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둠레이더-87화 (87/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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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 장 - 마수웨이브

-마스터, 북경과 도쿄에서 큰 사단이 벌어졌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중국정부와 일본정부가 헤븐 시큐리티와 헤븐 가디언즈의 조언을 끝내 듣지 않았습니다. 그로인해 지금 두 도시는 마수웨이브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습니다. 허드에 현지상황을 띄우겠습니다.

메딕의 말이 끝나자마자 서진의 허드에 두 개의 영상이 동시에 떠올랐다.

왼쪽에 보이는 화면이 현재 북경의 모습이고, 오른쪽의 화면이 도쿄의 모습이었다.

양쪽 화면 모두 마수들이 차원의 균열에서 쏟아져 나와 사방으로 범람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중국 인민해방군과 일본의 육상자위대는 다 어디로 갔어?”

-이미 마수들에게 먹혀버렸습니다.

서진은 메딕의 대답에 미간을 찌푸렸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말이 안 되는데……. 북경과 도쿄에는 헤븐 시큐리티 지부의 대원들과 헤븐 가디언즈 지부의 능력자들이 마수웨이브를 미리 대비하고 있었을 텐데…….”

-물론입니다. 하지만 차원의 균열이 나타나자 중국정부와 일본정부에서 각각 헤븐 시큐리티 지부의 대원들과 헤븐 가디언즈 지부의 능력자들을 대마수와의 전투에서 배제시켰습니다.

“아니 이런 미친놈들, 죽으려고 환장을 했나!”

-아무리 저희가 준비를 잘해놓아도 중국정부와 일본정부에서 거부를 해버리면 저희도 방법이 없습니다.

메딕의 말에 서진은 혀끝을 차며 분통을 터트렸다.

중국정부와 일본정부에서 도대체 무슨 이유로 마지막 순간에 대마수와의 전투에서 헤븐 시큐리티 지부의 대원들과 헤븐 가디언즈 지부의 능력자들을 배제시켰는지 모르지만 이건 스스로의 목을 조르는 결과가 될 것이 분명했다.

“이것들 이래놓고 나중에 우리한테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것 아니야?”

-그럴 가능성도 있습니다. 벌써부터 중국과 일본의 정보부에서 책임을 우리에게 떠넘기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중국정부와 일본정부가 얄미워서라도 헤븐 시큐리티와 헤븐 가디언즈를 양국에서 철수시켜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그런 일을 단행하면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중국과 일본의 선량한 시민들에게 돌아가게 되어있었다.

민간인의 피해를 바라지 않는 서진은 인내심을 발휘해 당장은 꾹 참고 있을 수밖에는 없었다.

“대책은 세웠어?”

-저들이 언론플레이를 준비 중이니 우리가 먼저 언론플레이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으음, 그것도 나쁘지 않겠군. 바로 시작해!”

-네, 마스터. 이번 일을 주도한 놈들을 모조리 갈아엎어버리고 말겠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흥분하지는 말고…….”

-알겠습니다.

메딕의 과격한 말에 서진은 살짝 입 꼬리를 위로 올렸다. 인공지능이 점점 발달해 이제는 메딕과 대화를 하는 것이 마치 사람과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착각을 할 정도였다.

“그건 그렇고……. 북경과 도쿄의 마수웨이브에 대한 대책은 세웠어?”

-일단 북경과 도쿄에 일어날 막대한 인명피해는 저도 어쩔 수 없습니다. 중국정부는 북경 시내에 다시 소이탄을 비롯한 무차별폭격으로 마수웨이브를 막을 생각을 하고 있고, 도쿄는 일본정부에서 뒤늦게 헤븐 가디언즈와 헤븐 시큐리티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자국의 수도에 폭격이라. 정말 무식한 놈들이군.”

-인구가 많아서 그런지 인명경시사상의 끝을 보는 것 같습니다.

“좀비, 구울, 스켈레톤 같은 언데드 마수에게 걸리면 인구는 아무런 소용도 없다는 것을 아직 모르니까 나올 수 있는 생각이겠지. 아니 오히려 인구가 많으면 많을수록 언데드 공격에는 취약한 구조가 되겠지. 어찌됐든 이번에 중국의 인구가 대폭 감소하겠어.”

-일단 북경은 내버려둘까요?

“아무래도 그래야겠지? 차라리 북경의 한쪽 방향을 맡아서 마수들의 유입을 차단하는 것은 어떨까?”

-그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나중에 그 방향에서 피해가 적었다는 것이 밝혀지면 이번 일을 기획한 자들에게 치명타가 될 테니까요.

“그럼 헤븐 가디언즈와 헤븐 시큐리티의 중국지부에 즉각 명령을 내리도록 해!”

-네, 마스터! 그럼 도쿄는 어떻게 할까요?

“당연히 도와줘야지. 헤븐 가디언즈와 헤븐 시큐리티의 일본지부에 마수웨이브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도록 명령을 내려!”

-알겠습니다.

메딕에게 최종명령을 지시한 서진은 가만히 자신의 헬멧을 손가락으로 몇 번 두드리더니 다시 메딕을 불렀다.

“메딕!”

-네, 마스터.

“아무래도 일본정부에게 정당한 대가를 받아내야겠어.”

-무슨 뜻인지 알았습니다. 헤븐 가디언즈와 헤븐 시큐리티의 법적대리인을 일본정부로 보내 협상을 시도하도록 하겠습니다.

“기왕이면 최대한 많이 뜯어내도록 해.”

-물론입니다. 그냥 탈탈 털어버리도록 하겠습니다.

“하하하, 그래.”

서진은 메딕의 말투를 듣더니 얘가 혹시 요새 판타지소설이라도 읽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스러웠다.

-마스터, 인천과 부산의 타깃을 공격할 준비가 모두 끝났습니다.

“절대로 실패가 있어서는 안 되는 작전인 것 잘 알지?”

-물론입니다. 인천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삼합회와 흑사회를 일망타진하고 중국의 정보요원들과 그들의 끄나풀을 모두 제거하는 이번 작전은 벌써 몇 년간 준비를 해온  작전입니다. 절대 실패는 없습니다.

“부산의 분위기는 어때?”

-부산에 나타난 차원균열로 인해 야쿠자들과 그들의 주구노릇을 하는 부산조폭들이 모두 쥐 죽은 듯이 잠잠합니다. 이미 살생부에 이름이 올라간 이들의 소재를 전부 파악해 놓았습니다. 명령만 내리시면 인천과 부산에 중국과 일본의 정보부가 심어놓은 모든 조직들도 송두리째 뿌리 뽑을 수 있습니다.

“삼합회와 흑사회 그리고 야쿠자는 단번에 뿌리 뽑을 수 있는 놈들이 아니야. 이번 작전이후 공항과 항만을 통해 중국과 일본의 범죄조직원들이 다시는 국내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아예 입국자체를 봉쇄하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해.”

-알겠습니다.

서진은 이번 마수웨이브와 연계해서 자신이 마음먹은 대계 중 하나를 실행할 마음을 굳혔다. ‘동북아초인전쟁’의 시발이 되는 월미도던전과 해운대던전을 완벽하게 장악할 수 있도록 미리 사전정지작업을 펴기로 한 것이다.

“소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한다.”는 옛말처럼 아무리 중국과 일본의 능력자들이 월미도던전과 해운대던전을 탐을 내도 국내에 아무런 발판이 없으면 결코 허튼 생각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동북아초인전쟁’ 당시 중국과 일본의 능력자들은 각각 인천과 부산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던 삼합회, 흑사회, 야쿠쟈 등의 하부조직의 도움을 받아 손쉽게 국내로 들어와 대한민국 능력자들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었다.

물론 그들을 도운 것은 삼합회, 흑사회, 야쿠쟈 등의 하부조직만은 아니었다.

애국심은커녕 자기 밥그릇 빼앗기는 줄 모르는 멍청한 국내의 조폭들은 이들이 내미는 돈에 매수당해 자국의 능력자들의 소재를 파악하고 그들의 약점을 알려주는 매국적인 행위를 아무런 죄책감 없이 저질렀던 것이다.

결국 ‘동북아초인전쟁’ 내우외환이라는 양동작전에 의해 제대로 힘을 결집하지 못한 국내의 능력자들이 자국의 땅에서 각개격파 되어버리는 비극을 낳았다.

“국내의 조폭들을 정리할 준비는 다 됐겠지?”

-네, 물론입니다. 인천과 부산의 일이 끝나면 검찰과 경찰을 대대적으로 동원해 일망타진하기로 했습니다. 헤븐 시큐리티의 대원들도 이번 국내조폭검거작전에 지원을 해주기로 했습니다.

서진은 쓰레기 같은 조폭들의 지난 행태를 생각할 때마다 열불이 치솟았다. 그래서 언젠가 단단히 손을 보려고 벼르고 있었다.

마침 ‘동북아초인전쟁’의 시발이 되는 월미도던전과 해운대던전 될 차원의 균열이 나타나고 마수웨이브가 시작됐다.

이런 혼란 속에 그는 집안 청소도 같이 하기로 결심했다.

외부에서 들어온 쓰레기와 안에서 썩고 있는 쓰레기를 한 번에 치우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그럼 슬슬 작전을 시작하도록 해!”

-네, 마스터!

메딕이 씩씩하게 대답을 했다.

서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목을 이리저리 꺾고 팔다리를 쭉쭉 펴는 스트레칭을 가볍게 시작했다.

그때, 그의 눈에 차원의 균열에서 마수가 쏟아지기 시작하는 모습이 보였다.

“시작했다.”

-마스터, 이곳에서도 마수웨이브가 시작됐습니다.

서진과 메딕에 동시에 외쳤다.

차원의 균열을 지켜보고 있던 헤븐 시큐리티 대원들이 일제히 무기를 들고는 상관의 명령을 기다렸다.

-헤븐 시큐리티, 4대대 공격준비!

-5, 4, 3, 2, 1, 공격!

투르르르륵 투르르르륵!

우투투투투 우투투투투!

헤븐 시큐리티 4대대 대원들의 일제사격이 시작됐다. 대마수용탄환으로 무장한 그들은 마수들을 향해 교차사격을 가했다. 차원의 균열에서 쏟아져 나온 마수들은 새로운 차원의 태양을 제대로 한번 보기도 전에 그야말로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대마수용탄환에 맞은 좀비, 스켈레톤, 구울, 오르그전사, 헬독 등 마수들은 대가리가 터지고 목과 척추가 끊어지고 팔다리가 퍽퍽 떨어져 나갔다. 또한 몸에도 구멍이 숭숭 뚫리며 검은 피와 보라색 피를 쏟아내기 바빴다.

서진은 그 모습을 보자 괜히 메딕이 대마수용탄환 만든다고 언데드 마수들의 뼈까지 박박 긁어모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역시 대마수용탄환은 돈값을 하는 놈이다.

나중에 대마수용탄환을 소모한 것을 전부 정부에 청구해서 받아낼 생각을 하고 있던 서진은 곧이어 쏟아진 헤븐 가디언즈 인천지점 원거리딜러들의 일제공격을 보며 ‘아름답다’는 단어를 떠올렸다.

화르르륵 화르르륵!

휘리릭 휘리릭 휘리리릭!

파츠츠츠츳 파츠츠츠츳!

쐐애액 쐐애액 쐐애액!

불덩이가 날아가 펑펑 터지고 얼음의 창이 마수들의 몸을 꿰뚫어버렸다. 벼락이 난무하고 바람의 칼날들이 쏟아져 마수들을 썰어버렸다.

원거리딜러들이 쏟아내는 범위공격 한방의 파괴력은 근거리딜러들이 박진감 있게 마수들을 잡는 것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는 화끈함이 있었다.

-마스터, 유령형 마수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알고 있다. 이제 내 차례라는 거지?”

-그렇습니다. 마스터를 믿고 이곳에는 산탄포와 대공포를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대마수용탄환이 아까워서 그런 것은 아니고?”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메딕은 왠지 힘없이 대답을 했다.

서진은 메딕의 말투에 씨익 미소를 짓고는 레이더를 켰다.

반경 120m 안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과 마수들의 존재감이 한꺼번에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는 갑자기 홍수처럼 쏟아져 들어오는 정보와 감각으로 인해 일순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고유능력인 이지스의 능력인지 금방 적응할 수 있게 됐다.

서진은 두 손을 번쩍 치켜들어 유령형 마수들이 모여 있는 공중을 향해 매직미사일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매직미사일! 매직미사일! 매직미사일! 매직미사일…….’

매직미사일 스킬을 한 번 쓸 때마다 매직미사일 다섯 발이 동시에 떠올라 고스트와 레이쓰 등 유령형 마수들에게 빠르게 날아가 꽂혔다.

꺅 꺄아악 끄아악 캬아악 그아아아…….

고스트와 레이쓰들이 하늘에서 우수수 떨어져 내리며 귀청을 박박 긁어대는 소름끼치는 비명소리를 냈다.

그때, 허리에 찬 팬텀소드가 의지를 전해왔다.

-주인님, 저를 검집에서 뽑아 한손에 들어주십시오.

‘응? 왜?’

-고스트와 레이쓰는 말 그대로 악령입니다. 인간의 영혼이 없는 것들이니 팬텀소드가 흡수하는 것이 좋을 같습니다.

‘그게 가능한 거야?’

-멀쩡한 놈들은 아직 힘이 딸려 불가능하지만 주인님의 매직미사일을 맞아 치명상을 입은 놈들은 대자연의 기운으로 흩어지기 전에 얼마든지 흡수할 수 있습니다.

‘좋아, 그렇게 하지.’

서진은 매직미사일을 계속 날리면서 한손으로 팬텀소드를 꺼내 번쩍 하늘로 치켜들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매직미사일에 맞아 땅으로 떨어지던 고스트와 레이쓰들이 마치 자석에 끌리기라도 하듯 일제히 방향을 틀어 팬텀소드를 향해 끌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끼야아악 키리리릭 크랄라라악…….

고스트와 레이쓰는 팬텀소드의 등장에 신경을 벅벅 긁어대는 날카로운 비명을 질러대며 강한 알레르기성 반응을 보였다. 팬텀소드의 기운을 느낀 고스트와 레이쓰들은 안되겠다 싶었는지 결국 도망을 치기로 결심하고 사방으로 흩어졌다. 하지만 그런 놈일수록 더욱 빨리 서진의 타깃이 되어 매직미사일의 제물이 되어야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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