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둠레이더-55화 (55/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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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장 - 폭풍전야

“그건 그냥 실수가 아니라 치명적인 실수지.”

-그렇지요. 결정적으로 마수와의 전쟁에서 너무 쉽게 이들을 잃어버려 대세가 흔들렸어요. 하지만 저희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겁니다. 이미 실패를 교훈삼아 이들을 최고로 활용할 방안을 준비했기 때문이에요.

메딕의 말이 끝나자 홀로그램이 바뀌었다.

“저건 하와이에서 진행했다던 신입사원연수 장면 아냐?”

-네, 맞습니다. 이번에 저희는 미래의 S급 능력자 51명을 이번 연수과정에 전격 투입했습니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ask Force)를 가동, 맞춤형 상담을 통해 이들의 가정환경과 성격 등을 파악했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했습니다. 그 결과 업계 최고의 연봉과 최고의 베네핏(복리후생)을 주기로 약속하고 모두 저희 회사와 함께하기로 계약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가족을 위한 생활지원금을 연봉의 반까지 지불하기로 했고 원하는 자에 한해선 국내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조치했습니다.

“이번에 꽤 많은 사람들이 귀화를 했다고 하던데 혹시 일부러 귀화를 유도하지는 않았겠지?”

-굳이 귀화를 유도하지 않아도 먼저 귀화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선 자들이 꽤 많았어요. 특히 중국과 인도, 인도네시아와 브라질의 능력자들 대부분이 귀화에 긍정적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이들 대부분이 자국에서 밑바닥 인생을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또한,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나이지리아, 멕시코, 필리핀, 베트남의 능력자들 일부도 귀화에 부정적이지 않았습니다.

보통 귀화는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많이 한다. 미래의 S급 능력자들도 그런 성향은 비슷하다. 자국에 대한 자부심이 높은 나라일수록 귀화에 거부감이 강하다. 하지만 아무리 자부심이 높아도 밑바닥을 박박 긁고 있는 인생이라면 귀화는 그들에게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미국에 살고 있는(시민권을 가지고 있는) 재미동포 숫자만 봐도 사람에게 기회가 얼마나 소중한지 짐작할 수 있다.

“지금까지 귀화한 미래의 S급 능력자가 얼마나 되지?”

-한국인을 제외한 50명 중 25명이 귀화를 신청했습니다. 회사에서 이들의 신원을 보증하고 가족을 데려와 국내에서 같이 살 수 있도록 사원주택을 제공했어요.

절반이 귀화를 신청했다는 말이다. 서진은 생각보다 많은 귀화신청자를 보고 이게 혹시 한류의 영향이 아닐까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들은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지?”

-현재 이들은 회사에 대한 충성심과 애사심을 배양할 수 있도록 인턴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설마 세뇌를 시키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세뇌라니요? 메딕은 마스터의 허락 없이 함부로 그런 짓을 저지르지 않아요. 설사 세뇌가 가능하다고 해도 대격변이 시작되는 순간, 모든 정신적 제약이 풀린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럼 어떻게 회사에 대한 충성심과 애사심을 배양할 수 있다는 거지? 역시 돈인가?”

-물론 돈의 영향이 가장 크긴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에요. 반복적인 교육과 암시 그리고 지속적인 설득을 통해 믿음과 합의를 이끌어낸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입니다.

“그런가?”

서진은 암시라는 단어가 좀 걸리긴 했지만 어느 회사나 신입사원에게 자신의 회사가 최고라고 선전하고 나중에 당신도 이 회사의 사장이 될 수도 있다는 꿈을 심어주는 짓을 자주하기에 그 정도는 양호하다고 생각하고 말았다.

그러나 메딕이 실시하고 있는 미래의 반복교육과 암시는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은근하고, 질기고, 강력하다는 것을 이때는 알지 못했다.

“다음으로 넘어가자.”

-네, 마스터. A급 능력자 영입현황을 보고 드리겠습니다. 현재까지 350명을 영입했습니다. 이번에 하와이 신입사원연수가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 이들에게도 기회를 주기로 했어요.

“하와이연수가 돈이 좀 많이 들기는 하지만 효과는 좋은 모양이네. 그러고 보니 나도 하와이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

-그럼 이번 기회에 연서님과 신혼여행연습 삼아 한번 다녀오세요.

“그럴까?”

서진은 메딕의 말에 혹해서 정말로 그렇게 해볼까 생각했다.

메딕의 보고가 계속 이어졌다.

-미래에 B급 능력자가 될 사람들의 영입현황입니다. 벌써 1000명을 넘어섰어요. 앞으로 200여명을 더 영입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C급 능력자는 5000명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워낙 숫자가 많아서 한 장소에 모으지 못하고 각 나라별로 신입사원 연수를 하고 인턴과정을 거치고 있어요.

“각 나라에 세워지고 있는 길드 지부를 활용하면 되겠네.”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기왕 얘기가 나왔으니 그것부터 말씀드릴게요. 헤븐 가디언즈 길드의 본부는 말씀하신대로 여의도에 준비했습니다. 국회의사당이 보이는 여의도 공원 바로 앞의 고층건물을 구입했습니다. 현재는 인테리어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홀로그램을 통해 길드본부 건물의 외관과 인테리어 작업을 하고 있는 장면이 한꺼번에 보였다.

“언제쯤이면 입주가 가능하지?”

-늦어도 6월 중순까지는 모든 작업을 마치게 될 겁니다. 이어서 세계 각국에 설립되고 있는 길드지부와 지부건물 구입현황입니다.

홀로그램이 10여개의 영상으로 나뉘고 이국적인 정취가 물씬 풍기는 각국의 고층건물의 모습들이 보였다. 영상은 몇 초 마다 계속 바뀌면서 새로운 나라, 새로운 지역의 건물 모습을 보여줬는데 대충 세어 봐도 200개는 넘을 것 같았다.

“설마 지금까지 나온 건물들, 모두 다 산거야?”

-아닙니다. 부동산투자 가치가 있는 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임대했습니다.

홀로그램의 영상이 눈에 많이 익은 모습으로 바뀌었다.

-이번엔 각 도(道)와 각 시(市)에 하나씩 들어갈 길드지점과 마수의 정수를 가공하고 마수사체를 처리할 공장의 건설상황입니다. 각 도시의 길드지점은 이미 모두 확보했습니다. 공장의 건설도 무사히 마쳤고 현재는 정육가공공장으로 위장한 상태로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시험 삼아 가공해보고 있습니다.

“마수도 고기라는 건가?”

-그렇게라도 연습을 해야 나중에 마수사체 훼손율이 많이 떨어집니다.

처음 계획을 세울 때부터 이렇게 될 줄 알고는 있었지만 마수대신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시험적으로 가공하고 있다는 말에 서진은 절로 웃음이 나왔다.

“세계 능력자협회와 각국의 능력자협회 설립에 관한 계획은 어떻게 됐어?”

-이미 자격이 없다고 검증된 자들은 모두 사전에 쳐냈습니다. 세계 능력자협회와 각국의 능력자협회 설립은 미래에 검증된 자들로만 이뤄질 거예요. 시나리오와 각 상황에 대한 대응매뉴얼까지 만들어 놓았으니 실패할 일은 없습니다.

“좋아. 믿음직하군. 그럼 대 마수병기개발현황을 확인해보자.”

메딕은 서진의 긍적적인 반응에 고무가 됐는지 즐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네, 마스터! 대 마수용 소화기는 KM1 자동권총, KM2 7.62mm 소총, KM3 자동샷건, KM4 고속유탄발사기, KM5 7.62mm 중기관총, KM6 12.7mm 중기관총, KM14 12.7mm 저격소총 등으로 확정해 현재 대량생산 중에 있습니다. 하지만 중화기는 아직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합니다.

“개발단계야? 양산단계야?”

-아직 양산할 단계는 아닙니다. 대 마수용 중화기는 마수의 정수가 많이 필요합니다. 꾸준한 마수의 보급이 없이는 양산은 고사하고 개발도 힘듭니다.

“그럼 아직 개발단계라는 얘기군.”

2025년에도 대 마수용 중화기는 변변치 않은 위력으로 인해 사용자에게 큰 빈축을 샀다. 그러니 당장 그보다 뛰어난 대 마수용 중화기를 개발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등급이 높은 소형마수나 중대형마수는 생체실드를 가지고 있다. 마수의 생체실드를 없애려면 충격이나 데미지를 줘서 깎아버리거나 중화시켜야하는데, 회귀 전까지 개발된 방법은 오직 마수의 정수를 대량으로 소모해 생체실드를 깎아내는 방법뿐이었다.

그러니 정수를 소모하지 않고 마수의 생체실드를 깎을 수 있는 능력자들이 더욱 혹사당할 수밖에 없었다.

“대 마수용 중화기는 천생 마수의 정수를 충분히 보급해줄 수 있는 대격변 이후나 볼 수 있겠군.”

-그래서 대체무기를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어요. 대마수용 액체질소폭탄이나 테이저건(Taser Gun)은 양산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액체질소폭탄은 나쁘지 않네. 테이저건은 잘 응용하면 마수의 생체실드를 깎아낼 수도 있겠어. 일단 적당히 만들어봐. 써보고 좋으면 대량생산하자.”

-네, 저도 그렇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신슈트와 전신장갑의 양산은 잘 진행되고 있어?”

-일반인용과 능력자전용으로 나눠서 순조롭게 양산되고 있습니다. 현재 양산된 전신슈트 제품 중 일반인용은 헤븐 시큐리티와 헤븐 디펜스에 우선보급하고 있어요. 능력자전용은 헤븐 가디언즈 본부와 지부 그리고 지점에 일정 양을 비축하고 있습니다.

“능력자 전용무기와 장비 개발은?”

-마수의 정수와 사체를 가공해서 만드는 것을 제외하고는 양산이 가능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마수의 정수와 사체가 안 들어간 무기와 장비의 효율은 들어간 것에 비해 상대가 되지 않아요. 대격변 때까지 기다리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서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메딕이 새로운 홀로그램을 띄웠다.

-각종 지하자원, 식량, 원료, 자재, 연료 등을 그동안 꾸준히 비축해놓았습니다. 일체의 보급이 없어도 3년 동안은 무리 없이 쓸 수 있는 양입니다.

“식량이야 마수의 사체를 가공하고 남은 찌꺼기를 비료로 만들어 사용하면 한 달에 한 번씩 수확이 가능하니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야. 다만 마수들로 인해 경작지가 초토화되는 것이 문제지.”

-그래서 초기대응이 중요합니다. 마수들에게 곡창지대를 털리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야죠.

“대격변 초기대응방안 및 지원, 그리고 보급계획을 잘 세우도록 해. 그리고 마수비료로 농사를 지을 바이오플랜트공장은 다 지었어?”

-강원도에 몇 군데 지어놓았습니다. 하지만 굳이 이게 필요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굳이 필요가 없는 상황이 되면 좋은 거야.”

중의적인 의미를 담은 서진의 말을 메딕은 잠시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포션 제조공장은?”

-포션 제조를 위한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원료만 제공되면 바로 양산이 가능합니다.

포션을 만드는 방법은 총 세 가지다.

첫째는 힐러 능력자가 자신의 능력을 소모해서 만든다. 말 그대로 힐러의 능력을 소모해야하는 방법이라 대량생산은 꿈도 못 꾸고 포션 한 병을 만든 힐러는 며칠 동안 무기력증에 빠져 침대신세를 져야한다.

둘째는 트롤 같은 재생능력이 뛰어난 마수의 피에 중화제를 섞어 만드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 방법도 대량생산은 불가능하다. 일단 재생능력이 탁월한 중형마수 트롤은 어지간한 능력자는 감히 잡을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설사 잡는다고 해도 트롤이 죽을 때쯤이면 온몸이 피란 피는 다 쏟을 정도로 중상을 입어야 하니 많은 피를 얻기는 요원한 일이다.

마지막 셋째는 약초다. 마수들이 쏟아져 나오는 차원의 균열 중 안정화가 끝난 곳은 양방향출입이 가능해진다. 그런 출입구를 차원게이트라고 부르고 차원게이트를 통해 들어간 곳을 보통 던전이라고 부른다.

던전은 다양한 기후와 지형을 가지고 있다. 그 안에는 온갖 종류의 약초들이 많이 자생하고 있는데 흔히 볼 수 있는 약초 중에서도 포션의 재료로 쓸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서진은 나중에 ‘동북아 초인전쟁’의 발단이 되는 이런 차원게이트를 초기에 독점해서 대량으로 포션을 제조해서 비축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남들이 눈독들이기 전에 아주 씨를 말려버릴 정도로 긁어야해.”

-그러다 나중에 아예 약초를 구하지 못하게 되면 어떻게 해요?

“그래서 바이오플랜트공장을 지으라고 했잖아.”

-그거 식량을 생산하려고 지은 것이 아니었나요?

“농사는 벼농사만 있는 게 아니잖아. 마수비료로 약초를 생산하면 어디가 덧나?”

-그렇군요. 이제야 알겠습니다. 식량을 생산하는 척 하면서 한쪽에서는 약초를 대량으로 재배해 포션의 재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는 복안이시네요.

“맞아.”

메딕이 놀랍다는 듯 허공에다 홀로그램으로 박수를 치고 폭죽을 터트렸다.

“안드로이드 개발은 어느 정도나 진척이 있지?”

-이제 겨우 개념을 잡고 시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몇 년 더 걸릴 것 같습니다.

“총선이 끝나고 나면 오 박사님과 조용히 만날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어봐.”

-네, 마스터.

이제는 오 박사님과 직접만나서 얘기를 좀 해봐야할 것 같았다. 오 박사님도 자신을 만나고 싶다고 했으니 적절한 시기가 아닌가 생각됐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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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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