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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장 - 응징
메딕이 사토 에이사쿠의 뒷목에 바짝 붙어 마비주사를 놓았다.
퓻!
뭔가 살짝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렸다.
-지금 깨울까요?
“응, 그놈을 깨우고 밖에 있는 야쿠자 두 놈도 데리고 와서 몸을 마비시켜! 하는 김에 한꺼번에 같이 작업하자.”
-예, 모두 오른팔을 자를까요?
“그렇게 해!”
-네, 마스터.
파지직!
메딕은 사토 에이사쿠의 몸에 또다시 전기충격을 줬다. 하지만 이번에는 기절시키려는 목적이 아니라 깨우는 게 목적이라 약한 전류를 사용해서 정신을 차리게끔 만들었다.
사토 에이사쿠는 서서히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아니 그러려고 했다. 하지만 몸이 굳은 듯이 전혀 말을 듣지 않았다.
깜짝 놀란 그는 필사적으로 몸을 움직이려 시도했다. 그러나 한번 굳은 그의 몸은 단 한 치도 움직이지 않았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사토 에이사쿠는 정신도 멀쩡하고 촉감도 생생한데 몸만 움직이지 않자 자신도 모르게 등에 식은땀을 흘렸다. 그는 지금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알아내기 위해 평소에 잘 쓰지도 않는 머리를 혼신의 힘을 다해 굴렸다.
하지만 답이 나올 리가 없었다.
그 사이, 메딕은 거실로 날아갔다.
몸체에 작은 구멍이 열리고 안에서 작은 고리가 슬슬 빠져나왔다. 기절해있는 야쿠자의 허리벨트에 고리를 걸어 하나씩 욕실로 끌고 왔다.
퓻! 퓻!
메딕은 야쿠자 두 놈의 뒷목에 각각 마비주사를 놓았다. 뒤이어 그들에게 약한 전기충격을 줬다.
파지직! 파지직!
야쿠자 둘이 서서히 정신을 차리며 깨어났다. 그들도 역시 사토 에이사쿠처럼 몸이 마비되어 움직이지 않자 혼비백산했다.
무대가 갖춰지자 메딕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곧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지이이이잉!
얇고 시뻘건 레이저광선이 야쿠자의 오른팔을 직각으로 지나갔다. 야쿠자의 오른팔이 그대로 잘려나가며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으아아아아악!’
야쿠자는 그 말도 안 되는 모습에 놀라 미친 듯이 소리쳤다. 하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오른팔을 인두로 지지는 것 같은 극심한 고통이 밀려들었다. 그는 아파 죽을 것 같아서 마구 비명을 질러댔다. 그러나 역시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야마모토!’
옆에서 이 끔찍한 일을 생생하게 지켜본 니무라는 야마모토의 처참한 모습에 놀라 몸을 벌벌 떨었다. 자신이 떨려고 떠는 것이 아니라 극한의 공포로 인해 저절로 몸이 떨리고 있는 것이다.
치이이이익!
허공에서 주홍색 레이저가 잘린 사토의 오른팔 단면을 넓게 지져댔다. 즉시 피가 멈추고 혈관이 막히며 살이 타들어가는 냄새가 났다.
‘아아아아아악!’
야마모토는 아까보다 몇 배는 커진 고통으로 인해 또다시 비명을 질렀다. 여전히 그의 입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결국 고통을 이기지 못한 야마모토가 기절하고 말았다. 그의 입에서 침이 질질 흘러나오고 바지에 누런 오줌이 흘러나왔다.
지이이이잉!
얇고 시뻘건 레이저광선이 이번에는 니무라의 오른팔을 직각으로 잘랐다. 단번에 오른팔이 잘리고 피가 쏟아져 나왔다.
‘으아아아아악!’
니무라도 역시 미친 듯이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마비된 몸은 전혀 그의 의지에 반응하지 않았다. 야마모토가 어떻게 됐는지 미리 본 것 때문에 오히려 더 공포가 솟구쳤다. 그는 몸의 고통과 함께 나락으로 떨어져 내리는 기분이었다.
니무라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치이이이익!
주홍색의 레이저가 잘린 오른팔의 단면을 지져버리자 그도 역시 야마모토처럼 푸들푸들 몸을 떨다가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기절해버렸다.
메딕은 이제 남아있는 사토 에이사쿠에게 다가갔다.
사토 에이사쿠는 심장이 쫄깃해졌다.
비록 몸은 마비가 되어 있었지만 감각은 그대로 살아있었다. 특히 그가 자신하는 청각이 너무나도 생생했다. 아무리 몸을 마비시켜놓는다고 해도 전혀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귀를 쫑긋거리면서 정신을 집중하자 니무라와 야마모토가 뭔가에 잘리더니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을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모르는 것이 약이라고 했다.
그렇다. 때론 모르는 것이 약이 될 수가 있다. 바로 지금 같은 상황이다. 그는 유난히 예민한 청각으로 인해 쓸데없이 너무 많은 정보를 얻어버렸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그로인해 그는 니무라와 야마모토보다 훨씬 더 큰 고통을 겪어야했다.
지이이이잉!
얇고 시뻘건 레이저광선이 사토 에이사쿠의 오른팔을 직각으로 잘라갔다.
‘으아아아악!’
고통은 동일하다. 그러나 느끼는 감각은 사람에 따라 훨씬 달랐다.
사토 에이사쿠는 자신의 오른팔이 잘려나가는 고통을 그 누구보다 생생하게 느꼈다.
치이이이익!
이어지는 주홍색 레이저의 처치는 그의 몸이 마비가 되어 있음에도 파득거리는 것이 가능케 했다.
사토 에이사쿠의 눈에서 피눈물이 흘러나왔다. 너무나 극심한 고통으로 인해 눈의 모세혈관이 터져나간 모양이다. 그러나 그는 니무라나 야마모토와는 달리 쉽게 기절하지 않았다.
역시 야쿠자의 보스는 달라도 뭔가 다른 것 같았다. 하지만 그래봐야 안 겪어도 될 고통을 조금 더 겪을 뿐이었다.
“메딕, 아무래도 오른팔 하나 가지고는 부족한 것 같다. 왼발도 자르고 허리의 신경을 끊어서 하반신 불수를 만들어 버리자.”
-네, 마스터!
메딕은 서진의 명령에 즉각 움직였다. 동전의 양면처럼 사람의 상처를 치료하고 생명을 구하는데 특화되어 있는 메딕이 이제는 그 무엇보다 확실하게 사람의 몸을 망가뜨리는데 힘을 쏟고 있었다.
지이이이잉!
붉은 레이저광선이 사토 에이사쿠의 왼쪽 발목을 직각으로 잘라냈다.
‘크아아아아악!’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마치 누군가 비명을 지른 것 같다.
사토 에이사쿠는 오른팔에 이어 왼발이 사라졌다. 이제 제대로 병신이 된 것이다.
치이이이익!
주홍색 레이저가 뒷마무리를 확실하게 하고 있었다.
‘으허어어억!’
사토 에이사쿠의 몸이 고통으로 인해 마구 떨려왔다. 그러다가 결국 바닥에 촤악 가라앉으며 기절해버렸다. 더 이상의 고통을 뇌가 수용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는 이제 더 이상 고통을 느끼지 않았다.
대신 앞으로 이보다 더한 수모와 치욕을 감수하고 남은 인생동안 어두운 방구석에서 이를 갈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
지이이이잉 지이이이잉 지이이이잉…….
치이이이익 치이이이익 치이이이익…….
메딕의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니무라와 야마모토의 왼발도 잘라야하고 셋 모두 허리의 신경을 끊어서 하반신 불수를 만들어야만 했다.
그 사이 블루볼은 스위트 빌라를 이리저리 바쁘게 돌아다녔다. 사토 에이사쿠가 일본에서 가져온 엔화가 가득 찬 돈 가방과 한국의 마약조직으로부터 사들인 마약이 채워진 가방을 찾아 아공간에 수납했다.
니무라와 야마모토 그리고 사토 에이사쿠의 오른팔과 왼발을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잔인하게도 이로 인해 그들은 봉합수술을 받지 못하게 됐다. 아마 평생 의족과 의수를 친구로 삼아 살아가야 할 것이다.
-마스터, 명령하신 모든 작업이 끝났습니다.
“수고했다. 블루볼과 같이 돌아와라.”
-네, 마스터.
서진은 고개를 돌려 마이키를 쳐다봤다.
“마이키, 놈들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지?”
-양평으로 가고 있습니다.
“메딕과 블루볼이 돌아오면 양평으로 간다.”
-네.
마이키는 짧게 대답했다.
서진은 마이키가 원하는 대로 사토 에이사쿠를 비롯한 야쿠자들은 결코 죽이지 않았다. 그래서 마이키도 서진에게 한마디도 뭐라고 하지 못했다.
결정적으로 이번 일은 마이키가 한 일이 거의 없었다. 처음부터 서진의 소유인 메딕과 이제 그의 소유가 된 블루볼이 철저히 그의 명령에 따라 움직였던 것이다.
서진은 누구보다 이런 사실관계를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는 더 이상 마이키를 자극하거나 곤란하게 만들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일로 확실히 깨달았다. 굳이 마이키를 움직이지 않더라도 자신이 원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일을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털썩!
서진은 이날 자정이 다 되서야 집에 돌아왔다. 무척 피곤했다.
사실 그가 실질적으로 한 일은 별로 없었다. 차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그저 마이키에게 몇 가지 부탁을 하고 메딕과 블루볼을 시켜 몇 놈을 다시는 힘을 쓰지 못하게 병신을 만들어줬을 뿐이다. 하지만 정신적인 피곤함은 육체의 피곤함 그 이상이었다.
“마이키, 마지막으로 네가 해줘야할 일이 있다.”
-혹시 사토 에이사쿠와 그의 부하가 저지른 범죄를 경찰에 제보하는 일입니까?
“맞아.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확실히 엮어줬으면 좋겠다.”
-알겠습니다. 그들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대가를 치를 수 있도록 조치하겠습니다.
“고맙다.”
서진은 그 말을 끝으로 침대 위에 쓰러졌다. 그리고 기절하듯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의 얼굴에 하얀 달빛이 살금살금 다가와 아른거렸다. 오늘따라 유난히도 밝게 빛나는 달님이 피에 젖은 그의 영혼을 안식의 빛으로 어루만져주고 있었다.
* * *
거대한 창고 안으로 검은 정장을 입은 수십 명의 사내들이 들어가고 있다. 하나같이 눈빛들이 독사처럼 차고 냉정하다. 목과 팔에는 언뜻 문신이 보이고 온몸에는 칼로 인한 흉터들이 가득했다.
인천항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창고에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기는 건장한 사내들이 무슨 일로 몰려든 것일까?
“보스! 오셨습니까?”
창고 안으로 들어가자 대기하고 있던 거구의 사내가 90도 각도로 몸을 넙죽 숙이며 인사를 했다. 그러자 창고 안으로 들어온 수십 명의 사내들 중 맨 앞에 선 건장한 체격의 사내가 삐딱한 자세로 턱짓을 했다.
“천빙라이, 목표는 다 채웠냐?”
“이미 다 채워놓았습니다. 하지만 통나무야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 아니겠습니까? 이곳의 통나무는 품질도 우수하니 물들어왔을 때 노 저어야죠.”
“걸리지 않을 자신 있으면 얼마든지 조달해봐.”
“네, 보스!”
거구의 사내, 천빙라이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한 번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에 보스라 불리는 자, 아니 자오난치라는 이름을 가진 사내가 오른쪽 손가락을 뒤로 돌렸다.
착!
자동으로 손가락에 담배 한 개비가 걸리고 그의 얼굴로 라이터 불이 다가왔다. 자오난치는 라이터 불에 담배를 대고 연거푸 빨아댔다. 폐안을 가득채운 담배연기가 니코틴을 전달하며 서서히 몸을 흥분시켰다.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시면 보스를 위해 준비해놓은 선물이 있습니다.”
“뭔데?”
“아주 싱싱하게 잘 익은 영계입니다.”
“알았다. 잘 먹을게.”
자오난치는 그 말에 처음으로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니지더, 애들 데리고 여기서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 조금 있으면 물건을 옮길 트럭이 올 거야.”
“네, 보스! 좋은 시간되십시오.”
자오난치의 오른팔이자 그의 심복인 니지더가 조직원과 함께 안쪽 사무실로 들어가는 자오난치의 뒤통수에 대고 같이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자오난치가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자 그제야 니지더가 고개를 들었다.
“천빙라이, 내 선물은 없냐?”
“니지더, 네깟 놈에게 내가 뭐가 아쉽다고 선물을 준비해?”
“이거 왜이래? 지난번에 홍콩 왔을 때 내가 거하게 한잔 쐈잖아?”
“난 그날 필름이 끊겨서 전혀 기억이 안나.”
“이놈이 이제 와서 오리발이네?”
니지더가 주먹을 쥐고 다가오자 천빙라이는 가소롭다는 듯 피식 웃더니 손가락으로 왼쪽 작업장을 가리켰다.
“정 원한다면 작업하기 전에 통나무나 잡고 흔들던가?”
“퇫! 됐다. 딱딱한 통나무랑 하느니 그냥 손오공을 소환하고 말겠다.
“니지더, 지금까지 너 뭐하다왔어? 강남에서 온 거 아니야? 거기가면 물고 빨 년들이 널렸는데 왜 여기 와서 선물을 찾아?”
“천빙라이, 보스 성격 몰라서 그래? 보스가 옆에 있는데 어떻게 마음을 놓고 술 마시고 놀아?”
“하긴 그건 그렇지.”
천빙라이와 니지더가 동시에 고개를 사무실 쪽으로 돌리더니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얼마나 자오난치의 성격이 더러웠으면 그의 심복이라는 천빙라이와 니지더가 몸을 다 떨까?
“꺄아아아악! 제발 살려줘요. 아아아아악!”
마침내 사무실 안에서 여자의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천빙라이와 니지더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어휴! 드디어 시작됐군.”
“에이, 이래서 내가 함부로 마음을 못 놓는다고.”
“알만하다.”
천빙라이는 처음으로 니지더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고 보면 둘 다 만만치 않은 잔혹한 성격을 지니고 있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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