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둠레이더-45화 (45/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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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장 - 실전테스트

-대마수용탄환은 아직 마수의 정수와 사체를 구할 수 없는 관계로 조금만 만들어봤습니다. 그럼 제일 왼쪽의 KM1 mm 자동권총부터 하나씩 테스트해보시기 바랍니다.

서진은 KM1 자동권총부터 살펴봤다. 겉으로 봐서는 한국군 제식권총으로 사용하는 K5 권총과 별반 다를 게 없어보였다. 무게가 무척 가볍고, 총의 크기가 이스라엘 IMI 사(社)가 개발한 초대형 자동권총 데저트이글(Desert Eagle)만큼 커져있다는 점이 조금 다를 뿐이었다.

서진은 50AE탄이 가득 들어있는 탄창을 결합하고 과녁을 쳐다봤다. 두 다리를 어깨넓이로 벌리고 오른손으로 권총을 들어올렸다. 왼손으로 오른손의 아래를 감싸고 과녁을 조준해 천천히 방아쇠를 당기기 시작했다.

탕 탕 탕 탕…….

총알이 한발씩 나갈 때마다 꽤 묵직한 반동이 일었다. 자동식 권총 중에서는 세계 최고의 위력을 가지는 50AE탄을 사용하는 권총이라 이 정도 반동은 어쩔 수 없었다.

-마스터, 지금 쏘신 것은 일반 50AE탄입니다. 왼쪽 벽으로 오셔서 대마수용탄환을 받아 가십시오.

서진은 마이키의 말대로 왼쪽 벽을 향해 걸어갔다. 벽에는 속이 훤히 보이는 승강기가 같은 것이 있었는데 안에는 대마수용탄환이 채워진 탄창이 하나가 들어있었다. 그가 가까이 다가가자 자동문이라도 되는지 양쪽으로 문이 열렸다.

서진은 KM1 자동권총에 있는 탄창을 빼고 대마수용탄환이 채워진 탄창을 끼웠다.

철컥!

탕 탕 탕 탕…….

과녁을 향해 KM1 자동권총을 발사하자 묵직한 반동은 그대로였지만 아까와는 달리 리드미컬한 움직임이 느껴졌다. 총구에서 푸른 광채가 터져 나오고 날아가는 탄환에도 푸른빛이 일렁였다. 사람에게 쏘면 일반 탄환과 별반 다를 게 없겠지만 마수에게 쏘면 살상력에서 확실히 차이를 보이게 될 것이다.

서진은 그 누구보다 대마수용병기를 많이 다뤄봤기 때문에 이런 미묘한 변화를 금방 눈치 챌 수 있었다.

“확실히 좋군.”

-역시 마스터께서는 뭐가 달라졌는지 금방 캐치를 하셨군요.

서진은 마이키의 말에 피식 웃음을 흘리며 크고 작은 소음기를 집어 들었다. 마수들은 소리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소음기는 필수다. 물론 소음기가 총성이나 발사음을 완전히 없애주지는 않는다. 만능은 아니라는 소리다. 그렇다고 소음기 무용론을 들고 나오면 곤란하다. 소음기는 누가 뭐라고 해도 생존율을 높여주는 완소아이템이다. 소음기가 대 마수전투의 기본 장비가 된 데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탁 탁 탁 탁…….

소음기를 끼고 KM1 자동권총을 쐈다. 확실히 소음이 크게 줄어들었다. 좋은 소재로 만들어서 그런지, 아니면 소음기에도 미래의 기술 들어갔는지 기존의 소음기보다는 성능이 좋아보였다.

그는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나머지 총기들도 하나씩 들어 직접 테스트를 해봤다.

타타타탕 타타타탕!

부아아아악 부아아아악!

펑 펑 펑 펑 펑!

KM1 자동권총, KM2 7.62mm 소총, KM3 산탄총, KM4 고속유탄발사기, KM5 7.62mm 중(中)기관총, KM6 12.7mm 중(重)기관총, KM14 12.7mm 저격총……

미래에서 미국이 양산했던 AM시리즈보다 하나같이 가볍고 움직임이 부드러웠다. 괜히 마이키가 업그레이드를 했다고 말한 것이 아니었다. 특히 대마수용탄환을 사용했을 때 보이는 특유의 리드미컬한 움직임은 거칠기만 한 AM시리즈에서는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혁신적인 변화였다.

해리스가 긴장한 표정으로 서진을 향해 물었다.

“이제 충분히 확인해보셨습니까?”

“네, 아주 잘 만들었더군요. 양산을 해도 되겠어요.”

해리스는 서진의 말에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 미소는 나타났던 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사라졌다. 대신 안타깝고 어두운 표정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사실은 한 가지 치명적인 결점이 있습니다.”

“그게 뭐죠?”

“헤븐 인더스트리에서 요구하는 사양이 너무 높아 양산단가를 도저히 다른 경쟁제품에 맞출 수가 없습니다.”

서진은 해리스의 낯빛이 왜 그렇게 어두워졌나했더니 양산단가를 못 맞출까봐 고민하고 있었던 것이다. 절로 실소가 흘러나왔다.

“하하하, 괜한 걱정을 하셨네요. 저희가 KM시리즈를 양산하는 것은 시중에 팔려는 것이 아닙니다. 헤븐 시큐리티에 자체보급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요. 물론 일부 민간군사기업(PMC)에 판매할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이거 참 다행입니다. 하하하하!”

해리스의 얼굴이 순간 꽃처럼 환하게 만개했다. 알파인 연구소를 설립한지 20년. 이렇게 웃어본 것이 도대체 언제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한때는 알파인 연구소도 연방정부와 국방부에서 연구비와 지원금을 빵빵하게 받으며 승승장구할 때가 있었다. 그러나 눈에 띄는 연구 성과가 보이지 않자 언제 자신들이 연구비와 지원금을 줬냐는 듯 돈줄을 딱 끊어버렸다. 처음 몇 년간은 어찌어찌 간신히 버틸 수 있었지만 그것도 2년이 넘어가자 한계에 다다랐다.

언제 연구소의 문을 닫아야하나 고민을 하고 있을 즈음, 알파인 연구소에 기적이 일어났다. ‘헤븐 인더스트리’라는 회사가 연구소의 지분을 사주고 연구원과 직원들의 고용을 승계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심지어는 은행에서 빌린 부채까지 몽땅 갚겠다고 했다. 알파인 연구소 소장 해리스를 비롯해 지분을 가진 연구원과 투자가들은 즉시 모여 회의를 열었다. 그리고 지분 100%를 ‘헤븐 인더스트리’에 매각했다.

해리스는 연구소를 운영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은행에 돈을 빌려서 빚이 좀 남아있었다. 그는 지분을 매각한 대금으로 빚잔치를 벌이고 나니 빈털터리가 되었다. 그때, ‘헤븐 인더스트리’는 해리스에게 다시 알파인 연구소장 자리를 제안했다.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 많이 받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많은 연봉과 인센티브를 제안했다. 해리스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그 제안을 기쁘게 받아들였다.

그게 벌써 2년 전 일이었다. 그때부터 그는 정말 신들린 사람처럼 일을 했다. 어디서 구했는지 모르지만 ‘헤븐 인더스트리’에서는 각종 설계도와 최첨단기술을 전해주면서 재래식 무기와 신개념 전신장갑의 개발을 요구했다. 알파인 연구소가 원래 하던 일이 미래형 무기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일이었다. 그러니 재래식 무기, 그것도 소화기(小火器)를 개발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물론 신개념 전신장갑은 전적으로 ‘헤븐 인더스트리’에서 제공한 설계도와 기술지도서를 참고해야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기껏 만들고 보니까 양산단가가 너무 비쌌다. ‘헤븐 인더스트리’에서 요구하는 사양이 너무 높았던 것이다. 이래서는 도저히 양산이 불가능했다. 다른 경쟁회사의 제품보다 단가가 몇 배나 비싼 것은 너무 튼튼하게 잘 만들었기 때문이다. 조금만 사양을 낮추면 충분히 다른 제품들과 경쟁이 가능할 것도 같았다.

하지만 ‘헤븐 인더스트리’는 절대 사양을 낮출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그때부터 해리스의 고민이 시작됐다. 매일 밤, 잠을 못 이루며 고민을 했다.

이러다 알파인 연구소가 문을 닫게 되지는 않을까?

양산단가를 줄이지 못한 모든 책임을 지고 자신이 연구소장직에서 사임을 해야 하나?

여길 나가면 어디 가서 살지?

그렇게 고민을 하고 있을 때, ‘헤븐 인더스트리’의 부사장이 연구결과를 확인하러 오겠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그는 나름 열심히 브리핑 준비를 했다. 사양을 조금만 낮춰서 양산을 하자고 설득하자고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막상 부사장과 얘기를 나눠보니 그동안 자신이 생각하고 고민했던 일이 전부 뻘짓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안심이 되기도 하고 부끄럽고 창피하기도 했다.

“그동안 이걸 연구·개발하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비용은 전부 회사에서 지불할 테니 연구원들과 같이 단체로 하와이여행이라도 다녀오세요. 물론 가족을 동반하셔도 좋습니다.”

“네? 그게 정말입니까?”

해리스는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반문했다.

“그렇습니다. 또한 이번 무기개발에 성과보상으로 해리스 연구소장을 비롯해 모든 연구원들에게 보너스를 지급하겠습니다. 직원에게 말해놓을 테니 나중에 각자 은행계좌를 확인하라고 하세요.”

“고맙습니다. 정말로 고맙습니다.”

“하하하, 고마우시면 하와이여행 잘 다녀오셔서 더욱 연구와 개발에 힘써주세요.”

“그거야 당연한 것 아닙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제 명예를 걸고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하겠습니다.”

해리스는 하와이여행과 보너스란 말에 눈이 홱 돌아가 당장 간이라도 빼줄 것처럼 굴었다.

“아참, 한 가지 더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네?”

“아마 다음 달부터는 연방정부와 국방부에서 각각 연구비와 지원금이 나오게 될 겁니다. 그럼 각 파트의 연구비와 연봉을 올려드릴 생각입니다. 이번에 하와이 가셔서 미리 한번 얘기를 나눠보세요.”

“그, 그게 정말입니까?”

“다음 달이 되면 저절로 알게 되실 겁니다.”

“그럴 수가…….”

해리스는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연방정부와 국방부의 연구비와 지원금은 그에게 애증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는 이제 더 이상 죽어도 원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연구소 문제로 매일 가슴을 졸이며 아내와 자식들을 볼 낯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들에게 뭐든 해줄 수 있게 됐다.

해리스는 그동안의 고생에 대한 보상을 오늘 하루 전부 다 받은 것만 같았다.

부사장이란 사람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고 ‘헤븐 인더스트리’에 절로 충성심이 생겼다.

‘정말 내가 헤븐 인더스트리를 만난 것은 축복이다. 절대 이 자리를 놓치지 않도록 정말 열심히 노력해야겠다.’

그렇게 해리스라는 국방과학계의 거목이자 명사가 서진의 편에 서게 됐다.

* * *

“집으로 모실까요?”

“아니, 본사로 가자.”

“네, 마스터.”

로이는 서진의 대답에 두말하지 않고 캐딜락을 ‘헤븐 인더스트리’ 본사가 있는, 마운틴뷰(Mountain View)의 찰스톤 로드(Charleston Road)를 향해 몰았다.

“마이키!”

-네, 마스터.

“아까 알파인 연구소에서 외부장갑에 해당하는 전신장갑을 살펴봤어.”

-어떻게 보셨습니까?

“짧은 시간에 기술을 많이 따라잡은 것 같더라.”

-바로 보셨습니다. 구체적인 설계도와 기술 지도까지 해주고 있는데 2년 만에 그 정도도 못 만들면 알파인 연구소는 문 닫아야합니다.

“맞는 말이야. 그런데 양산은 미국에서 할 거야?”

-물론 아닙니다. 미국을 어떻게 믿고 여기서 양산을 하겠습니까? 중요한 핵심기술은 모두 대한민국의 헤븐 연구소에서 연구·개발하고 있고 주요 핵심부품은 헤븐 정밀에서 생산해 지하기지로 옮겨 비축해놓았습니다. 그 외의 부품과 소재는 미국, 일본, 러시아, EU 등에 하청을 주고 있습니다.

마이키는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서진의 명령을 충실히 잘 이행하고 있었다.

“오 박사님은 어때?”

-처음에는 의심을 하다가 마스터가 보낸 물건을 받고 난 이후에는 완전히 믿게 된 모양입니다. 현재 전력을 다하여 안드로이드를 연구·개발 중입니다.

“안드로이드 전투로봇은 언제쯤 돼야 나올까?”

-대격변이 지나야 볼 수 있을 겁니다.

“으음.”

서진은 무척 아쉬웠다.

안드로이드 전투로봇을 만드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누구보다도 그가 제일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대격변이 오기 전까지는 그래도 어떻게든 양산이 될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자 실망감이 몰려들었다.

서진은 미래의 오 박사가 과거의 오 박사에게 전해주라는 선물을 분명히 전해줬다. 그 안에 미래의 오 박사가 남긴 첨단기술과 연구결과가 담겨있을 텐데, 왜 대격변이 오기 전까지 안드로이드 전투로봇을 만들 수 없는 건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오 박사님이 마스터를 꼭 한번 보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왜?”

-미래의 오 박사님이 마스터에 대해 언급을 하신 것이 아닌가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당장은 아니겠지?”

-아닙니다. 당장보자는 말씀은 없으셨습니다.

“그럼 오 박사님을 만나는 것은 일단 귀국할 때로 좀 미뤄두자.”

-네, 마스터.

마이키와 대화를 하는 사이, 로이가 운전한 캐딜락은 세 개의 건물이 삼각형을 그리며 마주보고 있는 헤븐 인더스트리 본사에 도착했다. 로이는 오직 서진의 차만 들어갈 수 있는 중앙의 출입문을 향해 천천히 차를 몰았다. 차가 출입문 앞에 도착하자 붉은 레이저광선 같은 것이 차체를 360도 입체적으로 빠르게 스캔했다. 혹시라도 폭탄이나 도청장치가 딸려있는지 검색을 하는 것이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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