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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장 - 피의 살육
“그럼 이 열쇠꾸러미에도 뭔가 비밀이 숨어 있을 것 같은데?”
-잘 보시면 열쇠마다 숫자가 적혀있습니다. 과달라하라 시내에 있는 창고로 보입니다. 클론볼을 보내 즉시 확인해보겠습니다.
마이키는 일단 클론볼을 띄워 창고에 뭐가 있는지 확인하기로 했다.
그때 메딕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스터,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어요.
“메딕, 그게 무슨 말이야?”
-마스터가 계신 이곳과 알파팀이 출동한 곳을 향해 시날로아 조직원들이 대거 움직이고 있어요. 헬기 6대와 장갑차 12대 그리고 수십 대의 수송차량에 무장한 조직원들이 가득 탄 채 이동하고 있어요.
“이미 눈치 챘나보군?”
과달라하라의 시날로아 조직을 제타스 조직이 기습을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이 전투인원을 대규모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금고 안에 든 물건들이 중요하다는 반증이 된다.
서진은 올게 왔다며 담담하게 받아들였지만 마이키는 아니었다.
-마스터, 어서 물건을 챙기고 철수하십시오.
“그래. 그렇게 하자.”
서진은 캐비닛 안의 들어있는 물건들과 선반 위에 놓인 장부들을 모조리 블루볼 안에 쓸어 담았다.
“다 됐다. 탈출경로를 띄워줘!”
-네, 마스터!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출구로 향하는 길을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일단 밖으로 나가시면 서쪽으로 방향을 잡으십시오. 500m만 가면 센트럴파크가 나오는데 그곳으로 헬기를 보내겠습니다.
“그때까지 탈출할 수 있을까? 조금 시간이 모자를 것 같은데…….”
-걱정하지 마십시오. 클론볼로 전자기펄스 공격을 가해 헬기와 장갑차를 먹통으로 만들어 버리겠습니다.
마이키의 자신 있는 말에 서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비밀 문을 통해 금고를 나와 밖으로 향했다. 아까 지나왔던 연결통로로 나오자 마이키가 재촉을 하듯이 탈출경로에 화살표를 깜빡거렸다.
그는 화살표를 따라 출구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이상하다. 자꾸 뭔가가 뒷골을 당기는 기분이야. 내가 잊고 있는 것이 있나?’
아까부터 자꾸 뭔가 생각날 듯 말 듯 떠오르지 않는 것이 있었다. 그게 뭘까 생각을 하던 서진은 갑자기 머릿속에 전등이 켜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런, 내가 알파팀을 잊고 있었네. 마이키! 알파팀은 어떻게 됐지?”
-알파팀은 작전 중에 있습니다. 무사히 제니를 구출해올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미래에 A급 능력자가 될 대상의 이름이 제니인가 보군.”
-그렇습니다.
“일단 허드에 상황을 띄워봐. 내 눈으로 직접 봐야겠다.”
서진은 마이키의 말만 듣지 않고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기로 했다.
클론볼이 알파팀을 지원을 하고 있으니 현장을 확인하는 것이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네, 마스터.
마이키의 목소리가 침울하게 변하며 곧 그의 허드 한쪽에 생생한 화면이 떠올랐다.
놀랍게도 알파팀과 시날로아 조직원들 사이에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모습이었다.
“마이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시날로아 조직원들의 저항이 조금 거셉니다. 하지만 곧 전력을 집중해 해결하겠습니다.
“언제? 나 떠난 다음에?”
-일단은 마스터의 안전이 제일 중요합니다.
서진은 그제야 자신의 존재가 오히려 알파팀을 위험에 빠뜨렸다는 것을 알게 됐다.
만약 자신이 이 자리에 없었다면 아마 알파팀이 저렇게 고전을 하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마이키, 내말 잘 들어.”
-네, 마스터.
“지금 당장 전력을 다해 알파팀을 지원해! 그리고 알파팀이 있는 곳까지 최단경로를 표시해!”
-직접 가시려고요?
“응, 내가 가야 저렇게 쓸데없이 놀고 있는 36개의 클론볼들이 힘을 쓰지.”
-그렇다면 꼭 가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클론볼을 더 보내서 그들을 지원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니야. 내가 가는 게 빠를 것 같아. 그럼 당장 출발하자.”
-네, 마스터.
서진의 강경한 말투에 마이키는 더 이상 그를 말릴 수 없었다. 대신 지금부터 마스터에게 조금이라도 위협이 될 수 있는 모든 위험요소를 삭제해나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런 마이키의 결심으로 인해 무수한 시날로아 조직원들이 영문을 알 수 없는 날벼락을 맞게 된 것을 아직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허드에 알파팀으로 가는 최단경로가 떠올랐다.
도도도도도도!
서진은 빠른 속도로 지하통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클론볼들이 날아가고 있었다.
쌩쌩쌩쌩 쌔앵…….
마이키는 36개의 클론볼 중 무려 18개를 서진에 앞서 내보냈다.
마스터가 행차 길에 걸리적거리는 것들을 모조리 치워버리려는 것이다.
-마스터의 명령대로 지금부터 클론볼은 알파팀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입니다.
달리는 서진의 허드에 새로운 영상이 떠올랐다.
알파팀을 공격하는 시날로아 조직원들을 향해 클론볼이 고압전류를 마구 방사하는 모습이었다.
-쾅 콰콰쾅 쾅쾅!
순간 여기저기에서 산발적인 폭발이 일어났다. 시날로아 조직원들이 지니고 있던 수류탄과 RPG-7의 탄두가 클론볼이 방사한 고압전류로 인해 유폭을 일으킨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무기에 의해 스스로는 물론이고 동료들의 목숨까지 해치는 비극을 겪게 됐다. 수십 명이 폭사해죽고 그보다 배는 많은 조직원들이 유폭에 의해 중상을 입고 쓰러졌다.
-마스터, 이번에는 헬기와 장갑차에 전자기펄스 공격을 가하겠습니다.
서진의 허드에 또 다른 영상이 떠올랐다. 하늘을 날고 있는 헬기들의 모습이었다.
창공을 날아가던 헬기들이 돌연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더니 대지를 향해 추락하기 시작했다. 땅에 추락한 헬기들은 붉은 화염구를 일으키며 폭발했다.
허드에 떠오른 영상이 새롭게 바뀌었다.
이번에는 장갑차들의 줄지어 달려가고 있는 모습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며 찍은 영상이었다. 장갑차들은 무서운 속도로 대로를 질주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잘 달리던 장갑차들이 심장마비라도 걸렸는지 덜컥거리더니 일제히 그 자리에 모두 우뚝 멈춰서버렸다.
한참을 낑낑대던 장갑차들은 결국 그 자리에 모두 퍼져버렸다.
장갑차를 타고 있던 시날로아 조직원들이 그제야 하나씩 밖으로 상황을 파악했다.
그때, 누군가 큰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시날로아 조직원들이 일제히 밖으로 나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그들은 눈에 보이는 차란 차는 모조리 징발을 하더니 조직원들을 태워 달리던 도로를 다시 질주했다.
“저놈들이 전부 알파팀이 있는 곳으로 가고 있군.”
-차를 고장 낼까요?
“아니. 그것보다는 시날로아 조직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제타스 조직에게 정보를 흘려봐. 시날로아 조직의 뒤통수를 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약을 치란 말이야.”
-무슨 뜻인지 잘 알겠습니다.
마이키는 곧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제타스 조직의 보스 중 한명의 핸드폰을 해킹해서 그의 번호로 과달라하라에 있는 모든 제타스 조직원에게 문자를 보냈다. 과달라하라의 시날로아 조직 사업장을 신나게 때려 부수고 있던 제타스 조직원들이 곧 일제히 한 지점을 향해 몰려갔다.
도도도도도도!
서진은 직선통로가 나오자 부스터를 켰다.
그는 마치 스포츠카라도 되는 양 무서운 속도로 질주했다.
-마스터, 100m 앞에 출구가 보입니다.
서진은 마이키의 말에 부스터를 끄고 천천히 속도를 줄였다.
그의 앞에 검은 철문이 나타났다. 허드의 화살표가 계속 깜빡이며 철문을 가리키고 있었다.
삐비빅 삐빅!
-보안키를 풀었습니다. 문이 열렸습니다. 이제 들어가셔도 좋습니다.
서진은 마이키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철문의 손잡이를 잡아 당겨 문을 열었다.
멀리서 콩 볶는 듯한 소총소리와 기관단총 소리가 들려왔다.
-마스터, 제가 직접 가서 알파팀을 지원을 하겠습니다. 마스터는 제니를 구출해주십시오.
“으음.”
마이키가 마지막으로 그에게 협상을 걸어왔다. 생각해보니 그의 계획이 영 틀린 것도 아니었다.
“좋아. 그렇게 하자. 대신 아프지 말고.”
-마스터, 여긴 양화대교가 아닙니다.
“크크크크!”
마이키는 용케도 서진의 개그를 알아먹었다.
그의 허드에 제니가 있는 곳까지의 새로운 경로가 표시됐다.
-마스터, 지금부터 제가 모실게요.
“메딕, 잘 부탁해.”
마이키가 사라지자 메딕이 즉시 앞으로 나섰다.
서진은 메딕의 안내를 따라 빠르게 지하복도를 달려갔다.
-정면에 보이는 붉은 색 문으로 들어가세요.
“오케이.”
서진은 허드에 나타난 경로를 통해 이미 그곳으로 가야하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메딕의 친절한 안내를 굳이 무시하지는 않았다.
그는 달리는 속도를 그대로 살려 그대로 문을 향해 정면으로 부딪쳐갔다.
콰직!
나무로 만든 문은 서진의 몸통박치기에 단번에 박살이 나고 말았다.
“뭐야?”
“저건 뭐지?”
빡 빠각!
건장한 몸을 가진 남자 둘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가 그보다 더 빠르게 머리통이 깨져 피를 철철 흘리면서 뒤로 나자빠졌다. 무기를 들고 있었다면 머리에서 피를 흘리는 것이 아니라 아마 뇌수를 흘렸을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손에 무기가 없던 것을 하늘에 감사해야할 것이다.
우지끈! 콰직! 쾅!
몇 개의 문과 통로를 지나면서 그는 눈에 보이는 불량스럽게 생긴 놈들을 다 때려눕혔다. 마지막 문까지 발로 뻥 차고 안으로 들어가자 그의 앞에 거대한 초호화목욕탕이 나타났다.
“헉!”
서진은 깜짝 놀랐다. 이 거대한 목욕탕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수백 명의 미녀들이 나체인 상태로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는 도대체 시선을 어디에다 둬야할지 몰라 얼굴을 붉혔다. 어디를 봐도 출렁이는 풍만한 가슴과 육감적인 엉덩이들이 그의 시선을 유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날로아 조직이 운영하는 고급 매춘장소인가 보군.’
서진은 눈을 질끈 감고 허드에 표시된 타깃을 향해 당당히 앞으로 걸어갔다.
“꺄아악!”
“꺅!”
전신슈트를 장비한 서진의 멋진, 아니 기괴한 모습에 여자들이 일제히 꺅꺅대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서진은 곤혹스런 표정을 지으며 흔들리는 살덩이 사이를 돌파해나갔다.
초대형목욕탕 안쪽 끝에 작은 문이 하나 보였다.
어린 소년 하나가 불안한 듯 떨리는 눈으로 다가오는 서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메딕, 여기 금고가 어디 있지?”
-돈을 말씀하는 것이라면 1층 창고 캐비닛 안에 많이 있습니다. 액수가 꽤 됩니다. 블루볼을 데려가서 챙겨올까요?
“아냐. 클론볼을 보내서 1층에 시날로아 조직원들을 모두 제압하고 창고 문을 활짝 열어놔!”
-네, 마스터.
서진은 메딕에게 빠르게 명령을 내린 뒤 소년 앞에 섰다.
“과달라하라에 있는 시날로아 조직은 이미 끝장났다. 1층 창고의 문을 열어 놓았으니 캐비닛 안의 돈을 적당히 챙겨 집으로 돌아가라.”
서진이 유창한 스페인어로 얘기하자 소년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그의 눈빛이 크게 한번 흔들리더니 이내 주머니에서 열쇠꾸러미를 꺼내 자신이 앉아있던 의자 위에 올려놓았다.
“Gracias!(고맙습니다.)”
소년은 서진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는 그의 몸을 스쳐 지나갔다.
서진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목욕탕에 있는 여자들에게도 소식을 전해라.”
“Sí, señor.(네, 선생님)”
소년은 공손하게 대답을 한 후 달리기 시작했다.
잠시 후, 여자들의 커다란 환호성이 거대한 목욕탕에 울려퍼졌다.
쾅!
서진은 의자에 놓인 열쇠를 쳐다보지도 않고 발로 문을 차서 열고 안으로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응?”
그러나 1분도 되지 않아 다시 밖으로 나와 열쇠꾸러미를 집어 들었다.
‘아! 쪽팔려. 본 사람 없겠지.’
서진은 이미 텅 비워져 버린 목욕탕을 살펴보다 얼른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안은 쇠로 만든 창살이 길게 연결되어 있어 마치 감옥을 연상케 했다. 철창 안에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신의 소녀들이 갇혀있었다. 기껏해야 10살에서 14살이 될까 말까 하는 어린소녀들이었다. 아무리 많이 봐줘도 절대 16살은 넘지 않을 것 같았다.
“이런 개새끼들!”
절로 욕이 튀어나왔다.
이곳은 소아성애자를 위한 매춘장소가 틀림없었다.
어린소녀들을 납치해 이곳으로 데려와서 창녀처럼 돈을 벌게 만들어 놓았다.
악한 것도 정도가 있지…….
정말 마약 조직의 악랄함은 인간이길 포기한 수준이었다.
서진은 분노를 삭이며 서둘러 열쇠꾸러미로 하나씩 문을 따기 시작했다.
“이제 너희는 자유다. 1층 창고의 문을 열어 놓았으니 캐비닛 안의 돈을 챙겨서 집으로 돌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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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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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