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둠레이더-93화 (93/225)

0093 / 0225 ----------------------------------------------

제24장 - 레무리아

중대형마수는 A급 능력자라고 해도 1:1로 상대하기가 힘들다. 십중팔구는 다음날 중대형마수의 똥으로 나올 확률이 높다. 강백호는 우동면의 생각에 회의적이었다. 모르긴 해도 우동면 혼자 북한산던전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면 서진이 절대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며칠이나 지났지?”

“딱 일주일 됐어.”

마리가 혼잣말을 하듯 묻자 제니가 바로 답을 해주었다.

“도대체 언제까지 계속 이렇게 걸어갈 생각이지?”

“글쎄, 그걸 알면 나도 마음이 좀 편해질 것 같은데…….”

“지형이 바뀐 것을 보면 목적지가 얼마 남지 않았을 수도 있어.”

“그랬으면 정말 좋겠다.”

마리와 제니의 대화를 듣고 있던 서진도 사실은 조금씩 지겹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포기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다시 출발하자.”

“그래.”

“네.”

서진의 말에 다들 안면가리개를 내리고 다시 앞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그들의 1km 앞에서 연어팀이 꾸역꾸역 걸음을 옮기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마스터, 목적지에 거의 도착한 모양입니다.

“그래?”

서진은 마이키의 말에 반색했다.

-1시 방향에 보이는 언덕너머에 동굴이 있다고 합니다. 그 안에 목표로 한 무엇인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아직도 뭣 때문에 이 위험한 북한산던전 안으로 들어왔는지 이유를 파악하지 못했군.”

-죄송합니다. 연서님이 그 문제만큼은 절대 함부로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레무리아 프로젝트에 대한 단서는 없고?”

-아직까지는 그 실체에 접근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마이키의 말에 서진은 다시 얼굴이 심각해졌다.

-클론볼을 동굴 안으로 미리 보내볼까요?

“그것도 나쁘지 않겠지.”

-알겠습니다. 그럼 클론볼을 보내 미리 동굴 안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마이키는 대답을 하자마자 클론볼 하나를 미리 앞으로 날려 보냈다. 동굴 안을 살펴보고 혹시라도 마스터인 서진을 위협할 요소가 있는지 확인하려는 것이다.

서진은 조금 걸음을 빨리했다. 앞에 무엇이 있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연어팀과의 거리를 조금 줄이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열심히 걸음을 옮겨 연어팀과의 거리를 500m 쯤 줄였을 때, 마이키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스터!

“응?”

-차원게이트가 나타났습니다.

“갑자기 차원게이트라니?”

-동굴 안에 차원게이트가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허드에 현장의 모습을 생중계하겠습니다.

팟!

마이키는 즉시 서진의 허드에 영상을 하나 띄워 올렸다.

“이, 이건? 그냥 차원게이트가 아니잖아.”

-그렇습니다. 어디로 통하는 게이트인지는 모르지만 절대 마수들이 쏟아져 나왔던 그런 차원게이트는 아닌 것 같습니다.

서진은 화면을 자세히 살펴봤다.

먼저 실내체육관만한 커다란 공동이 보였다. 공동의 바닥 전체는 하얀 돌이 깔려있었고 중앙에는 거대한 제단 같이 생긴 사각형의 구조물이 보였다. 제단 위에는 직경 3m 가 넘는 구체의, 남태평양의 바다를 연상케 하는 아름다운 연푸른 물결이 찰랑거리고 있었다. 그동안 보아왔던 어둠이 아가리를 벌린 것 같은 새까만 차원의 균열이나 차원게이트와는 그 구조나 색상, 느낌이 전혀 달랐다.

“이거 진짜 차원게이트 맞아?”

-구조와 색상은 다르지만 파장은 비슷한 점으로 미루어봐서 차원게이트 기능을 할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마이키는 그동안(미래와 현재 모두) 지구에 나타났던 거의 모든 차원의 균열과 차원게이트의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특히 이들이 미세하게 내뿜고 있는 파장의 차이에 대한 연구결과를 보관하고 있는 덕분에 최소한 차원의 균열과 차원게이트를 구별할 수 있었다.

마이키는 눈앞의 이 정체모를 게이트가 절대 차원의 균열이 아니라고 확신했다. 또한 차원의 균열이 안정화된 차원게이트와도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분석했다. 그러나 차원게이트에서 나오는 파장과의 동질성이 큰 것을 보면 이것도 일종의 차원게이트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봤다.

“일단 파티원에게 이런 사실을 알리고 직접 가서 확인해보도록 하자.”

-네, 마스터.

마이키는 파티원의 허드를 통해 서진에게 보고한 사항을 그대로 전했다. 그러자 파티원들은 미처 놀랄 사이도 없이 빠르게 달려가는 서진을 따라 일단 무조건 뛰어야했다.

“달려!”

“뭐, 뭐야?”

“질문은 나중에, 일단 동굴 안으로 들어가야 돼! 달려!”

“알았어.”

서진파티는 무서운 속도로 달려 언덕 위를 올라갔다.

언덕을 넘자 전면에 커다란 붉은 바위산이 하나 보였고 그 중앙에 커다란 동굴이 하나 뚫려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연어팀은 어느새 동굴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서두르자.”

도도도도도!

도도도도도!

서진은 왠지 연어팀이 새로 나타난 차원게이트로 진입하는 것을 막아야할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래서 최대한 속도를 높여서 동굴을 향해 다이렉트로 질주했다. 그의 뒤를 따라 로이와 파티원들이 부지런히 두 다리를 움직여야했다.

-마스터, 연어팀이 차원게이트 안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막을까요?

“으음, 아니야. 내버려둬! 대신 우리도 바로 뒤따라 진입한다.

-그럼 여기에 클론볼 두개만 남겨두고 모든 클론볼을 불러들이겠습니다.

“그렇게 해.”

서진의 허락을 얻자 마이키는 공중에 떠 있는 수십 개의 클론볼을 모조리 수거해서 블루볼 안에 집어넣었다.

서진과 그의 파티원은 일제히 동굴 안으로 진입했다. 동굴은 열 명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도 충분히 걸을 수 있을 정도로 넓었다. 그래서 그들도 어깨를 나란히 하고 달렸다.

100m 쯤 안으로 들어가자 실내체육관만한 커다란 공동이 나타났다. 허드의 영상을 통해 본 그대로 공동의 바닥은 온통 하얀 조약돌로 가득했다. 중앙에는 거대한 사각형의 제단이 보였고 그 위에는 보기만 해도 황홀해지는 커다란 공 모양의 연푸른 물결이 찰랑대고 있었다.

어두운 동굴 안은 물결처럼 찰랑이고 있는 구체에서 뻗어 나오는 빛으로 인해 아름답게 일렁였다.

“우와! 이게 다 뭐야?”

“물로 만들어진 공이네.”

“혹시 이거 차원게이트 아니에요?”

“새로운 유형의 차원게이트인가요?”

서진은 파티원들이 하는 질문에도 묵묵부답이었다.

그는 연서가 이 푸른 차원게이트 안으로 들어가기 직전, 연어팀과 짧게 나눴던 대화가 담긴 동영상 하나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게 바로 레무리아 게이트에요. 저안에 우리가 그토록 열망했던 레무리아 프로젝트의 실체가 있어요.

-연서, 답답하게 굴지 말고 이쯤해서 레무리아 프로젝트가 뭔지 얘기해주면 안 돼?

-들어가서 모두 말씀드릴게요.

-좋아. 그런 연서의 말을 믿고 모두 한꺼번에 들어가자.

연어팀의 사내 넷은 서로 눈짓을 하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거의 동시에 푸른 차원게이트, 아니 레무리아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마지막으로 연서가 들어가며 고개를 돌려 살짝 동굴 입구를 쳐다보는 시선이 마지막으로 잡혔다.

서진은 동영상이 끝나자 크게 심호흡을 한번 했다.

“이게 레무리아 게이트구나.”

“네? 오빠, 뭐라고요?”

“아니다. 우리도 레무리아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자. 백호와 동면이 먼저 들어가고 다섯을 센 후 제니와 마리가 들어가. 맨 마지막에 내가 들어간다.”

서진의 말에 제니가 번쩍 손을 들었다.

“그 전에 버프부터 돌리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아! 그게 좋겠다.”

“그럼 버프 다 돌리고 들어가요.”

“응.”

제니의 말에 서진을 포함한 전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자신을 포함한 다섯 명 모두에게 버프를 걸어주었다.

“힘이 불끈! 머리가 찰랑! 우사인 볼트! 담다디 담담! 샘물이 콸콸…….”

여전히 웃음부터 나오는 버프의 이름이 들리자 온몸에 짜릿한 쾌감이 휘몰아치며 힘이 불끈거렸다.

“그럼 우리 먼저 들어간다.”

“조심해.”

강백호와 우동면이 무기를 꼬나 쥐고 서진의 얼굴을 한번 쳐다본 다음 바로 레무리아 게이트 안으로 뛰어 들었다.

“오빠, 빨리 오세요.”

“5, 4, 3, 2, 1, Go!”

제니가 서진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카운트다운을 하던 마리가 그녀의 손을 잡아 냉정하게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두 사람의 모습이 바닷물에 빠지듯 물결 속으로 쏙 빠져 들어갔다.

파티원 네 명의 모습이 사라지자 서진은 블루볼에서 캡슐을 꺼내 바로 로이를 집어넣었다. 캡슐을 닫으며 서진은 마이키를 쳐다봤다.

“마이키, 너도 블루볼에 들어가.”

-네, 마스터.

마이키가 마지막으로 블루볼에 들어가자 서진은 블루볼을 자신의 아공간에 집어넣고는 지체 없이 푸른 구체의 물결 속으로 몸을 던졌다.

촤악!

물살이 살짝 갈라지는 소리가 들리며 서진의 몸이 구체의 물결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를 마지막으로 커다란 공동은 다시 기나긴 침묵에 빠져 들었다. 빙글빙글 돌기도 하고 물결이 찰랑거리듯 아름다운 무늬를 만들어내고 있는 레무리아 게이트는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그 누구의 방문도 없는 지루한 시간의 수레바퀴 안에서 억겁의 시간을 세기 시작했다.

* * *

커다란 푸른 구체가 크게 한번 출렁거렸다. 그러자 작은 물결들이 마치 파도처럼 찰랑이더니 동심원을 그리며 퍼져갔다. 동심원의 물결이 구체의 표면을 따라 움직이다 서로 부딪치거나 상쇄되며 아름다운 무늬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사이로 푸른 구체안에서 네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가 튀어나왔다.

“방어대형으로!”

“클리어!”

“이쪽도 클리어!”

“으응? 아무것도 없잖아.”

무기를 손에 들고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두리번거리던 그들은 자신들이 있는 곳이 들어왔던 곳과 비슷하게 생긴 동굴 안의 커다란 공동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슬그머니 무기를 내렸다.

강무호가 자신이 통과했던 푸른 구체를 신기한 듯 쳐다봤다.

“우리 모두 이 푸른 공 같이 생긴 차원게이트 탄 것 맞지?”

“이게 차원게이트인지 뭔지는 잘 모르겠고, 차원이동을 한 것은 맞는 것 같다.”

오공유가 확신 없는 말투로 강무호의 말을 받자, 원범수는 아까부터 자꾸 두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가 확실히 느낌이 달라. 공기가 묵직해진 기분이 들어.”

“나도 괜히 막 힘이 솟구치는 것 같아.”

최강철이 원범수의 말에 동의를 한다는 듯 팔에 힘을 주어 타조 알만한 알통을 만들어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강무호가 시선을 동굴 밖으로 돌리더니 호기심이 가득한 목소리로 은근하게 말했다.

“우리 일단 동굴 밖으로 한번 나가볼까?”

“좋아.”

“그렇게 하자.”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니까 모두 조심해.”

그들은 이곳이 어딘지 알고 싶다는 마음에 빠르게 의견일치를 보았다.

최강철은 조심하자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바닥에 깔린 하얀 조약돌을 자박자박 밟으며 걸어가는 그들의 앞에 점차 밝아져가는 동굴 입구가 다가왔다.

“그런데…… 이 하얀 돌은 뭘까?”

뒤쪽에서 걸어가던 원범수가 몸을 숙여 하얀 돌을 하나 줍더니 오공유를 쳐다봤다.

“조약돌 아냐?”

“아니 내 말은 왜 이곳에 이런 하얀 조약돌을 깔아놓았는지 궁금하단 말이야.”

“글쎄, 누군가 의도적으로 여기에다 하얀 조약돌을 깔아놓았다고 생각하는 거야?”

“넌 그런 생각 안 들어?”

“생각해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오공유는 원범수처럼 별로 의심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의 반응에 맥이 탁 풀린 원범수는 들고 있던 하얀 돌을 신경질적으로 뒤로 던져버렸다.

“우와!”

“이야아!”

“이건 또 뭐야?”

“달이 두 개다.”

동굴 밖으로 나오자 그들은 일제히 탄성을 터트렸다.

하늘은 진한 파란 색 물감으로 칠한 듯 새파랗게 물이 들어있었고 구름은 당장 눈이라도 쏟아낼 듯 하얀 색깔이 선명했다.

왼쪽 하늘엔 지구의 것과 다를 바가 없는 태양이 밝게 빛나고 있었고 반대편 하늘에는 대낮인데도 불구하고 붉고 노란 두 개의 크고 작은 달이 걸려 있었다.

상쾌한 바람이 시원하게 불자 묵직한 느낌을 주는 공기가 온몸으로 부딪쳐왔는데 어째 숨을 쉬면 쉴수록 은근히 몸에 힘이 나는 것 같았다.

시선을 아래로 내리자 그들의 눈앞에 암녹색(暗綠色, dark green)의 숲의 바다가 끝없이 펼쳐져있었다.

“여긴 어디지?”

“레무리아에요.”

최강철이 독백을 하듯 말하자 민연서가 더는 숨길 것이 없다는 듯 대답했다.

============================ 작품 후기 ============================

시원한 하루 되세요.

추천 한방씩 꽝꽝 찍어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선호작, 추천, 코멘트, 쿠폰, 후원 고맙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