 대항할 생각을 못하도록 만들어.”
-반복적인 암시와 교육으로 세뇌에 준하는 상태로 만들어 놓겠습니다.
메딕은 서진의 말을 철저히 따랐다.
장독대는 그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서진의 필요에 의해 메디봇을 주입받았다. 그로 인해 메딕은 장독대를 24시간 감시할 수 있게 됐고 또한 거짓말을 하면 몸속에 정전기를 일으켜 고통을 유발할 수 있게 됐다.
자칫 어둠에 물들어 평생을 누군가를 괴롭히며 살아가야할지도 모를 장독대는 이렇게 서진을 만나 교정의 길로 들어섰다.
물론 생각지도 않은 작은 부작용이 생긴 것은 신이 아닌 인간인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 * *
여섯 살이 됐다.
서진은 스타유치원의 짱이 됐다.
다른 아이들보다 신장이 크고 몸무게가 많이 나가 싸움을 잘해서 짱이 됐다는 말이 아니다.
한글, 산수, 그림, 노래, 악기, 영어, 운동…….
거의 전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놀라운 실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시험을 봤다하면 만점이고, 영어말하기 대회, 글짓기대회, 콩쿠르 등 각종 대회를 나가기만 하면 상을 받아왔다.
그로인해 스타유치원의 명성이 점점 서초동을 넘어 강남(한강이남)을 석권하는 추세가 됐다. 스타유치원 원장 정미희는 서진을 장학금을 주면서까지 데려다 놓은 자신의 선견지명에 감탄하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한마디로 서진은 지금 스타유치원에서 최고의 스타로 군림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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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