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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장 나비의 꿈
“이것 봐! TV도 있어.”
“여기 냉장고에는 음료수도 있어.”
“양주도 종류별도 다 있네. 우리 양주 마실까?”
“무슨 말을 하는 거니. 리무진 안에서는 역시 샴페인을 따서 마셔야지.”
“오호호호! 맞아. 어서 좀 누가 한 병 따봐라!”
서진도 리무진은 처음 타보는 거라 무척 신기했다. 그렇다고 강백호나 우동면처럼 호들갑을 떨지는 않았다. 문제는 여자들 모두 신이 나서 사방을 들쑤셔대며 깔깔대고 있는 것이다.
강백호가 결국 샴페인을 시원하게 터트렸다.
펑!
샴페인은 분수처럼 사방으로 쏟아져 나왔다.
“꺄아아악!”
“야! 옷 다 젖었잖아.”
“괜찮아. 이따가 말리면 돼. 샴페인 글라스 좀 가져와봐.”
“나부터 마실래.”
“내가 먼저야.”
“동면아, 뭐하니 어서 언니 사진 찍어야지.”
“네, 마님.”
그들은 샴페인을 터트려 옷을 적시고 샴페인 글라스에 따라 마시면서 또 앞섶을 적셨다. 그래도 좋다고 깔깔대며 웃는 것을 보니 다들 기분이 심하게 업(up)되어 있는 것 같았다.
우동면은 이제 스스로 머슴과 찍새가 되어 봉사하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하나는 아까 VIP룸의 공포를 다 털어버렸는지 한껏 밝은 표정으로 우동면과 장난을 쳐댔다.
서진은 나연과 샴페인 글라스로 러브 샷을 해서 마셨다.
그 모습에 질투가 났는지 강백호가 가인에게 러브 샷을 제안했다. 강백호가 러브 샷을 끝내고 우동면을 보자 불타는 경쟁심에 휩싸인 그는 하나와 억지로 러브 샷을 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갑자기 하나가 우동면의 양쪽 귀를 잡아당기더니 키스를 해버렸다.
그 모습에 다들 놀라는 사이, 이번에는 장독대가 리무진 안의 불을 확 꺼버렸다.
그러자 어디선가 뭔가를 맛있게 쪽쪽 빨아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웬 키스타임이야……. 읍”
서진은 난데없는 키스타임이 조금 어색했다. 그래서 괜히 한마디 하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미처 다 말하기도 전에 부드러운 뭔가가 그의 입을 틀어막았다.
놀란 서진은 반사적으로 손을 앞으로 내뻗어 밀어내려고 했다. 그 순간 심하게 물컹거리는 것이 만져졌다.
“으음.”
동시에 야릇한 비음이 들려왔다. 당황한 서진은 급히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부드러운 여체가 오히려 그를 향해 바짝 안겨오더니 목을 확 잡아끌었다. 꼼짝없이 몸이 잡히자 이번에는 대담하게도 그의 허벅지위로 올라가 앉아버렸다. 그리고는 겁도 없이 대뜸 설왕설래(舌往舌來)를 하자고 덤벼들었다.
서진이 수동적으로 나오자 그게 마음에 안 들었는가 보다.
얇고 가는 손가락이 다가와 그의 왼손을 잡고는 자신의 앞섶으로 이끌었다.
지극히 부드럽고 따뜻하고 매끄럽고 탄력 있는 물컹물컹한 것이 한손 가득히 들어왔다. 참을 수 없는 그 자극적인 촉감에 그는 자신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그리고 역시 그것은 아무리 만져도 질리지가 않았다.
그때 다시 얇고 가는 손가락이 놀고 있는 자신의 다른 한손을 잡아 뒤쪽으로 끌고 갔다. 버드나무가지처럼 얇고 부드러운 허리가 오른손에 만져졌다.
서진은 상대의 손가락이 리드하는대로 그녀의 허리를 부드럽게 마사지해주듯 어루만졌다. 같은 곳을 계속 어루만지자 조금 답답했던지 가는 손가락에 힘이 쏠리더니 아래로 확 밀고 내려왔다.
오른 손이 절로 아래로 쭉 미끄러지며 급격한 경사와 함께 큰 언덕을 툭 넘었다.
지극히 탱탱하고 회복력이 넘치는, 탄력 있는 힙(hip)의 세계가 펼쳐졌다.
“아흠!”
“아으으윽!”
“아흑!”
어디를 어떻게 만졌는지, 가까운 곳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야릇한 소리가 들려왔다. 서진의 몸이 용광로처럼 뜨거워지며 욕망의 싹이 터 올랐다.
그때,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마이키의 목소리가 귀에 들렸다.
-마스터, 작전명 ‘산화’를 시작합니다. 허락하시면 오른손으로 나연 양의 히프를 두 번 쳐주세요.
마이키는 서진이 처한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수신호(手信號)로 그의 의사를 타진했다. 그는 즉시 나연의 탱글한 엉덩이를 두 번 후려쳤다.
쫙쫙!
-확인됐습니다. 조진하가 타고있는 차량의 통제권을 확보했습니다. 목표를 향해 돌진합니다. 300m, 200m, 100m, 50m, 목표와 충돌합니다. 쾅! 조진하가 탄 V사(社)의 페이톤 승용차가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광동로 45 번지에 있는 퇴촌파출소의 정문을 부수고 안으로 밀고 들어갔습니다.
마이키는 자신의 목소리에 배경음을 적절히 섞어서 현장을 중계 방송하듯 작전과정을 설명했다.
-마스터, 안심하세요. 퇴촌파출소 안에서 다친 사람은 없습니다. 조진하 외 세 명은 기절했어요. 퇴촌파출소의 경찰들이 기절한 조진하 외 세 명을 밖으로 끌어내고 있습니다. 작전의 하이라이트가 시작됩니다. 트렁크가 열렸어요. 경찰들이 트렁크에서 각종 마약을 발견합니다. 경찰의 대응이 마약사범검거 매뉴얼로 바뀌었어요.
이번에는 메딕이 현지상황을 중계 방송했다. 그 사이 마이키는 계획대로 공작을 진행했다.
-마스터, 조진하 외 세 명의 얼굴사진을 찍었습니다. 경찰이 트렁크에서 각종 마약을 발견한 장면도 찍었습니다. 조진하 외 세 명의 얼굴과 차량의 번호가 같이 나오도록 각도를 조절한 사진을 확보했습니다. ‘재벌3세의 막장돌진’이란 제목으로 편집해 인터넷을 통해 업로드를 시작합니다. 대형포털사이트와 언론사 홈페이지를 시작으로 3650개의 유명카페와 블로그에 업로드 합니다. SNS를 통해 무작위 살포를 시작합니다. 외국서버를 통해 데이터를 분산하고 다시 국내로 들여옵니다.
서진은 마이키의 말을 듣자 그가 하는 행동이 머릿속에 입체적으로 그려졌다. 그리고 마이키가 진행한 공작에 대한 결과는 메딕이 확인해서 실시간으로 중계해줬다.
-마스터, ‘재벌3세의 막장돌진’연관기사들이 포털사이트 실시간검색순위에 오르기 시작했어요. 10위, 9위, 8위, 7위, 6위, 5위, 4위, 3위 조금만 더 하면 1위가 될 것 같아요. 어, 방금 2위에 올랐습니다. 드디어 대망의 1위에 올랐습니다. 기획기사라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작성시간을 관리합니다. 작전명 ‘산화’를 성공적으로 수행했습니다. 이상 작전중계를 종료합니다.
서진은 메딕의 말에 씨익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세운 계획이 보기 좋게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제 조진하는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아 갈기갈기 찢기게 될 것이다. 한 건을 노리는 기레기들에 의해 영혼까지 탈탈 털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잘하면 아마 호적에서 파일지도 모른다.
나연은 서진이 미소를 짓자 자신 때문에 기분이 좋아서 그러는 줄 알고 더욱 몸을 밀착해왔다.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여러분! 키스타임을 종료합니다. 5, 4, 3, 2, 1 불을 켭니다.”
장독대의 장난 끼 가득한 말에 리무진에서 난리가 났다.
“야! 뭐하는 거야?”
“어, 조금만 기다려줘.”
강백호와 우동면은 상의를 탈의한 파트너들을 얼른 자신의 몸 뒤로 숨겼다.
가인과 하나는 서둘러 티셔츠를 입으며 얼굴을 붉혔다.
서진은 자신과 나연이 제일 야한 키스타임을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저 두 커플에 비하면 어린애 장난수준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연은 느긋하게 서진의 허벅지위에서 내려와 옷매무시를 단정히 했다. 그리고는 그의 팔에 팔짱을 끼고 꼭 끌어안았다.
장독대의 양평별장은 남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 위치해있었다. 리무진에서 내린 네 쌍의 남녀가 별장의 모습을 본 순간, 그들의 입에서 절로 감탄성이 새어 나왔다.
“우와! 멋지다.”
“이거 누가 준비했어? 설마 독대 네가?”
“응, 너희를 위해 내가 미리 준비해 놓은 거야.”
“와아아아, 너 진짜 로맨틱한 남자구나.”
별장지기가 미리 준비를 해놓았는지, 주차장 입구부터 별장 안까지 수백 개의 촛불이 불을 밝힌 채 그들을 포근하게 맞이해주고 있었다.
서진은 장독대가 나름 준비를 많이 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엄지를 위로 척 들어서 앞으로 내밀었다. 장독대의 눈이 격렬하게 흔들렸다. 그에겐 누구보다 서진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여린 욕구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서진이 만족한 모습을 보이자 이 시대 최고의 상을 받은 기분이었다.
“들어가자.”
“그래.”
리무진 안에서의 스킨십이 도움이 좀 됐는지 그들은 서로 각자의 파트너와 사이좋게 팔짱을 끼고서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의 발길을 밝혀주는 수백 개의 양초를 보면서 그녀들은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별장 안으로 들어가자 어디선가 고소한 냄새가 났다.
고개를 돌려보니 통유리로 된 거대한 창문 옆에 크고 넓은 식탁이 놓여있었다. 식탁 위에는 양식 레스토랑처럼 깨끗하고 새하얀 식탁보에 덮여있었고 사람 숫자에 맞춰 여덟 개의 큼지막한 접시가 놓여 있었다.
접시위에는 호텔룸서비스를 시키면 볼 수 있는 반구형태의 음식뚜껑이 덮여 있었고 그 옆에는 각가지 실버 웨어(silverware: 식당기물 중에서 은으로 도금이 되어있는 식기류)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식탁의 중앙에는 포도주병과 와인 잔이 세팅되어 있었다.
“이건 또 누가 준비했지?”
“뚜껑이 덮여있네?”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열어보자.”
“어? 이건 바비큐 아냐?”
“따뜻한 것을 보니까 방금 전에 누가 구워놓은 거야.”
맛있게 보이는 바비큐가 눈에 띄자 하나가 얼른 자리에 앉더니 포크와 나이프를 집어 들었다.
“배고팠는데 잘 됐다.”
“야! 그렇게 배터지게 술 마시고 안주를 집어 먹었는데 또 배가 고파?”
“당연하지. 춤추는데 얼마나 에너지가 소비되는데…….”
하나는 먹는 것이 다 어디로 가는지, 벌써부터 바비큐 한 조각을 나이프로 썰어 포크로 콕 찍어 먹었다. 그 모습에 우동면이 흐믓한 표정을 짓자 장독대가 손짓을 했다.
“일단 좀 앉자.”
“그러자.”
“난 와인부터 한잔 하고 싶어. 와인 따줄 사람?”
“내가 따줄게.”
수지가 와인을 보더니 눈을 빛냈다. 장독대가 와인을 따주자 강백호가 얼음이 든 통속에 시원하게 재어있는 음료수를 발견했다.
“여기 음료수도 있다.”
“됐네요. 와인 있는데 무슨 음료수?”
수지가 촌스럽다는 듯 고개를 흔들자 강백호는 두 팔을 벌리고 어깨를 살짝 들고는 생수 하나를 따서 마셨다.
“자자, 다들 한잔씩 받고 우리 같이 건배하자.”
장독대가 와인 잔에 와인을 반 정도 따라서 옆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건배를 하자고? 뭘 위해서 하지?”
“우리의 불타는 청춘을 위해서!”
“차라리 불타는 밤을 위해서로 하지.”
“그건 좀 야한 것 같아.”
“좋아. 그럼 우리의 불타는 청춘과 밤을 위해서!”
“호호호, 그냥 아무렇게나 하자.”
폭포수 같은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다. 다들 뭐라고 건배할지는 별로 중요하지 여기지 않았다. 이렇게 다 같이 모여서 즐겁게 놀고 마시며 건배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우리의 불타는 청춘과 밤을 위해서!”
“우리의 불타는 청춘과 밤을 위해서!”
챙 채채챙…….
그들은 일제히 와인 잔을 들어 서로에게 가져갔다. 와인 잔 부딪치는 소리가 별장의 거실에 울려 퍼졌다. 건배를 하고나자 그들은 단숨에 와인을 마셔버렸다.
“와오! 이거 진짜 맛있다.”
“와인 좀 마셔봤나 보네. 맛을 다 알고?”
“헤헤, 잘은 몰라. 그냥 맛있어서 맛있다고 한 것뿐이야.”
“나는 분위기가 좋아서 더 맛있는 것 같아.”
“나도.”
“하하하! 그럼 더 마셔야지. 와인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배터지도록 마셔라.”
“그래? 좋았어. 오늘 이집 와인 내가 다 작살내고 만다.”
수지는 빈 와인 잔을 들고 호기롭게 외쳤다.
장독대는 웃으면서 그녀에게 와인을 가득 따라주었다.
“음악 좀 틀자.”
“아까부터 뭔가 허전하다 했더니 음악이 없었군.”
“오케이.”
음악을 틀어달라는 요구에 장독대가 CD플레이어로 가서 최신댄스뮤직을 틀었다.
쿵쾅 쿵쾅 쿵쿵쾅쾅…….
“이거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곡이야. 나랑 춤추자.”
“안될 거 없지.”
가인이 음악을 듣자마자 와인 잔을 내려놓고 일어났다.
강백호가 그녀의 앞에 섰다.
둘은 서로를 마주보며 신나게 몸을 흔들어댔다. 나중에는 부비부비 춤을 춰대며 야한 춤동작을 만들어냈다.
그 모습을 보자 발동이 걸렸는지 하나가 냅킨으로 입을 닦고 일어났다.
“동면아 바쁘니?”
“아니.”
“그럼 좀 일어나줄래?”
“왜?”
“같이 춤추자.”
“크크크, 좋지.”
하나와 우동면이 가인과 강백호의 옆에 서서 신나게 춤을 췄다.
그때, 갑자기 불이 꺼지고 천장에서 조명이 번쩍거리기 시작했다.
“우와아아! 여긴 클럽처럼 조명시설까지 해놓았네!”
“다나와! 다 같이 춤을 추자. 이렇게 밤새도록 한번 달려보는 거야.”
“오 예!”
“야호! 파티다.”
“와아아아아!”
그들은 일제히 일어나 미친 듯이 소리를 내지르며 신나게 몸을 흔들어댔다.
춤을 잘 추면 잘 추는 대로 못 추면 못 추는 대로…… 그들은 허공에 자유롭게 날개 짓을 하듯 자기만의 방식으로 억눌렸던 감정을 온몸으로 표출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마음을 확 풀어버린 그들의 몸짓은 한마디로 자유로웠다.
와인을 마시고 춤을 추고…… 웃고 장난치고 까불고 껴안고…… 서로 부대끼며 이 밤의 끝을 잡기위해 몸부림을 쳐댔다.
하지만,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이다.
영원할 것 같은 광란의 시간도, 가슴 설레는 일탈의 시간도, 새벽 먼동이 터올 즈음엔 안개가 사라지듯 그렇게 파티는 끝나고 말았다.
양평별장에 죽어도 못 잊을 추억의 꽃이 활짝 피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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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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