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둠레이더-48화 (48/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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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장 - 실전테스트

스스스스스!

어두운 밤, 과달라하라 컨트리클럽 위로 무광택의 헬기 한 대가 다가왔다. 로터의 소리를 극도로 줄인 특이한 헬기의 문이 열리자 몇 개의 줄이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줄이 과달라하라 컨트리클럽의 필드에 닿자 검은 그림자들이 줄을 잡고 거침없이 뛰어내렸다.

촤르르륵 촤르르륵 촤르르륵…….

머리에는 무광택의 검은 헬멧을 쓰고 몸 역시 무광택의 검은색 전신슈트를 입은 정체불명의 괴한들은 바닥에 발을 디디자마자 허리에 걸린 고리를 풀어버렸다. 그들의 뒤로 역시 검은색의 커다란 가방이 줄을 타고 아래로 빠르게 내려왔다. 그들은 커다란 가방을 열고 안에서 배낭을 하나씩 꺼내 등에 맸다. 그리고 각자의 무기를 챙기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타타타타타!

타타타타타!

여섯 명의 괴한이 무서운 속도로 달려가자 정체불명의 헬기 역시 줄과 줄에 매달려있는 검은 가방을 끌어올리더니 조용히 하늘 위로 사라져갔다.

“마이키, 어디야?

-저는 지금 마스터의 어깨 위에 있습니다. 스텔스 & 클로킹 모드를 하고 있어서 눈에 보이지는 않을 겁니다.

“메딕은?”

-반대쪽 어깨 위에 있습니다. 역시 스텔스 & 클로킹 모드입니다.

“어디로 가는 거지?”

-허드(HUD)를 통해 표시해드리겠습니다.

야간모드로 작동하고 있는 서진의 허드에 그들이 가고 있는 목적지가 점선으로 표시됐다.

“이들도 목적지가 어딘지 알고 있겠지?”

-네, 알파팀 다섯 명에게는 제가 직접 명령을 내리고 있습니다.

“그럼 나는 뒤에서 쫓아가기만 하면 되는 건가?”

-그렇습니다. 마스터는 오늘 이들의 능력을 평가하는 감독관으로 합류하셨습니다. 조용히 이들의 뒤만 따라다니시면 됩니다.

“…….”

마이키의 말에 서진은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그러자 마이키가 조심스럽게 당부했다.

-마스터, 목적지에 도착하면 눈먼 총알이나 수류탄 조심하십시오.

“하하하, 알겠다.”

서진은 마이키의 말에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과달라하라 컨트리클럽을 나온 알파팀은 아메리카스 애비뉴를 따라 남쪽을 향해 달렸다. 아돌포 로페즈 마테오스 애비뉴를 만나자 남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달렸고 3km쯤 내려오다 메히꼬 애비뉴를 만나자 다시 서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밤이 돼서 그런지 길거리를 걸어 다니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가끔 차들이 지나가다가 그들의 모습을 보고는 깜짝 놀라 피해버렸다.

-목적지인 트윈 라이온스 카지노가 보입니다. 타깃은 카지노 뒤쪽에 있는 저택입니다.

“오케이!”

오늘 알파팀이 노리고 온 대상은 시날로아 조직의 과달라하라 총책이라 할 수 있는 ‘다미안 로페스’다. 그는 ‘엘 챠포’라 불리는 시날로아 카르텔의 두목 ‘호아킨 구즈만’의 심복으로 트윈 라이온스 카지노의 수입뿐만 아니라 과달라하라에서 벌어들이는 모든 불법자금을 세탁해 두목에게 전달하는 중책을 가졌다.

-마스터, 저택으로 들어가는 문은 없습니다. 이대로 카지노의 옥상으로 올라가 뒤쪽으로 뛰어 내려야합니다.

“문이 없으면 사람들은 어떻게 들어가는데?”

-카지노를 통해서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아니면 우리가 모르는 땅굴이라도 팠던가요.

“마이키! 조금 무책임하다는 생각 안 들어? 그런 생각이 들었으면 미리 확인부터 했어야지.”

-죄송합니다. 즉시 클론볼을 보내 확인하겠습니다.

마이키가 사과를 하긴 했지만 여전히 자신만만한 목소리였다.

서진은 일단 마이키를 믿어보기로 했다.

타타타타타!

휘익 휙 휙 휙 휙 휙!

단층으로 된 카지노의 정면을 피해 옆으로 달려간 알파팀은 주차해놓은 트럭을 밟고 단숨에 카지노 옥상위로 뛰어올라갔다. 그리고는 옥상을 가로질러 저택의 정원을 향해 뛰어내렸다.

퉁퉁퉁! 퉁퉁퉁!

퉁퉁퉁! 퉁퉁퉁! 퉁퉁퉁!

서진이 카지노 옥상을 박차고 정원을 향해 높이 뛰어오르는 순간, 이미 정원에 내려선 알파팀 대원들이 벌써부터 소음기를 장착한 KM2 소총을 쏘기 시작했다. 정원 사방에서 소총을 들고 있던 시날로아 카르텔 조직원 네 명이 알파팀 대원들의 총에 맞아 일제히 피를 뿌리며 무너져 내렸다.

서진은 정원에 내려서자 즉시 KM1 자동권총을 꺼내들고 저택 안으로 진입하는 그들의 뒤를 따라갔다.

-저택 안을 스캔하겠습니다.

마이키가 저택 안을 스캔해 생명체 반응이 있는 곳을 알파팀 전원의 허드에 띄워줬다. 그러자 적의 위치를 확인한 알파팀이 즉시 사방으로 흩어졌다.

퉁퉁퉁! 퉁퉁퉁! 퉁퉁퉁!

퉁퉁퉁! 퉁퉁퉁! 퉁퉁퉁!

저택 사방에서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알파팀 전원이 KM2 소총에 소음기를 장착해 사용하고 있었지만 소음 자체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었다.

곧이어 반항이라도 하는지 날카로운 총소리가 저택 안에 울려 퍼졌다.

타타타타탕 타타타타탕!

-마스터는 지하로 내려가시죠.

“알았어.”

고개를 숙여 바닥을 내려다보자 서진의 허드를 통해 지하실에 숨어있는 시날로아 조직원들의 모습이 훤히 보였다. 그는 지하실로 향하는 계단을 밟으며 아래로 내려갔다.

툭툭툭 툭툭툭툭!

“으윽!”

“크윽!”

“악!”

쿵 쿠쿵!

지하실 계단 입구를 지키고 있던 조직원 세 명이 거의 동시에 피를 뿌리며 뒤로 나동그라졌다. 처음 세발에 각각 목이 뚫렸고 나머지 네발로 확인사살을 했다.

그들은 누군가 내려오면 바로 소총을 쏘려고 단단히 준비를 한 모양이었지만 이미 그들의 위치와 움직임을 허드를 통해 뻔히 보고 있는 서진보다 빠를 수는 없었다.

서진은 빠르게 KM1 자동권총의 탄창을 교환했다. 그리고는 빠르게 지하실 복도를 달려 좌우를 향해 KM1 자동권총을 발사했다.

툭툭툭 툭툭툭툭!

타타탕 타타탕 타타타타타타탕…….

“으아악!

“아아악!”

“켁!”

복도 양쪽 벽에 교묘하게 움푹 들어간 틈 사이에 숨어 총을 쏘던 조직원 셋이 목에서 피분수를 쏟아내며 소총을 위로 치켜든 채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슬쩍 훑어보자 그들의 이마에 각각 구멍이 한 개씩 뚫려있었다.

덜컹!

하지만 서진을 기다리고 있던 조직원은 그들만이 아니었다. 복도 끝의 문이 열리며 기관단총을 든 젊은 조직원의 모습이 보였다.

서진은 총구를 확인하자마자 바로 왼쪽으로 몸을 날렸다.

투르르르륵 투르르르르륵!

기관단총의 총알이 그가 서있던 자리에 박히며 파편이 튀어 올랐다.

총알은 왼쪽 바닥을 따라 점점 위로 올라갔다. 서진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총구를 같이 돌리고 있는 것이다.

서진은 왼쪽 벽을 향해 뛰어올라 벽을 박차고 천장위로 솟구쳤다. 몸을 웅크리며 팽그르 한 바퀴 돌더니 천장에 두발을 대고는 강하게 밀어내며 거꾸로 떨어져 내렸다. 놀란 조직원의 얼굴이 가까워지자 KM1 자동권총이 손잡이로 정수리를 찍어버렸다.

빡!

척!

기관단총 소리가 멈추고, 도끼로 통나무를 찍는 것 같은 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

조직원의 이마에서 피를 주르륵 흘러내리며 몸이 기우뚱하더니 그대로 앞으로 꼬꾸라졌다.

쿵!

“역시 튼튼하게 잘 만들었어.”

-그냥 다른 권총을 꺼내 쏘시지 그러셨어요?

“마지막이라서 그냥 주먹으로 패려다가 아무래도 대마수용무기의 실전테스트라 얼마나 단단한가 한번 시험해봤어.”

-아무래도 그거 방금 지어낸 말 같은데요.

“믿거나 말거나.”

마이키의 날카로운 말에 서진은 슬쩍 어깨를 한번 들어 올렸다. 쓰러진 조직원의 옷에 권총을 쓱쓱 문질러 피를 닦아내고 그는 권총의 탄창을 교환했다.

-알파팀은 1층과 2층에 있는 시날로아 조직의 모든 조직원들을 일망타진했습니다.

“로페스란 놈은 잡았어.”

-아니요. 못 잡았습니다. 아무래도 정말 땅굴로 숨은 모양입니다.

“땅굴?”

-말이 씨가 된다고, 지하실 복도 끝으로 들어가시면 땅굴로 향하는 입구를 볼 수 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지는 마시고 잠시 기다려주세요. 현재 클론볼을 보내 땅굴의 지도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알파팀을 지하실로 내려 보내겠습니다.

서진은 어째 일이 좀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하실 복도 끝 방으로 걸어 들어갔다. 겉으로 보기에는 영락없는 창고다. 하지만 허드에 표시된 벽 한쪽을 누르자 소리 없이 빙글 돌아가더니 어둠의 아가리를 드러냈다.

안으로 들어갈까 하다가 마이키가 잠시 기다려달라고 했던 말이 생각나 그 자리에 서서 창고를 둘러봤다. 천장 모서리 한쪽에 CCTV가 달려있었다. 마이키가 이미 CCTV를 접수해 먹통이 되었겠지만 설사 찍힌다고 해도 메딕이 인식방해장치를 활성화시켜놓아 그저 뿌옇게만 보일 것이다.

도도도도도!

도도도도도!

잠시 기다리고 있자 알파팀이 지하실 복도를 빠르게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은 서진에게 다가와 차례로 고개를 한 번씩 숙이더니 거침없이 땅굴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지도가 완성됐습니다. 왼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서진은 마이키의 목소리를 듣고 알파팀의 뒤를 따라 땅굴 속으로 들어갔다.

막상 안으로 들어와 보니 땅굴은 전혀 땅굴처럼 생기지 않았다. 마치 지하를 연결하는 통로처럼 잘 만들어져 있었다.

허드를 통해 지도를 확인하자 지하통로는 마치 거미줄처럼 사통팔달로 연결되어 있었다. 비밀출입구도 사방으로 여러 개 숨겨놓아 교토삼굴(狡免三窟)이라고 했던 토끼 굴을 연상케 했다. 그런데 지도의 여러 통로가 빠르게 회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마이키, 이 회색은 뭐지?”

-특별할 것이 없는 비밀출입구들입니다. 클론볼을 통해 확인해본 결과 굳이 가볼 필요가 없어서 배제하고 있습니다.

지도의 오른쪽 대부분이 회색으로 변해갔다. 그리고 점차 왼쪽의 두 부분만 남게 됐다.

“여긴 어디지?”

-시날로아 조직의 것으로 보이는 대형금고가 있는 곳입니다. 다른 하나는 우리가 구출해야할 미래의 A급 능력자가 잡혀 있는 곳입니다.

“으음, 어디부터 갈까?”

-마스터는 당연히 금고로 가셔야죠. 금고 안에 돈다발이 쌓여있으면 그걸 누가 챙기겠습니까? 미래의 A급 능력자를 구출하는 것은 알파팀에게 맡기세요.

“그럴까?”

서진은 어째 마이키의 계략에 말리는 기분이 들었다. 동시에 두 곳의 선택권을 주는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자신은 어쩔 수 없이 한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으니 말이다.

-모퉁이를 돌면 갈림길이 나옵니다. 마스터는 그곳에서 왼쪽으로 가십시오. 알파팀은 오른쪽으로 갑니다.

“알았어.”

알파팀은 서진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갈림길이 나오자 오른쪽으로 갔다.

서진은 그들의 뒷모습을 잠시 쳐다보다 왼쪽으로 걸어갔다.

-전방 50m 지점 연결통로에 소총과 기관단총으로 무장한 시날로아 조직원 네 명이 숨어 있습니다. 조심하세요.

“알았어.”

서진은 KM1 자동권총을 꺼내 양손에 쥐고는 전방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속도가 붙자 바로 부스터를 켰다. 그러자 그의 몸이 곧 무서운 속도로 앞으로 쏘아져나갔다.

파앙!

시날로아 조직원 네 명이 숨어있는 연결통로 바로 앞 10m 지점에서 서진은 힘차게 뛰어 올랐다. 그의 몸이 지하통로 천장에 눕기라도 한 것처럼 등을 스치며 날아갔다.

타타타탕 타타타타탕!

타타타타탕 타타타타탕!

뒤늦게 지하통로를 향해 무수한 탄환들이 쏟아져나갔다.

하지만 이미 서진의 몸은 그들의 머리 위를 넘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서진이 양팔을 아래로 내리며 KM1 자동권총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툭툭툭툭툭툭툭!

툭툭툭툭툭툭툭!

KM1 자동권총의 탄창이 순식간에 비워졌다.

서진은 멋들어지게 몸을 한 바퀴 회전시키며 땅에 착지했다.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자 아직도 천장을 향해 소총을 갈기는 놈이 남아있었다.

서진은 고개를 갸웃하더니 탄창을 갈면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이미 네 명의 두개골은 산산조각이 나있는 상태였다. 소총을 계속 쏜 것은 죽기 전에 방아쇠를 당긴 손가락이 그대로 굳어서 그런 게 아닌가 싶었다.

서진은 몸을 돌려 나가려다 발밑에 떨어져있는 소총을 한 정 밟았다.

“어? 이건 FN SCAR 아냐?”

그는 소총을 집어 들고 요리조리 살펴보더니 FN SCAR-H 전투소총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파브리크 나시오날 드 에르스탈 사(社)’가 개발한 이 전투소총은 현재 세계 각국의 특수부대들이 애용하는 명품소총으로 7.62 × 51 mm NATO탄을 사용한다.

군용이라 구하기도 어렵고 가격도 만만치 않은 이놈을 어디서 어떻게 구했는지 모르지만 서진은 전리품이라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하나 챙겨가기로 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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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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