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둠레이더-75화 (75/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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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장 - 님은 먼 곳에

최강철이 마이키를 보자 자신의 무기와 장비를 내려놓고는 서진에게 달려왔다.

“그것도 우리 물건입니다.”

“네, 잘 알고 있습니다. 아직 가져가지 않으신 물건도 마저 가져가시죠.”

“네?”

서진은 최강철에게 굳이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

다만 캠핑트레일러 안에 남아있는 큼지막한 배낭을 꺼내 마이키와 함께 넘겨줄 뿐이었다.

“그거 돈 가방이야.”

“아!”

강무호가 최강철을 향해 소리치자 최강철이 대번에 알아먹었다.

“여기에 달러, 골드바, 보석, 마수의 정수, 초능력시드가 들어있겠구나.”

“같이 확인하자.”

강무호는 최강철에게 다가와 서진으로부터 넘겨받은 배낭을 빼앗듯이 가로채더니 대뜸 활짝 열어버렸다. 제일 먼저 100달러짜리 지폐뭉치가 쏟아져 나왔다.

“우와! 돈 냄새!”

원범수가 총알같이 달려와 강무호의 앞에 서더니 지폐뭉치를 하나씩 집어 냄새를 맡았다. 그러자 오공유도 슬그머니 다가오더니 가방 안에서 골드바 하나를 꺼내 이빨로 깨물었다.

“순금 맞네.”

자신의 이빨이 박히는 것을 보더니 오공유는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강무호는 달러와 골드바, 보석을 차분히 확인하고는 마수의 정수가 담긴 주머니를 집어 들었다. 입구를 열어 안을 확인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최강철은 초능력시드가 담긴 작은 백을 꺼내 지퍼를 열었다. 그리고는 안을 확인해보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두 개가 비죠?”

“네?”

“두 개가 빌 거란 말입니다.”

“혹시 초능력시드 두 개를 가져갔습니까?”

최강철이 서진의 말에 인상을 팍 쓰고 물어봤다.

“네, 그렇습니다. 사정이 있었습니다.”

“그쪽 사정은 내가 알 바 아니고 어떤 초능력시드를 가져갔습니까?”

“F- 급 두개입니다.”

서진은 솔직하게 자신이 뭘 가져갔는지 얘기했다.

그러자 최강철은 영 못마땅하다는 듯 그를 한번 노려보더니 초능력시드를 모조리 꺼내 일일이 확인해봤다.

결국 서진의 말대로 F- 급 초능력시드 두개가 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까와는 달리 최강철은 편안한 표정이 됐다.

등급이 높은 초능력시드도 많은데 왜 굳이 F-급 두개만 가져갔는지 모르지만 일단 큰 손실은 아니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하지만 강무호는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남의 물건에 함부로 손을 대는 것은 예의가 아니지 않습니까?”

“알고 있습니다. 사정이 있었습니다. 굳이 사정을 얘기해봐야 서로 얼굴만 붉힐 뿐이니 F- 급 초능력시드 두 개를 제가 사는 것으로 보상을 해드릴까 합니다.”

“초능력시드 값을 치르시겠다는 말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흐음.”

서진이 돈을 내겠다는 말에 다들 꽤나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이 호구에게 얼마를 뜯어내야 잘 뜯어냈다는 소리를 들을까 궁리하느라 바쁜 모습들이었다.

“개당 천만 원으로 하죠.”

“그건 너무 비싸지 않아?”

강무호가 서진의 눈치를 살살 보더니 천만 원을 불렀다. 그러자 오공유가 인상을 팍 쓰더니 비싸다고 태클을 걸었다.

서진은 오공유를 향해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큰 소리로 말했다.

“개당 1억 원씩 드리죠.”

“1억 원이라고요?”

서진의 말에 다들 깜짝 놀랐다.

로이가 어느새 가방을 하나 들고 와 그들의 앞에 내려놓았다.

“안에 2억 원이 들어있습니다. 확인하시죠.”

“으음.”

오공유는 조금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최강철과 강무호는 입 꼬리가 귀에 걸리도록 좋아했다.

원범수는 이미 가방을 열고 돈부터 세어보고 있었다.

민연서는 그들의 행동이 무안했는지 고개를 돌려 하늘에 걸린 달만 쳐다보고 있었다.

“만족하십니까?”

“이정도면 뭐 초능력시드를 훔쳐간 것에 대한 보상은 되겠네요.”

최강철은 의도적으로 서진을 도발하려는 생각이 있었는지 그가 초능력시드를 훔쳐갔다고 굳이 꼭 집어서 얘기했다. 하지만 서진은 그 정도의 도발에 넘어갈 정도로 어리숙하지 않았다.

“볼일이 끝났으니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잠깐!”

서진은 마치 볼일을 다 봐서 너무나 홀가분하다는 표정으로 몸을 돌렸다.

최강철이 그런 서진을 향해 급히 소리쳐 불러 세웠다.

서진이 무슨 일인가하고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우리 물건들을 담았던 블루볼은 어디 있습니까?”

“그건 왜 묻습니까?”

“여기 좀 보십시오. 우리 짐이 얼마나 많은가? 이걸 어떻게 다 들고 집으로 가겠습니까? 연어팀의 포터로 참여시켜 회귀까지 시켜줬으니 블루볼은 그냥 두고 가시죠?”

최강철은 아공간마법이 인챈트 된 블루볼을 노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아니 누구라도 블루볼의 존재를 안다면 꼭 가지고 싶은 완소 아이템일 것이다.

서진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애초에 회귀를 한 후 물건만 넘겨주면 내일은 끝나는 겁니다. 또한 블루볼은 내가 목숨을 걸고 회귀를 하는 대가로 차원의 지배자 신성일로부터 받은 것입니다. 블루볼의 소유권은 분명히 나한테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아닙니까?”

최강철은 서진의 포크로 꼭 찍는 듯한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

분위기가 묘하게 흐르자 민연서가 앞으로 나섰다.

“강철 씨, 갑자기 왜 남의 물건에 욕심을 내는 거예요?”

“연서 씨, 아닙니다. 난 그저 블루볼은 좀 빌려달라고 한 것뿐입니다.”

최강철은 민연서가 따지고 들자 곧바로 꼬리를 내렸다.

서진은 최강철의 그런 모습에 싸늘한 비웃음을 흘렸다.

그런데 불똥이 엉뚱한 데로 튀어갔다.

“블루볼을 달라는 것도 아니고 잠시 빌려달라는 것 아닙니까? 그러지 말고 놓고 가세요. 나중에 돌려드리겠습니다.”

강무호가 블루볼에 욕심이 났는지 엉뚱한 소리를 해댔다. 그러자 원범수도 그의 말에 합세를 하며 해서는 안 되는 소리를 하고 말았다.

“목숨을 걸고 회귀를 해요? 아니 당신에게 걸만한 목숨이 어디 있었다고 블루볼을 대가로 줍니까? 난 신성일이 당신에게 블루볼을 주겠다고 하는 말을 결코 들어본 적이 없소.”

“지금 말 다했습니까?”

“다했소. 아니 다했다. 왜?”

“지금 막나가자는 겁니까?”

“그럼 뭐 안 될 것 있어? 회귀해서 팔자 고쳤으면 대가를 지불해야할 거 아니야? 블루볼 좀 빌려달라는데 왜 그렇게 말이 많아? 우리가 달라고 그랬어? 그냥 빌려달라는 거잖아.”

원범수가 서진에게 있는 대로 짜증을 내며 막말을 하자 분위기가 급격히 험악해졌다.

그러나 서진은 오히려 이런 도발이 반갑기만 했다.

안 그래도 울고 싶었는데 누군가 뺨을 때려주는 격이었다.

분풀이라도 하고 싶었는데 마침 이렇게 알아서 죽여 달라고 애를 쓰고 달려드니 얼마나 고마운 줄 몰랐다.

서진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의 눈에서 차가운 살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중대형마수를 상대로 수도 없이 싸워대며 갈무리했던 그의 살기가 풀리자 주변의 공기가 일순 싸늘하게 식는 것만 같았다.

서진이 막 몸을 움직여 원범수를 족치려고 할 때, 기가 막히게도 민연서와 오공유가 동시에 서진과 원범수 사이로 뛰어 들었다.

“너 미쳤어? 왜 말을 그렇게 해?”

“범수 씨, 도대체 왜 그래요? 뭐 잘못 먹었어요? 성일 씨가 블루볼을 대가로 주겠다고 얘기할 때 나랑 같이 옆에 있었잖아요.”

“아, 아니 그게 아니라…….”

민연서와 오공유가 동시에 나서자 원범수는 크게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강무호를 쳐다봤다. 눈으로 도와달라고 계속 신호를 보냈지만 강무호는 아예 모르는 척 하며 고개를 옆으로 돌려버렸다.

최강철이 민연서에게 목을 매는 이상, 민연서가 나서는 일은 결코 그녀 혼자만의 일이 아닌 게 된다. 일이 어떻게 굴러가든 반드시 최강철이 그녀의 편을 든다는 것을 그들은 그동안의 오랜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었다.

거기에다 오공유까지 나서버리자 이미 숫자상으로도 3:2 로 역전이 되어 그들의 암묵적인 블루볼 강탈시도는 불발로 끝나고 말았다.

문제는 화를 풀 수가 없게 된 서진이었다.

그는 열을 받을 대로 받았다가 시원하게 풀어버리지 못하고 꽉 막히자 오히려 앙금이 남아 고통스러워졌다.

서진의 그런 상태를 눈치 챈 메딕이 슬쩍 유혹의 목소리를 냈다.

-마스터, 강무호와 원범수만 죽여 버리죠?

“으음.”

당장 ‘죽여!’하고 소리치고 싶은 것을 꾹 참느라 서진은 주먹이 다 부들부들 떨렸다.

‘시발, 앞으로는 절대 뜸 들이지 말아야지.’

그는 속으로 자신이 0.1초 동안 망설인 것에 대해 크게 후회했다.

그런데 하늘이 그를 보우하사 반성을 하자마자 바로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

“다들 그만! 우리가 왜 저 병신새끼 때문에 싸워야하는 건데? 그냥 가자.”

서진 때문에 내부분열이 일어나려고 하자 보다 못한 최강철이 그만 속내를 입 밖으로 내뱉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병신새끼? 이거 욕이지? 기회다!’

서진은 본능적으로 이런 기회가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것을 예감했다.

팡!

그의 몸이 땅바닥을 힘차게 밟으며 최강철을 향해 폭사했다.

공기를 찢어발기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얼마나 이 기회를 놓치기 싫었던지 서진은 뇌정까지 운용하며 이 순간에 집중했다.

그러자 마치 비디오테이프가 늘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주변의 시간이 느리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시간이 느려진 것이 아니라 그의 뇌가 극도로 활성화되어 그렇게 느껴지는 현상일 뿐이다.

현재 서진은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온몸으로 느끼는 모든 신경의 반응속도가 배 이상 빨라졌다. 그러니 평소에도 스피드에는 자신이 있었던 그의 움직임이 눈부시게 빨라질 수밖에 없었다.

퍽! 콰직!

“크아아악!”

서진은 최강철의 턱에 주먹을 꽂아 넣음과 동시에 발로 그의 한쪽 무릎을 밟아버렸다.

최강철은 턱뼈가 부러지고 무릎이 작살나는 고통에 참혹한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하지만 서진의 공격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빡! 빠각! 우두두둑!

“끄어어억!”

쓰러지는 최강철의 가슴을 사커킥으로 두 번 걷어차서 갈비뼈를 부러뜨리고 한쪽 발목을 발로 짓밟아 산산조각을 내놓았다.

이 모든 일이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났다.

그제야 서진의 기습을 눈치 챈 오공유와 민연서가 고개를 돌리며 소리를 질렀다.

“그만!”

“안 돼!”

서진은 기왕 시작한 것 끝장을 보려는 마음으로 쓰러진 최강철의 목을 향해 발을 들었다. 목뼈를 부러뜨려 죽이는 한이 있더라도 후환은 남겨놓지 않으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순간 재수 없게도 민연서와 그만 눈이 딱 마주쳐버렸다.

서진이 움찔하는 순간, 민연서의 입술이 달싹거렸다.

“힐, 힐, 힐, 힐…….”

민연서가 최강철에게 힐을 넣어주기 시작했다.

최강철의 몸에서 우윳빛 뿌연 빛이 솟구치며 눈에 띄게 상처가 아물어져갔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게 전부란 말이다.

민연서의 얼굴이 하얗게 변하고 이마에 땀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그리곤 몸을 비틀거리더니 그만 제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그녀가 A급 힐러인 상태였다면 아마 힐 한 방에 최강철의 상처가 모두 나아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지금 A급 힐러가 결코 아니었다. 이제 막 능력자가 된 초보 힐러일 뿐인 것이다.

“이 개새끼가…….”

“죽어라!”

“안 돼!”

강무호와 원범수가 서진을 향해 동시에 달려들었다.

오공유가 그들에게 소리를 질러 만류했다.

강무호는 주먹으로 서진의 안면을 노리고 들어왔고, 원범수는 서진의 옆구리를 노리고 달려들었다.

하지만 강무호는 미래의 그레이트소드 강무호가 아니었고, 원범수도 미래의 매직딜러 원범수가 아니었다. 머릿속에는 온갖 고급기술들이 다 들어 있었지만 몸은 이제 막 각성한 초보능력자에 불과했다. 그들의 공격은 그저 서진의 분을 풀어주는 샌드백의 역할을 자초하게 만들 뿐이었다.

퍼걱 우둑! 빠각 우두두둑!

“으아악!”

“크아악!”

강무호와 원범수가 참혹한 비명을 내질렀다.

강무호의 팔 전체가 축 쳐져 덜렁거렸고 원범수의 팔꿈치가 반대로 돌아가 있었다.

서진이 강무호가 내지른 팔을 잡아 옆구리에 끼면서 그대로 어깨에서 뽑아버렸다. 그리고 원범수의 공격은 살짝 옆으로 피하면서 그의 손목을 잡아당기고 손바닥으로 팔꿈치를 강하게 쳐서 역방향으로 꺾어버린 것이다.

실로 소름끼치도록 잔인하고 무서울 정도로 빠른 깔끔한 관절기가 아닐 수 없었다.

============================ 작품 후기 ============================

* 다음편은 12시 17분에 예약걸어놓았습니다.

추천 한방씩 꽝꽝 찍어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선호작, 추천, 코멘트, 쿠폰, 후원 고맙습니다!

시원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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