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둠레이더-86화 (86/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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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 장 - 마수웨이브

“사신도(四神圖)는 동서남북을 지키는 네 가지 상징적인 신수(神獸)를 그린 그림이야. 세상의 질서를 지키는 동(東) 청룡(靑龍), 서(西) 백호(白虎), 남(南) 주작(朱雀), 북(北) 현무(玄武)를 말하는 거지. 앞으로 청룡은 우동면, 백호는 강백호, 주작은 제니, 현무는 마리를 상징하게 될 거야.”

“주작이면 피닉스(phoenix, 불사조)를 말하는 건가요?”

“뭐 그렇게 불러도 무방할 것 같긴 하네.”

제니의 말에 서진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그렇다고 치고……. 그럼 너는?”

“난 당연히 세발달린 태양새, 삼족오지.”

“그러니까 넌 태양을 상징하는 삼족오고, 우린 너를 돕는 사신(四神)이다. 이거냐?”

“맞아. 어떻게 알았지? 정확하게 의미까지 맞춰버렸네.”

강백호는 서진이 바로 인정을 해버리자 할 말을 잃고 눈만 깜빡거렸다. 어찌됐든 서진파티의 파티장은 서진이 분명했다. 그러니 자신들이 그를 돕는 사신의 위치라는 것이 굳이 뭐라고 따질 얘기는 아니었다. 사실 강백호는 자신의 이름과 같은 백호의 그림이 무척 마음에 들기도 했다.

우동면은 서진에게 다가와 그의 가슴에 그려진 삼족오를 손으로 쿡쿡 눌러보더니 자신의 청룡과 비교를 했다.

“뭔가…… 너의 그 세발달린 태양새가 내 청룡보다 좀 더 멋있는 것 같아.”

“그럼 나중에 더 멋진 청룡을 그려줄게.”

“그, 그럴래?”

우동면은 좀 화를 내고 싶었는데 자꾸 서진의 말에 말려버리자 괜히 숨만 거칠어졌다. 그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서진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괜히 쓸데없는데 힘 빼지 말고 오늘 마수나 많이 잡아. 그럼 보너스 팍팍 밀어 줄 테니까.”

“보너스?”

“그래.”

“현찰박치기야?”

“당연하지.”

“오잉!”

우동면은 서진의 당근에 바로 넘어가버렸다. 어차피 마수를 잡아야하는데 보너스까지 챙겨준다고 하니 더 이상 거절할 명분이 없었다.

“좋아. 그럼 우리는 어디로 가지?”

“저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자. 거기서 지켜보고 있다가 문제가 생기면 도와주도록 하자.”

“알았어.”

서진과 네 명, 아니 서진파티는 모두 월미테마파크가 한눈에 보이는 서쪽 해안가건물 옥상으로 올라갔다.

그들은 모두 헬멧의 안면가리개를 내린 상태라 헤븐 가디언즈 능력자들과 헤븐 시큐리티 대원들은 누군가하고 궁금해 했다.

하지만 헤븐 가디언즈 인천지점장과 헤븐 시큐리티 대대장은 서진이 입고 있는 전신슈트의 모습만 보고도 그가 누군지 알아차리고는 서둘러 달려와 대뜸 인사부터 건넸다.

“마스터! 어서 오십시오.”

“마스터! 오셨습니까?”

미래에 대한민국 최초의 S급 능력자가 되는 헤븐 가디언즈 인천지점장 박인범의 풋풋한 얼굴이 보였다. 그의 옆에 헤븐 시큐리티 대대장 최승우가 바짝 긴장한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반갑습니다. 마수웨이브가 바로 코앞이니 저 신경 쓰지 말고 가서 일보세요.”

“알겠습니다. 나중에 따로 찾아뵙겠습니다.”

“그럼 나중에 뵙겠습니다.”

박인범과 최승우는 두말하지 않고 뒤로 물러났다. 둘 다 일의 중요성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진은 그들의 뒷모습을 잠시 지켜보더니 로이가 가져온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우리 것은 없어?”

“없어. 알아서 가져와.”

우동면의 말에 서진은 당연한 것을 왜 묻느냐는 식으로 대답했다.

자신이야 로이가 있어서 그런 수고를 덜었지만……. 파티원들은 로이가 없으니 자기가 앉을 의자는 자기가 가져와야했다.

제니와 마리가 슬쩍 자신을 쳐다보는 것을 느꼈지만 그는 아예 그쪽으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

‘내가 로이보고 파티원의 의자까지 가져다 바치라고 말할 수는 없잖아.’

결국 제니와 마리는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각자 자신들이 앉을 의자를 들고 왔다. 그렇지만 강백호와 우동면은 그것도 귀찮은지 그냥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다들 세 살 먹은 애들도 아니고…… 뭐 그 정도는 굳이 챙겨주지 않아도 알아서 잘할 것이라 믿고 서진은 바로 신경을 꺼버렸다.

강백호는 자신의 바스타드소드를 어루만지며 차원의 균열을 노려봤다.

우동면도 모닝스타에 기름칠을 하며 호흡을 조절하고 있었다.

제니는 왼팔에 버클러 오른손에 글라디우스를 쥐고 있었는데 힐러가 저렇게 꼭 경무장을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마리만 빈손으로 깍지를 끼고 편안히 앉아있었다. 하지만 그런 마리에게도 무기는 있었다. 그녀의 몸 여기저기에 숨겨진 수량미상의 비도였다. 서진을 제외한 같은 파티원들도 마리가 자신의 몸에 얼마나 많은 비도를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고 있었다.

그때, 메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스터, 마수웨이브가 시작됐습니다.

“벌써?”

-네, 미국 시카고의 다운타운, 미시간 에비뉴에서 제일 처음 마수웨이브가 시작됐습니다. 허드에 영상을 띄우겠습니다.

메딕이 서진의 허드에 영상을 하나 띄웠다.

875 노스 미시간 에비뉴에 있는 초고층빌딩, 존핸콕 센터 앞에 불길한 검은 색이 또렷한 차원의 균열이 보였다.

지금 차원의 균열에서는 오르그전사, 헬독 같은 마수들과 좀비, 스켈레톤, 구울 같은 언데드 마수 그리고 고스트와 레이쓰 같은 유령형 마수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확실히 대격변시작과는 달리 다양한 마수들이 쏟아져 나오는군.”

-미래의 기록에는 대격변이 시작된 7월7일보다 마수웨이브가 시작된 8월8일이 인류에게 훨씬 더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고 나와 있습니다.

“그건 아마 저 좀비, 스켈레톤, 구울 같은 언데드 마수들 때문일 거야. 저놈들에게 죽임을 당한 사람들이 언데드로 변해 피해를 확대재생산 시켰으니까.”

-맞습니다. 하지만 고스트와 레이쓰 같은 유령형 마수들이 일으킨 피해도 만만치 않습니다. 저들로 인해 미쳐버린 병사들이 서로에게 총을 쏘는 바람에 마수웨이브 초기에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했던 것이 피해를 양산시키는 결정적 원인이 되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아마도 그렇겠지. 하지만 지금은 좀 다를 거야.”

-물론입니다. 마스터가 존재하는 것만으로 지구는 이미 1억 명 이상의 인류가 구원받았습니다.

서진은 메딕의 말에 뭔가 가슴이 뿌듯해졌다. 원래 자신은 연어팀의 포터(짐꾼)로 참여했는데 막상 회귀를 하고 보니 대한민국과 지구를 지키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자신이었다. 그는 순간 만감이 교차했다.

“대격변 초기에 신속하게 대처한 것만으로 그 정도로 차이가 난 거야?”

-그렇습니다. 대격변이 시작된 지 이제 한 달이 갓 넘었습니다. 그동안 마수에게 죽은 사망자가 백만 명이 넘습니다. 엄청난 인명피해가 분명하지만, 공식집계 1억 명에, 비공식 집계 2억 명을 넘겼던 미래의 기록과는 확실히 차이가 많이 납니다. 굳이 달라진 점을 찾는다면 그것은 바로 마스터가 회귀를 해서 미리 준비를 했는가의 차이일 뿐입니다.

“그렇게 말을 해주니 내가 뭔가 큰일을 해낸 기분이다. 고마워! 메딕!”

-천만에요. 전 그저 있는 사실을 말했을 뿐입니다.

서진과 메딕이 말을 하고 있는 사이, 시카고 다운타운에서 시작된 마수웨이브는 남북으로 뚫린 미시간 에비뉴를 타고 빠르게 주변으로 확산되고 있었다.

하지만 시카고에도 헤븐 가디언즈 지점이 있었고, 일리노이 주방위군도 미리 마수웨이브에 대비를 하고 있었다.

쾅 콰콰콰쾅 쾅쾅쾅!

엄청난 폭음이 일어나더니 미시간 에비뉴 1km 정도가 네이팜탄에 의해 순간 거대한 불바다로 변해버렸다.

어느 정도 도시의 피해를 감수하지 않는다면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강공책이었다.

“오호, 누군지 모르지만 정말 과격한데?”

-하지만 무척 효과적입니다. 우리도 네이팜탄을 마음껏 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냐. 저거 잘못 쓰면 마수로 인한 피해보다 더 심한 피해를 입을 수 있어. 정말 치밀하게 잘 계산해서 터트렸네. 주변 건물에 거의 피해를 입히지 않고 마수들만 족집게처럼 골라서 쓸어버렸어.”

서진은 인재가 많은 미국이 잠깐이나마 참 부러웠다. 그러나 그의 부러움이 무색하게 네이팜탄은 단 한 번의 깜짝쇼로 끝나고 말았다. 마수웨이브가 네이팜탄 공격 한 번에 끝날 정도로 가벼운 재앙은 아니었던 것이다.

부아아아악 부아아아악!

우투투투투 우투투투투!

펑 펑 펑 펑 펑!

쾅 콰쾅 콰과광 꽈릉!

미시간 에비뉴 양쪽에 높이 세워져 있는 빌딩에서 각종 소화기가 불을 뿜었다. 중기관총, 기관포, 고속유탄발사기 등, 미시간 에비뉴를 타고 남북으로 퍼져나가는 마수들을 목표로 비처럼 쏟아지는 막강한 화력으로 인해 마수들은 그야말로 날벼락을 맞았다.

온몸이 보라색으로 피칠갑을 한 마수들이 쓰러지고 비틀거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수들은 생명이 다하는 그 순간까지 진군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모든 마수들이 일리노이 주방위군의 집중공세에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스피드가 빠른 헬독들은 빌딩사이로 빠져나가 오히려 주방위군의 배후를 덮쳤고, 고스트와 레이쓰 같은 유령형 마수들은 아예 물리데미지 자체가 박히지 않아 아무런 피해도 받지 않고 공중을 장악했다.

고스트와 레이쓰는 눈앞의 주방위군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고 하늘을 날아 일리노이 주방위군 사령부를 향해 날아갔다.

이들도 머리가 있는지 적장의 수급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이제 슬슬 나설 때가 됐군.”

-그렇습니다. 헤븐 디펜스의 대원들과 헤븐 가디언즈 미국지부의 능력자들이 등장할 때가 됐습니다.

서진의 말에 메딕이 맞장구를 쳤다.

메딕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의 허드에 뜬 화면이 바뀌더니 일리노이 주방위군 사령부의 모습이 보였다.

하늘에는 뿌연 안개 같은 것들이 수도 없이 보였다. 그것들은 일리노이 주방위군 사령부를 향해 직선으로 빠르게 다가가고 있었다. 땅에는 빌딩 숲 사이를 헤치고 헬독의 무리가 달려오고 있었다. 주변의 구조물을 이용해 최대한 몸을 교묘하게 숨기며 달려드는 헬독의 무리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소름이 돋게 만들었다.

-헤븐 디펜스, 3대대 공격준비!

-헤븐 가디언즈, 시카고 공격대 공격준비!

-카운트다운을 시작한다. 10, 9, 8, 7, 6, 5, 4, 3, 2, 1, 공격!

-공격하라!

투르르르륵 투르르르륵!

우투투투투 우투투투투!

먼저 헤븐 디펜스 3대대 대원들의 일제사격이 시작됐다.

대마수용탄환으로 무장한 그들은 헬독의 무리를 향해 교차사격을 가하며 탄막을 형성했다. 이들의 공격에 일리노이 주방위군 사령부를 찢어발길 듯 달려들던 헬독의 무리는 말 그래도 녹아내렸다.

일반 탄환에 맞은 헬독들은 몸을 움찔하긴 했지만 큰 부상을 입지 않아 전투를 지속할 수 있었다. 그러나 대마수용탄환에 맞은 헬독은 몸에 구멍이 뻥뻥 뚫리며 보라색 피를 흘리며 비틀거렸다. 그걸 볼 때 확실히 대마수용탄환은 돈값을 하는 물건이 틀림없었다.

화르르륵 화르르륵!

파츠츠츠츳 파츠츠츠츳!

쐐애액 쐐애액 쐐애액!

휘리릭 휘리릭 휘리리릭!

헤븐 가디언즈 시카고 공격대의 능력자들도 일제공격을 시작했다.

그들은 주로 하늘에서 날아오는 고스트와 레이쓰를 향해 불덩이와 얼음의 창, 벼락과 바람의 칼날 등을 쏟아 부었다.

꺄아아악 끄아아악 캬아아아…….

고스트와 레이쓰가 하늘에서 힘없이 떨어져 내리며 귀청을 긁어대는 끔찍한 비명을 질러댔다.

-헤븐 디펜스, 1중대 산탄포와 대공포를 발사하라!

퍼퍼퍼펑 퍼퍼퍼펑 퍼퍼퍼펑!

투투투투투투 투투투투투투!

하늘을 향해 헤븐 디펜스 3대대 1중대의 산탄포와 대공포가 불을 뿜어대기 시작했다. 비행마수들의 공격을 대비하기 위해 본토(대한민국)에서 긴급공수 받은 중화기였다. 순간 일리노이 주방위군 사령부의 하늘이 대마수용탄환으로 빗발쳤다.

고스트와 레이쓰 떼는 비명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마파람에 가을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그러나 어렵게 준비한 산탄포와 대공포는 그리 오래 사용하지 못했다.

분당 수천 발을 쏘아대는 무식한 놈들이라서 가지고 있던 대마수용탄환의 재고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헤븐 디펜스 3대대 1중대의 산탄포와 대공포 공격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이미 고스트와 레이쓰 떼의 주력을 박살내놓았기 때문이다.

“시카고는 마수웨이브를 잘 극복할 수 있겠군. 참 다행이야.”

서진은 이번 영상을 통해 헤븐 디펜스 본사와 헤븐 가디언즈 미국지부가 주방위군과 힘을 합쳐 잘 준비를 했다는 것을 알게됐다.

조금 이르긴 해도 이들은 앞으로 일주일간 진행될 마수웨이브를 무사히 잘 극복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모든 나라의 도시가 전부 시카고처럼 준비를 잘한 것은 아니었다.

============================ 작품 후기 ============================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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