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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 장 - 마수웨이브
자세히 살펴보니 회색연기는 중년기사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팬텀소드에 영혼을 봉인할 수 있습니다. 듀라한의 영혼을 봉인하시겠습니까?]
갑자기 머릿속에 알림창처럼 누군가의 질문이 떠올랐다.
‘이거 혹시 팬텀소드가 보내는 메시지인가?’
-네 그렇습니다.
“어라? 내 생각을 읽었네?”
-팬텀소드는 주인의 생각을 읽을 수 있습니다.
“호오, 너 혹시 에고소드냐?”
-그렇습니다. 저는 에고를 가지고 있는 소드인 팬텀소드입니다.
“헐! 이거 오늘 하루 동안 너무 놀라운 일이 많이 생기네.”
-앞으로 저를 통해 더욱 놀라운 일들이 많이 보게 되실 것입니다.
서진은 팬텀소드의 말이 재미있어 절로 웃음이 나왔다.
“하하하, 그건 그렇고 팬텀소드에 듀라한의 영혼을 봉인하게 되면 어떻게 되지?”
-팬텀소드의 힘이 더욱 강해집니다. 당연히 마수들에게 보다 많은 데미지를 줄 수 있습니다.
“그럼 봉인된 듀라한은 어떻게 되는데?”
-영혼의 힘과 에너지가 모두 빨린 후에 서서히 소멸합니다.
“뭐야?”
그는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 팬텀소드가 괜히 초혼검이 아니었다.
언데드에게 아직 영혼이 남아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팬텀소드에 영혼을 봉인하게 되면 영혼의 힘과 에너지가 모두 빨린 후에 소멸된다는 사실이 그에게는 더욱 끔찍하고도 놀라웠다.
서진은 바로 고개를 내저었다.
“아무리 언데드라지만 영혼을 소멸시키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 이 듀라한의 영혼을 당장 풀어줘!”
-네, 주인님의 명하신 대로 하겠습니다.
팬텀소드는 두말없이 서진의 뜻에 따라 듀라한의 영혼을 풀어줬다. 그러자 회색의 연기 같은 것이 검신으로부터 마구 풀어져 나오더니 몽실몽실 그의 눈앞에서 하나로 뭉쳐졌다.
화악!
회색의 연기 안에서 갑자기 강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는 너무도 환한 빛에 놀라 자신도 모르게 한손을 들어 눈을 보호했다.
잠시 그대로 가만히 기다리자 조금씩 빛이 사그라졌다.
서진은 슬그머니 손을 내리고 앞을 쳐다봤다.
거기에는 더 이상 회색의 연기가 존재하지 않았다. 대신 중후한 중년의 기사가 한 명 서 있었다.
기사는 반투명한 영혼의 상태로 바뀌어져있었는데 서진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자꾸 뭐라고 말을 걸었다. 하지만 소리가 하나도 귀에 들리지 않았다.
서진은 그냥 물끄러미 기사가 하는 양을 지켜보다 그가 웃자 자신도 덩달아 따라서 웃어줬다.
그러자 뭔가 감격한 표정을 짓더니 기사는 한쪽 무릎을 꿇고는 서진을 향해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도대체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던 서진은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며 계속 가만히 쳐다보는 수밖에는 없었다.
인사를 마친 기사는 다시 일어서더니 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것은 마치 작별인사를 하는 것 같았다.
서진은 그 모습에 가만히 있기가 뭐해서 자신도 모르게 한손을 들어 마주 흔들어줬다.
번쩍!
순간 중년기사의 모습을 한 영혼이 환한 빛에 휩싸였다.
이번에는 아까처럼 밝은 빛인데도 불구하고 전혀 눈이 부시지 않았다.
다만 따뜻하고 포근했다.
기사는 곧장 하늘 위로 빠르게 치솟아 사라져갔다.
고개를 위로 들고 하늘을 쳐다봤지만 이미 떠나갔는지 어디에도 기사의 모습을 한 영혼을 찾을 수 없었다.
‘갔나보네.’
서진은 그가 떠났다는 것을 확신하자 길게 심호흡을 한번 하더니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가 천국으로 갔는지 지옥으로 갔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그의 영혼이 소멸되지 않고 영혼의 안식을 취하러 간 것만은 확실했다.
서진은 듀라한의 영혼을 팬텀소드에 봉인하지 않고 풀어주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띠링!]
[칭호! 스탯!]
그때 서진의 머릿속에서 전혀 생각지도 못한 알림음이 들려왔다.
‘뭐지?’
서진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호기심이 치밀어 올라 즉각 상태창을 열어 확인해봤다.
그의 입이 놀라서 떡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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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서진
등급: E
칭호: 회귀자(올스탯+5), 한계를 넘어서(E, 올스탯+5), 영혼의 친구(올스탯+5)
고유능력: 뇌정(EX), 영혼의 아공간(EX), 이지스(E)
레벨: 40 / 01%
생명력 400/400 마나 1050/1050
스탯(5+40): 근력 10(+15), 민첩 10(+15), 체력 10(+15), 지력 25(+15), 마력 25(+15), 영력 10(+15)
스킬: 레이더(E), 탐지(E, 120m), 매직미사일(E, 5개), 감정(E), 감별(E), 감지(E 4.1m), 탄두강화(E, 4배), 투시(E), 마나부스터(E, 50%), 쇼크웨이브(E)
장비: 팬텀소드, 디바인실드, 레드볼, 전신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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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칭호 칸에 새로운 칭호가 추가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영혼의 친구’라는 칭호로 무려 ‘올스탯+5’의 효과를 가지고 있는 반가운 녀석이었다.
거기에다 스탯 칸에 새로운 스탯인 ‘영력’이 개방되어있었다.
‘도대체 이건 뭐에 쓰는 물건인고?’ 하고 살펴봤지만 아직은 전혀 감도 잡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영력 스탯이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었다. 혹시 또 누가 알겠는가? 나중에 이 스탯이 자신에게 정말 큰 도움이 될지…….
‘뭔가 좋은 일을 해서 복을 받은 건가? 아니면 아까 그 영혼의 기사가 고맙다고 나한테 칭호와 스탯을 주고 간 건가?’
확실히 알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횡재했다!’
그렇다. 오늘은 진짜 횡재한 날이다.
그리고 정말 뭐를 해도 되는 날인가보다.
쿵! 쿵!
그때였다.
갑자기 어디선가 육중한 진동이 느껴졌다.
‘뭐지?’
서진은 일단 레이더부터 켰다.
그러자 곧바로 자신의 탐지거리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있는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의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졌다.
‘헉, 데스 켈베로스다. 그것도 두 마리!’
파앙!
언데드 마수의 정체를 파악한 순간 서진은 이미 생명길을 향해 전력으로 질주하고 있었다. 아니 전력을 다해 도망치고 있었다.
그의 몸이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공기를 찢어발기면서 빛과 같은 속도로 날아갔다.
가히 삼십육계 줄행랑의 진수를 보여주는 재빠른 움직임이었다.
켈베로스는 C+급 마수다.
언데드 마수가 되었으니 등급이 좀 떨어졌을 것이다. 그래도 최하 C급은 될 것이다.
그런 데스 켈베로스 두 마리가 그를 향해 다가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당연히 튀는 게 상책이다.
괜히 겁도 없이 얼쩡거리다 잘못 걸리면 지금까지 노력해왔던 모든 것들이 일순 물거품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이제 갓 E급에 오른 능력자인 서진은 C급 마수 두 마리, 그것도 언데드 중대형마수 앞에서 오늘 겸손을 배웠다.
어떤 의미로든……. 오늘 그는 뭐를 해도 되긴 되는 날이 분명하다.
데스 켈베로스 두 마리가 뒤늦게 나타나 킁킁거렸다.
진한 생명의 향기를 놓친 것이 무척이나 아쉬워하는 모습이다.
여기는 이런 언데드 중대형마수들이 득실거리는 죽음의 대지다.
* * *
8월8일 월요일, 인천 월미도.
“꺄아아악!”
“아아아악!”
인천광역시 중구 월미문화로 81, 월미테마파크 안에서 갑자기 여자들의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들의 비명은 대격변이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난 현재, 간신히 충격에서 벗어난 지구 74억 명의 인류에서 새로운 위협의 시작을 알려주는 신호탄이 되었다.
푸타타타타타!
푸타타타타타!
하늘에 기동헬기 두 대가 나타났다. 그들은 월미테마파크를 중심으로 상공에서 커다랗게 원을 그리며 선회했다.
-어미새, 여기는 아기새다. 차원의 균열을 확인했다.
-아기새, 정말 차원의 균열이 맞는가?
-차원의 균열이 틀림없다. 사진과 영상을 보냈으니 확인하기 바란다.
-알겠다. 즉시 기동타격대를 출동시키겠다.
월미테마파크로 놀러온 인천시민들의 신고를 받은 국방부에서 기동헬기를 보내 현지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받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출동시키려는 기동타격대보다 훨씬 빠르게 월미테마파크로 향하는 자들이 있었다.
부우우웅 부우우웅 부우우웅…….
수십 대의 소형전술차와 중대형전술차가 월미테마파크 옆 마트주차장으로 끝도 없이 줄지어 들어갔다. 소형전술차와 중대형전술차가 차례로 마트주차장에 멈추자 곧 차량 안에서 소총과 기관총을 비롯한 온갖 소화기로 무장한 오백 명의 대원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들은 시가전에 특화된 디지털무늬가 들어간 전신슈트를 입고 머리에는 날렵한 헬멧을 쓰고 있었는데 가슴에 총칼이 교차한 문양의 마크를 동일하게 달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이곳에 올 전부가 아니었다.
부우우웅 끼이익, 부우우웅 끼이익…….
곧이어 방금 들어온 것만큼의 소형전술차와 중대형전술차가 마트주차장으로 들이 닥쳤다. 차량이 멈추자 안에서 창칼과 방패, 활과 각종 둔기 등으로 무장한 자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들도 역시 시가전에 특화된 디지털무늬가 들어간 전신슈트를 입고 머리에는 날렵한 헬멧을 쓰고 있었는데 가슴에는 하늘과 구름을 형상화한 동그란 마크를 달고 있었다.
먼저 도착한 자들은 헤븐 시큐리티에서 긴급 출동한 대원들이고, 뒤를 따라 도착한 자들은 헤븐 가디언즈 인천지점 능력자들이었다.
헤븐 가디언즈는 국내에 서울 본부를 시작으로 6개의 지점이 만들어졌다.
서울, 경기, 부산, 인천, 대구, 대전, 광주에 각각 하나씩 존재하는 것이다.
헤븐 시큐리티 대원 오백 명은 차에서 내리기가 무섭게 중형전술차에 싣고 온 온갖 바리게이트를 들고 월미테마파크 안으로 달려갔다.
“주요 통로에 바리게이트를 설치하라.”
“차원의 균열 주변에 크레모어를 설치하라.”
“교차사격을 위해 주요 포인트에 중기관총을 거치하라.”
그들은 최대한 월미테마파크 안의 지형지물을 이용해 바리게이트를 보강하고 건물 옥상과 각종 놀이시설 위에 중기관총과 고속유탄발사기 등을 거치해 마수웨이브를 준비했다.
헤븐 가디언즈 인천지점 능력자 오백 명도 가만히 그들이 준비하고 있는 것을 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그들은 원거리딜러와 근거리딜러, 두 개의 팀으로 나누고 파티별로 세분화시켜 월미테마파크 안 사방으로 흩어졌다.
“원거리팀은 모두 건물 옥상이나 각종 놀이시설 위로 올라가라.”
“가급적이면 중기관총 진지 옆에 자리를 잡아.”
원거리딜러들은 헤븐 시큐리티 대원들이 설치한 중기관총 진지 옆에 자리를 잡았다. 유사시에 헤븐 시큐리티 대원들과 힘을 합칠 생각까지 미리 염두에 둔 것이다.
“근거리팀은 출입구와 통로를 지킨다. 모두 빨리 움직이자.”
근거리딜러들은 월미테마파크의 출입구와 주요통로를 틀어막았다.
단 한 마리의 마수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이렇게 헤븐 시큐리티 대원들과 헤븐 가디언즈 인천지점 능력자들이 월미테마파크에 새로 생긴 차원의 균열을 상대하기 위해 분주하게 준비를 하고 있는 사이, 주차장 안으로 두 대의 소형전술차가 도착했다.
부우우우웅 끼익! 부우우우웅 끼익!
덜컹!
“마스터, 도착했습니다.”
“수고했어. 로이!”
“천만에요.”
로이가 차문을 열어주자 서진이 밖으로 나오면서 로이의 어깨를 살짝 두드렸다.
그 사이, 네 명의 남녀가 차에서 내려 서진의 옆으로 다가왔다.
“이게 뭐야? 월미도로 놀라가는 줄 알았더니 차원의 균열 앞이네?”
“오빠, 이거 너무한 거 아니에요? 벌써 3주 동안 던전에 처박혀있었다고요. 이러다가 나도 마수가 되어버릴 것 같아요.”
강백호와 제니가 차례로 불만을 터트렸다.
“그래서 오기 전에 호텔에 들러서 뷔페도 먹고 사우나도 하고 너희들을 위해 준비한 새 전투슈트도 지급했잖아.”
“어쩐지 한 달도 안 되어 벌써 부른 게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기대한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그냥 여기도 던전 안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
오히려 우동면과 마리가 초탈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의외였다.
“대격변의 하위축소버전인 마수웨이브가 일어날 것 같다는 보고를 받았어. 그래서 너희들을 일부러 실전경험도 쌓을 겸 그동안 얼마나 강해졌는지 테스트도 해볼 겸 이곳으로 데리고 온 거야.”
“마수웨이브라니?”
“말했잖아. 대격변의 하위축소버전이라고.”
“그런 게 있었어?”
“있으니까 불렀지.”
우동면은 잘 이해가 안 간다는 몸짓을 보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서진은 생색낼 수 있는 것부터 열심히 얘기했다.
“너희들은 나 때문에 정말 특별대우를 받고 있는 거야. 저기를 좀 봐봐! 누구하나 너희들이 입고 있는 신형 전신슈트를 보급 받은 사람 있어? 거기에다 가슴과 등에 그려진 사신도(四神圖)를 좀 봐! 멋지지 않아?”
“멋있긴 하네. 그런데 이게 무슨 뜻이야?”
강백호가 조금은 수그러든 표정으로 서진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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