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둠레이더-98화 (98/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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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장 - Mission Impossible

반대로 연어팀의 네 사내는 마스터인 서진이 직접 자신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자 감격해마지 않았다. 당장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최고의 경의를 표하고 싶었지만 그건 서진이 허락하지 않았다.

일단 서로 우연히 만난 것으로 하라는 서진의 명령에 연어팀의 네 사내는 할 수없이 당분간 그의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만 했다.

“헤븐 가디언즈의 마스터이시니 저희도 앞으로 마스터라 부르겠습니다. 괜찮겠지요?”

“물론입니다. 다들 무사하셔서 참 다행입니다.”

최강철이 서진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하며 웃자 서진도 최강철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화답했다. 최강철의 뒤를 이어 강무호와 원범수 그리고 오공유까지 서진에게 다가와 깍듯이 인사를 했다. 물론 서진도 그들과 인사를 하면서 예의를 잃지 않았다.

‘뭐지? 저게 어떻게 된 거지? 다들 왜 서진에게 꼬리를 마는 거야? 내가 모르는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민연서는 분명히 전에 연어팀의 사내 네 명과 서진이 크게 다툰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서로 칼 같이 예의를 지키며 마치 오래전에 알던 친구처럼 인사를 나누자 좀 당혹스러웠다.

그때, 서진의 옆으로 제니와 마리가 다가왔다.

“오빠!”

“마스터!”

둘은 누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서진의 품으로 동시에 뛰어들어 엉엉 울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결국 꾸잉을 떠나보낸 모양이었다.

그 모습에 민연서가 남모르게 가슴을 꼭 부여잡고 이를 악물었다.

‘아이참, 왜 하필 이럴 때 가슴이 또 칼로 쑤시듯 아픈 거야? 설마 과거의 자아가 지금 질투하고 있는 건가?’

민연서는 더 이상 서진과 두 여인이 안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없어서 슬며시 몸을 옆으로 돌렸다.

서진은 제니와 마리의 등을 가볍게 토닥거리며 몸을 트는 민연서의 모습을 쳐다봤다. 그의 얼굴은 무표정하고 차갑기 그지없었지만 눈빛만은 처연한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자신의 품안에서 울고 있는 제니와 마리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그의 눈빛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한참을 울고 나자 제니와 마리는 좀 진정이 되는 듯 했다. 하지만 자신들의 얼굴을 서로의 허드를 통해 확인하자 놀라서 소리를 질러댔다. 그리고는 얼굴이 부었다는 둥 화장이 지워졌다는 둥 알다가도 모를 얘기를 해가며 다시 강가로 달려갔다. 아무래도 화장을 다시 고치려는 것 같았다.

역시 여자들이란…… 크흠!

그때, 최강철이 연어팀을 대표해서 질문을 던졌다.

“헤븐 가디언즈의 마스터는 앞으로 어떻게 할 계획을 가지고 계십니까?”

“저희는 이곳에서 북동쪽으로 200km 지점에 있는 하얀 성으로 갈 계획입니다. 그곳에 유니언이 주둔하고 있습니다.”

“네? 유니언이요?”

최강철이 깜짝 놀라자 민연서는 급히 고개를 돌리더니 서진에게 한발 앞으로 다가왔다.

“네가 그걸 어떻게 알고 있지?”

민연서가 서진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서진이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민연서 씨! 여긴 사적인 자리가 아닙니다. 예의를 갖춰주세요.”

“아! 죄, 죄송합니다. 헤븐 가디언즈의 마스터께서는 그 사실을 어떻게 알고 계신 겁니까?”

민연서가 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바로 태도를 바꿨다.

서진은 이런 민연서의 행동을 보고는 확실히 자신과 연인사이로 지내던 민연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니 미래에서 봤던 그 민연서의 환상까지도 산산조각이 나면서 깨지는 것 같았다. 도대체 이런 민연서를 그때는 왜 그렇게 아름답고 예쁘게만 봤는지 도무지 스스로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걸 내가 민연서 씨에게 얘기를 해줘야할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네? 아니 그, 그건…….”

차가운 서진의 말에 민연서는 순간 멍한 표정을 지었다. 생각해보니 그가 유니언에 대한 정보를 어디서 얻었든 자신에게 굳이 얘기를 해줘야할 필요는 없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얘가 절대 이런 애가 아니었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변했지?’

민연서는 자신이 변한 것은 생각하지 않고 서진만 변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굳이 얘기할 필요는 없어요. 다만 제가 궁금해서 그러니 꼭 좀 얘기해주세요. 네?”

민연서는 작전을 바꿨는지 귀여운 표정을 지으며 은근히 유혹하는 눈빛을 보냈다.

그 모습에 서진은 오히려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거절하겠습니다. 제가 이 정보를 어떻게 얻었는지는 공개할만한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그것보다 북동쪽으로 200km를 가면 유니언이 주둔해있다는 정보를 드린 것만으로도 전 연어팀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받아야하는 것 아닙니까?”

“마스터의 말씀이 옳습니다. 좋은 정보를 주신 것 정말 고맙습니다.”

최강철이 민연서의 팔을 잡아 살짝 뒤로 끌더니 앞으로 나와 고개를 푹 숙이며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서진은 그의 태도에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연어팀의 감사인사는 잘 받았습니다. 제가 한 가지 제안을 할까합니다.”

“무슨 제안이십니까?”

“하얀 성에 도착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힘을 합쳤으면 좋겠습니다.”

“연합을 하자는 말씀이십니까?”

“네, 그렇습니다.”

“저는 좋습니다.”

최강철이 서진의 제안에 찬성을 하면서 고개를 뒤로 돌리자 강무호, 원범수, 오공유가 차례로 고개를 끄덕이며 찬성을 표했다.

하지만 민연서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아직도 서진을 어떻게 대해야 좋을지 감을 잡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침묵을 긍정으로 해석한 최강철에 의해 서진파티와 연어팀은 전격적으로 하나의 연합파티가 되었다.

“그럼 파티장은 누구로 할까요?”

“그거야 당연히 헤븐 가디언즈의 마스터가 저희를 이끌어 주셔야지요.”

“저도 찬성입니다.”

“당연한 말씀이십니다.”

“동의합니다.”

민연서는 연어팀의 사내 네 명이 마치 짜기라도 하듯 서진을 서로 두 파티의 연합 파티장으로 추대를 하자 놀란 눈빛을 숨기지 못했다. 뒤늦게 반대를 해보려고 해도 이미 주도권이 넘어간 상황이라 민연서는 일단 좀 두고 보기로 했다.

‘일이 요상하게 돌아가네. 그런데 서진이 헤븐 가디언즈의 마스터라니…….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지? 아니 내가 왜 그런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지. 혹시 서진이 우리보다 먼저 회귀라도 했나? 풋! 그럴 리 없지. 만약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우리 중의 누구라도 먼저 한 명이 더 일찍 회귀한 일이 있어야만해.’

민연서는 자신이 말도 안 되는 의심으로 심력을 소모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그것보다 어떻게 서진과 다시 화해를 하고 친해질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최강철은 이미 어제의 일로 오만정이 다 떨어져 버렸다. 괜히 쓸데없는 동정심으로 그를 받아들였다가는 아마 자신은 야구방망이로 인해 죽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중에 수술을 통해 차츰 고쳐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지름길이 눈앞에 있는데 굳이 돌아갈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다.

‘문제는 서진이 옆에 딱 달라붙어있는 저 두 명의 여우같은 계집년들인데…….’

제니와 마리는 민연서가 서진을 바라보는 눈빛을 보고는 그 즉시 서진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암묵적인 무언의 동맹을 맺었다.

둘은 그때부터 서진의 양쪽 옆에 찰싹 달라붙어 그의 혀처럼 굴기 시작했다.

서진은 갑자기 제니와 마리가 자신의 말을 참 잘 듣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이유가 민연서 때문이라는 것은 알지 못했다.

서진은 그의 파티와 연어팀이 일단 연합을 한 이상 서로에 대한 포지션을 미리 정해야했다. 그는 우선 탱커부터 지명했다.

“강백호가 메인탱커 우동면과 최강철 두 분이 보조탱커를 맡아주세요.”

“네, 마스터”

“예!”

“예, 마스터!”

강백호, 우동면, 최강철이 차례로 대답을 했다.

서진파티만 있을 때는 반말도 하고 장난삼아 농담도 했지만 연어팀이 있는 자리라 강백호와 우동면은 연합파티의 기강을 위해서라도 철저히 서진의 말에 복종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원범수와 오공유 두 분은 원거리딜러, 강무호는 근거리딜러, 마리와 저는 보조를 맡도록 하겠습니다.”

“네, 마스터.”

“예, 마스터.”

“예, 마스터.”

“그렇게 하겠습니다. 마스터!”

원범수와 오공유, 강무호와 마리가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서진은 시선을 돌려 이제 남은 제니와 민연서를 쳐다봤다.

“메인힐러와 버퍼는 제니가 맡고 보조힐러에는 민연서 씨가 맡겠습니다.”

“네, 마스터.”

“제가 보조힐러라고요?”

제니는 큰 소리로 씩씩하게 대답을 했다. 하지만 민연서는 자신이 보조힐러라는 사실에 수긍할 수 없어 다시 한 번 질문을 했다.

“네, 맞습니다. 혹시 제 결정 사항에 불만이 있으십니까?”

“그게 아니라 제니라는 분이 저보다 더 뛰어난 힐러라는 것을 믿을 수 없어서 한 말입니다.”

“믿을 수 없어도 믿으셔야합니다. 제 눈은 절대 틀리지 않습니다. 현재 제니는 민연서 씨보다 훨씬 뛰어난 힐러이자 버퍼입니다. 나중에 전투가 벌어지면 그 사실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그, 그래요?”

“네, 장담할 수 있습니다.”

민연서는 서진의 단호한 말에 콧구멍에서 뜨거운 김이 나올 만큼 흥분했다. 하지만 보는 눈이 많아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 꾹 참고 견뎌야만 했다.

‘이 모욕을 어떻게 참고 견디지? 내가 힐러로 살아온 지가 몇 년인데 이제 막 각성을 한 꼬맹이가 나보다 뛰어나다고 하는 걸까? 서진이 저 자식! 정말 회귀한 것 맞아? 내가 어떤 힐러라는 것은 이미 충분히 봐서 잘 알고 있을 텐데…….’

민연서는 이제 서진이 회귀한 것까지 의심하고 있었다.

파티에서 파티장의 권한은 절대적이다.

파티원이 파티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냥 나가면 된다. 하지만 필드에 나와 있는 상황에서는 절대 파티를 탈퇴할 수 없다. 그리고 일단 파티 안에 속해있으면 파티장의 명령에 절대적으로, 무조건적으로 따라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파티의 기강이 무너져서 마수와 제대로 된 싸움을 하지 못하고 전멸을 당할 수 있다.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민연서는 당장 서진의 말에 따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 어디 한번 두고 보자. 나중에 정말 별 볼일 없으면 그때 이 모욕을 제대로 갚아주도록 하지.’

민연서는 간신히 자신과 타협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거기까지 가는 동안 그녀의 속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노화를 참느라 새카맣게 타버리고 말았다.

-마스터, 마수들이 강가로 몰려옵니다.

마이키가 갑자기 경고를 했다. 서진은 마이키의 경고를 듣자마자 안면가리개를 내리며 경계를 하라는 손짓을 했다. 서진파티, 아니 서진의 연합파티는 즉시 그의 명령에 따라 포메이션을 만들고 대기했다.

“회피할 루트를 찾아줘!”

-마수들이 켄타우로스 종족이라 회피는 불가능합니다. 차라리 지금 몰려오는 놈들을 처리하고 난 후 움직이는 것이 좋습니다. 아니면 뗏목을 타고 강 중앙에 있는 섬으로 이동하십시오.

켄타우로스는 마수라기보다는 마족의 하나로 상반신은 야만인 남성, 하반신은 말의 몸뚱이를 하고 있는 포악한 종족이다. 생고기를 뜯어 먹으며 마음에 안 드는 놈은 설사 마수라고 해도 용서하지 않고 산채로 찢어 죽이는 놈들이었다. 두 손은 무기를 들 수 있고 하반신이 말의 몸뚱이라서 평원에서 만나면 기마대와 같은 무서운 파괴력을 보여준다.

“그건 안 돼!”

서진은 일단 후퇴는 생각할 수 없었다.

연합파티를 구성한지 얼마나 지났다고 싸워보지도 않고 강 중앙의 섬으로 후퇴를 한단 말인가?

그건 이제 막 시작하는 연합파티의 사기를 위해서도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그럼 어떻게 할까요?

“근처에 켄타우로스를 상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지형을 알아봐!”

-강가를 거슬러 100m만 올라가면 바위로 이루어진 지형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켄타우로스를 맞이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좋아. 그럼 당장 그쪽으로 이동한다.”

서진은 즉시 손짓을 해서 연합파티를 움직였다. 마이키의 말대로 강가를 거슬러 100m 올라가자 크고 작은 바위가 몰려있는 지형을 발견 할 수 있었다.

서진과 연합파티는 즉시 바위위로 뛰어 올라갔다.

막상 위로 올라와보니 상당히 넓고 평평했다. 근처에 이것보다 더 좋은 방어지형은 아마도 없을 것 같았다.

우두두두두두!

우두두두두두!

그들이 자리를 잡고 나자 대지가 진동하는 소리가 들리며 켄타우로스 수백 마리가 물을 마시기 위해 사방에서 강가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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