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둠레이더-90화 (90/225)

0090 / 0225 ----------------------------------------------

제23장 - 연서의 히든카드

서진은 헬멧을 허리의 고리에 걸어두고 왼쪽 어깨에 디바인실드를 걸고 허리에 팬텀소드를 찼다. 주머니에 넣어둔 레드볼을 확인하고 양쪽허벅지에 KM1 자동권총집을 채웠다. 마지막으로 특수하게 제작된 전투용부츠를 신고나자 그는 그제야 방밖으로 걸어 나갔다. 펜트하우스의 복도를 가로질러 걷다가 옥상으로 통하는 계단을 만나자 바로 위로 올라갔다.

스스스스스!

옥상에는 무광택의 헬기 한 대가 출발준비를 모두 마치고 대기하고 있었다. 서진이 옥상으로 올라오는 출입구에서 모습을 보이자 헬기 조종사는 조금씩 로터의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헬기 앞에서 로이가 전신슈트와 전신장갑을 걸친 채 그를 반갑게 맞이했다.

“어서 오십시오. 마스터!”

“우리 파티원들 다 모였어?”

“예, 이미 모두 도착해서 헬기 안에 타고 있습니다.”

로이의 말에 서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헬멧을 썼다. 헬기 안으로 들어가자 강백호와 우동면이 그를 반갑게 맞이했다.

“어서와!”

“하이!”

서진은 강백호와 가볍게 악수를 하고 우동면과는 하이파이브를 했다. 요새 영어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는 우동면은 매사에 이렇게 영어로 대화를 하자며 때 아닌 오버를 해대고 있었다. 고개를 돌리자 제니와 마리의 아름답고도 평안한 모습이 보였다. 마수웨이브가 일어난 월미테마파크에서 1주일,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진 보라매던전 안에서의 나흘간의 지옥훈련이 이미 그녀들을 노련한 능력자로 다듬어 놓은 듯 했다.

“마스터, 어서 오십시오.”

“마리 잘 쉬었어?”

“네, 덕분에 잘 쉬었습니다. 마스터는 푹 쉬셨습니까?

“응, 사흘 동안 잠만 잤어.”

마리는 살짝 얼굴을 붉히며 그의 말에 곱게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이 눈에 걸렸는지 제니가 볼을 부풀리며 말했다.

“오빠, 우리한테 일주일휴가 준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맞아.”

“그런데 사흘도 못돼 다시 불러들여요?”

제니의 말에 서진은 조금도 안색을 변화시키지 않고 차분하게 대꾸했다.

“너 아무 얘기 못 들었니?”

“네, 무슨 애기요?”

“지금 우리는 대한민국, 아니 지구를 구하기 위해 특수임무를 수행하러 가는 거야.”

“네에? 지구를 구하기 위해서요?”

“그래. 이 임무를 무사히 마치게 되면 너는 정말 세계적인 영웅이 되는 거야.”

“그래요?”

제니는 서진의 감언이설에 홀라당 넘어가 휴가고 뭐고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의 눈에서 대놓고 사명감이 불타올랐다.

“휴가는 임무 끝나고 돌아오면 추가로 줄게. 물론 보너스도 듬뿍 챙겨줄 거야. 그리고 이번 일은 절대 실패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임무니까 내 지시에 잘 따라줬으면 좋겠어.”

“물론이죠. 제가 언제 오빠, 아니 파티장님 실망시켜드린 적 있어요?”

“없지. 그래서 내가 제니를 참 좋아한다니까.”

“히잉, 그렇다고 그렇게 대놓고 좋아하신다고 말씀하시면 부끄러워요.”

“네가?”

서진은 아무리 살펴봐도 제니가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본인이 부끄럽다고 하니…….

무광택의 검은 헬기는 사뿐하게 헤븐 투자 본사빌딩 옥상 위를 떠올라 북한산을 향해 기수를 돌렸다. 그리고는 무서운 속도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특수임무에만 할당되는 무광택 헬기는 얼마나 방음시설이 잘 되어 있는지 소리를 지르지 않아도 충분히 대화가 가능했다.

-마스터, 파티원들에게 임무에 대한 작전브리핑을 시작할까요?

“그러는 게 좋겠다.”

-네, 그러면 파티원 전원의 허드를 통해 이번 임무에 대한 작전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메딕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서진을 제외한 파티원 전원의 허드에서 알림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강백호, 우동면, 제니, 마리 네명은 즉시 안면가리개를 내려 떠오르는 영상과 자료를 보면서 작전브리핑을 들었다.

그들의 모습을 잠시 쳐다보던 서진은 자신의 안면가리개를 내리고는 창밖을 쳐다봤다. 거대한 서울의 모습이 뒤로 밀려가고 멀리 북한산의 모습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메딕, 연어팀은 어디쯤 왔지?”

-북한산던전에서 15분 거리에 있습니다.

“그럼 우리는 어디서 내리는 거야?”

-연어팀과는 정 반대방향인 북한산던전의 북쪽에 내려드릴 겁니다.

“던전 안은 메딕이 들어갈 거야?”

-아닙니다. 마스터는 마이키가 보필할 겁니다. 마스터의 파티가 내리는 곳에 이미 대기하고 있습니다.

“그럼 연서는?”

-그녀에게는 이미 마이키를 꼭 빼닮은 클론볼을 하나 붙여줬습니다. 마이키와 실시간 연결되어 있으니 대처를 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을 겁니다.

마이키가 돌아온다는 말을 듣자 반가웠다. 이제야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결국 마이키가 돌아왔군.”

-마이키는 마스터의 소유이니 당연히 마스터의 곁을 지켜야지요. 지금으로썬 그 무엇으로도 대체 불가능한 인공지능나노양자슈퍼컴입니다. 마스터의 왼팔로 마음껏 활용해주세요.

“하하하, 알겠어. 신경써줘서 고마워.”

-천만에요. 마스터를 모시는 일은 저의 즐거움입니다.

서진은 메딕의 말에 절로 기분이 좋아지고 있었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

이제 연어팀, 아니 연서의 뒤를 밟는 일만 남았다.

이 길의 여정 끝에 연서가 자신을 포기한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니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

그리고 그게 무엇이든 간에 반드시 손아귀에 거머쥐고 말겠다고 다짐했다.

‘그래 어디 한 번 마음껏 날뛰어봐라. 그래봤자 결국 내 손바닥 안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될 테니까…….’

서진의 눈빛이 가을하늘처럼 서늘하게 빛을 내고 있었다.

* * *

“갑자기 왜 북한산던전을 가려고 그래?”

“거긴 중대형마수가 나오는 곳이라는 것을 모르고 하는 얘기야?”

“좀 닥쳐라. 연서가 가자고 하잖아.”

강무호와 원범수의 말에 최강철이 짜증 섞인 목소리를 냈다.

“연서가 가자고 하면 우린 그럼 무조건 따라 가야하는 거야?”

“우린 아직 중대형마수를 상대할 능력이 없어. 잘못 걸리면 우리는 바로 전멸이야.”

“나도 잘 알고 있어. 하지만 연서가 다 방법이 있다고 하더라. 그러니까 믿고 가자고.”

최강철이 끝까지 민연서를 두둔하자 이번에는 오공유가 나섰다.

“그래도 이건 좀 아니지. 너무 위험하잖아. 그리고 방법이 있으면 미리 얘기를 해주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저만 알고 있는 지름길이 있어요. 중대형마수를 만나지 않고 북한산던전의 가장 심층으로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죠.”

민연서가 더 이상은 안 되겠다고 생각했는지 본인이 직접 앞으로 나서서 설명을 했다.

“진짜? 아니 그럼 왜 지금까지 그런 얘기를 안 해줬어?”

오공유가 깜짝 놀라서 묻자 민연서는 배시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북한산던전을 들어갈 최소한의 능력을 키우기 전까지는 비밀로 해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요. 그리고 지금은 그 최소한의 능력을 키웠다고 생각해서 들어가는 거예요.”

“그래?”

오공유가 고개를 돌려 강무호와 원범수를 쳐다봤다.

그러자 최강철이 아예 못을 박아버렸다.

“우리가 과거로 회귀를 한 목적이 뭐야? 작게는 대한민국을 살리고 크게는 지구를 지키자는 것 아냐? 지금 연서는 우리가 그 역할을 할 때라고 믿고 있어.”

“설마 지금 가고 있는 북한산던전이 우리가 최종적으로 하려고 했던 그 프로젝트가 있는 곳이야?”

“맞아요.”

강무호의 말에 민연서가 대답했다.

“그렇다면 얘기가 다르지.”

“맞아. 우리가 무엇 때문에 목숨을 걸고 회귀를 했는데…….”

“좋아. 한번 가보자. 지름길이 있다고 하니 믿고 가야지.”

연어팀의 분위기가 일시에 180도로 변해버렸다.

어디서 긍정의 힘이라도 전염이 됐는지 다들 한번 해보자는 목소리에 절로 힘이 들어가 있었다.

“그럼 모두 찬성하시는 것으로 알고 들어가도록 해요.”

“좋아.”

“그러지.”

그들은 다시 가던 길을 따라 쭉 걸어 올라갔다.

10분쯤 더 올라가자 시원하게 물을 떨어뜨리고 있는 개연폭포가 나왔다.

폭포 앞에는 어둠의 아가리를 쩍 벌리고 있는 차원게이트가 보였다.

개연폭포 앞에는 예상대로 중무장을 한 군인들이 바리게이트를 쳐놓은 채 민간인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었다.

민연서가 먼저 앞으로 걸어가 이들의 상관으로 보이는 장교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어서 오십시오.”

군인들은 날카로운 눈빛을 빛내며 다들 소총을 집어 들었다.

연어팀을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입고 있는 전신슈트와 들고 있는 무기를 보더니 능력자파티라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

금세 팽팽하게 당겨졌던 분위기가 줄이 풀린 것처럼 느슨해졌다.

“능력자등록증 좀 보여주세요.”

“네, 여기 있습니다.”

헤븐 가디언즈 소속 능력자들은 100% 자동으로 능력자협회에 등록이 되어 능력자등록증이 발급받는다. 하지만 연어팀처럼 헤븐 가디언즈에 속하지 않은 능력자들은 반드시 대한민국 능력자협회로 가서 능력자등록증을 신청하고 발급받아야했다.

연어팀도 귀찮긴 했지만 능력자협회를 방문해서 신분증을 제시하고 능력자등록증을 발급받았다.

“이곳은 중대형마수가 나오는 곳이라서 아직 이런 등급으로는 위험할 텐데요.”

“잠시 들어가서 뭐 좀 알아보려고 합니다. 아무리 중대형마수라고 해도 약점은 있을 테니까요.”

“그렇군요. 그럼 무사귀환을 빌겠습니다. 조심해서 다녀오십시오.”

“감사합니다.”

민연서 같은 미인과 대화를 하게 돼서 그런지 군인들은 아까와는 달리 무척 호의적으로 변해있었다. 장교는 그들에게 능력자등록증을 모두 돌려주고 거수경례를 한 뒤 한발 뒤로 물러났다.

“그럼 수고들 하세요.”

민연서가 군인들을 향해 예쁘게 한번 미소를 지어주고는 북한산던전으로 통하는 차원게이트로 들어갔다. 그러자 심쿵한 군인들은 다들 자신의 가슴을 부여잡으며 쓰러져버렸다.

최강철은 그런 모습이 무척 못마땅했지만 군인들의 심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민연서의 뒤를 따라 얼른 차원게이트 안으로 몸을 날렸다.

강무호, 원범수, 오공유도 지체 없이 차원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우와, 정말 미인이다.”

“저런 여자와 차 한 잔만 같이 마셔보면 소원이 없겠다.”

“꿈이 참 소박하네. 혹시 알아? 아직 남자친구도 없을지…….”

“설마 그럴 리가 있겠어? 저렇게 미인에다 능력자인데.”

“다들 시끄럽다. 네들 말대로 미인에다 능력자가 맞는데 그것도 그냥 능력자가 아니라 귀족이라 불리는 힐러다. 그러니 올라가지 못할 나무 쳐다보지 말고 밥이나 먹자.”

군인들의 입방아에 장교가 그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아버렸다. 피 끓는 젊은 군인들은 다들 상처를 입었는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더니 이내 밥 먹을 준비를 시작했다.

한참 밥을 먹고 있는데 장교를 찾는 무전이 들어왔다. 무전을 받은 장교는 깜짝 놀라 식사하던 것을 멈추고 즉시 사주경계를 철저히 했다.

10분쯤 지났을까?

숲속에서 서진파티나 나타났다.

“충성!”

“수고하십니다.”

장교는 맨 앞에 있는 서진을 향해 거수경례를 올렸다.

“무전을 받았습니다. 삼족오와 사신, 맞습니까?”

“네, 보시다시피.”

장교는 서진과 그의 파티원들이 입고 있는 전신슈트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무사귀환하시기 바랍니다.”

“네, 수고하세요.”

서진은 장교와 군인들을 향해 살짝 고개를 숙이더니 곧바로 차원게이트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 그의 뒤를 따라 파티원들이 줄줄이 차원게이트 안으로 몸을 던졌다.

서진과 그의 일행이 모두 사라지자 군인들이 장교에게 몰려왔다.

“누구에요?”

“누굽니까?”

“헤븐 가디언즈 마스터와 그의 파티란다.”

“네에?”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 마스터요?”

“맞아. 헤븐 가디언즈를 이끄는 그 신비의 마스터를 너희들이 지금 직접 눈으로 본 거야.”

“이런, 싸인이라도 해달라고할 걸.”

“야! 무슨 연예인이냐? 싸인을 해달라고 하게? 차라리 같이 사진 한번만 찍어 달라고 하는 것이 낫지.”

조금만 풀어주면 헛소리를 해대는 부하들을 보며 장교는 돌연 단호한 목소리로 외쳤다.

“모두들 잘 들어라. 지금 이들이 이 안에 들어간 것은 극비 중에 극비다. 절대로 함부로 입 놀려서 남은 복무기간동안 영창에서 지내는 일이 없도록 해라.”

“그럼 이거 어디 가서 자랑도 못하겠네요?”

“당연하지. 내가 대외비라고 했잖아.”

“알겠습니다. 당장 지퍼 꽉 채우겠습니다.”

“우리 밥이나 마저 먹읍시다.”

“그래. 그게 좋겠다.”

뒤늦게 밥을 먹다 만 것이 생각난 군인들은 벌써 서진과 그의 일행이 차원게이트에 들어간 사실을 의도적으로 잊어버렸다.

그들은 아까 본 민연서의 미모를 반찬삼아 열심히 밥을 퍼먹었다.

군인들에게 미녀와 밥은 무엇보다 소중했다.

왠지 모르게 오늘 그들은 그 어느 날보다 맛있게 밥을 먹을 수 있었다.

============================ 작품 후기 ============================

시원한 하루 되세요.

추천 한방씩 꽝꽝 찍어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선호작, 추천, 코멘트, 쿠폰, 후원 고맙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