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둠레이더-47화 (47/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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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장 - 실전테스트

“마이키, 이번에 개발한 대 마수용무기와 전신슈트 그리고 전신장갑은 실전테스트 안 해?”

-해야지요. 안 그래도 대상과 장소를 물색하고 있었습니다.

“물색하고 있다는 대상 좀 보자.”

-네, 홀로그램으로 띄우겠습니다.

홀로그램이 바로 변화를 일으켰다.

“테러단체와 마약카르텔?”

-네, 그렇습니다. 민간인을 무참하게 학살하는 테러리스트와 마약으로 사람의 정신과 몸을 오염시키는 마약카르텔이야말로 실전테스트를 하기에는 최적의 대상입니다. 물론 나중에 뒤탈이 날 일도 거의 없고요.

앞으로 날이 갈수록 테러단체들이 기승을 부린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유럽전역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테러단체 ‘아이에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죽고 유럽으로 넘어온 이민자와 난민들이 큰 피해를 당한다. 또한 멕시코 마약카르텔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고 마약에 찌들고 소녀들이 창녀로 팔려나갔는지 뉴스를 통해 여러 번 들었었다.

“그래도 혹시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면 안 돼.”

-물론입니다. 선정대상에 오른 테러단체와 마약카르텔은 이미 인간이기를 포기한 악랄하고 잔인한 살인마들입니다. 대상을 선정한다는 것은 그중에서도 가장 악질이 누구냐는 것을 뽑는다는 의미입니다. 모두 당장 재판에 넘겨도 능히 사형을 언도받을 놈들입니다.

마이키는 굉장히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

서진은 홀로그램을 통해 나오는 자료화면과 동영상, 증거물을 통해 마이키가 왜 저런 목소리를 내는 지 알 것 같았다. 정말 보면 볼수록 같은 인간이라는 사실이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특히 어린 소녀들을 납치 및 강간하고 돈을 받고 미국에 창녀로 팔아넘기기까지 한 것을 보자 자신도 모르게 살의가 일어났다.

“그럼 양쪽을 동시에 진행하자.”

-테러단체 하나와 마약카르텔 하나를 선택해서 동시에 실전테스트를 진행하자는 말씀이시죠?

“응.”

-알겠습니다. 마침 마약카르텔에 의해 납치를 당한 미래의 A급 능력자가 있었는데 잘 됐군요.

“그래? 그럼 난 그쪽으로 가도록 하지.”

-네? 직접 실전테스트에 참여하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맞아.”

-너무 위험한 일이 아닐까요? 웬만하면 가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만.

“왜? 내가 죽기라도 할까봐?”

-마스터가 위험에 처한다면 저는 도시 전체를 날려버릴지도 모릅니다.

“우와, 마이키! 너 협박하는 방법도 배웠어?”

-그건 아닙니다. 마스터가 없는 저를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제가 폭주할까봐 두렵기도 하고요.

서진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마이키에게는 자신 외에 다른 명령권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이 직접 명령권자 리스트를 삭제하라고 시켰기 때문이다. 만약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마이키는 자신을 구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할 것이다. 아마 그 어떤 방법도 서슴지 않고 저지를 것이 분명했다. 마이키에게는 지구의 74억 명의 인간보다 그의 유일한 명령권자인 서진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인지하자 서진은 다시 한 번 재고해볼 수밖에 없었다.

몇 분을 가만히 앉아 생각해보던 서진은 마침내 결정을 내렸다.

“좋아. 그럼 난 회귀할 때 가져온 전신슈트와 전신장갑을 장비하고 갈게. 설마 내가 가는 곳에 핵폭탄이 터지지는 않겠지?”

-알겠습니다. 그 정도라면 마스터를 지킬 자신이 있습니다. 대신 저와 메딕, 블루볼과 레드볼 그리고 36개의 클론볼을 가져가십시오.

“그건 너무했다. 메딕과 블루볼 그리고 레드볼만 가져갈게.”

-저는 무조건 가야합니다. 메딕도 마스터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가야합니다. 블루볼은 전리품을 챙겨야하니 당연히 필요합니다. 레드볼은 마스터의 무기니 가져가야겠지요? 36개의 클론볼은 마스터를 기준으로 전 방위를 지켜야하니 꼭 필요합니다.

“뭐야? 그럼 결국 전부 다 가져가라는 말이잖아.”

-전부는 아닙니다. 클론볼은 365개가 있습니다. 전체의 10분의 1도 되지 않습니다.

“장난해? 클론볼이 없으면 세계를 감당할 수 없다며…….”

-제게는 마스터가 세계입니다.

마이키의 비장한 말투에 결국 서진은 두 손 두 발 다 들고 말았다.

“그럼 모두 스텔스 & 클로킹 모드로 숨어있어. 실전테스트에는 일절 개입하지 말고.”

-물론입니다. 저희는 마스터의 생명이 달린 일에만 개입할 것입니다.

“좋아. 그럼 됐어. 그런데 테러단체 쪽은 누가가지?”

-베타팀을 보내겠습니다. 지구궤도를 돌고 있는 미국의 군사위성과 스파이위성을 이용하고 드론도 몇 개 띄우면 아마 충분할 겁니다.

“그게 다야?”

-클론볼 하나를 보내 원격으로 작전을 지휘하겠습니다.

헤븐 시큐리티의 베타팀이 어떤 팀인지는 모르지만 확실히 서진과 같이 갈 팀과 비교하면 차별이 아주 심했다. 물론 그것은 서진이 느끼는 상대적이 개념이긴 했다.

군사위성, 스파이위성, 대마수용병기와 전신슈트 거기에다 클론볼까지…… 누가 가든 이 정도면 이미 오버스펙에 해당된다.

그렇게 마이키는 대마수용무기와 전신슈트의 실전테스트를 위해 서진의 멕시코 행을  떠나기로 했다.

* * *

과달라하라(Guadalajara).

이곳은 멕시코 중서부 할리스코 주(州)의 주도(州都)로, 멕시코 제2의 도시이자 문화의 중심지이다. 멕시코시티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인구가 밀집해 있는 이곳은 정보기술 및 전자산업의 발달로 ‘멕시코의 실리콘 밸리’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해발고도 1,567m에 위치해있으며, 기후가 온화하여 휴양지로서도 유명하다.

밝음이 있으면 어둠도 있는 법!

이런 아름다운 도시도 해가 떨어지면 그 주인이 바뀐다.

멕시코 카르텔의 양대 마약조직 중 하나인 ‘시날로아’가 바로 그들이다.

전통적으로 제화, 섬유, 식품 가공업이 발달하고 다수의 다국적 기업들이 진을 치고 있는 과달라하라는 한마디로 돈이 흘러넘치는 곳이다.

마약조직 시날로아는 당연히 이곳에 빨대를 꽂아놓고 밤마다 열심히 꿀을 빨아 먹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먹음직스런 먹이를 주변의 다른 마약조직이 가만히 보고만 있을 리 없다.

멕시코 카르텔의 양대 조직 중 다른 하나인 ‘제타스’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고 최근 무서운 속도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마약조직 ‘할리스코 누에바 헤네라시온’도 언제 다시 과달라하라를 탈환할까 간을 보고 있었다.

세계최대의 마약소비시장인 미국에서 연간 소비되는 마약의 양은 어마어마하다. 그 엄청난 마약의 90%가 멕시코를 통해 흘러들어간다. 미국과 콜롬비아 정부의 합동작전으로 중남미 최대의 마약 카르텔인 콜롬비아 카르텔이 붕괴되고 나자 멕시코 카르텔은 반사이익을 얻으며 빠르게 성장했다.

콜롬비아 카르텔의 마약운반을 도와주며 겨우 수수료만 챙겨가던 멕시코 카르텔은 어느 순간 중남미의 카르텔을 모조리 씹어 삼키며 무시무시한 덩치로 자라버렸다.

그런 멕시코 카르텔을 양분하는 두 개의 조직 ‘시날로아’와 ‘제타스’가 드디어 오늘밤 과달라하라의 패권을 놓고 전쟁을 시작했다.

클럽 로스 치카스.

타타타탕 타타타탕!

드르르륵 드르르륵!

“크아악!

“으악!

“커어억!”

소총과 기관단총에서 무섭게 쏟아지는 탄환의 비가 조직원들의 몸을 쓸고 지나갔다.

팔다리가 덜렁거리고, 머리통이 터져나가고, 가슴에 구멍이 뻥 뚫려 피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바닥을 붉은 색으로 물들여갔다.

“안토니오! 빨리 보스에게 연락해! 제타스가 쳐들어왔다고 말이야.”

“이미 전했어. 우리더러 10분만 막고 있으래.”

“제기랄, 10분이면 우린 전부 죽은 목숨이야.”

“호세, 닥치고 빨리 수류탄이나 까!”

“여기서 수류탄 터트리면 건물이 무너지는 수가 있어.”

“그럼 어떻게 해? 이리 죽나 저리 죽나 죽기는 매한가지야. 차라리 같이 죽자.”

“에라 모르겠다. 다들 알아서 피해.”

휘익! 쾅!

휘이익! 콰앙!

수류탄이 날아와 터지기 시작하자 파도처럼 밀고 들어오던 제타스 조직원들이 기겁을 했다.

“저 미친놈들이 수류탄을 마구 던진다.”

“피해라! 으아악!”

“크아아!”

“벽이 무너진다.”

“아악! 살려줘!”

우르릉 쿵쾅!

마약기운이 남아있던 시날로아 조직원들이 수류탄을 까서 사방으로 던지자 결국 건물의 한쪽 벽이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우르르 무너져 내렸다.

수십 명이 무너진 벽에 깔려 죽거나 다치자 숨어 있던 시날로아 조직원들이 좋다고 밖으로 나와 소총과 기관단총을 마구 갈겨댔다.

드르르륵 드르르륵!

“크아악!

“으악!

“켁!”

쓰러져있는 제타스 조직원들의 몸에 구멍이 뻥뻥 뚫렸다.

그들의 몸에서 붉은 피가 샘물처럼 울컥울컥 솟아났다.

“후퇴하라.”

“물러서라.”

보다 못한 제타스 조직의 행동대장 알렉스가 소리를 질러 일단 조직원들을 뒤로 물렸다.

“야! 리키! RPG-7 가져와!”

“진짜요?”

“이 새끼가? 지금 내가 너하고 장난 치냐? 빨리 가져오기나 해.”

부하들의 죽음에 눈이 홱 돌아간 알렉스는 리키가 낑낑대며 가져온 휴대용 대전차 유탄발사기 RPG-7을 받아 어깨에 걸쳤다. 리키가 뒤에서 그의 행동을 계속 구경하고 있자 알렉스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 미친 새끼가? 리키, 당장 옆으로 안 비켜? 너 거기 서있으면 통구이 되는 거 몰라서 그래?”

“네? 그래요? 어이쿠!”

리키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급히 어디론가 뛰어가 몸을 숨겼다.

멍청한 리키의 행동에 알렉스는 고개를 모로 젓더니 클럽 치카스의 입구를 향해 RPG-7을 정 조준했다. 그리고 사정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푸슈우우우우우욱!

쾅! 우르릉 쿠쿵!

클럽 치카스의 입구로 빨려 들어간 유탄이 안에서 폭발하자, 연거푸 터진 수류탄으로 인해 약해진 건물이 크게 한번 흔들리더니 그대로 폭삭 무너져 내렸다.

클럽 안에는 아직도 대피하지 못한 수백 명의 젊은이들이 남아있었다. 그들은 때 아닌 마약조직 간의 전쟁으로 인해 생매장이 되어 버렸다.

“야호! 명중이다.”

“보스, 최곱니다.”

“기가 막힌 한 방이었어요.”

“안에서 거북이처럼 숨어있던 놈들은 아마 모두 다 건물에 깔려죽었을 겁니다.”

“크하하하하!”

“무하하하하!”

알렉스와 그의 부하들은 상대조직원들이 다 죽었을 거란 생각에 신이 나서 박장대소를 터트려댔다.

펑 펑 펑…….

클럽 치카스를 시작으로 일대에 있는 클럽과 유흥업소에서 폭음이 들려왔다.

“오! 다른 곳에서도 이제 슬슬 시작하나보군. 우리도 계획대로 다음 목표를 향해 출발하자.”

“네, 보스.”

알렉스의 말에 그의 부하들은 힘차게 대답을 했다.

그들은 검은 밴 두 대에 사이좋게 나눠 타고 목적지를 향해 밴을 출발시켰다.

그르르르릉! 부아아아아앙!

갑자기 뒤쪽 골목에서 차륜형장갑차 하나가 쏜살같이 튀어나오더니 검은 밴을 쫓아 달려갔다. 차륜형장갑차에 달린 기관포 총구가 슬쩍 앞으로 돌더니 이내 시뻘건 불꽃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부아아아악 부아아아악!

퍽 퍼퍼퍼퍽 쿵 콰앙!

기관포에 맞은 검은 밴 두 대는 순식간에 벌집으로 변해 터져나갔다. 결국 중심을 잃은 검은 밴 두 대는 그대로 남의 집 담벼락에 대가리를 처박아버렸다. 뼈대만 남은 채 매캐한 연기를 위로 솔솔 피워 올리는 밴을 보자 굳이 확인을 하지 않아도 살아남은 사람이 없는 것 같았다.

차륜형장갑차는 검은 밴 옆으로 다가와 잠시 멈춰 서더니 어디선가 폭음이 들려오자 다시 달려가기 시작했다.

쉬이이이익!

쾅! 꽈르릉 콰앙!

그때였다. 어디선가 오렌지 불빛을 꼬리에 달고 날아온 미사일이 차륜형장갑차의 상부를 강타했다. 강력한 고폭탄이 터지자 차륜형장갑차가 통째로 위로 살짝 떠오르더니 안에서 유폭이 일어났는지 어마어마한 대폭발을 일으키며 산산조각으로 터져나갔다. 그 강력한 폭발에 주변의 건물이 무너지거나 금이 갔고 반경 수십 미터 안에 있는 건물과 주택의 유리창이 모조리 깨져나갔다.

부르르르릉 끼익!

후폭풍이 몰아닥쳤다가 잠잠해질 즈음, 어디선가 험비 한대가 나타났다. 험비의 뒤에는 러시아의 휴대용 견착식 지대공미사일 이글라가 장착되어 있었다.

이글라는 멕시코해군이 러시아로부터 수입해 사용하고 있었고, 험비는 미국이 개발한 고기동성 다목적차량으로 멕시코육군이 3천대 가량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런데 멕시코육군이나 해군도 아닌 마약조직원들이 어떻게 이런 무기와 장비를 보유하고 또 마구 사용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역시 이글라의 성능이 쓸 만하군. 어디서 또 장갑차를 봤다는 소식 없어?”

“아직은 없습니다.”

“그럼 우린 우회해서 저놈들의 근거지로 가보자. 분명히 이놈들이 장갑차 한 대만 가지고 있지는 않을 거야.”

“네, 보스.”

부르르르릉!

마약조직 시날로아와 제타스는 이렇게 서로 물고물리면서 과달라하라의 밤을 피와 죽음으로 뜨겁게 달구기 시작했다.

* * *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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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시간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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