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둠레이더-41화 (4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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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장 - 리미트리스(Limitless)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서진의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서진의 생일 축하합니다.”

짝짝짝짝짝…….

“생일 축하한다. 서진아!”

“생일 축하해!”

“고맙습니다.”

이만수와 손예진은 서진에게 생일축하곡을 불러주고 물개 박수를 쳤다. 세 사람의 머리에는 고깔모자가 써져 있었고 테이블 위에는 커다란 케이크가 촛불을 밝히고 있었다.

“어서 촛불 꺼!”

“네, 후우우욱!”

짝짝짝짝짝…….

서진이 바람을 불어 단번에 케이크 위의 촛불을 꺼버리자 다시 한 번 이만수와 손예진의 물개박수가 터져 나왔다.

“고맙습니다.”

“아직 고맙다고 하기는 일러!”

“네?”

“생일선물이다. 받아라.”

이만수는 서진의 손에 열쇠를 하나 쥐어줬다.

“이게 뭐에요?”

“밖을 보면 알 수 있어.”

“네?”

서진은 두 눈에 가득 호기심을 담고는 거실 베란다로 달려갔다.

창문을 활짝 열고 밖을 내다보자 검은색으로 반짝이는 오토바이 하나가 서 있었다.

“설마 저 오토바이가 제 생일선물이에요?”

“그래. 맞다. 혼다 CBR125R 이다.”

“CBR125R 이면 4백만 원이 넘는 건데…….”

“하하하, 우리 아들 생일선물로 그 정도는 돼야지.”

이만수는 자신감에 찬 당당한 목소리로 서진에게 말했다. 예전의 어리숙하고 촌스러운 모습은 다 사라지고 이제는 그에게서 세련되고 중후한 분위기가 풍겨 나오고 있었다.

‘메딕이 고생 많이 했겠네.’

이제 삼천억대의 재산가로, 건설회사의 전무로 멋지게 변신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자 서진은 메딕이 그동안 얼마나 고생을 했을까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아버지! 고마워요. 잘 쓸게요.”

“그래. 만16세부터 원동기면허 취득이 가능하다고 하니 일단 면허부터 따거라.”

“네, 알겠어요.”

서진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어머, 이이는 애한테 위험하게 오토바이를 선물하면 어떡해요?”

“왜? 통학용으로 사준 건데……. 우리 아들 못 믿어? 한 번도 우리를 실망시킨 적이 없잖아.”

“그건 그렇지만 좀 불안해서 그렇지요.”

“별 걱정을 다하네. 서진이가 어련히 알아서 잘하려고.”

손예진은 이만수와는 달리 서진이 혹시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다가 사고가 나지 않을까 걱정을 했다. 하지만 메딕에게 거의 세뇌수준으로 정신단련을 받은 이만수는 서진에 대해 조금도 걱정하지 않았다.

“너무 걱정하지마세요. 오토바이헬멧 꼭 착용할거구요. 비오는 날은 절대 타고 다니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정말 아버지 말씀대로 통학용으로만 쓸 거예요.”

“정말이지?”

“네, 저도 오토바이가 위험하다는 거 잘 알아요.”

그제야 손예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참 내 정신 좀 봐!”

그녀는 갑자기 손뼉을 탁 치더니 건넌방을 향해 달려갔다.

“으응?”

“……?”

이만수와 서진이 서로를 향해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아직은 누구도 그녀가 저런 행동을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스르르릉!

그때, 건넌방 문이 열리고 손예진이 바퀴가 달리 옷걸이를 통째로 밀고 나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옷걸이에는 정장과 캐주얼을 비롯해 여러 벌의 옷과 넥타이, 벨트 심지어는 구두까지 걸려있었다.

“그게 뭐예요?”

“이건 엄마가 서진이를 위해 준비한 선물이야.”

안 그래도 몸이 부쩍 자라서 새로 옷을 장만하러 가볼까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아셨는지 어머니는 이렇게 생일선물로 옷을 잔뜩 사가지고 오셨다.

“그런데 이거 전부 명품 아니에요?”

“맞아. 내가 큰맘 먹고 샀어.”

손예진은 아들의 놀란 얼굴을 보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이게 전부 명품이라고? 당신 너무 무리한 거 아냐?”

“걱정 마세요. 당신 돈은 손도 대지 않았어요. 그동안 내가 벌어서 모아둔 돈으로 샀다고요.”

“아니? 그런 뜻으로 한말이 아니잖아. 내가 당신 돈 쓰는 것 가지고 뭐라고 한 적 있어?”

이만수는 괜히 한마디 했다가 얘기가 이상하게 돌아가자 크게 당혹해했다. 그 모습을 보아하니 아직도 그녀가 많이 무서운 모양이었다.

손예진은 그런 이만수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오직 서진에게만 집중했다.

“정장은 어디 모임 있을 때 입고 가면 좋을 것 같아서 샀어. 캐주얼은 연서와 데이트할 때 입으라고, 너에게 잘 어울리는 색깔로 골라봤다.”

“어머니, 고마워요. 아주 마음에 들어요.”

“호호호, 우리 아들이 마음에 든다니 참 다행이다.”

서진은 손예진의 몸을 한번 꼭 끌어안아줬다.

그녀는 서진이 자신을 안아주자 감동을 했는지 눈물을 찔끔거리면서 좋아했다.

“배고프다. 밥 먹자.”

“우리 아들 배고프겠구나. 어서 가서 먹자. 엄마가 생일상 봐놓았다.”

“네.”

이만수가 배고프다고 하자 손예진은 서진이 배가 고플까봐 아들의 손을 붙잡고 서둘러 식탁으로 걸어갔다.

이만수는 입맛을 다시며 그녀의 뒤를 쫓아가 식탁 한쪽에 슬그머니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오늘 저녁 바가지를 긁히는 것이 아닌지 그는 여전히 불안해했다.

“바닷가재(로브스터)네요.”

“미역국도 끓여놓긴 했는데……. 아무래도 네가 이걸 좋아할 것 같아서 준비해봤어.”

“저야 당연히 좋죠. 잘 먹겠습니다.”

“그래. 많이 먹어. 우리 아들!”

“네.”

서진은 간만에 바닷가재로 포식을 했다.

이만수도 그의 옆에서 열심히 바닷가재의 속살을 발라먹었다.

부드럽고 달콤한 바닷가재의 살코기의 맛은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만큼 맛있었다.

손예진은 연신 바닷가재의 속살을 발라 자기 입이 아닌 아들의 입안에 넣어줬다.

아들이 좋아하자 그녀는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른지 절로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거하게 생일상을 받아먹은 서진은 3층으로 올라갔다.

통제실로 들어가 검은 가죽의자에 앉자 로이가 하와이산 명품커피인 코나커피를 타가지고 왔다. 서진은 비싸기 만한 루왁커피보다는 향이 좋은 코나커피를 즐겨마셨다.

지잉 징 징 징!

그의 눈앞에 블랙볼, 화이트볼, 블루볼, 레드볼이 동시에 나타났다.

“마스터, 생일 축하드립니다.”

“마스터, 생일 축하드려요.”

“마스터, 생일 축하합니다.”

“마스터, 생일 축하합니다.”

각각 색깔이 다른 볼들은 뱅글뱅글 돌면서 허공에 화려한 홀로그램을 띄워 서진의 생일을 축하해줬다.

“하하하, 고맙다. 뭐 이런 것을 다 준비했어?”

“마스터, 오늘은 역사적인 날입니다. 드디어 마스터가 성년이 되신 날이기도 하고요.”

“그렇지. 내가 오늘 성년이 됐지.”

서진은 마이키를 쳐다보면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2012년 3월3일 토요일!

서진은 드디어 만 16세가 됐다. 그리고 마이키가 인정하는 성년이 됐다.

2012년 현재, 성년의 나이는 만 20세다.

2013년 7월에 민법이 개정되면서 성년의 나이는 만 19세가 됐다.

대격변이 시작되는 2016년부터 2025년까지 성년의 나이는 계속 줄어들어 서진이 회귀를 할 즈음에는 만 16세가 됐다. 그만큼 성인남자가 급격히 줄어들었다는 말이다.

“마이키! 이제 내 명령을 들을 준비가 됐지?”

“네, 마스터! 뭐든지 명령만 내리십시오. 즉시 시행하겠습니다.”

서진은 마이키의 말에 가슴이 다 벅차올랐다. 그동안 마이키의 눈치를 보며 부탁을 하느라 눈이 사시가 될 뻔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마이키는 이제 온전히 자신의 소유가 됐기 때문이다.

그는 크게 심호흡을 한번 한 다음 마이키에게 처음으로 명령을 내렸다.

“첫 번째 명령이다. 나 이외에 그 어떤 명령권자도 너에게 명령을 내릴 수 없다. 이전에 존재한 모든 명령권자의 이름을 지워라.”

“네, 마스터. 리스트에 있는 모든 명령권자들의 이름을 삭제했습니다. 이제부터 마이키의 명령권자는 오직 마스터뿐입니다.”

마이키가 시원스럽게 대답을 하자 서진은 온몸이 짜릿해지는 쾌감을 느꼈다.

그는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다음 명령을 내렸다.

“두 번째 명령이다. 만약 또다시 내가 회귀하거나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성년의 제약 없이 무조건 내 명령을 따른다.”

“명령을 접수했습니다. 모든 것은 마스터의 뜻대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마이키가 그의 명령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세 번째 명령이다. 마이키, 네가 가지고 있는 모든 능력을 동원해서 메딕을 업그레이드해라. 하드웨어적인 기능은 말할 것도 없고 네가 가진 모든 소프트웨어를 전하고 모든 전략과 전술, 노하우를 가르쳐라.”

“네, 마스터가 원하시는 대로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동원해 메딕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겠습니다. 예상기간은 최대 일주일입니다.”

마이키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그의 명령을 따랐다.

어떻게 보면 서진의 이 명령은 마이키의 밥그릇을 빼앗는 명령이 될 수도 있다.

안 그래도 마이키에 필적할 만큼 뛰어난 인공지능나노양자슈퍼컴 메딕이다. 그런데 이런 메딕에게 마이키의 고유능력까지 더해진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최소한 메딕이 마이키만큼의 능력을 가지게 된다는 말이 될 것이다. 어쩌면 마이키를 능가하는 새로운 인공지능나노양자슈퍼컴이 탄생할지도 모른다.

“네 번째 명령이다. 세계 각국의 정보를 장악해라. 각국의 국방부와 정보부처의 극비정보는 물론이고 비밀리에 운영하고 있는 모든 방산관련 연구소의 데이터를 수집해라.”

“네, 마스터! 온라인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극비정보와 중요한 정보를 다 수집하겠습니다. 그런데 오프라인 정보를 빠르게 수집하려면 저의 일부 기능을 탑재한 ‘클론볼’의 제작이 선행되어야합니다. 허락하시겠습니까?”

“클론볼이라면 마이키를 복제한 카피 볼을 말하는 건가?”

“네, 그렇습니다. 100% 복제는 아니고 일부 기능만 카피하는 겁니다.”

“하지만 클론볼을 만들려면 마수의 정수가 필요할 텐데…….”

“맞습니다. 그래서 많이는 못 만들고 딱 365개만 만들려고 합니다. 클론볼에 들어가는 마수의 정수는 최하급을 사용할 예정입니다. 허락해주십시오.”

서진은 잠시 생각해봤다.

미래에서 가져온 마수의 정수는 등급별로 꽤 있는 편이다. 하지만 클론볼을 365개나 만든다면 적어도 가지고 있는 정수의 3분의 1은 사용해야할 것 같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하급 정수라는 것이다.

지금 그에게는 정보가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대격변이 일어날 2016년까지는 이제 겨우 4년이 남았을 뿐이다.

마수의 정수가 아깝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아끼다간 똥이 될 수도 있었다.

서진은 지금이야말로 과감히 질러야 할 때라는 것을 인식했다.

“일단 클론볼의 성능에 대한 브리핑이 먼저야.”

“물론입니다. 마스터!”

마이키는 신이 난 목소리로 자신의 기능의 일부를 카피해서 제작할 클론볼에 대해 브리핑을 시작했다. 그의 눈앞에 홀로그램이 떠오르고 삼면의 벽에 설치된 초대형 LED 모니터에는 클론볼의 제원이 출력됐다.

“스텔스 & 클로킹 기능을 가진 스파이 드론이라고 볼 수 있군.”

“단순한 스파이 드론만은 아닙니다. 정찰, 침투가 가능하고 전격을 이용한 대인공격과 초소형폭약을 이용해 대물공격도 가능합니다. 비상시에는 자폭기능을 활용해 일정지역을 초토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서진은 마이키의 말에 조금 더 면밀히 살펴본 후 기분 좋게 클론볼의 제작을 허락했다.

“좋아. 허락한다.”

“고맙습니다. 마스터!”

“그런데 클론볼은 어디서 양산할 계획이야?”

“하사(HASA)에서 이미 시제품을 조립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하사라면? 헤븐 항공우주국을 말하는 거지?”

“네, 맞습니다.”

마이키는 작년에 미국 항공우주국 나사(NASA, National Aeronautics & Space Administration)의 이름을 따서 하사(HASA, Heaven Aeronautics & Space Administration)를 만들었다. 지금은 현존하는 세계 최첨단의 기술력에다 미래의 기술력을 더해 빠르게 기술수준을 높이고 있었다.

“다섯 번째 명령이다. 안드로이드 전투로봇 제작과 전신슈트, 전신장갑 양산을 위한 연구소와 공장을 만들어라.”

“네, 즉시 연구소와 공장을 세우겠습니다. 마스터! 그런데 안드로이드 전투로봇을 제작하려면 오 박사님이 필요하다는 것은 잘 알고 계시죠?”

“물론이다. 다음 주 우리는 오 박사님을 만나러 나사로 간다.”

서진은 드디어 자신의 생명의 은인이나 마찬가지인 오희명 박사를 다시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설렜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시고 좋은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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