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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장 - 힘이 진리다.
“하하하, 당연히 쏴야지. 하지만 지금 말고 나중에 근사하게 한 턱 쏠게.”
“무슨 바쁜 일이라도 있는 거야?”
“응!”
“그렇구나.”
깅백호와 우동면은 서진이 바쁘다니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수긍했다. 하지만 그것은 완전한 그들의 오해였다.
“아니 나 말고 너희들 말이야.”
“우리들?”
“그래. 너희 둘과 여기 제니와 마리는 오늘저녁부터 당장 던전으로 들어가서 헤븐 가디언즈 제1공격대의 도움을 받아 마수들을 처리하고 레벨을 올리도록 해. 목표한 레벨 채울 때까지는 앞으로 집에 갈 생각도하지 말고 던전에서 지내.”
서진의 단호한 말에 강백호와 우동면, 제니와 마리 모두 입을 떡 벌리고 놀라워했다.
“그건 너무한 것 아냐? 집에도 들어가지 말고 마수를 잡으라니…….”
“도대체 우리가 누구와 레벨을 맞추기 위해 그렇게 미친 듯이 레벨을 올려야하는 건데?”
강백호와 우동면이 즉각 반발했다.
하지만 서진에게는 씨알도 안 먹힐 귀엽지도 않은 앙탈에 불과했다.
“나를 위해서야.”
엄지를 들어 자신을 가리키는 서진을 본 우동면은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네가 그 정도로 레벨이 높다는 말이야?”
“응.”
“레벨이 얼마나 되는데?”
“30대 중반이야.”
서진을 뺀 모두의 얼굴이 놀라움으로 가득 찼다.
“허걱!”
“우아! 대격변이 시작된 지 겨우 일주일 만에 레벨을 30대 중반으로 올렸다고?”
“그래.”
그의 천연덕스런 대답에 다들 조금은 허탈한 표정이 됐다.
아직도 한 자리 숫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자신들과는 달라도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다.
“도저히 믿기지가 않네. 도대체 어떻게 하면 그렇게 빨리 레벨을 올릴 수 있는 거지?”
“죽어라고 마수를 잡다보면 저절로 올라. 그리고 너희도 충분히 레벨 30대를 찍을 수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만약 안 되면 내가 되게 만들어줄게. 레벨 30이면 아마 국내 톱, 아니 세계 톱클래스가 되는 거야.”
“그으래? 그렇다면야…….”
“진짜? 흐흐흐흐!”
강백호와 우동면은 서진의 말에 깜빡 넘어가 이제는 좋아죽겠다는 표정으로 변해갔다.
몸은 좀 피곤하겠지만…… 레벨 30을 찍는 것은 절대 손해볼일이 아니다. 오히려 먼저 제발 좀 도와달라고 통사정을 해도 모자랄 판이다. 서진과 친구가 된 것이 행운이라는 생각이 그들의 뇌리를 스쳐갔다.
좀 단순한 성격의 강백호와 우동면과는 달리, 제니와 마리는 그들의 앞에 고생길이 훤히 열렸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렇다고 그 길을 거부하거나 몸을 뺄 생각을 없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능력자의 세계에서는 강한 자가 진리라는 것을 그들은 이미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 파티이름 없어요?”
제니가 서진을 향해 물었다.
그러고 보니 파티이름을 아직 짓지 않았다.
서진은 파티원 네 명을 차례로 보면서 물어봤다.
“파티를 만들었으니 아무래도 파티이름을 지어야겠지? 파티이름을 뭐로 하면 좋을까?”
“독수리오형제!”
“손오공!”
“원피스(One piece)!”
“판타스틱 파이브!”
이렇게 파티원들의 열화 같은 참여가 있을 줄은 몰랐던 서진은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지만 파티원들이 얘기한 파티이름 중 가슴에 와 닿는 것은 아직 없었다.
“음, 조금 더 생각해보고 결정하도록 하자. 그전까지는 일단 서진파티로 부르자.”
“에이, 그럴 거면 왜 물어봤어? 정의와 의리의 상징으로 독수리오형제가 딱 인데…….”
“난 손오공이 참 좋은데 뭐라고 표현을 할 수가 없네.”
“원피스란 이름 얼마나 멋져요. 표현도 중의적이고 의미심장하잖아요.”
“역시 판타스틱 파이브가 파티이름으로 제일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서진은 자신들의 의견을 굽히지 않는 파티원들을 보고는 괜히 물어봤다고 후회했다. 아무래도 파티이름을 짓는 것은 외부 전문가들의 도움을 좀 받아야할 것 같았다.
“자자! 던전으로 들어갈 차량을 부를 테니까 모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
“아니 벌써요?”
“오빠, 밥 먹고 이제 시간이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부터 마수들과 싸우라고 던전으로 밀어 넣어요?”
마리와 제니가 살짝 인상을 쓰자 서진은 마치 애를 달래듯이 부드럽게 다독거렸다.
“지금도 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세계최강의 파티가 되려면 계획보다 조금 빠듯하게 움직이는 것이 좋아. 나중에 실컷 놀게 해줄 테니까 지금은 빨리 던전에 들어가서 레벨 좀 올리도록 해라.”
“네, 마스터.”
“히잉, 알았어요.”
마리가 바로 태도를 바꿔 씩씩하게 대답을 하자 제니도 어쩔 수 없다는 듯 콧바람소리를 내명 고개를 끄덕였다.
서진은 말이 나온 김에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한정식 식당을 나섰다.
주차장에 도착하자 어느새 그들을 태울 소형전술차 2대가 와서 대기를 하고 있었다.
그것을 보자 강백호와 우동면은 뭔가 당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제니와 마리도 서진의 발 빠른 움직임에 조금은 서운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서진은 오히려 그들의 등을 떠밀어 소형전술차에 태우기 바빴다.
“다 탔지? 그럼 레벨 다 올리고 나서 보자. 출발!”
부우우우웅 부우우우웅!
서진이 차의 윗부분을 손을 탁탁 치면서 소리치자 소형전술차 2대는 지체 없이 출발했다. 창문 밖으로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서진을 바라보는 제니의 볼이 불만으로 잔뜩 부풀어져 있었다. 서진은 그 모습에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하하하하!”
-마스터, 즐거우십니까?
“응, 오랜만에 친구들을 보니까 기분이 좋네.”
-제니와 같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고요?
“물론 그런 점도 있지.”
-마리도 마스터를 마음에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리가 자신을 생각하는 마음은 진즉에 알고 있었다.
사랑과 동경과 감사와 충성심이 절묘하게 섞여있는 그녀의 마음을 말이다.
“흐음, 그건 모른척해야지.”
-그렇습니까?
“모든 여자를 다 내 여자로 만들 수는 없잖아.”
당당한 그의 말투에 메딕은 뭔가 욱한 것 같은 말투가 튀어나왔다.
-모든 여자를 다 마스터에게 반하게 만들 자신이 있다는 소리로 들립니다만.
“난 그렇게 얘기한 적 없다.”
-일부일처제 법률 때문에 그러십니까?
“뭐 꼭 그런 것 때문은 아니야.”
-그럼 상황만 정리 된다면 그럴 의향이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일부일처제를 없애고 일부다처제로 법을 바꿀까요?
“메딕, 오버하지 마. 지금은 제니 하나도 감당할 마음의 여유가 없어.”
서진의 말에 메딕이 바로 입을 다물었다.
그가 캐딜락리무진에 올라타자 로이가 차를 출발시켰다.
“메딕! 그런데 아직도 못 찾았어?”
-죄송합니다.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내가 누구를 말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차원의 지배자 신성일을 찾아보라고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래, 맞아. 그를 꼭 찾아야해.”
-혹시 뭔가 의문점이라도 발견하셨습니까?
“메딕은 이상하지 않아? 어떻게 그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을 수가 있지? 마이키나 메딕의 데이터베이스는 물론이고 국내외의 모든 서버와 데이터베이스를 찾아봐도 전혀 찾을 수가 없잖아. 이건 마치 그가 의도적으로 자신을 찾지 못하게 하려고 일부러 정보를 은폐해놓은 것 같잖아.”
-마스터의 말씀을 들어보니 확실히 그런 점이 없진 않군요. 그럼 그의 얼굴사진을 가지고 아예 공개수배를 해볼까요?
“공개수배?”
-네, 그렇습니다. 10억 원 정도 상금을 내걸고 전 세계의 매스컴에 노출시키면 금방 찾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것도 나쁜 방법은 아니군. 한번 시도해봐.”
-네, 마스터.
서진은 가만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생각해봤다.
‘도대체 왜 회귀를 하면서 과거의 자신을 꼭 찾아서 도와달라고 하거나 밀어달라고 부탁하지 않았을까? 아니 왜 자신의 정보를 저렇게 철저히 은폐를 했을까? 지금 이 시기에 우리가 그를 봐서는 안 되는 무슨 숨기고 싶은 비밀이라도 가지고 있나? 회귀 스킬을 쓰면 100% 죽는다고 했는데 정말 그게 사실일까? 그는 이미 정말 죽었을까? 회귀가 S급 스킬이라는 것은 어떻게 확신할 수 있지? 만약 회귀 스킬을 써도 죽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는 거지? 그럼 그는 또다시 누군가를 회귀시켰을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이상했다. 의심하기 시작하자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수상했다.
기분이 더러워지고 참을 수 없는 불쾌감이 온몸에 진득하니 달라붙었다. 마치 한여름에 땀을 잔뜩 흘리고 집에 돌아와 샤워도 하지 않고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침대 위에 누워버린, 그런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던전으로 가야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찾을 수 없는 상황에서 고민을 계속하느니 차라리 한 마리 마수라도 더 때려잡고 레벨업이나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로이, 보라매던전으로 가자.”
“네, 마스터.”
로이가 핸들을 꺾자 메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스터, 곧 성북구에 있는 정릉던전이 열립니다.
“알고 있어. 하지만 그곳은 따로 쓸데가 있어.”
-그럼 당분간 보라매던전을 이용하시겠군요.
“언데드 던전이라 까다로운 점도 없진 않지만 오히려 나한테는 그런 곳이 레벨업하기 좋지.”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알고 준비를 시키겠습니다.
“준비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어. 난 로이만 데리고 들어갈 거니까.”
-언데드를 잡고 정수만 챙길 것이 아니라 이제는 언데드 사체도 적당히 수거해야합니다. 특히 언데드의 뼈는 대마수용탄환을 만드는데 꼭 필요한 재료입니다.
“헤븐 가디언즈의 능력자들도 언데드 잡잖아. 굳이 나까지 언데드 뼈를 수거해야할 일이 있어?”
-대격변이 시작되고 일주일이 지나면 차원의 균열에서 쏟아져 나오는 마수들의 숫자가 대폭 줄어듭니다. 하지만 한 달이 되는 시점에 새로운 차원의 균열이 생기고 마수웨이브가 시작됩니다. 그때를 대비해서 대량의 대마수용탄환, 그것도 중기관총에 사용할 대구경탄환을 비축해 놓아야합니다. 마스터께서는 블루볼을 가지고 있으셔서 누구보다도 언데드 사체를 수거하기가 용의합니다. 그러니 언데드 사체처리를 위해 사체처리반 1개조만 데려가주십시오.
“으음.”
메딕의 말을 들어보니 일리가 있었다. 블루볼을 이용하면 자신이 잡은 언데드 사체를 보라매던전의 생명길에 쌓아놓을 수 있다. 뒤에서 사체처리반이 따라오면서 처리하면 아마 꽤나 많은 언데드 사체를 챙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차라리 1시간만 스켈레톤 밭에서 몸을 풀어볼까?”
-모든 사체처리반를 즉시 동원하겠습니다.
“하하하, 이거 생각보다 언데드의 뼈의 수급상황이 좋지 않는 모양이군.”
좀 귀찮기는 하지만 서진이 보라매던전 안 죽음의 대지에서 스켈레톤 밭을 한 바퀴 휩쓸어주기만 해도 대마수용탄환의 재료수급에 숨통이 트일 것이다. 그는 자신의 시간을 딱 한 시간만 희생해서 세상에 조금 보탬이 되는 일을 하기로 결심했다.
메딕이 로이에게 뭔가를 지시했는지……. 캐딜락리무진은 갑자기 속도를 냈다. 그리고 서진이 탄 차는 단 한 번도 신호등에 걸리지 않고 거침없이 도로 위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 * *
휘이익! 쾅!
드드드드드!
거대한 워해머가 둥근 원을 그리며 위에서 아래로 곧바로 떨어지자 최강철은 감히 막는 것을 포기하고 급히 뒤로 물러섰다.
땅바닥을 후려친 워해머는 대지를 움푹 파놓고도 힘이 남아 지진이 일어난 것 같은 강한 진동을 주변에 퍼트렸다.
그 강렬한 포스에 그들은 속으로 침음성을 흘렸다.
“저놈의 공격을 일단 막아야해.”
“누가 몰라서 그래? 막기 힘드니까 피하는 것 아냐.”
강무호가 계속된 오크나이트의 공격에 짜증 섞인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최강철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대꾸했다. 철벽의 탱커라는 별명도 A급 능력자일 때나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지 이제 막 20대 레벨에 진입한 그로써는 완연한 E급 하급마수 오르그나이트의 강대한 힘이 담긴 워해머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저걸 잘못 막다간 즉사한다.’
어느새 그의 머릿속에는 그런 공식이 성립되어 있었다.
오공유가 오르그나이트의 빈틈을 노리고 화살을 한 대 날렸다.
핑! 텅!
하지만 그의 화살은 오르그나이트의 왼쪽 어깨에 달려있는 방패처럼 생긴 갑옷에 맞고 튕겨져 나갔다. 오르그나이트가 화살이 날아오는 것을 보고 순간적으로 몸을 틀어 갑옷으로 막은 것이다. 마수치고는 전투센스가 상당했다.
“저 새끼 눈치가 보통이 아니야.”
“E급 마수, 오르그나이트야. 절대 방심하면 안 돼. 파이어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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