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둠레이더-97화 (97/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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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장 - Mission Impossible

“달이 참 밝다.”

“달이 밝은 것이 아니라 참 그로테스크하다.”

“저게 뭐 어때서? 세상에 하얀 달만 있으라는 법은 없잖아.”

“그래도 저 붉은 달은 영 마음에 안 들어. 아니 아주 기분이 나빠.”

“달빛에 무슨 의미를 두고 있어. 그냥 붉은 등 한 개, 노란 등 한 개 떠있다고 생각하면 되지.”

강백호는 우동면의 말에 뭐라고 대꾸해야할지 몰라 입맛만 다셨다.

서진은 우동면과 강백호가 나누는 얘기를 듣자 절로 고개가 하늘로 향했다.

피로 물들인 것 같은 붉은 달 하나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저런 달의 색깔이 나오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계의 달이려니 생각하니 또 아주 이해 못할 일도 아니었다.

시선을 조금 옆으로 돌리자 이번에는 노란 달이 휘영청 떠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붉은 달보다 오히려 이 노란달이 더 기분 나쁘게 느껴졌다. 샛노란 저 달이 마치 포식자의 눈동자처럼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것만 같았던 것이다.

“꾸잉 꾸잉!”

“어머! 꾸잉이 물고기를 잡아왔어.”

“엄청 크다. 이거 우리 먹으라고?”

“꾸잉 꾸잉!”

“고마워! 잘 먹을게.”

“이거 우리가 다 먹을 수 있을까?”

“글쎄.”

서진은 제니와 마리가 꾸잉의 재롱에 호들갑을 떨고 있는 곳을 향해 걸었다. 강 한가운데에 있는 돌로 이뤄진 작은 섬이라 걸을 때마다 돌조각이 밟혀 소리가 났다. 붉고 노란 달빛아래 아작아작 돌이 밟히는 소리를 듣자 뭔가 고즈넉한 느낌보다는 기괴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오빠!”

“마스터!”

“여기서 뭐하고 있어?”

“꾸잉과 놀고 있어요.”

붉고 노란 달빛이 꾸잉의 몸을 비추자 그의 분홍색피부로 인해 무척 현란해보였다.

꾸잉은 서진을 보자 반갑게 머리를 흔들었다.

서진은 그런 꾸잉을 향해 턱을 치켜들었다.

“꾸잉, 너 집에 안가냐?”

“꾸잉 꾸잉!”

“집이 없니?”

“꾸잉 꾸잉!”

“뭐라고 하는 거야?”

“섭섭하데요.”

“진짜야?”

“네.”

아무리 들어봐도 서진의 귀에는 ‘꾸잉’ 소리밖에는 들리지 않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마리는 그 소리를 듣고 꾸잉의 생각과 감정을 읽어냈다. 그렇다고 마리에게 대놓고 사기 치는 것 아니냐고 물어볼 수는 없었다.

“이것 좀 보세요. 꾸잉이 우리 먹으라고 물고기를 잡아왔어요.”

“엄청나게 큰 물고기네. 그런데 이거 우리 먹을 수 있을까?”

“일단 불에 한번 구워보죠.”

“좋아. 그렇게 하자.”

서진은 꾸잉이 자신의 몸만 한 커다란 물고기를 잡아오자 오늘부터 정식으로 일행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지난 이틀 동안의 행보를 보건대 결코 자신들을 해치지는 않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서진은 꾸잉의 코를 한번 손으로 쓰다듬어주고는 섬의 중앙으로 걸어왔다.

“텐트는 다 쳤어?”

“응, 보시다시피.”

강백호와 우동면이 서진에게서 받은 이인용 텐트 세 개를 잘 세워놓은 것이 보였다.

“수고했다.”

“수고는 무슨, 그런데 모닥불을 피우려고 하는데 나무가 없어.”

강백호의 말에 서진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을 살폈다. 온통 돌조각뿐인 작은 섬이라서 나무는커녕 풀도 찾아볼 수 없었다.

우동면이 자신들이 타고 온 통나무를 쳐다보며 은근하게 말했다.

“통나무 하나만 뜯을까?”

“너 미쳤냐?”

“그럼 어떻게 해?”

“뭔가 획기적인 생각 좀 해봐. 그렇게 1차원적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그러는 너는 2차원적으로 생각하냐?”

“난 당연히 3차원적으로 생각하지.”

“3차원 그건 어떻게 생각해야 되는데?”

“안갈켜줌!”

서진은 둘이 아웅다웅하는 대화에 피식 웃음을 흘리더니 블루볼 안에서 캠핑용 바비큐그릴을 꺼냈다.

“이걸 써!”

“올! 진즉에 좀 꺼내주지.”

“그러려고 이렇게 왔잖아.”

“치잇!”

“꾸잉이 자기 몸뚱이만한 물고기를 잡아왔더라. 적당히 손질해서 구워봐.”

“먹어도 괜찮을까?”

“그건 나한테 맡기고.”

“알았어.”

강백호와 우동면은 캠핑용 바비큐그릴에 불을 피우고는 꾸잉이 잡아온 물고기를 손질하러 물가로 갔다. 강백호의 손에 바스타드소드가 들려있었는데 아무래도 그것으로 손질을 하려고 하는 모양이었다. 바스타드소드는 참 쓸모가 많은 무기인 것 같다.

“마이키, 저 물고기 먹어도 되는지 확인 좀 해줘”

-네, 마스터.

“그런데 연어팀은 어떻게 지내고 있지?”

-저희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강 중앙의 섬에 뗏목을 대놓고 야영을 준비 중입니다. 영상을 띄워 드리겠습니다.

“그래.”

마이키는 연어팀의 머리 위에 띄워놓은 클론볼을 통해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었다. 서진이 물어오자 곧바로 클론볼을 카메라삼아 현지생방송으로 그에게 중계를 해주었다.

서진의 허드에 연어팀이 강 중간에 있는 한 섬에서 야영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곳은 이곳과 다르게 나무가 좀 있어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강무호, 원범수, 오공유 셋이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연서와 최강철은 어디 갔지?”

-화면 하나를 더 띄우겠습니다.

마이키가 서진의 허드 한쪽에 또 하나의 영상을 띄웠다.

그곳에는 파란색 텐트가 하나 쳐져 있었는데 최강철과 민연서가 서로 손을 꼭 잡고 텐트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흐음.”

서진은 그 모습을 보자 자신도 모르게 진한 한숨이 새어나왔다.

-심기가 불편하시면 이쯤해서 그만할까요.

“그래. 그만보자.”

-네, 마스터.

마이키는 곧바로 연어팀의 상황을 비쳐주는 영상을 꺼버렸다.

서진은 헬멧의 안면가리개를 올리고는 활활 불이 타오르고 있는 캠핑용 바비큐그릴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마이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네, 마스터. 편히 쉬십시오.

“그래. 고맙다.”

마이키는 서진의 심기가 상당히 불편한 것을 보고는 절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할 수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클론볼을 자폭시켜 최강철과 민연서를 폭사시켜버리고 싶었다. 인공지능도 분노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처음 깨달은 마이키는 자신의 이런 상태를 꼼꼼히 기록해놓았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마스터의 기분이 좋아질지 연구하기 시작했다. 마이키는 가용자원을 전부 동원해서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하고 그에 따른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기 시작했다.

한편, 텐트에 들어온 최강철과 민연서는 몸이 후끈 달아올랐다.

회귀를 한 이후 한 번도 이렇게 오붓한 자리를 가질 수 없어 아쉬웠는데 생각지도 않게 이렇게 운치 있는 곳에서 야영을 하게 되자 둘은 바로 다른 팀원들의 눈을 피해 따로 떨어져 나왔다. 그들은 이제 서로의 눈빛만 봐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뜨겁게 불타올랐다.

두 사람은 누가 뭐라고 할 사이도 없이 끌어안고는 서로의 입술을 강하게 빨았다.

“흐응!”

민연서의 입에서 달디 단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최강철은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과 혀의 감촉에 정신이 녹아내리는 기분이 들었다. 자신이 사랑하고 있는 이 아름다운 여인이 온전히 자신의 소유라는 것이 미치도록 기쁘고 자랑스러웠다.

그는 깊은 프렌치 키스를 계속 유지하며 그녀의 옷을 하나씩 벗기기 시작했다. 전신슈트가 활짝 열리고 내복처럼 생긴 보호복이 벗겨져나갔다. 그러자 그녀의 탐스러운 수밀도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파르르 떨리는 하얀 살덩이 위에 떨리는 작은 오디열매는 그 자체로 살아있는 유혹덩어리였다.

그는 거칠게 수밀도를 한입 베어 물었다.

“하윽!”

그녀의 야릇한 교성이 최강철의 귓가를 간지럽혔다. 그는 견딜 수 없을 만큼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동시에 그의 물건도 빠르게 부풀어 올랐다.

슬쩍 눈을 내리깔아 그런 모습을 확인한 민연서는 야릇한 웃음을 띠며 그의 벨트를 붙잡았다.

“잠깐만요!”

“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해요.”

최강철의 벨트를 잡고 있는 민연서의 손목을 꼭 잡은 그의 말에 민연서는 순간 당혹한 표정을 지었다.

“강철 씨, 지금 뭐하는 거예요? 혹시 장난치는 거예요?”

“아, 아닙니다. 그게 아니라 사정이 좀 생겨서…….”

“무슨 사정이요? 나 오늘 너무 하고 싶단 말이에요. 저를 예전처럼 거칠게 다뤄주세요. 네?”

민연서는 붉은 혀로 자신의 입술을 핥으며 요염하게 말했다.

하지만 최강철은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요지부동이었다.

“크윽, 그 그러고 싶은데 오늘은 곤란해요.”

“왜요?”

“여긴 마수들이 들끓고 있는 곳이잖아요. 언제 마수들이 침입할지 모릅니다.”

“설마 나보고 그 말을 믿으라는 거예요?”

민연서는 코웃음을 치면서 그의 손을 탁 쳐냈다.

그러더니 빠르게 벨트를 풀고는 바지를 벗겨냈다.

최강철의 팬티가 위로 불룩 솟구쳐 있는 것을 보자 민연서는 침을 한번 꿀꺽 삼키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우와, 엄청 흥분했나 봐요. 기대되네.”

“그, 그게 아니라. 아이참!”

최강철은 굉장히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꾸만 뒤로 물러났다.

“강철 씨, 오늘 저와 같이 천국에 올라갔다 와요. 알았죠?”

민연서는 최강철의 곤란해 하는 얼굴을 한손으로 살짝 쓰다듬더니 번개같이 그의 팬티를 잡아 아래로 쭉 내렸다. 민연서는 미소 띤 얼굴로 그의 중심을 쳐다봤다. 순간 그녀의 동공이 크게 확대되더니 이내 두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부여잡고는 크게 비명을 내질렀다.

“꺄아아아아악!”

최강철은 끝내 올 것이 왔구나하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푹 숙였다.

“강철 씨!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이, 이게 왜 이렇게 됐어요?”

“미안해요. 신체강화제와 증폭제를 너무 많이 써서 부작용이 왔나 봐요.”

“네? 아무리 부작용이 심해도 그렇지 이, 이건 너무 크잖아요.”

민연서는 최강철의 물건을 보더니 야구방망이가 생각났다. 아니 그것보다 훨씬 더 굵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상적인 신체구조를 가진 여자가 저런 것을 받아들이다간 응급실에 실려 가기 딱 알맞았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이건 절대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란 확신이 들었다.

“미안해요.”

최강철은 민연서에게 속삭이듯 사과를 하고는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은 심정으로 급히 팬티와 바지를 한꺼번에 올렸다. 그리고는 도망치듯 텐트 밖으로 튀어나갔다.

민연서는 반쯤 넋이 나간 표정으로 최강철의 뒷모습을 쳐다봤다.

‘어째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긴 거지? 아니, 그럼 난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야?’

그녀는 패닉에 빠져 자신의 가슴 한쪽이 붉고 노란 달빛에 다 드러난 것도 모른 채 멍하게 자리에 앉아 한숨만 내쉬었다.

미녀의 고민은 밤을 새고 새벽이 다되어 올 때까지 그칠 줄을 몰랐다.

* * *

“꾸잉 꾸잉!”

“꾸잉아! 잘 가!”

“많이 보고 싶을 거야?”

“꾸잉 꾸잉!”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신파극이 이계의 강가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제니와 마리는 꾸잉과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다는 슬픔에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려댔다.

꾸잉도 예의 그 분홍색 몸을 드러내며 두 사람의 손을 열심히 핥아대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미물인 꾸잉의 눈에도 이슬처럼 맑은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애절한 모습에 이제 그만 좀 하라고 소리치려던 서진의 목소리가 다시 목구멍 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서진아!”

“응?”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민연서가 서진의 앞으로 다가와 조심스럽게 물었다.

“여긴 어떻게 왔어? 나 따라왔어?”

“레무리아에 대한 첩보를 입수해서 오게 된 거야. 그러는 너는 여기 어쩐 일이야?”

서진은 일단 시치미를 뚝 뗐다. 그는 어제 클론볼을 통해 민연서와 최강철이 텐트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봤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이 차갑고 냉랭해졌다.

민연서는 서진의 차가운 말투에 순간 말문이 꽉 막히고 말았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연어팀이시라고요?”

“아! 네, 그렇습니다. 마스터와 함께 오신 것을 보니 헤븐 가디언즈의 능력자이신가 보군요.”

“그렇습니다. 강백호입니다.”

“최강철입니다.”

민연서가 서진을 보며 뭐라고 말을 해야 좋을지 망설이고 있을 때, 서진파티와 연어팀은 서로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이유가 어떻게 됐든 이계의 하늘 아래에서 이렇게 우연히 만나게 됐으니(?) 서로 안면을 트지 않을 수 없었다.

강백호와 우동면은 미리 서진에게 어느 정도 얘기를 들은 후라 연어팀의 네 사내를 만나 인사를 하면서도 지극히 자연스럽게 대할 수 있었다.

============================ 작품 후기 ============================

시원하고 유쾌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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