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둠레이더-63화 (63/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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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장 - 레벨업

“오르르르르!”

새로운 세계의 이질적인 모습에 잔뜩 흥분한 오르그는 눈이 새빨갛게 변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돌진해왔다.

타워실드를 든 탱커 이만기가 앞으로 튀어나오며 장지영의 뒤를 막아섰다.

쿵!

오르그는 거침없이 타워실드를 어깨로 들이받았다. 하지만 타워실드는 조금도 뒤로 밀리지 않았다.

순간 이만기의 양쪽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강백호와 우동면이 거의 동시에 앞으로 튀어나와 무기를 휘둘렀다.

퍽 퍽 퍼억!

푹 푹 푹!

우동면의 모닝스타가 오르그의 대가리를 마구 찍고 강백호의 바스타드소드가 옆구리를 푹푹 쑤셔댔다. 오르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 자리에 서서히 무너져 내렸다.

“나이스! 지영씨! 한 놈 더!”

“네.”

장지영이 강백호와 우동면에게 엄지를 치켜세우며 앞으로 달려갔다.

강백호와 우동면은 그 모습에 겸연쩍은 표정을 지었다.

둘은 이만기 옆으로 물러나서 대기했다.

그들의 눈에 쓰러져있는 오르그의 모습이 보였다. 오르그의 대가리가 함몰되어 뇌수가 줄줄 흘렀고 옆구리가 뚫려 보라색 피가 울컥울컥 솟구쳤다.

강백호와 우동면은 처음으로 마수를 죽인 흥분에 얼굴이 벌겋게 상기됐다.

그나마 강백호는 심호흡을 하며 흥분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했지만 우동면은 오히려 손목으로 모닝스타를 이리저리 휘두르며 전의를 불태웠다.

“온다!”

탱커 이만기도 살짝 흥분을 했는지 목소리가 아까보다 조금 커졌다.

장지영이 쏜살같이 달려오더니 대뜸 미안하다고 사과부터 했다.

“미안해요. 두 마리나 데려왔어요.”

“괜찮아. 내가 한 마리 잡고 있을 테니 백호와 동면이가 한 마리 맡아라.”

“네, 아저씨.”

“아저씨, 나 스킬 써도 되요?”

“급할 때는 얼마든지 써도 좋다고 했잖아. 온다!”

쿵!

이만기가 말을 마치자마자 오르그 한 마리가 장지영을 향해 달려들었다.

탱커 이만기가 즉시 장지영의 앞을 틀어막고 오르그와 실랑이를 벌였다.

강백호와 우동면이 앞으로 나와 남은 오르그 한 마리를 상대했다.

오르그는 강백호와 우동면이 자신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무기를 들이대자 놀라고 화가 나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나부터 할께.”

“응.”

우동면이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소리치자 강백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이언트포스!’

우동면이 모닝스타를 휘두르며 스킬을 발동시켰다. 그러자 우동면이 휘두른 모닝스타에 뭔가 흐릿한 기운이 덧 씌워지면서 엄청난 속도를 냈다.

쐐앵 펑!

놀랍게도 모닝스타에 맞은 오르그의 머리가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아니 그냥 폭발하듯 터져버렸다. 우동면의 온몸에 오르그의 뇌수와 피, 뼈와 살 조각이 쏟아졌다. 그는 헬멧의 안면가리개를 한손으로 훑어 내리며 자신의 모닝스타를 내려다봤다.

‘뭐야? 마수를 잡기가 이렇게 쉬운 거였어?’

우동면이 자신의 힘에 취해 놀라고 있는 사이, 강백호는 곧바로 탱커 이만기가 상대하고 있는 남은 오르그 한 마리를 향해 쇄도해들었다. 그도 우동면이 스킬을 쓰는 모습을 봤기 때문에 자신도 스킬을 쓰려고 마음먹었다.

‘칼날바람!’

강백호의 바스타드소드가 휘둘러지는 것과 동시에 스킬이 걸리자 그의 소드에도 뭔가 희뿌연 것이 어리며 휘둘러지는 속도가 증가했다.

서걱!

그리고 놀라울 정도로 부드럽게 오르그의 허리가 통째로 잘려나갔다.

“우욱!”

눈앞에서 오르그가 반 동강이 되어 뜨거운 김을 모락모락 내는 내부를 훤히 드러내자 아무리 비위가 좋은 장지영도 욕지기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견디지 못했다.

강백호는 자신의 스킬이 마음에 들었다. 그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주먹을 꽉 쥐었다.

‘난 결코 약하지 않다.’

강백호와 우동면은 자신들이 쓴 스킬의 위력에 만족한 모습으로 다시 탱커 이만기의 옆으로 돌아왔다. 그때부터 7번 파티는 다른 그 어떤 파티보다 솔선수범해서 마수들을 도륙했다. 덕분에 그들의 레벨이 빠르게 올라갔다. 그 모습에 사기가 충천한 헤븐 가디언즈 소속 능력자들은 서서히 각자 자신의 스킬을 한 번씩 써보며 마수와의 전투에 빠르게 적응해나갔다.

헤븐 가디언즈 소속 능력자들이 점차 싸움에 익숙해지자 마수들과의 싸움은 점점 일방적인 양상으로 변질 되어갔다. 또한 점점 헤븐 시큐리티 대원들이 할 일이 없어졌다.

헤븐 가디언즈 소속 능력자들과 헤븐 시큐리티 소속 대원들이 이렇게 마수를 조직적으로, 체계적으로 때려잡는 멋진 모습은 인근 옥상에 설치된 CCTV와 근처 방송국에서 보낸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겨 순식간에 TV와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또한, 이날 화려한 데뷔전을 치른 헤븐 가디언즈와 헤븐 시큐리티의 이름도 전파를 타고 세계만방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 * *

강한 포스가 돋보이는 전신장갑을 장비하고 커다란 전투도끼(Battle Axe)에 대형 타워실드를 든 로이가 헤븐 투자 본사 앞 여의대로 한가운데에 태산처럼 서있다.

“들어와라!”

로이가 크게 소리쳤다.

신장이 2m에 가까운 오르그전사가 로이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하듯 잔혹한 눈빛을 하며 다가왔다. 그의 손에는 자신의 머리통만한 커다란 쇳덩이가 달린 메이스가 들려있었다.

오르그전사가 메이스를 대각선으로 휘둘렀다.

부웅!

캉!

오르그전사의 메이스가 로이의 타워실드를 강타하며 미끄러져갔다.

로이가 메이스를 방어하는 순간 타워실드를 살짝 틀어 교묘하게 타점을 비켜버린 것이다.

오르그전사의 몸이 중심을 잃고 살짝 기울었다.

그 짧은 순간, 로이의 전투도끼가 날아들었다.

오르그전사는 놀라서 급히 자신의 메이스를 회수해 전투도끼를 막으려고 했다.

그러나 이미 중심이 기울어 있는 상태라 힘이 들어가지 않았고 또한 로이의 타워실드가 그것을 방해했다.

촤악!

오르그전사의 옆구리가 길게 베어졌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오르그전사가 급히 엉덩이를 뒤로 빼는 바람에 결정적인 치명상을 입히지는 못했다.

그러나 로이의 공격은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전투도끼의 뒤를 이어 타워실드가 오르그전사를 강타했다.

쾅!

비록 엉덩이를 뒤로 빼서 전투도끼는 비켜 맞았지만 타워실드까지 막을 방법은 없었던 것이다.

오르그전사가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로이가 급히 따라붙었다.

그러자 오르그전사는 메이스를 들어 로이를 향해 쭉 뻗었다.

힘이 들어가지 않은 그저 위협적인 제스처일 뿐이었다.

로이는 그 사실을 간파하고 타워실드로 메이스를 툭 쳤다.

아니나 다를까 메이스는 옆으로 힘없이 밀려났다.

로이가 번개처럼 달려들어 전투도끼를 휘둘렀다.

휘익 휙!

서걱 철썩!

오르그전사의 가슴이 베어지고 왼쪽 팔이 반쯤 잘려나갔다.

놀란 오르그전사는 급히 몸을 땅바닥으로 던져 데굴데굴 굴러서 도망쳤다.

-로이, 디펜스 존을 넘어갔다. 원래 위치로 돌아가라. 오르그전사는 저격으로 처리한다.

[텐 포!]

로이는 비틀거리며 일어나는 오르그전사를 한번 쳐다보고는 곧바로 몸을 돌려 자신이 지켜야하는 자리로 돌아갔다.

오르그전사는 로이가 자신에게 뒤를 보이고 몸을 돌리자 수치와 모멸감에 치를 떨었다.

“오르르륵!”

오르그전사의 눈이 마치 피가 뚝뚝 떨어질 것같이 새빨갛게 변해갔다.

분노로 광폭화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탕!

퍽!

그때였다.

어디선가 날아든 대물저격용 총알에 의해 오르그전사의 눈에 구멍이 뚫리고 뒤통수가 터져나갔다. 오르그전사는 그대로 뒤로 나자빠져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나이스 샷!”

이 모습을 여의도공원 한국전토의 숲에서 허드를 통해 보고 있던 서진이 큰 소리로 외쳤다.

-마스터, 그것 보십시오. 헤븐 투자 본사 빌딩은 조금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마이키의 자랑하듯 말하는 소리에 서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KM14 12.7mm 저격총의 위력이 쓸 만하네. 하지만 저것도 최하급마수에게나 가능한 짓이지. 하급마수만 되도 크게 힘을 쓰지 못할 거야.”

-그래서 지금 전국적으로, 아니 세계적으로 열심히 마수의 사체를 수거하고 있습니다. 아직 각국에 마수사체에 관한 법령이 제정되지 않아서 지금은 그냥 쓸어 담기만 하면 되거든요.

“그럼 대마수용탄환은 언제 양산되는 거야?”

-내일쯤이면 조금씩 보급이 시작될 것입니다.

“아버지가 바빠지시겠네.”

서진은 달려오는 마수들을 향해 열심히 매직미사일을 날려대며 마이키와 얘기를 나눴다.

레벨5가 넘어가자 레벨업이 눈에 띄게 느려졌다.

레벨5에서 레벨6으로 넘어갈 때 최하급마수를 무려 64마리나 잡아 죽여야만 했던 것이다.

“아무래도 등급이 F- 인 최하급마수를 잡아서는 더 이상 레벨업을 할 수 없을 것 같아. 이제는 등급이 F 인 최하급마수를 잡아야겠어. 아니면 F+ 도 괜찮고…….”

-알겠습니다. 지금부터는 좀 더 강한 마수를 끌고 오겠습니다.

-오르그전사나 블러디울프를 끌고 오겠습니다.

“응, 부탁해.”

서진은 말은 그렇게 했지만 대격변 첫날이라서 오르그와 블러드울프의 상위개체인 오르그전사와 블러디울프를 많이 데려오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첫날, 레벨을 10까지만 올려도 대박이다. 욕심 부리지 말고 차분하게 올려보자.’

그는 훌쩍 나뭇가지에서 뛰어내려 근처에 있는 다른 커다란 나무 위로 올라갔다.

마수사체가 너무 쌓여있어서 혹시라도 최하급마수들이 겁을 먹고 오지 않을까봐서 미리 조치를 취한 것이다.

-마스터, 오르그주술사를 발견했습니다.

-마스터, 헬독을 발견했습니다.

마이키와 메딕의 목소리가 거의 동시에 그의 귀에 들려왔다.

“오르그주술사면 하급마수잖아. 첫날에 오르그주술사면 거의 보스급이군. 헬독도 최하급마수 중에서는 강한 축에 드는 놈인데 용케 찾았어.”

-데리고 올까요?

“당연하지. 하지만 일단 헬독부터 데리고 와. 오르그주술사는 그 다음이야.”

-네, 마스터.

-예, 마스터.

서진이 즐거운 목소리로 대답을 하자 마이키와 메딕도 즐거운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잠시 후, 메딕이 어디선가 헬독 한 마리를 데리고 왔다.

헬독은 처음에는 투견 만했다가 사람을 잡아먹으면 잡아먹을수록 덩치가 조금씩 커진다. 나중에는 황소만한 크기가 되어 어지간한 하급마수의 전투력을 가지게 되는 마수였다. 강력한 턱과 날카로운 이빨의 절삭력은 무엇이든 입에 걸리기만 하면 걸레짝처럼 찢어버린다.

서진의 앞에 나타난 헬독은 이미 어디선가 사람의 피와 살로 포식을 했는지 덩치가 송아지보다 컸다.

“컹컹컹컹!”

헬독은 나무 위에 올라가 있는 서진을 보자 곧 날카로운 이를 드러내며 짖기 시작했다.

서진은 헬독에게 답례로 탐지스킬을 걸어주었다.

헬독의 머리 위에 붉은 역삼각형이 생기더니 뱅글뱅글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서진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헬독은 서진의 미소가 기분 나쁘다는 듯 더 크게 짖어댔다.

탐지스킬은 레벨6이 되면서 탐지거리도 6m로 늘어났다. 레벨이 올라가서인지 아니면 스킬 숙련도가 올라가서인지는 모르지만 레벨업을 할 때마다 확실히 탐지범위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었다.

“그럼 시작해볼까?”

서진은 매직미사일을 소환했다. 두 개의 반투명한 미사일이 허공에 떠올랐다.

스킬등급이 F로 올라가자 매직미사일을 소환할 수 있는 개수가 한 개에서 두 개로 올라갔다. 이것만으로 공격력이 두 배 이상 상승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욱 마음에 드는 것은 스킬등급이 F- 이었을 때는 단순히 반투명한 화살표였는데 F 로 올라가자 끝이 뾰족한 미사일모양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마법은 단순한 형상보다 정확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 더 활용성이 높고 파괴력도 올라가는 법이다.

스킬등급이 F 일 때 이런 모습이니 F+, E- 로 단계별로 올라갈 때마다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 서진은 사뭇 궁금해졌다.

스킬등급이 F로 올라가면서 좋아진 게 하나 더 있었다.

바로 마나의 소모가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마나 40을 잡아먹던 놈이 이제는 마나를 30밖에 안 잡아먹었다.

그로인해 그는 지금 매직미사일을 13개나 날릴 수 있게 됐다.

‘매직미사일, 매직미사일, 매직미사일, 매직미사일, 매직미사일!’

“깽 깨갱 깽! 케엑!”

헬독은 매직미사일을 두발씩 연속 다섯 번을 맞자 그대로 뻗어버렸다.

[띠링!]

[레벨업! 레벨업!]

이제는 중독이라도 되어버릴 것만 같은 맑고 고운 차임벨 소리가 났다. 그리고 레벨업 알림음이 두 번이나 울렸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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