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둠레이더-71화 (7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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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장 - 보라매던전

‘저 녀석이 한우로 만든 최고급육포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배가 고팠던 거구나.’

서진은 로이 때문에 오늘 자신이 얼마나 쉽게 싸웠는지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자신은 거의 움직이지 않고 열심히 매직미사일만 날렸다.

하지만 로이는 서진을 위해 스켈레톤을 잡아두느라 몸을 많이 움직여서 꽤나 에너지를 소모했다. 당연히 로이는 소모된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서진이 주는 육포를 마다하지 않았던 것이다.

1시간 쯤 걸었을까?

갑자기 공기가 싸늘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기온이 급격히 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서진은 단지 그 하나의 현상만을 가지고 영혼의 성에 가까워졌다는 알아챘다.

이제는 제법 높은 언덕이 간간히 보였다. 그리고 그중의 가장 큰 언덕 위에 거대한 성 하나가 세워진 것이 눈에 들어왔다.

저 성이 바로 서진이 가려고 하는 ‘영혼의 성(城)’이다.

‘어휴! 내가 영혼의 성을 다 와보네.’

서진은 예전에 한번 이곳에 왔다가 너무나 무서워서 그만 도망쳐버렸던 흑역사가 생각났다. 그 뒤로 다시는 올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겁도 없이 스스로 사지(死地)로 생각하고 있는 이곳을 찾아왔으니…… 실로 격세지감이 들었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서진은 영혼의 성이 눈에 보이자 과감하게 하얀 길을 빠져나왔다. 그리고는 곧바로 영혼의 성을 향해 똑바로 걸어갔다.

우우우우우우!

아아아아아아!

흐흐흑 흐흐흑!

햐아아아아아!

음산하고 소름끼치는 갖가지 귀곡성이 들려왔다.

유령형 마수들의 총본산인 영혼의 성답게 아직 성에 가까워지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고스트들의 모습이 심심치 않게 나타났다.

‘일단 테스트부터 해보자. 탐지!’

서진은 눈앞에 고스트 하나가 다가오자 잘됐다는 생각에 탐지스킬부터 걸었다. 그러자 희뿌연 고스트의 머리위에 너무나도 선명한 붉은 색 역삼각형이 생겨나더니 뱅글뱅글 돌았다.

‘매직미사일!’

매직미사일 하나가 소환됐다.

매직미사일 등급이 F+ 로 오르고 나자 매직미사일의 모양도 이제 완연한 미사일의 모습, 특히 독일이 개발한 세계 최초의 장거리 탄도유도탄 V-2 로켓과 아주 흡사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

휙! 팟!

꺄아악!

서진이 매직미사일을 날리자 빠르게 허공을 가로질러 고스트를 강타했다.

고스트는 매직미사일을 맞자 죽는다고 소름끼치는 비명을 질러댔다.

서진은 살짝 인상을 쓰더니 다시 매직미사일 하나를 소환해 발사했다.

‘매직미사일!’

휙! 팟!

꺄아악!

또다시 귀청을 긁어대는 고스트의 소름끼치는 비명이 들려왔다. 그리고 고스트의 몸체가 마치 물에 풀리듯 허공에서 해체되더니 바닥으로 정수 하나가 뚝 떨어졌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본 서진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갔다.

‘이게 아닌데…….’

자신이 상상했던 모습은 이게 아니었다.

고스트(F+) 정도는 매직미사일 한 방에 퍽퍽 터져 나가야했다. 그런데 매직미사일을 두 방이나 쏘고도 고스트가 쉽게 처치되지 않았다. 이래서는 도무지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다.

‘다시 돌아갈까?’

갑자기 약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바로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대신 대안을 생각해봤다. 유령형 마수에게 강한 데미지를 줄 수 있는 방법을 궁리했다.

‘아차! 탄두강화를 안 썼구나.’

새로 생긴 스킬이라 탄두강화 스킬을 활성화시켜놓지 않았던 것을 발견했다.

그는 즉시 탄두강화스킬을 활성화했다. 그런데 왠지 뭔가 미진한 느낌이 들었다.

탄두강화가 파괴력을 2배 올려준다고 해도 어쩐지 자신이 상상했던 그런 시원한 사냥이 될 것 같지가 않았다.

그는 기왕 머리를 굴리는 김에 다른 좋은 방법이 없는지 생각해봤다.

‘혹시 뇌정을?’

그때, 그의 뇌리를 번개처럼 스쳐가는 생각이 있었다.

바로 그의 고유능력인 뇌정(EX)이었다.

원래 뇌정은 뇌정벽력을 뜻하는 말로 천둥과 벼락이 격렬하게 치는 현상을 말한다. 순우리말은 우레와 번개라고 할 수 있다.

뇌정은 그 자체로 모든 부정한 기운을 태우고 멸하는 멸사(滅邪)의 기운을 가지고 있다. 마수는 물론이고 유령형 마수들은 대부분 사악한 마기가 충만하다.

뇌정이라면 능히 마를 억누르고 사를 멸하는 제마멸사(制魔滅邪)의 효능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매직미사일에 뇌정의 기운을 담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었다.

이렇게 답이 안 나올 땐, 그냥 한번 시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일단 뇌정을 강하게 운용했다. 그리고 탐지스킬을 걸고 고스트 한 놈을 선택해 매직미사일을 발사했다.

‘탐지! 매직미사일!’

휙! 팟!

꺄아아아악!

매직미사일에 맞은 고스트가 휘청거리고 비명소리가 아까보다 훨씬 더 길고 참혹해졌다.

비명소리를 들은 서진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어렸다.

로이가 사람이었다면 아마 ‘변태’라고 소리를 쳤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서진은 아직도 뭔가 좀 약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번에는 뇌정을 오른손에 모은 다음 매직미사일을 오른손에 소환해 발사해보자.’

그는 어떻게 하던 뇌정의 기운을 매직미사일에 섞으려고 노력했다.

웅웅웅!

태어나자마자 뇌정을 수련한 덕분에 서진이 의지를 세우자마자 뇌정은 바로 그의 오른손에 모여들었다.

‘매직미사일!’

그가 강하게 의지를 세우고 매직미사일이 오른손을 통해 소환되어지기를 열망했다. 그러자 반갑게도 그의 오른손에서 매직미사일 하나가 쑥 올라왔다.

그런데 매직미사일의 모습이 방금 전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반투명한 매직미사일의 안에 마치 정전기가 가득한 것처럼 스파크가 튀고 있었던 것이다.

서진은 자신의 생각이 맞았다는 것을 확신했다.

‘가랏!’

고스트를 향해 매직미사일을 발사했다.

스팟! 퍽!

놀랍게도 매직미사일이 빛처럼 빠르게 날아가더니 어느새 고스트의 가슴을 꿰뚫어버리고 있었다. 그 모습에 서진은 자신의 주먹을 불끈 쥐었다.

‘뇌정의 소모도 그리 많지 않았는데 효과가 끝내주는구나.’

서진은 기왕 테스트를 시작한 김에 끝장을 보기로 했다.

이번에는 뇌정을 오른손에 모아서 매직미사일을 통과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뇌정이 운행되는 길인 꼬리뼈에 매직미사일을 만들어 척추를 타고 정수리를 통해 빠져나오는 방식을 사용하기로 했다.

‘매직미사일!’

서진이 강력하게 의지를 세우자 매직미사일은 그의 꼬리뼈로 소환됐다.

매직미사일은 그가 열망하는 그대로 척추를 타고 올라와 정수리를 뚫고 나왔다.

순간 서진은 머리가 핑하고 도는 것을 느꼈다.

비틀 거리는 순간, 어느새 로이가 다가와 그를 부축했다.

서진은 고맙다는 말을 할 사이도 없이 탐지에 걸려 락인(lock-in)이 되어있는 고스트 한 마리에게 매직미사일을 날렸다.

스팟! 펑! 촤라라라락!

목표로 삼은 고스트가 그대로 펑 터져나갔다. 그리곤 그 주위에 있던 고스트들까지 몽땅 한꺼번에 쓸려나갔다.

‘스플래시 데미지?’

머리를 강하게 한번 흔들고 몸을 바로 세운 서진의 머릿속에 처음으로 든 생각이었다.

분명히 방금 전 그것은 스플래시 데미지가 맞았다.

어떻게 하다 보니, 소가 뒷걸음치다가 쥐를 잡은 격으로, 매직미사일 한방으로 스플래시 데미지를 주는 광역스킬의 오의를 깨달았다.

서진은 절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뇌정의 양을 가늠해보고는 이내 얼굴을 딱딱하게 굳혔다.

‘이 방법은 도저히 안 되겠다. 스플래시 데미지도 좋지만 뇌정의 소모가 너무 심해!’

매직미사일 단 한 방에 뇌정의 4분의 1 이 날아가 버렸다.

효율이 정말 꽝이었다.

거기에다 잘못하면 뇌에 충격을 줘서 정신을 잃을 가능성도 남아있었다.

서진은 잠시 생각을 해보다가 정수리에 가깝게 매직미사일을 소환하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어차피 뇌정은 상단전이라고 할 수 있는 정수리(百會穴)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정수리 안은 아니더라고 최대한 가깝게 소환한다면 얼마든지 뇌정의 기운을 순간적으로 담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매직미사일!’

서진이 의지를 세워 매직미사일을 정수리위에 소환했다.

‘성공이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오히려 눈으로 보는 것보다 더 정확하게 느낄 수 있었다.

‘혹시 이것이 감지스킬의 효용인가?’

서진은 고개를 살짝 위아래로 흔들더니 락인이 되어있는 고스트 한 놈을 향해 매직미사일을 날려봤다.

스팟! 펑! 촤앙!

매직미사일이 쏜살같이 날아가 고스트에 박히더니 단박에 산산조각으로 터트려버렸다. 그리고도 힘이 남아돌아 근처를 돌아다니고 있던 고스트 한 놈까지 쓸어버렸다. 그 모습을 보자 뇌전의 힘을 깨달은 능력자들이 사용하는 체인라이트닝이 생각났다. 물론 파괴력면에서 상대가 되지 않겠지만 그래도 스킬의 메카니즘이 상당히 비슷했다.

‘뇌정의 소모도 많이 않고 스플래시 데미지까지……. 그것도 체인라이트닝 방식이라 마나의 낭비도 거의 없이 데미지를 주네. 좋았어!’

서진은 방금 사용한 뇌정의 기운을 담은 매직미사일의 위력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띠링!]

[스킬!]

그때 머릿속에 때 아닌 알림음이 들려왔다.

그는 즉시 알림창을 확인했다.

[매직미사일 스킬에 고유능력 뇌정(EX)을 인챈트 할 수 있습니다.]

“하하하하하!”

서진은 도저히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고유능력인 뇌정(EX)을 매직미사일에 인챈트 시킬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자신이 시도한 매직미사일에 뇌정의 기운을 담는 방식이 성공하자 이 알 수 없는 시스템은 그걸 스킬로 인정했는지 돌연 스킬로 만들어 버렸다.

이렇게 되면 매직미사일에 뇌정을 인챈트하는 것은 너무도 쉽고 간단해진다.

그는 지긋지긋하기만 하던 마수의 사냥이 오늘따라 너무 재미있어지는 것을 발견했다.

‘가만, 고유능력 뇌정(EX)을 매직미사일에 인챈트 시킬 수 있게 됐다면 영혼의 아공간(EX)도 매직미사일에 인챈트 시킬 수 있다는 말인가?’

서진은 자신이 생각하고도 너무나 황당하다는 생각이 들어 얼른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털어냈다. 그리고는 상태창을 열어 매직미사일 스킬옵션에 고유능력 뇌정의 인챈트 모드를 가장 낮은 단계로 활성화했다.

이제부터 매직미사일은 무조건 그의 정수리에 소환될 것이다. 그리고 뇌정의 기운을 담아 더욱 더 강력한 위력을 선보이게 될 것이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그의 발걸음이 다시 영혼의 성을 향했다.

주변에 별로 위협도 되지 못하는 고스트는 더 이상 그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대신 영혼의 성 입구 주변에 포진한 유령형 하급마수 레이쓰를 향해 하얀 이를 드러냈다.

‘탐지!’

탐지거리 40m 의 탐지스킬이 발동됐다.

서진의 몸을 중심으로 반경 40m 안에 들어온 모든 레이쓰의 머리 위에 붉은 역삼각형이 떠올라 빙글빙글 돌아갔다.

레이쓰들은 낫처럼 생긴 무기, 시클을 들고 서진을 향해 다가왔다.

‘매직미사일! 매직미사일! 매직미사일! 매직미사일…….’

서진의 정수리에 매직미사일이 세 개씩 차례로 소환되더니 빠르게 사방으로 쏟아져 나갔다. 한발 한발이 서진의 고유능력 뇌정(EX)이 인챈트 됐고 탄두강화로 파괴력이 두 배로 강해진 매직미사일들이었다.

스팟스팟스팟 스팟스파팟 스파파팟…….

퍼퍼펑 펑퍼펑 펑펑펑…….

놀랍게도 하급마수인 레이쓰(E-)들이 서진이 날린 매직미사일 한방에 펑펑 터져나갔다.

[띠링!]

[레벨업!]

머릿속에서 알림음이 들리고 서진의 몸에서 하얀 빛이 솟구쳤다 사라졌다.

하지만 서진의 사냥은 멈추지 않았다.

계속해서 매직미사일을 날려 레이쓰들을 학살했다.

스파파팟 스파팟팟 스팟팟팟…….

퍼퍼펑 펑퍼펑 펑펑펑…….

레이쓰들이 펑펑 터지면서 생겨난 정수들이 땅으로 우수수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띠링!]

[레벨업!]

레벨업 한지 얼마나 됐다고 또다시 알림음이 들려왔다.

그의 몸에서 하얀 빛이 솟구쳤다 사라졌다.

그러자 서진은 마치 미친놈처럼 신나게 웃음을 터트렸다.

“무하하하하!”

그러면서도 매직미사일을 난사하는 것을 결코 멈추지 않았다.

마나가 떨어질 만하면 레벨업이 되는 통에 그의 학살극은 브레이크가 고장 난 기차처럼 폭주하고 있었다.

이제는 매직미사일의 숙련도까지 올라 아까보다 발사되는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덕분에 레이쓰들이 이제는 마치 폭죽처럼 터져나가고 정수가 비처럼 음악처럼 쏟아졌다.

스팟팟팟 스팟팟팟 스팟팟팟…….

펑 퍼펑 퍼퍼펑 퍼퍼퍼펑…….

[띠링!

[레벨업!]

그 사이에 레벨업의 알림음도 결코 멈출 줄을 몰랐다.

뒤에서 자신의 마스터가 레이쓰를 학살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로이만 할 일이 없어서 아껴둔 한우로 만든 최고급 육포를 꺼내 잘근잘근 씹어 삼키고 있었다.

* * *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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