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둠레이더-24화 (24/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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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장 - 질풍노도

-이서진님, 현재까지 찾아낸 S급 잠재능력보유자는 전 세계에 모두 365명입니다. 이중에서 저희 회사에 입사했거나 앞으로 입사할 사람이 65명, 저희가 제공하는 장학금을 받고 있는 사람이 100여명입니다. 저희와 함께 할 수 없을 것이 확실시 되는 사람이 110여명, 아직 판단의 근거가 부족해 결정을 보류 중인 사람도 90여명입니다.

“일단 65명은 확실하고 100명은 선점의 효과가 있겠군. 굳이 우리와 함께 할 수 없는 사람에게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 없어. 그보다는 결정을 보류 중인 사람들을 철저히 검토해서 끌어들일 수 있는 사람부터 끌어들이도록 해.

-네, 알겠습니다.

서진은 미래에 A급에 올라 S급을 바라보던 잠재력 높은 능력자들을 선점하기 위해 몇 년 전부터 마이키의 도움을 받아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다.

모니터에 떠오른 사람은 대부분 S급에 미처 오르기도 전에 여러 가지 이유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능력자들이었다.

만약 이들만 무난히 S급 능력자가 됐더라도 마수와의 전쟁이 그렇게 처참한 상황으로 곤두박질치진 않았을 것이다.

그는 365명의 잠재능력자 중에서 최소한 반은 먹고 시작하겠다며 의욕을 불태웠다.

‘강백호! 이번에는 꼭 S급 능력자가 되라.’

서진은 강백호의 얼굴을 떠올렸다.

대격변이 일어나기 전, 강백호는 잘나가는 농구선수였다.

대격변이 일어난 후 또한 그는 잘나가는 능력자가 됐다.

타고난 신체와 천재적인 운동신경을 가지고 있었던 강백호는 대격변 때 능력자가 되자 누구보다도 빠르게 A급으로 치고 올라갔다.

대한민국 국방부와 능력자협회가 X도 모르면서 중대형마수를 최초로 사냥하겠다고 병신 짓만 안했다면 아마 강백호는 대한민국 최초의 S급 능력자가 되어 이후에 진행된 대 마수전쟁을 주도할 영웅이 되었을 것이다.

‘강백호! 이번에는 내가 널 지켜주겠다.’

서진은 그렇게 굳게 다짐했다.

어려운 가정형편에도 불구하고 농구공 하나로 집안을 일으킨 집념의 강백호다.

돈이 없다면 모를까 그에게 장학금을 주고 생활비를 지원해주는 것은 서진에겐 일도 아니었다.

신종초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강백호와 싸움이 붙지 않았다면 아마 서진은 그를 졸업할 때까지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그 덕분에 본의 아니게 신종초등학교에서 짱을 먹어버리고 그와 친구가 되긴 했지만 말이다.

강백호를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아마 시작할 생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 프로젝트의 일등공신은 바로 강백호였다.

S급 능력자가 충분히 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문턱을 못 넘고 어이없게 죽어버린 비운의 능력자들…….

서진이 대격변 이후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비장의 카드 중 하나였다.

“마이키, S급 능력자가 될 잠재가능성이 높은 사람뿐만 아니라 A급 능력자 중에서도 특별한 능력자나 꼭 필요한 능력자는 미리 선점해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일이 좀 방대해지기는 하겠지만 틈틈이 이서진님이 언급하신 그런 능력자들을 찾아보겠습니다.

“고마워.”

-천만에요.

서진의 고맙다는 말에 마이키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메딕, 아버지는 지금 어디 계시지?”

-십장생 건설회사에서 중역회의를 하고 계십니다.

“오늘도 회의야? 도대체 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회의가 많아?”

-그게 다 마스터께서 십장생 건설회사의 지분을 인수해 이만수님을 대주주로 만들었기 때문이 아닙니까?

“크흠, 그건 그렇지.”

이만수는 현재 십장생 건설회사의 이사로 근무하고 있다.

그가 맡은 업무는 감사로 십장생 건설회사의 업무감사와 회계감사다.

메딕의 도움을 받아, 이미 이만수는 회사에서 능력 있는 이사로 자신의 입지를 탄탄하게 굳힌 상태였다.

대격변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이렇게 회사 운영에 관한 전반적인 것을 보고 듣고 배우면서 실력을 쌓기로 했다. 대격변이 일어나면 곧바로 마수사체관련회사를 세워 독립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아버지는 자본이 튼튼한 중소건설회사인 십장생 건설회사의 이사가 됐고, 어머니는 나름 유명세를 타고 있는 헬스 트레이너로 일하고 있다.

이제 서진도 어디 가서 꿀리지 않는 배경을 가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강력한 그의 배경은 바로 마이키와 메딕 그리고 로이로 이어지는 미래 삼인방일 것이다.

“마이키, 그동안 얼마나 벌었는지 결산 좀 해보자.”

-네, 즉시 모니터에 출력하겠습니다.

촤르르르륵 촤르르르륵!

수많은 숫자들이 차례로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그 숫자 하나하나가 서진에게는 의미가 있었다.

투자회사 ‘헤븐’이 본격적으로 자금을 굴리게 된 것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영국으로 날아간 로이가 스포츠베팅을 하면서부터다.

2002년 6월 말까지 375억 원을 벌었다.

마이키는 이 돈을 국내증시에 쏟아부었다.

매달 투자한 금액 대비 25%씩을 꼬박꼬박 불리는 통에 12월 말이 되자 ‘헤븐’의 현금성자산은 1144억 원까지 상승했다.

거기에다 12월25일 성탄절에 터진 파워볼은 로또복권 역사상 최고의 당청금인 3억1490만 달러나 됐다. 일시에 현금으로 받으면 1억7050만 달러였고 여기에 세금을 제하자 1억1338만6407달러가 됐다. 12월말 환율로 1338억7500만 원이나 되는 엄청난 돈이었다.

로이는 성탄절이 되기 전에 미국으로 넘어가 마이키의 명령대로 파워볼 로또복권 4장에 같은 번호를 썼다.

복권을 1장만 만들면 기존에 당첨된 사람과 돈을 반으로 나눠야하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몫을 가져오려는 꼼수를 쓴 것이다.

결국 복권 4장이 당첨되어 챙긴 것은 전체액수의 5분의 4인 1071억 원이었다.

물론 복권 4장에 같은 번호를 써서 당첨된 특이한 로이의 행동으로 인해 매스컴에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로이는 마이키의 도움을 받아 기자들의 이목을 무사히 피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스포츠베팅으로 번 돈을 국내주식으로 불린 자금이 1144억, 파워볼에 당첨되어 가져온 돈이 1071억, 총 합계 2215억 원의 자금이 마련됐다.

마이키는 이 자금을 가지고 미국증시에 뛰어들었다.

국내증시로는 도저히 목표로 세워놓은 수익률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2003년부터 2008년 2월 현재까지, 마이키는 매년 투자금 대비 50%가 넘는 수익률을 올리며 착실히 자금을 불려나갔다.

그렇게 최종숫자가 떨어져 내렸다.

1,266,850,000 ($)

1,200,000,000,000 ()

12억6685만 달러, 현재 환율로 1조2천억 원에 달하는 거금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서진과 마이키가 생각하고 있는 사업을 추진할 수 없었다.

2008년 2월 13일 현재, 자산규모가 2조원이 넘어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지정된 기업만 79개.

1조2천억은 최하위인 79위의 기업보다 무려 8천억이나 적은 숫자다.

“확실히 돈이 돈을 버는군.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 이 정도면 국내기업순위 100위에도 못 끼겠어. 미국이나 일본의 대기업, 또는 세계적인 다국적기업들과 경쟁하기에는 아직도 자금이 한참 모자라.”

-이것도 최대한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않고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는 선에서 조심하며 투자를 한 겁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것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미 운용하는 자금이 너무 커져서 주목을 받지 않으려고 해도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럼 어떻게 하지?”

-이제 슬슬 기업을 일으켜야합니다. 내부장갑과 외부장갑으로 대변되는 전투용 슈트와 안드로이드 전투로봇을 개발할 회사와 부품조달업체를 미리 M&A해서 미래의 기술을 접목시켜야 합니다.

“슈트와 안드로이드 전투로봇을 개발하려면 천문학적인 자금이 들어갈 텐데 그걸 어떻게 감당하려고?”

-당연히 공격적인 투자를 해야지요. 미래의 기술을 적당한 선에서 풀기만 하면  우리가 소유한 기업이 절대 경쟁에서 지지는 않을 겁니다.

마이키는 생각보다 빨리 한계에 부딪쳤다는 것을 시인했다.

하지만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도 정확히 제시했다.

“돈도 벌고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

-왜 없겠습니까? 당연히 있지요.

마이키의 말에 서진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래? 뭔데?”

-간단합니다. 먼저 적당한 배터리제조회사를 M&A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배터리제조기술을 이용해서 핸드폰배터리나 노트북배터리 그리고 전기자동차배터리를 생산해서 팔면 대박을 칠 것입니다.

“오! 그거 좋은 생각이네.”

-미래의 기술로 무장한 배터리라면 아마 다들 사지 않고는 못 배길 겁니다.

서진은 자신의 무릎을 탁 소리 나게 쳤다.

“맞아. 아주 좋은 아이디어야. 나중에 필요하면 얼마든지 전투용 슈트 배터리와 안드로이드 전투로봇 장갑용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으로 바꿀 수 있겠어.”

-바로 그겁니다. 평상시에는 민간용으로 생산해서 팔다가 대격변이 시작되면 군용이나 능력자용으로 바꿔서 생산할 수 있는 품목을 우선적으로 선택하는 겁니다.

“당장 알아보자!”

-이미 선별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아무래도 처음은 배터리회사로 시작해야할 것 같습니다.

역시 여우같은 마이키는 겉으로는 아무것도 안하는 척해도 미리 이것저것 다 알아보고 있었다.

“그다음은?”

-당연히 소프트웨어지요. 미래에 잘나가는 소프트웨어를 줄줄 꿰고 있으니 투자 대비 이익금이 타의 추종을 불허할 것입니다.

소프트웨어 산업은 한마디로 노천금광이라 할 수 있다.

괜찮은 프로그램 하나만 잘 짜놓으면 추가생산비를 들이지 않고도 얼마든지 무한대로 복제해서 팔아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이키의 말대로 2025년까지 베스트셀러가 됐던 소프트웨어는 모조리 가지고 있으니 이거야말로 망할 수 없는 비즈니스였다.

“그럼 언제부터 시작할 거야?”

-어떻게 보면 마스터 플랜은 이미 시작됐다고 봐야합니다. 다만 적당한 시기에 터트리기 위해 전체적인 시간을 조절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미래는 돈만 있다고 해결되지 않아 근본적인 힘을 가지고 있어야해.”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특수부대 출신을 중심으로 민간군사기업(PMC: Private Military Company)을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그게 좋겠군. 경호원으로 사용해도 되고 나중에는 이들을 능력자지원부대로 활용할 수도 있으니 말이야.”

-저도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중대형마수는 몰라도 소형마수들은 이들이 화력만 잘 집중해주면 얼마든지 처리할 수 있습니다.

“좋아. 그럼 민간군사기업도 같이 출범시키자.

-네, 알겠습니다. 믿을 수 있는 인재를 찾아보겠습니다.

서진은 마이키가 본격적으로 움직이려는 생각임을 알게 됐다.

아직까지 마이키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지 못한 서진은 옆에서 같이 구경하는 정도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하루라도 빨리 성인이 되고 싶었지만 흘러가는 세월을 어떻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3월3일, 서상중학교 입학식까지는 3주에 가까운 시간이 있다. 그동안 뭘 하지?’

그는 남는 시간동안 뭘 할까 생각해봤다.

‘연어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능력자들을 찾아가볼까? 아니야. 아직은 때가 아니야. 괜히 찾아갔다가 마이키를 달라고 요구하기라도 하면 골치 아파. 오 박사님은 지금쯤 나사에서 한창 인기절정을 달리고 계시겠구나. 나중에 오 박사님만 직접 찾아가 봐야겠다.’

언젠가는 그들을 찾아야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서진은 아직 마이키를 내줄 마음이 없었다.

미성년자라 마이키에게 명령을 내릴 수도 없었지만…… 그건 아마 연어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능력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명령은 언강생심 꿈도 못 꾸는 신세지만 그래도 부탁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마이키의 뛰어난 능력을 감탄하는데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다.

제약만 확실히 풀어버린다면 마이키는 이 시대에 전능에 가까운 능력을 보일 수 있다. 과거로 회귀한 지금, 대격변이 일어나기 전까지 그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내줄 땐 내주더라도…….

어느 정도 기반을 마련하기 전까지는 최대한 마이키의 능력을 활용하고 싶었다.

“메딕, 내곡동과 우면동에 집을 짓는 계획은 어떻게 됐지?”

-내곡동보다는 아무래도 유사시 서울로 헬기를 타고 이동하기가 쉬운 우면동이 좋을 것 같아 성촌골과 송동마을을 중심으로 땅과 집을 사들이고 있습니다. 적당한 크기가 되면 저택을 짓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일단 당장 급한 것은 아니니까 천천히 그리고 신중하게 움직이도록 해.”

-네, 마스터.

============================ 작품 후기 ============================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호작, 추천, 코멘트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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