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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장 - 레벨업
“앗싸!”
자신의 등급이 F인데 F+로 분류되는 마수, 헬독을 잡아서 그런지 레벨이 동시에 두 개나 올라갔다. 이제 서진은 레벨8이 됐다.
“물들어왔을 때 노 젓는다고, 이런 상승세를 계속 지속시켜보자.”
-네, 마스터. 오르그주술사를 유인해오겠습니다.
마이키가 개떡같이 얘기해도 찰떡같이 알아먹고 오르그주술사 한 놈을 끌고 왔다.
이놈은 오르그주술사가 된지 얼마 안됐는지 겁도 없이 호위병도 거느리지 않고 혼자 쫄래쫄래 다가오고 있었다.
“마이키, 호위병은?”
-여의정에 있습니다.
여의정에 호위병을 두고 왔다면 여의도공원 동편 반경 100m 안은 안전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자신이 있는 곳은 여의정에서 70m 가 조금 넘는 거리니 잠시 혼자서 이곳을 둘러볼 수도 있을 것이다. 어찌됐든 오르그주술사가 홀로 따로 떨어져 나온 것은 서진에게 나쁜 일은 아니었다.
“호위병은 몇 놈이야?”
-오르그전사 다섯에 오르그 열입니다.
아무래도 헬독을 처리하는 방식으로는 곤란할 것 같았다.
“마이키, 저쪽 나무사이로 유인해.”
-네, 마스터.
서진은 오르그주술사를 정면공격보다는 기습하기로 결정을 내리고 나무에서 뛰어내려 숲이 우거진 곳으로 숨어들어갔다.
마이키는 헬독이 쓰러져있는 반대편으로 해서 오르그주술사를 유인해왔다.
오르그주술사는 기묘한 느낌을 따라 계속 숲속을 들어오다가 마수들의 피 냄새가 나자 흠칫하더니 발걸음을 뚝 멈췄다.
역시 전혀 경계심이 없는 놈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오르그주술사는 이미 너무 깊이 들어와 있었다.
도도도도도 퍽!
서진은 오르그주술사가 멈춰 서자 곧바로 뒤에서 달려와 레드볼로 그의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일명 퍽치기라고 하는 공격법이다.
오르그주술사는 두 눈알이 앞으로 쏟아질 것 같은 모습을 하곤 앞으로 쓰러져 버렸다.
서진은 기절한 놈에게 다가가 두 팔을 뒤로 단단히 묶고 입에다 죽은 오르그의 어깨에서 떨어져 나간 팔뚝을 집어 강제로 물렸다.
‘이제 경험치를 먹어볼까?’
서진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탐지스킬을 썼다.
기절한 오르그주술사의 머리 위에 붉은 역삼각형이 나타나 뱅글뱅글 돌기 시작했다.
그는 의지를 세워 매직미사일을 두 개씩 소환해 오르그주술사의 대가리를 향해 발사하며 입으로 노래를 흥얼거렸다.
“다시 돌고, 돌고~ 돌고~ 돌고……♬”
휘휙 퍼퍽! 휘휙 퍼퍽! 휘휙 퍼퍽! 휘휙 퍼퍽! 휘휙 퍼퍽! 휘휙 퍼퍽!
매직미사일이 오르그주술사의 대가리를 칠 때마다 찰 지게 터져 나오는 둔중한 음(音)이 마치 그의 노래에 장단을 맞춰주는 듯 했다.
하지만 오르그주술사의 머리가 생각보다 단단했는지 아직도 기다리던 차임벨이 울리지가 않았다.
서진은 피를 철철 흐르고 있는 오르그주술사의 뒤로 가서 마지막 매직미사일을 손가락 앞에다 소환했다.
‘어? 이제 보니 매직미사일을 굳이 머리 위에다 소환하지 않아도 되는구나. 손가락에다 소환해서 총을 쏘듯이 쏴도 되겠네.’
그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자 가슴속에 잠재된 파이오니어(pioneer)의 정신을 되새기며 돌대가리, 아니 무쇠대가리 오르그주술사가 빨리 뒈지지 않아 받은 짜증을 가볍게 날려버렸다.
‘가랏!’
슛! 퍽! 우두둑!
하나 남은 매직미사일이 발사되자 마나가 또다시 오링이 됐다.
하지만 오르그주술사는 결국 목이 부러져 즉사했다.
끝까지 머리통이 깨지지 않은 것을 보면 머리가 진짜 강철로 되어있는 게 아닐까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띠링!]
[레벨업! 레벨업!]
이제는 정말 싸버릴 것 같이 기분 좋은 차임벨 소리가 울렸다. 뒤이어 연속으로 두 번 레벨업 알림음이 들려왔다.
“아싸!”
서진은 주먹을 불끈 쥐고 흔들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전생에 나라를 구하기라도 했나?
연속으로 더블 레벨업을 겪고 나자 그의 기분은 하늘을 날아갈 것 같이 붕 떠올랐다.
상태창을 열었다.
서진의 눈이 동그랗게 커지며 입가에 행복한 미소를 지어졌다.
그는 지력과 마력에 각각 보너스 스탯을 다섯 개씩 분배하고 스킬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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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서진
등급: F
칭호: 회귀자(올스탯+5)
고유능력: 뇌정(EX), 영혼의 아공간(EX), 이지스(F)
레벨: 10 / 10%
생명력 250/250 마나 400/500
스탯(30+10): 근력 5(+5), 민첩 5(+5), 체력 5(+5), 지력 20(+5), 마력 20(+5)
스킬: 탐지(F, 20m), 매직미사일(F, 2개), 감정(F), 감별(F), 감지(F, 10cm)
장비: 레드볼, 전신슈트, KM1 자동권총, 보위나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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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으로 레벨업을 하자 마나가 풀로 가득차고 보너스 스탯이 들어왔다.
탐지스킬의 탐지거리가 무려 20m로 늘어났고, 감정스킬에 이어 감별과 감지스킬이 새롭게 스킬 목록에 추가됐다. 매직미사일의 마나소모가 25로 줄어들었다.
감정스킬은 물건을 감정하는 것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감별스킬은 뭘 감별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패시브스킬인 감지는 뭔가를 감지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겠는데 그 범위가 겨우 10cm라는 것에 절로 어리둥절해졌다.
하지만 그동안의 짧은 경험을 통해 자신의 고유능력 이지스는 결코 이유 없이 스킬을 개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분명히 이 스킬들이 언젠가는 자신에게 뭔가 큰 도움을 줄 것이 분명했다.
-마스터, 레벨업을 하셨네요. 축하드립니다.
-저도요. 축하드려요.
“고맙다. 마이키와 메딕 오늘 정말 수고했어.”
서진은 마이키와 메딕의 축하인사를 기분 좋게 받아들였다.
-감사합니다. 스킬은 충분히 테스트하셨습니까?
“물론이야. 아주 유익한 시간이었어.”
-마스터, 여의정에 있는 오르그주술사의 호위병들은 어떻게 할 거예요? 그냥 내버려두실 건가요?
“아니 가면서 처리하자.”
-네 마스터.
“그 전에 헬독과 오르그주술사의 사체를 챙겨라. 마수의 정수가 있을지 모르니까.”
-물론입니다. 마스터. 이미 마스터께서 처리하신 모든 마수들의 사체에서 클론볼들이 정수를 뽑아 챙겨놓았습니다.
“잘했다.
마수의 정수는 무조건 많을수록 좋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정수의 사용처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기 때문이다.
서진은 왼손에 보위나이프, 오른손에 레드볼을 들고 여의정을 향해 걸어갔다. 나무사이로 여의정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20m까지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아무리 마이키와 메딕이 스텔스 & 클로킹 모드가 있어 자신의 모습을 물이나 젤리처럼 보이게 한다고 해도 마수들에게는 사람이 가지고 있지 않은 뛰어난 감각이 있었다. 특히 대부분 후각이 아주 예민했다. 마수는 아무리 조심해도 나쁠 것이 없는 놈들이다.
여의정에는 마이키의 말대로 오르그전사 다섯과 오르그 열 마리가 서성이고 있었다.
그들은 오르그주술사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탐지!’
서진은 즉시 탐지스킬을 걸었다. 반경 20m 안의 마수들의 머리위에 일제히 붉은 역삼각형이 나타나더니 뱅글뱅글 돌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서진은 자신도 모르게 입에 착착 감기는 ‘다시 돌고’를 부르고 싶었다.
‘매직미사일을 15발은 쏠 수 있겠군.’
그는 남은 마나를 계산하고는 곧바로 매직미사일을 소환해 발사했다.
휙휙, 휙휙, 휙휙, 휙휙, 휙휙, 휙휙, 휙!
크악, 커억, 케엑, 큭, 꺼억, 꿰엑…….
매직미사일이 허공으로 떠올라 거의 직각으로 위에서 아래로 내리꽂자 오르그전사와 오르그들이 참혹한 비명을 지르며 산산이 무너져 내렸다.
서진의 매직미사일 공격에 오르그전사들은 제대로 힘 한번 못써보고 허무하게 셋이나 쓰러져 죽었다. 오르그도 여섯 마리가 즉사했다.
남은 오르그전사 둘과 오르그 넷은 놀라서 즉시 ‘걸음아 나살려라!’ 하고 도망쳤다.
그 모습에 오히려 서진이 놀라서 멍한 표정을 지었다.
“방금 그거 무슨 폭격 같지 않았니?”
-맞습니다. 너무나 멋진 스킬이었습니다.
-공중으로 높이 치솟아 올랐다가 아래로 직격을 하니까 아까보다 물리 데미지가 두 배는 더 들어간 것 같아요.
“이거, 이거, 장난 아니네.”
서진은 좋아 죽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자신이 건진 고유능력이 하루 만에 이렇게 강력해질지는 진짜 몰랐다. 아니 상상도 하지 못했다.
정말 이런 식으로 계속 꾸준히 성장해나간다면 능력자의 한 사람으로써 어디 가서 무시당하지 않고 당당하게 행세께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돌아가자.”
-네, 마스터.
-예, 마스터.
오르그전사 둘과 오르그 네 마리가 도망간 것은 벌써 그의 머릿속에 사라지고 없었다. 그는 구름 위를 걷는 것 같은 들뜬 기분으로 헤븐 투자 본사를 향해 사뿐사뿐 걸어갔다.
-마스터! 이메일이 들어왔습니다.
“이메일? 누구한테?”
-하나는 제니로부터 왔습니다.
“뭐라는데?”
-약속대로 이제 만나달라고 합니다.
“흐음, 대격변도 시작됐고, 그녀도 이제 우리 헤븐 가디언즈의 정식대원이 되어 한식구가 됐으니 만나지 않을 이유가 없겠군.”
-그렇습니다. 제니는 A급 힐러이자 강력한 버퍼로 유명한 능력자입니다. 그동안 이렇게 이메일과 전화로 달래는 것만으론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고 판단됩니다.
“그러겠지.”
- 그런데 마스터, 혹시 제니가 정말로 싫으십니까?
마이키가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서진은 잠시 생각해봤다. 사실 제니 같은 미녀를 싫어할 이유가 없었다.
머리가 텅 비거나 성격이 더러운 여자가 아니었다. 거기에다 얼굴이 못생긴 것도 아닌데…… 그동안 왜 그렇게 결사적으로 만나지 않으려고 했는지 자신이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동안 뭐가 무서워서 제니를 만나지 않으려고 한 거지? 내가 진짜 제니를 싫어하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제니처럼 애교가 넘치는 미녀는 분명히 남자의 사랑을 많이 받게 되어있다. 생각해보면 사실 좀 귀엽기도 하고…….
서진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내 마이키에게 명령을 내렸다.
“당장은 좀 그렇고 대격변이 수그러들면 보자고해.”
-그럼 최소 사흘에서 최대 1주일 안에 만나겠다고 연락하겠습니다.
“그래. 마이키가 적당한 시간을 잡아줘.”
-네, 마스터.
헤븐 투자 본사 빌딩으로 걸어가자 로이가 그를 알아보고는 살짝 고개를 숙였다.
서진은 한쪽 손을 흔들어 준 뒤, 그대로 로이를 스쳐 빌딩 안으로 들어갔다.
마이키와 로이가 서진의 스텔스 & 클로킹 모드를 해제하자 그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는 승강기 앞에 서서 헬멧을 벗었다.
-마스터, 이메일 하나가 더 있습니다.
“뭔데?”
-약속된 프로토콜입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약속된 프로토콜이라니?
서진은 마이키의 말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약속된 프로토콜대로 인터넷을 통해 연락이 해왔습니다.
“서, 설마?”
-네, 그렇습니다. 연어 프로젝트에 참여한 능력자들이 방금 전 회귀했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그, 그럴 수가!”
서진의 얼굴이 순간 색을 잃어버렸다.
* * *
“……여기는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 있는 구골 본사 상공입니다. 보시다시피 구골 본사 북서쪽에 위치한 가필드공원 옆, 구골 사커 필드에 차원의 균열이 생긴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방송국헬기가 구골 사커 필드를 빙글빙글 돌며 아래쪽을 찍고 있었다.
“현재 마수들은 구골 사커 필드에서 쏟아져 나와 북쪽과 서쪽 그리고 남쪽으로 몰려가고 있습니다. 이미 가필드 공원 서쪽 일대는 마수들로 인해 쑥대밭이 되었고 북쪽도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유독 구골 본사가 있는 남쪽은 아직까지 큰 피해 없이 잘 대피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구골 사커 필드 바로 남쪽, 그러니까 구골 본사 바로 왼쪽에 있는 헤븐 디펜스 덕분으로 보입니다.”
리포터가 헤븐 디펜스 사(社)를 언급하자 카메라맨이 얼른 아래쪽으로 돌려 구골 본사 왼쪽에 있는 세 개의 건물을 클로즈업했다.
“민간군사기업(PMC) 헤븐 디펜스는 현재 중화기를 동원해 남쪽으로 진군하려는 마수들의 무리를 효과적으로 저지하고 있습니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현재 구골 사와 헤븐 디펜스 간에 빅딜이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두 회사 간에 어떤 계약이 이뤄졌는지는 모르지만 미국 영토에 생겨난 318개의 차원의 균열 가운데 가장 피해가 적은 곳의 하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어쨌든 그 덕분에 구골 본사와 구골 타운에서 근무하고 있던 많은 인재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쾅!
최강철이 주먹으로 책상을 후려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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