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둠레이더-59화 (59/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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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장 - 대격변의 시작

“어떻게 됐어?”

-많이 못 건졌습니다.

메딕의 자신 없는 말투에 서진은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키며 다시 물었다.

“그래서 몇 개나 건졌는데?”

-딱 두 개 건졌습니다.

“겨우 두 개?”

-죄송합니다.

실망감이 몰려왔다. 사무실로 뛰어 들어온 보람이 없었다. 그리고 메딕이 죄송하다고 해서 해결될 일도 아니었다.

‘이런, 큰일 났네! 이렇게 되면 선택의 여지가 전혀 없잖아!’

서진은 메딕을 탓하지 않았다. 자신의 불운한 피를 탓할 뿐이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것은 그래도 단 한번 조합 스킬을 사용할 수 있게 두 개의 초능력시드가 자신의 피에 양성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것이 초능력시드에 관한 유일한 긍정적인 신호였다.

메딕이 그의 손바닥에 하나는 투명하고 하나는 반투명한, 두 개의 초능력시드를 올려놓았다. 그것을 바라보니 서진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

“복불복이군. 에잇!”

서진은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바로 두 개의 초능력시드를 입에 털어 넣었다.

초능력시드는 침에 닿는 순간 물처럼 빠르게 녹아내리더니 꿀꺽 삼키는 순간 이미 액체로 변해 있었다.

[띠링! 띠링!]

맑고 고운 차임벨 소리가 지체 없이 두 번 들려왔다.

‘성공인가?’

차임벨 소리가 두 번 울렸으니 당연히 두 개의 스킬이 생겼을 것이다.

서진은 초조한 마음을 달래며 상태창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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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이서진

등급: F-

고유능력: 뇌정(EX), 영혼의 아공간(EX), 조합(S)

레벨: 0 / 00%

생명력 100/100 마나 100/100

스탯(60): 근력 5, 민첩 5, 체력 5, 지력 5, 마력 5

스킬: 탐지(F-, 1m), 매직미사일(F-,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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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창의 제일 하단에 스킬 칸이 생기고 두 개의 스킬이 올라와있었다. 투명한 것이 탐지, 반투명한 것이 매직미사일이었던 모양이다.

‘범위가 1m에 불과한 탐지 스킬과 딱 하나만 날릴 수 있는 매직미사일이라……. 거기에다 사이좋게 둘 다 F- 급이네. 어휴, 갈수록 태산이라더니.’

서진은 순간 갈등에 사로잡혔다. 비록 인스턴트 스킬이긴 하지만 조합 스킬은 그래도 명색이 S급 스킬이다. 그런 것을 이따위 쓰레기스킬 둘을 조합하는데 날리는 것은 너무도 아까웠다. 차라리 나중에 다른 초능력시드를 구해 좀 더 나은 스킬들을 조합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됐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어떻게 해도 역시 복불복이었다. 자신에게 이런 종류의 운은 별로 강하지 않다. 그나마 연어 팀을 만나 회귀를 한 것이 그의 인생에서 가장 큰 행운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초능력시드를 언제 구해서 언제 스킬을 얻어. 어차피 조합 스킬을 쓰면 뭐가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 말 그대로 복불복이야. 이대로 주어진 운명을 한번 시험해보자.’

서진은 언제라고 기약할 수 없는 스킬 둘을 얻게 될 때까지 손 놓고 기다리는 것보다 차라리 그냥 이대로 강행돌파를 결정했다. 이미 미래에서 가져온 100개가 넘는 초능력시드에 자신의 피를 반응시켜 얻은 초능력시드가 겨우 두 개였다. 그것도 둘 다 F- 급. 진짜 쓸 만한 스킬을 구하려면 앞으로 몇 백 개, 아니 몇 천개의 초능력시드를 구해서 테스트를 해봐야 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서진은 조합(S) 스킬을 누르고 조합창을 열어 과감히 탐지 스킬과 매직미사일 스킬을 올려버렸다.

[조합창에 탐지(F-)와 매직미사일(F-), 두 개의 스킬이 들어왔습니다. 이 두 개의 스킬을 조합할까요?]

서진은 녹색으로 빛나는 ‘예’버튼을 꾹 눌렀다.

[탐지(F-)와 매직미사일(F-), 두 개의 스킬을 조합합니다. 인스턴트 스킬 조합(S)을 사용해 조합을 시작합니다. 조합의 성패와 관계없이 사용한 인스턴트 스킬 조합(S)은 삭제됩니다.]

상태창 옆에 투명한 알림창이 떠오르더니 모래시계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서진은 조합의 성패와 관계없이 조합(S) 스킬이 사라진다는 말에 짜증이 밀물처럼 밀려들었다. 그러자 초조감이 급격히 증폭되는 것 같았다.

불안과 초조가 일정 수준을 넘어가자 서진은 무의식적으로 뇌정을 운용했다. 두근대던 심장이 서서히 진정되고 불안하고 초조했던 마음이 호수처럼 잔잔히 가라앉았다.

[띠링!]

순간, 맑고 고운 차임벨소리가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서진은 괜히 카드처럼 무슨 패가 나올까 쪼이듯 쪼여볼 생각을 하지 않고 바로 상태창을 열었다.

그의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지고 입이 떡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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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이서진

등급: F-

고유능력: 뇌정(EX), 영혼의 아공간(EX), 이지스(F-)

레벨: 0 / 00%

생명력 100/100 마나 100/100

스탯(60): 근력 5, 민첩 5, 체력 5, 지력 5, 마력 5

스킬: 탐지(F-, 1m), 매직미사일(F-,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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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수가, 고유능력의 등급이 F- 라니…….’

서진은 순간 절망했다. 인스턴트 스킬이긴 했지만 조합은 그래도 S급이다. 그런데 그 S급 고유능력을 써서 새롭게 조합해 얻은 스킬의 등급이 한심하게도 ‘F-’였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흘렸다. 아예 기대자체를 하지 못하게 하려는지 최악의 결과가 나와 버리자 오히려 기가 막혀 웃음밖에 안 나왔다.

‘제기랄, 완전히 폭망이다. 이래서 내가 온라인게임에서 절대 조합질을 안했던 건데,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고…….’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다.

이미 엎질러진 물을 다시 주워 담을 수는 없는 법!

서진은 깨끗하게 고유능력을 포기했다.

이렇게 포기를 하니 오히려 마음이 담담해졌다.

스킬 칸에 탐지(F-)와 매직미사일(F-) 스킬이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었다.

고마워해야할지 말아야할지 몰르겠다.

‘그래도 고유능력 이지스가 어떤 스킬인지는 한번 확인을 해봐야겠지?’

그는 옆에 F- 가 화인처럼 박혀있는 고유능력 ‘이지스’를 눌러 상세설명을 확인했다.

[이지스 - 고유능력, 등급: F-, 탐지 거리 내에 있는 목표를 추적하고 동시에 유도 및 공격할 수 있는 성장 형 능력이다.]

서진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성장형이라고?’

그렇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성장형이란 말은 말 그대로 스킬이 성장한다는 얘기다.

이것은 앞으로 자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등급 F- 의 고유능력이라고 해도 얼마든지 키워나갈 수 있다는 의미다.

‘이지스란 이름이 무척 낯이 익네.’

서진은 마이키를 불렀다.

“마이키, 이지스에 대해 설명해봐!”

-네 마스터. 이지스(aegis)는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가 그의 딸 아테나에게 준 방패인 아이기스를 영어식으로 읽은 것입니다. 또한 이지스 시스템(Aegis Combat System, ACS)은 현대 해전에서 대함 미사일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목표추적시스템 및 방공 미사일, 공격시스템과 이를 운용하는 통합 시스템입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이지스는 3차원 고정밀 위상배열 레이더를 말합니다. 유럽에서 개발된 시스템은 PAAMS라고 부르고 에이파 시스템, 스파이 레이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지스함은 이지스 시스템을 탑재한 군함으로서 동시에 최고 200개의 목표를 탐지·추적하고, 그 중 24개의 목표를 동시에 공격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는 2007년에 취역한 세종대왕함이 이지스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서진은 마이키의 설명을 듣자 머릿속이 환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대가리에 총을 맞지 않은 이상, 고유능력의 이름을 괜히 이지스라고 짓지는 않았을 거야. 마이키의 설명을 들어보면 이게 일단 방어용 같기는 한데……. 마수들이 미사일을 쏘아댈 일은 없을 테니 결국 공격용으로 쓸 수도 있다는 말이 되는구나. 마이키와 메딕 그리고 미래에 대한 지식을 결합하면 절대 F- 로 끝날 고유능력은 아니다.’

그는 오랜만에 뇌정이 활성화시켜놓은 자신의 두뇌를 팽팽 굴리며 새로운 얻은 고유능력 ‘이지스’의 미래에 대해 냉철하게 가늠해봤다.

일단 합격!

어차피 지금 다른 스킬, 그것도 고유능력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러니 있는 놈을 가지고 최대한 잘 활용해서 써먹어야만 한다.

서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상태창을 살펴봤다.

아직 확인하지 못한 것들을 하나씩 확인하기 시작했다.

‘어? 칭호가 있었네. 아직 칭호를 장착하지 않은 상태인가?’

상태창 옆에 칭호 하나가 자신을 봐달라고 깜빡거리고 있었다.

그는 일단 칭호를 확인하고 장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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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이서진

등급: F-

칭호: 회귀자(올스탯+5)

고유능력: 뇌정(EX), 영혼의 아공간(EX), 이지스(F-)

레벨: 0 / 00%

생명력 250/250 마나 200/200

스탯(60): 근력 5(+5), 민첩 5(+5), 체력 5(+5), 지력 5(+5), 마력 5(+5)

스킬: 탐지(F-, 1m), 매직미사일(F-,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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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억!”

서진은 깜짝 놀랐다.

‘회귀자’라는 칭호가 장착되자 ‘올스탯+5’의 놀라운 효과가 적용돼 모든 스탯에 다섯 개씩 보너스 스탯이 붙어버렸기 때문이다.

근력, 민첩, 체력, 지력, 마력, 이렇게 다섯 개의 스탯에 보너스 스탯이 각각 다섯 개씩 더해졌으니 모두 합치면 25개의 스탯이 늘어난 셈이다.

레벨업을 하면 보너스 스탯 하나를 받는다는 것을 생각해볼 때, 25번의 레벨업을 한 것과 동일한 수치였다.

안 그래도 각 스탯마다 5개씩 보너스 스탯을 분배해 최소한 건강한 성인의 수치인 10을 맞춰놓으려고 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잘됐군. 일단 최하급마수라도 한 마리 잡아서 스킬테스트를 좀 해봐야겠다.’

서진은 칭호 하나를 발견한 것으로 지금까지의 불운이 깡그리 쓸려나간 기분이 됐다.

그는 조심스럽게 상태창을 다시 한 번 잘 살펴봤다.

혹시나 자신이 보지 못한 칭호라도 하나 더 있나 살펴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막 대격변의 서막이 올라 능력자가 된 서진에게 더 이상의 특혜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때, 메딕이 서진을 불렀다.

-마스터, 다이닝 홀(Dining Hall)에 계신 마스터와 연수님의 부모님들께서 대격변의 변고를 아시고 상당히 불안해하고 계십니다.

“창문을 훤히 열어놓았는데 모르실 리가 없지. 스마트폰으로 TV를 시청하고 인터넷을 할 수 있는 세상이니 지금쯤이면 모르고 계시는 게 더 이상한 일이야. 가보자.”

-네, 마스터.

서진은 펜트하우스 한쪽 끝에 있는 사무실을 나와 복도를 걸었다.

그는 당장이라도 차원의 균열이 열려있는 여의도공원으로 달려가서 스킬테스트부터 하고 싶었지만 일단 그 마음을 꾹 참고 반대편에 있는 다이닝 홀로 들어갔다.

예상대로 이만수와 손예진, 민정식과 구혜란은 스마트폰 TV를 시청하며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연서도 창가 북쪽모퉁이에 서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는 서울 시내를 초조한 눈으로 살펴보고 있었다.

“서진아!”

“서진아, 이게 어떻게 된 일이니?”

“잠시 만요. TV를 틀어드릴게요.”

이만수와 손예진이 동시에 그의 이름을 부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서진은 그들에게 한손을 들었다 내리고는 다이닝 홀 안에서 서빙을 하고 있는 웨이트리스들을 모두 밖으로 내보냈다. 서진과 연서의 부모님들만 남게되자 경호원들은 홀의 문을 굳게 닫고 복도를 지켰다.

서진은 리모컨을 조작해서 홀 한쪽에 비치된 초대형 LED TV를 틀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백번 듣는 것보다는 이렇게 직접 눈으로 한번 보는 것이 이해가 빠르다. 그들은 서진의 행동을 보면서 하나씩 자리에 앉아 LED TV화면을 쳐다봤다.

“……시청자 여러분, 도로 한가운데 검은 공처럼 생긴 게 보이십니까? 그것이 지금 사람들을 마구 헤치고 다니는 각종 마수들이 쏟아져 나온 곳입니다. 전문가들은 이것이 차원의 균열이나 문, 즉 일종의 게이트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SF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상상만 했던 타차원의 침공이 지금 바로 우리의 눈앞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화면에 보이시는 것이 바로 마수라는 존재입니다. 현재 전국에는 50여개의 검은 공이 생겨났고 그 안에서 저런 마수들이 마구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은 절대 집밖으로 나오시지 마시고 단단히 문을 잠근 채 조용히 집안에서 대기해주십시오.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마수들은 소리에 아주 민감합니다. 절대 소리 내지 마시고 집밖으로 나오지 마십시오.”

“……경찰의 힘으로는 도저히 마수를 퇴치할 수 없다고 판단한 정부는 전격적으로 군대를 동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현재 마수가 나타나 습격을 한 곳은 비단 대한민국영토만이 아닙니다. 지금 이것은 전 세계 각국에서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대재앙입니다. 화면을 마수와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는 강남대로로 넘기겠습니다.”

-타타타탕 타타타탕! 부타타타타타타타타!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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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날씨에 건강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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