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둠레이더-95화 (95/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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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장 - 레무리아

치룩 치리릭 치릭 치릭 치루룩!

자이언트 리자드 다섯 마리가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며 분통이 터진다는 듯 콧김을 뿜어내며 씩씩댔다.

그때, 동굴 안에서 서진이 빠르게 밖으로 달려 나오더니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뒤로 서진의 파티원들이 허겁지겁 뒤따라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마스터, 클론볼이 기동을 시작했습니다.

“이런, 한발 늦어버렸네. 빨리 어디로 갔는지 연어팀의 위치를 확인해.”

-네, 마스터.

“저 미친 도마뱀 새끼들 때문에 개고생하게 생겼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클론볼을 날려 보냈으니 곧 연락이 올 것입니다.

“일단 저놈들부터 잡아서 분풀이를 해야겠다.”

서진이 자이언트 리자드를 살기에 찬 눈빛으로 쳐다봤다.

기감이 좋은지 자신들을 향한 살기가 느껴지자 자이언트 리자드 다섯 마리는 일제히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순간 그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자이언트 리자드 무리를 향해 근거리 충격파인 쇼크웨이브를 바로 터트렸다.

‘쇼크웨이브!’

콰앙!

360도 방향이 아닌 45도 각도 한쪽으로 몰아서 발사한 거라 위력이 상당했다. 하지만 문제는 위력이 아니었다. 자이언트 리자드 다섯 마리가 서 있던 장소가 절묘했다.

강력한 쇼크웨이브에 의해 주춤주춤 뒤로 밀려난 자이언트 리자드 다섯 마리는 갑자기 발밑이 허전해지자 모두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당혹스런 소리를 냈다.

추룩 추룩 추룩 추루룩 추르르르르!

마수들이 하는 말을 굳이 사람들이 쓰는 말로 통역을 했다면 아마 ‘좆 됐다!’정도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띠링!]

[레벨업!]

그때 서진의 뇌리에 반가운 알림음이 들려왔다.

레벨업을 했다는 알림음이다.

절벽에서 떨어진 중대형몬스터 자이언트 리자드들이 결코 무사하진 않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때만큼은 그도 이 알림음이 그다지 반갑게 들리지 않았다.

-마스터, 클론볼이 연어팀을 발견했습니다. 현재 위치에서 북동쪽으로 10km 떨어진 강가입니다.

“그새 10km나 멀어진 거야?”

-아무래도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간 거라 속도가 무척 빨랐던 모양입니다.

서진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또다시 연어팀의 뒤꽁무니를 쫓아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지긋지긋해졌던 것이다.

“일단 연어팀을 빨리 쫓아가야겠다.

-즉시 연어팀을 향한 최단거리 루트를 설정하겠습니다.

“이 숲의 크기는 얼마나 되지?”

-클론볼을 현재 동서남북을 포함한 여덟 방위로 날려 보냈습니다. 지형도를 만들고 있으니 곧 알게 될 겁니다.

서진은 굳이 마이키가 지형도를 만들어주지 않아도 이 숲이 정말 겁나게 넓은 숲일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근처에 마수들은 없어?”

-생각보다 마수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대부분 중소형마수들입니다만 개중에는 중대형마수도 간간히 보이고 있습니다.

“최대한 교전을 피해 갈 수 있도록 루트를 잡아봐.”

-네, 마스터.

서진은 마이키의 말을 듣자마자 바로 레이더부터 켰다.

반경 180m 안에 존재하는 모든 정보가 한꺼번에 그에게 해일처럼 밀려들었다.

그 안에는 서진파티의 파티원과 마수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 왜 마수들이 이 동굴 안으로는 들어올 생각을 안 하는 거지?”

-뭔가 보이지 않는 결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마이키의 말에 서진은 잠시 자신이 밟고 있는 하얀 조약돌을 내려다봤다.

데자뷰처럼 어디선가 많이 봤던 기억이 떠올라 현실의 장면과 겹쳤다.

‘보라매던전 안에 있는 생명길에 깔린 조약돌과 비슷하네.’

서진은 바닥에 널려있는 조약돌 하나를 집어 들더니 자세히 살펴봤다. 어느 시냇가에 가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평범한 조약돌이 분명했다. 그는 고개를 한번 갸웃거리더니 배낭 안에다가 조약돌을 집어넣었다.

-마스터, 1차 지형도를 완성했습니다.

“허드에 띄워봐.”

서진의 허드에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숲의 지형이 보이고 점선으로 중앙에서 팔방으로 뻗어나가는 선들이 보였다.

-레무리아 게이트가 있는 이곳을 마수존 제로로 설정하고 동서남북 네 방위와 북동, 동남, 남서, 서북 네 방위를 합쳐 8개의 마수존으로 나눴습니다.

“그럼 우리가 가야할 곳은 어디지?”

-북동에 있는 마수존 2번입니다.

“연어팀은 지금 뭐하고 있지?”

-강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럼 바로 쫓아가자.”

-네, 마스터.

마이키는 서진의 재촉에 파티원의 허드를 통해 마수존의 정보를 공유시키고 연어팀을 뒤쫓는 최단거리를 표시했다.

서진은 더 이상 시간낭비를 하지 않고 바로 파티를 출발시켰다.

“강백호, 우동면, 앞장서라.”

“오케이.”

“알았어.”

강백호와 우동면이 좌우로 서서 서로 적당히 거리를 벌린 뒤 허드에서 보여주는 화살표를 따라 길을 이동하기 시작했다.

“제니와 마리가 그 다음이야.”

“네, 오빠.”

“네, 마스터.”

그들의 뒤를 제니와 마리가 뒤따랐다.

“맨 뒤는 로이와 내가 맡는다. 출발!”

그다음은 서진, 맨 마지막은 로이가 맡았다.

“마이키, 교전은 가급적 피한다.”

-네, 마스터. 실시간으로 주변의 상황에 따라 이동방향을 조금씩 수정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가야 이 숲을 벗어날 수 있는 거지?”

-숲의 크기는 마수존 제로를 기준으로 반경 500km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그럼 여기서 북동쪽으로 500km는 가야 이 숲을 빠져나갈 수 있다는 거네.”

-그렇습니다.

“그 뒤에는 뭐가 있어?”

-현재 클론볼들이 계속 이동하면서 마수에 대한 정보만 보내오고 있습니다.

“으음. 골치 아프군.”

마이키의 말은 마수존이라 이름붙인 숲을 빠져나가도 마수들이 계속 나타난다는 얘기였다.

-마스터, 연어팀을 감시하고 있는 클론볼이 최강철에게 이식한 메디봇에 저장된 정보를 다운로드받아 보내왔습니다. 부착해놓은 나노봇에서도 같은 정보를 확인했습니다.

“새로운 정보?”

-마스터께서 보시면 아주 흥미롭다고 생각하실 겁니다.

“그래?”

마이키는 곧바로 서진의 허드에 연어팀이 넓적한 바위에 앉아 대화를 나눴던 장면을 틀어주었다. 서진은 처음부터 끝까지 정신을 집중해서 보고는 길게 심호흡을 했다.

‘호드와 유니언이라……. 하긴 느닷없이 차원의 균열이 생기고 그 안에서 이유 없이 마수가 나타나 사람을 공격하는 것은 말이 안 되지. 차원의 균열이 절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 역시 호드라는 놈들의 수작이었구나. 그런데 유니언은 또 누구지? 정말 연서의 말대로 유니언과 접촉하면 지구를 도와줄까? 오히려 지구를 이용해먹으려고 하지 않을까? 역사적으로 봐도 외세를 끌어들여 한 번도 잘 됐던 적이 없었어. 신라가 당나라를 끌어들여 나당연합군을 만들었다가 나중엔 서로 전쟁을 했었지. 구한말에는 일본, 러시아, 중국의 사이에서 중심을 못 잡고 휘둘리다가 결국 일본에 병합되어 36년간 식민통치를 받아야했어. 호드가 적인 것은 확실한 것 같은데…… 과연 유니언이 지구의 아군이 되어 주느냐가 관건이겠네.’

서진은 연서가 제공한 정보를 토대로 빠르게 경우의 수를 생각해봤다.

‘어차피 호드건 유니언이건 지구의 입장에서 외계인인 것은 분명하다. 늑대를 쫓으려다 호랑이를 불러들이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어. 자주국방이 안 되면 결국 어떤 식으로든 지구가 털릴 거야. 일단 유니언과 접촉을 해보자. 호드의 침공을 물리친 적이 있다니 분명히 지구가 가지고 있지 못한 마법이나 특별한 공학이 발달했을 거야. 그들을 지구에 끌어들이지는 않더라도 그들의 기술을 배워가는 것은 하나도 나쁠 게 없다.’

서진은 일단 유니언과 접촉을 해보기로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마이키, 유니언의 흔적을 찾아라. 그들과 먼저 접촉한다.”

-네, 마스터.

마이키는 서진의 명령에 즉시 클론볼을 조금 더 높이, 조금 더 멀리 보냈다.

민연서의 말이 맞는다면 분명히 레무리아 행성에서 호드와 싸우고 있는 유니언의 존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파티통신, 아아!”

“뭐야? 마수라도 나타났어?”

강백호가 갑자기 파티통신을 열자 우동면이 긴장했다.

“아니 저길 봐! 달이 두 개야.”

“아!”

“정말이네.”

서진도 강백호의 말을 듣자 그제야 이곳이 레무리아라는 것을 실감했다.

붉고 노란 두 개의 크고 작은 달이 하늘에 걸려있는 모습은 정말로 신비한 느낌을 자아냈다.

“나는 저 달보다 이 나무들이 더 이상해. 세상에 높이가 100m 가 넘는 나무라니…….”

“이거 나무가 맞긴 한 거야? 암녹색의 나무들이라 보기만 해도 섬뜩하다.”

강백호와 우동면은 대화를 나누면서도 허드에서 보여주는 화살표를 따라가는 것을 잊지 않았다. 원래 이런 미지의 장소에서 이렇게 편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머리를 완전히 덮어주는 헬멧이 있었고 허드를 통해 파티통신을 할 수 있었다. 거기에다 마이키가 이끄는 클론볼들을 통해서 주변지형과 상황을 실시간 손바닥 위에서 보듯 할 수 있었다.

-마스터, 연어팀이 어디로 움직일지 미리 방향을 설정해주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그게 좋겠다. 마수들과 만나지 않도록 잘 유도하도록 해.”

-네, 마스터. 그럼 지금 당장 최강철, 강무호, 원범수, 오공유에게 마스터의 전언을 전하겠습니다.

“응.”

마수들이 들끓는 숲속에서 아무리 자신들만 마수를 잘 피한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

연어팀이 마수들과 교전을 벌이면 괜히 자신들까지 말려들 가능성이 높았다.

지금도 벌써 연어팀 때문에 레무리아라는 다른 행성으로 차원이동을 하지 않았는가?

이제부터는 연어팀과 합류해서 같이 움직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마스터, 연어팀이 뗏목을 만들었습니다.

마이키가 서진의 허드에 연어팀이 뗏목을 만들어서 강물 위에 띄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 짧은 시간에 뗏목을 만든 연어팀의 재주가 참으로 용했다.

“강물에는 마수가 전혀 없는 거야?”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게 큰 강이 아니라서 그런지 중대형마수는 많이 보이지 않습니다.

“어떻게 확인한 거지?”

-클론볼을 이용해 액티브소나를 쏴서 일정크기 이상의 어패류나 마수를 분류했습니다.

군함이나 잠수함에서 쏘는 소나를 이용했다니 대충 어떻게 정보를 획득했는지 이해가됐다.

“으음,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하지?”

-저희도 뗏목을 만들어서 흐르는 강물을 타고 하류로 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그렇게 하자.”

서진은 더 이상 생각해볼 것도 없다는 듯 빠르게 결정을 내렸다. 이곳에서 가만히 멈춰 서 있는 것은 마수들에게 나 잡아먹어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일단은 최대한 빨리 마수존을 빠져나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뗏목을 만들어서 타고 내려간다. 허드를 통해 각자 해야 할 일을 나눠줄게.”

“뗏목을?”

“배를 만든다고?”

강백호와 우동면은 서진의 말에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제니는 달랐다.

“오오오! 뗏목을 타고 강물을 내려가다니…… 아주 낭만적이겠어요.”

“뗏목은 낭만과 아무런 상관도 없을 것 같습니다만…….”

마리는 두 손을 모으고 눈에 하트를 뿅뿅 쏟아내고 있는 제니와는 달리 상당히 차분한 신색이었다. 그녀는 뗏목과 낭만을 결부 짓는 제니의 태도가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마이키가 허드를 통해 각자 해야 할일을 분담해주자 그들은 일제히 숲속으로 들어갔다. 강백호와 우동면은 뗏목을 만들 적당한 굵기의 나무를 잘라오고 제니와 마리는 뗏목을 묶을 넝쿨을 끌고 왔다. 서진은 그들이 가지고 온 나무를 다듬고 넝쿨의 껍질을 벗겨냈다. 로이는 서진이 전달해주는 넝쿨의 껍질을 이용해 통나무를 엮고 묶기 시작했다.

서진파티 전원이 전력을 기울인 덕에 뗏목은 무지막지한 속도로 만들어졌다.

30분도 채 지나지 않았을 때, 서진파티는 마침내 강물에 뗏목을 띄우고 흐르는 강물을 타고 하류로 내려갈 수 있었다.

“오오오! 이거 생각보다 괜찮네.”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유속이 빨라서가 아닐까?”

“아마도 그렇겠지.”

강백호와 우동면은 예상했던 것보다 뗏목의 속도가 더 빠르게 나오자 크게 기뻐했다.

서진은 뗏목의 키를 붙잡고 있는 로이를 한번 쳐다보고는 안면가리개를 내렸다.

============================ 작품 후기 ============================

* 몸살이 걸렸습니다. 온몸이 너무 쑤시네요.

여러분 건강하시고 유쾌한 하루 되세요.

추천 한방씩 꽝꽝 찍어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선호작, 추천, 코멘트, 쿠폰, 후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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