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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장 - 레벨업
서진은 슬쩍 뒤를 돌아봤다.
불꽃과 연기가 솟구치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멈춰 서지 않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여의도공원의 상황이 곧 안정될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의정을 너머 한국전통의 숲에 도착했다.
녹음이 우거진 모습이 너무나도 평화롭게 보여 마수와 전투를 하고 있다는 사실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마이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스터, 마수를 한 마리씩 유인해올까요?
“그래. 부탁한다.”
서진의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마이키가 그의 어깨에서 분리되어 떨어져나갔다.
쌩!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마수를 찾아 어디론가 쏜살처럼 날아가고 있었다.
뒤이어 메딕도 그의 어깨에서 분리되어 떨어져나갔다.
-저도 마스터를 위해 마수를 유인해오겠습니다.
“시간차를 두고 끌고 와.”
-네, 마스터.
메딕도 마수를 유인하러 허공을 빠르게 날아갔다.
잠시 레드볼을 요요처럼 가지고 놀고 있을 때, 드디어 마이키가 묘한 음파를 발사하며 마수 한 마리를 끌고 왔다.
회색피부를 한 이족보행 마수 오르그였다.
“오르르르르!”
“오랜만이다. 오르그!”
오르그는 서진을 보자마자 으르렁댔다.
하지만 서진은 오히려 오르그에게 반갑다고 손을 흔드는 여유를 보였다.
아무리 그가 힘이 없어도 이런 소형 최하급마수 한 마리 찜 쪄 먹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오르그는 그의 반응에 고개를 한번 갸웃거렸다. 그리고는 이내 도끼를 위로 높이 치켜들고 달려들었다.
휘익!
퍽! 털썩!
“아차차!”
오르그의 머리통이 박살났다. 허연 뇌수와 보라색 피가 줄줄 흘리며 오르그는 그대로 바닥에 엎어졌다.
서진은 혀를 차며 자신의 머리를 가볍게 손으로 한번 쥐어박았다.
오르그가 달려와 도끼로 서진의 머리를 내려찍자 서진이 옆으로 한발 비켜서면서 레드볼을 휘둘러 머리통을 바로 찍어버린 것이다.
지금 자신은 이 따위 최하급마수나 잡으러 이곳에 온 것이 아니다. 자신의 스킬을 확인하러 왔다. 그런데 자신도 모르게 몸이 먼저 반응하고 말았다. 레드볼로 하도 마수들의 대갈통을 깨부수다보니 반사적으로 레드볼이 튀어나간 것이다.
이래서는 스킬을 테스트하기가 곤란했다.
“마이키, 다시 한 마리 부탁해.”
-네, 마스터.
마이키는 두말없이 마수를 유인하러 사라졌다.
때마침 메딕이 마수 한 마리를 유인해서 데리고 왔다.
이번에는 피처럼 붉은 피부를 가진 블러드울프였다.
“크르르릉!”
“블러드울프, 너도 정말 오랜만이구나.”
이번에는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얼른 레드볼을 집어넣었다. 대신 보위나이프를 꺼내 왼손에 꼭 쥐었다. 그리고는 작게 속삭이듯 말했다.
“매직미사일”
그의 입에서 매직미사일의 시동어가 떨어지자 몸속의 마나가 쑥 빠지더니 허공에 반투명한 화살표 하나가 둥실 떠올랐다. 마법과 연관된 고유능력을 가진 능력자들이 처음에 개나 소나 다 배운다는 그 매직미사일이 확실했다.
서진은 속으로 이게 마수한테 얼마나 타격을 줄까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그래도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고 오른손을 살짝 들어 블러드울프를 향해 가리켰다.
‘가라!’
그의 의지가 서자 매직미사일은 쏜살같이 블러드울프를 향해 날아갔다.
블러드울프는 갑자기 허공에 매직미사일이 나타나자 놀라서 잔뜩 경계하고 있었다.
그래서 매직미사일이 날아오자 잽싸게 옆으로 피했다.
회심의 미소를 짓는 블러드울프!
하지만 매직미사일이 괜히 매직미사일이 아니었다.
유도기능을 가지고 있는 매직미사일은 그의 몸을 스쳐지나갈 듯하더니 돌연 방향을 확 바꿔 블러드울프의 옆구리에 쑤셔 박혔다.
휙 팍! 깽!
블러드울프는 놀라서 위로 펄쩍 뛰었다.
그러나 고개를 돌려 자기 옆구리가 무사한 것을 눈으로 확인하자 블러드울프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서진의 공격이 사실은 별거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녀석은 이제 그를 향해 이빨을 드러내고 위협적으로 다가왔다. 그 모습이 마치 이제는 자신이 공격할 차례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서진은 블러드울프의 공격을 굳이 기다려주지 않았다.
‘매직미사일! 매직미사일! 매직미사일! 매직미사일!’
휙 팍! 휙 팍! 휙 팍! 휙 팍!
의지를 세워 연속적으로 매직미사일 네 개를 만들어 블러드울프를 향해 날려버렸다.
그러나 그가 날린 매직미사일은 블러드울프에게 전혀 타격을 주지 못했다. 오히려 서진의 공격에 고통을 느낀 블러드울프가 열이 잔뜩 받은 모습으로 빠르게 달려들고 있었다.
‘마나가 오링이 됐다.’
서진은 기가 막혔다.
가뜩이나 위력도 별로 없는 매직미사일을 딱 다섯 번 쓰자 보유한 마나가 몽땅 날아가 버린 것이다.
자신을 향해 독기를 품고 뛰어드는 블러드울프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보위나이프로 단번에 목을 찔러 죽일까하다가 마음을 고쳐먹었다.
보위나이프를 다시 집어넣었다.
대신 왼쪽으로 한발 옆으로 물러나면서 몸을 살짝 돌렸다.
서진의 목을 물기위해 허공으로 떠오른 블러드울프의 대가리가 그의 움직임에 맞춰 옆으로 돌아갔다.
딱!
블러드울프의 냄새나는 아가리가 그의 바로 눈앞에서 이빨 부딪치는 소리를 냈다.
관성의 법칙에 의해 블러드울프가 그의 몸 옆으로 날아갔다.
서진은 블러드울프가 스쳐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가 오른쪽 뒷다리가 보이자 즉시 오른손을 뻗어 발목을 확 잡아챘다.
우두둑 뚝! 께겡!
뒷발목이 부러지자 블러드울프가 고통스런 비명을 지르며 몸을 움츠렸다.
하지만 그것으로 서진의 공격이 끝난 게 아니었다.
그는 블러드울프의 부러진 뒷발을 그대로 쥐고는 땅바닥에다 사정없이 패대기를 치기 시작했다.
휘익 쿵, 휘익 쿵, 휘익 쿵, 휘익 쿵…….
켕 케엥 켕 케켁 켕…….
블러드울프의 머리통이 깨지고 가슴뼈가 박살났다. 그리고 차근차근 온몸의 뼈와 장기가 산산조각이 나기 시작했다.
보라색 피의 향기를 줄줄 흘리며 블러드울프는 고통스럽게 바동거렸다.
완전히 전투불능이 된 것을 확인한 서진은 그제야 블러드울프의 뒷발을 놓아주었다.
그는 상태창을 열어 마나를 확인했다.
생명력 250/250 마나 0/200
전투중이라서 그런지 마나가 하나도 차지 않았다. 역시 이건 온라인게임이 아닌가 보다.
‘어떻게 하지? 매직미사일의 위력이 형편없는 것을 보니 지력을 좀 올려야 할 것 같은데……. 마나도 너무 부족하니 어쩔 수없이 마력도 약간 올리는 수밖에는 없겠구나.’
서진은 일단 지력과 마력에 보너스 포인트를 각각 5개씩 올리기로 했다. 보너스 포인트를 분배한 후 그는 상태창을 열어 마나를 확인했다.
생명력 250/250 마나 100/300
마나의 총량이 300으로 오르고 보너스 포인트를 분배해서 쓸 수 있는 마나가 100이 생겼다.
‘마나가 200으로 꽉차있을 때 매직미사일 다섯 번을 쓰고 오링이 됐으니까 매직미사일 한 방에 마나 40을 쓰는 셈이군. 20이 남았으니 이 기회에 탐지 스킬을 써보자.’
서진은 마나 100을 가지고 알차게 써먹기 위해 일단 부상으로 쓰러져 있는 블러드울프를 향해 탐지스킬을 사용했다.
1m 안이라서 그런지 탐지스킬은 제대로 잘 걸렸다.
블러드울프의 머리위에 붉은 색의 역삼각형이 생기더니 제자리에서 뱅글뱅글 돌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블러드울프(F-)를 타깃으로 락온(lock-on)을 시켜놓은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뽀대가 아주 나쁘진 않았다.
또한 자신을 기준으로 반경 1m 안이 마치 자신의 몸이라도 되는 것처럼 생생한 감각이 느껴졌다.
‘이게 탐지스킬이라고?’
탐지(探知)의 문자적 의미는 드러나지 않은 사실이나 물건 따위를 더듬어 찾아 알아내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지금 서진이 느끼는 감각은 그런 문자적의미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언가가 더해져 있었다. 고유능력의 힘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당장 그 차이를 확인하기에는 아직 정보가 부족했다.
서진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일단 중상을 입고 있는 블러드울프를 상대로 매직미사일을 마저 써버리기로 했다.
‘매직미사일!’
이제는 굳이 소리를 내지 않아도 의지를 세우면 매직미사일을 생성하고 발사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새롭게 허공에 매직미사일이 떠오르자 아까와는 달리 블러드울프의 눈이 공포로 물들었다. 서진은 블러드울프가 죽을 때가 돼서 그런가보다 하고 매직미사일을 한 발씩 차례로 발사했다.
휙 퍽! 휙 퍼억!
켕 케켕!
서진이 날린 매직미사일 두 방에 블러드울프가 고통에 찬 비명소리를 내더니 혀를 내빼물고 죽어버렸다. 확실히 방금 전과는 전혀 다른 매직미사일의 위력이었다.
‘죽었다. 지력을 올려서 매직미사일의 위력이 올라간 건가? 아니면 탐지스킬을 건 상태라서 데미지가 증가한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두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그런가?’
매직미사일의 위력이 강해진 것은 좋았지만 원인을 알 수 없어 열심히 머리를 굴려 생각했다. 그가 골똘히 궁리를 하고 있을 때, 그의 머릿속에서 맑고 고운 차임벨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는 곧 레벨업을 했다는 알림음이 터져 나왔다.
[띠링!]
[레벨업!]
거의 동시에, 그의 몸에서 하얀빛이 솟구쳤다 사라졌다. 레벨업을 한 사람에게 일어나는 전형적인 현상이었다.
물론 레벨업을 할 때 일어나는 이 하얀빛은 당사자만 볼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은 그저 레벨업하는 사람의 몸이 희미하게 살짝 빛나다가 사라지는 것을 간간히 발견할 수 있을 뿐이다.
‘상태창!’
서진은 즉시 상태창부터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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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이서진
등급: F-
칭호: 회귀자(올스탯+5)
고유능력: 뇌정(EX), 영혼의 아공간(EX), 이지스(F-)
레벨: 1 / 00%
생명력 250/250 마나 300/300
스탯(50+1): 근력 5(+5), 민첩 5(+5), 체력 5(+5), 지력 10(+5), 마력 10(+5)
스킬: 탐지(F-, 1m), 매직미사일(F-,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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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이 1로 변하고 소모된 마나가 모두 회복됐다. 그리고 보너스 스탯이 하나 생겨났다.
‘흐음, 마법으로 마수를 잡아서 그런가? 2마리잡고 레벨업을 하네. 하지만 이것도 초반이니까 가능한 일이겠지.’
레벨업 시스템에 대한 정보는 100% 완전하지 않다. 하지만 대략적으로 다음 레벨업을 하려면 전에 잡았던 같은 등급의 마수보다 배 이상을 잡아야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매 5레벨 마다 랜덤으로 숫자가 증가한다. 그래서 레벨업은 복불복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고렙으로 올라갈수록 점점 레벨업을 하는 의미가 퇴색되어간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
-마스터, 이번엔 마수 두 마리입니다. 괜찮습니까?
“문제없으니까 끌고 와.”
마이키가 이번에는 마수 두 마리를 유인했다.
서진은 레벨업을 하면서 마나가 다 채워진 상태라 탐지스킬을 2번, 매직미사일을 7번이나 쓸 수 있게 됐다.
일단 마수 한 마리는 매직미사일로 잡고 남은 한 마리는 주먹으로 때려눕히기로 했다.
“오르르르!”
“오르르르!
서진의 앞에 나타난 것은 오르그 두 마리였다.
회색의 피부로 인해 마인(魔人)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오르그를 보자 서진은 싱긋 미소를 지었다. 좋은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오르그 두 마리가 서진을 발견하고 도끼를 들고 달려오자 그는 잽싸게 도망쳤다.
멀리 도망친 것이 아니라 두께가 한아름 되는 거목의 뒤로 피한 것이다.
오르그 두 마리는 도망치는 서진을 보자 잔혹한 미소를 지으며 쫓아왔다.
‘탐지!’
오르그 두 마리가 가까이 달라붙자 서진은 잽싸게 탐지스킬을 사용하고는 나무 위로 쑥 올라가 버렸다. 어느새 레드볼이 높은 나뭇가지에 걸린 채 그의 몸을 위로 쭉쭉 끌어올리고 있었다.
오르그 두 마리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듯 멍한 표정을 지었다.
나뭇가지 위에 선 서진은 그들을 향해 한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러자 허공에서 매직미사일이 하나씩 나타나더니 왼쪽 오르그를 향해 빠르게 쏘아져갔다.
휙 퍽! 휙 퍽! 휙 퍽! 휙 퍽! 휙 퍽!
“꿱, 컥, 케엑, 큭, 꾸에에엑!”
왼쪽에 서 있던 오르그는 매직미사일을 미처 피할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차례로 다섯 방을 맞자 단말마를 지르고 죽어버렸다.
‘응? 아까는 7방 맞고 죽었는데 왜 얘는 5방 맞고 뒈졌지? 아! 탐지스킬을 걸고 쏴서 그런가?’
서진은 일단 남아있는 오르그를 처리하기로 했다.
놀란 오르그는 서진이 마법사라는 것을 알고는 슬금슬금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그걸 용납할 서진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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