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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장 - Mission Impossible
처음에는 물만 마시던 켄타우로스들은 금세 서진과 연합파티의 냄새를 맡고는 하나둘씩 그들을 향해 몰려들었다.
“이거 시작부터 화끈한데?”
“켄타우로스가 수백 마리는 되겠어.”
“켄타우로스라면 헬독보다 상대하기가 더 까다롭다는 놈들 아냐?”
“왜 아니겠어. 오늘 말고기 좀 먹겠네.”
최강철과 강무호가 떠들어대자 곧바로 원범수와 오공유가 합류했다.
그들은 이렇게 떠들면서 서로 긴장을 풀고 정보를 공유했다.
서진은 이들의 왁자지껄한 모습에 굳이 뭐라고 책망하지 않았다. 그들이 이러는 의도를 정확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대신 제니를 향해 소리쳤다.
“제니, 버프 좀 돌려줘!”
“네, 마스터!”
서진의 명령에 제니는 즉시 연합파티의 파티원들에게 버프를 돌리기 시작했다.
“힘이 불끈! 머리가 찰랑! 우사인 볼트! 담다디 담담! 샘물이 콸콸…….”
파티원들의 몸에 차례로 버프가 스며들며 빛이 새어나왔다.
민연서는 제니가 자신에게 버프를 넣자 왜 서진이 그녀에 대해 그렇게 높이 평가하고 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미모가 뛰어나다거나 힐러라는 것은 둘째 치고, 그녀가 가지고 있는 버프 능력만으로도 이미 그녀는 파티에서 충분히 제몫을 해내고 있었던 것이다. 민연서는 내심 속으로 길게 한숨을 내쉬어야만했다.
하지만 민연서를 제외한 연어팀의 사내 네 명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우와! 이게 버프의 힘인가?”
“죽인다.”
“중독될 것 같아.”
“엄청나다.”
사실 최강철, 강무호, 원범수, 오공유 이 네 명의 반응이 정상이다. 누구든지 제니의 버프를 한번 받으면 놀라거나 반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자신의 힘이 순간적으로 증폭되는 현상을 한번이라도 느껴본 능력자라면 중독이 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탱커는 켄타우로스가 바위위로 올라서지 못하도록 견제만 한다. 나머지는 각자 주어진 방위에서 공격해오는 놈들을 맡아서 처리해.”
“네, 마스터.”
서진의 명령에 모두 한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강백호, 우동면, 최강철 셋이 즉시 전면의 세 방위에 자리를 잡더니 바위위로 올라오려는 켄타우로스 무리들을 방패로 밀어내고 무기로 견제했다.
그러자 켄타우로스들은 화가 나서 더욱 험하게 창칼을 휘두르고 도끼와 메이스로 내리찍었다.
“לַהֲרוֹג!(죽여라)”
“우워어어어!”
켄타우로스 중에서도 덩치가 유독 크고 손에 커다란 전투도끼를 들고 있는 놈이 서진과 연합파티를 향해 크게 소리를 쳤다. 그러자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켄타우로스들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서진은 무기를 휘두르며 흉포하게 달려드는 켄타우로스들을 보고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사기가 꺾이거나 전의를 상실한 것은 아니었다. 그에게는 아직 내놓을 패가 많이 남아있었다.
차차창 차차창창!
캉 카카캉 캉캉캉!
켄타우로스와의 전투는 여느 마수들과의 싸움 같지 않았다. 반은 인간형 마수라서 무기를 잘 쓰고 잔머리까지 훌륭해서 상대하기가 무척 까다로웠다. 무엇보다 켄타우로스를 이끄는 무리의 대장이 머리가 좋은지 아주 조직적으로 공격을 해왔다. 그래서 양측의 싸움은 마치 초소형 공성전을 보는 느낌이었다.
“한방 먹이자.”
“좋아.”
세 명의 강력한 탱커로 인해 켄타우로스들의 공격이 지지부진하자 원거리딜러인 원범수와 오공유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더니 즉시 한쪽 방향을 향해 협공을 펼치기 시작했다.
“파이어볼, 파이어볼, 파이어볼!”
“트리플 샷, 트리플 샷, 트리플 샷!”
붉게 타오르는 화염덩어리가 연이어 허공을 날아갔다. 그리고 그 사이로 날카로운 세발의 화살이 각각 세 번씩 쏟아졌다.
화르륵! 휘익 휙 휙!
펑 펑 펑!
피피핑 피피핑 피피핑!
퍼퍼퍽 퍼퍼퍽 퍽퍽퍽!
으아악 크아악 케엑…….
원범수의 파이어볼과 오공유의 트리플 샷의 콤비네이션이 펼쳐지자 한 무리의 켄타우로스 무리가 피를 토하고 몸이 불타며 바위 사이로 떨어져 내렸다.
켄타우로스 대장은 동족들이 무참히 죽어나가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총공격 명령을 내렸다.
“להיפטר מכל!(모두 없애버려)”
“쿠워어어어어!”
지금의 공격도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었는데…… 갑자기 총공격을 해오자 탱커들은 부담이 배로 늘어났다. 당장 켄타우로스들에 의해 조금씩 밀리더니 여기저기 몸에 부상을 입기 시작했다. 하지만 연합파티에는 제니와 민연서라는 걸출한 힐러가 둘이나 있었다. 그녀들은 노련하게도 탱커들이 부상을 입자마자 곧바로 힐을 척척 넣어주었다. 덕분에 빈틈이 생기려던 것도 금세 막혀버리고 오히려 탱커들의 사기가 올라 다시 철벽같은 방어선을 유지할 수 있었다.
“마스터, 시작할까요?”
“아니. 마리가 나설 때가 아니야.”
마리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려고 하자 서진은 오히려 그녀를 말렸다.
아직은 그녀까지 나설 때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대신 서진이 본격적으로 공격에 가담했다.
그는 우선 레이더를 켰다. 반경 180m 안의 적대적인 켄타우로스들의 움직임이 한눈에 보듯 느껴졌다. 그는 켄타우로스 대장을 향해 싸늘한 미소를 한번 지어주고는 곧바로 매직미사일을 소환하기 시작했다.
‘매직미사일! 매직미사일! 매직미사일…….’
서진이 매직미사일을 소환하자 예전보다 더욱 날렵해진 반투명한 공대공미사일 모양의 매직미사일이 하늘위로 높이 솟구쳤다. 매직미사일이 창공으로 올라가 정점을 찍고 반전해서 지상으로 떨어져 내리자 그 속도가 정말 무시무시했다.
쐐애액 쐐액 쐐액 쐐액 쐐애애액!
쾅 콰콰콰쾅!
음속을 돌파한 매직미사일의 속도는 그만큼의 파괴력과 물리데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콰직 콱 퍽 콰지직 우두둑!
놀랍게도 서진이 일차로 발사한 매직미사일은 순식간에 켄타우로스의 머리통을 박살내고 목뼈를 부러뜨리고 몸통이 뚫어버렸다. 치명적인 중상을 입은 켄타우로스들은 그 자리에서 즉사하고 말았다. 그의 매직미사일은 그러고도 힘이 남아도는지 땅에 작은 크레이터까지 남기며 대지를 뒤흔들어댔다.
“מי עשה את זה?(누가 이랬지)”
“יש את הבחור.(바로 저 놈입니다.)”
매직미사일 공격에 놀란 켄타우로스 대장은 부하의 말을 듣고는 즉시 시선을 서진을 향해 고정시켰다. 그의 눈에는 어느새 원독이 가득했고 시퍼런 살기가 줄기줄기 흘러나오고 있었다. 동족의 머리통이 박살나 뇌수가 땅바닥을 적셨고 몸통이 반으로 잘려 뜨거운 내장과 피가 사방으로 흩뿌려지는 모습을 보자 눈이 홱 뒤집혔던 것이다.
하지만 서진은 그러거나 말거나…… 켄타우로스들을 향해 신나게 매직미사일을 날려댔다.
‘매직미사일! 매직미사일! 매직미사일…….’
쐐액 쐐액 쐐액 쐐액 쐐애액…….
쾅 콰콰콰쾅 콰콰콰콰쾅…….
원범수나 오공유의 공격을 맞은 켄타우로스들은 비명이라도 질러보고 쓰러졌다. 그러나 서진의 매직미사일에 폭격을 당한 켄타우로스들은 비명이고 뭐고…… 눈 깜짝할 사이에 머리통이 꿰뚫리고 몸이 박살나 황천길로 휑하고 떠나고 말았다.
켄타우로스의 살과 뼈가 박살이 나는 소리는, 땅을 후려치는 매직미사일의 소리에 묻혀 제대로 잘 들리지도 않았다.
“저게 마스터의 힘인가?”
“대단하다. 무슨 스킬인데 저런 위력을 내지?”
“생긴 것은 꼭 매직미사일 같이 생겼는데…….”
“매직미사일 같이 생긴 것이 아니라 정말 매직미사일을 쏘고 있어. 다만 위력이 무시무시할 뿐이야.”
연어팀의 네 명의 사내들은 서진의 가공할 매직미사일의 위력에 놀라 입을 떡 벌렸다. 그들의 눈에는 존경심과 경외심으로 가득 담겨있었다.
반대로 켄타우로스들은 바위위에 단단히 버티고 선 연합파티에 대한 공격을 모두 멈춘 채 하늘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매직미사일을 피하느라 이리저리 도망치기에 바빴다.
서진은 그런 켄타우로스 무리를 보면서 조금도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여기서 켄타우로스들을 전멸시켜야한다. 괜히 남겨뒀다가 나중에 뒤를 쫓아오기라도 하면 큰 후환이 될 거야.’
서진은 이런 염려 때문에 켄타우로스들에게 독하게 손을 쓰고 있었다. 어차피 마수는 인류의 적이니 사실 그가 독하게 손을 쓰든 말든 누가 뭐라고 할 사람도 없었다.
한편 켄타우로스 무리의 대장 칼리스는 고민에 빠졌다. 이대로 인간들을 계속 공격하느냐 아니면 작전상 후퇴를 하느냐…… 바로 그것이 문제였다. 마음 같아서는 몇 명 되지도 않는 놈들을 어떻게든 사로잡아 산채로 씹어 먹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이성은 자꾸 후퇴하라고 머릿속에서 속삭여대고 있었다.
쐐액 쐐액 쐐액 쐐액 쐐애액…….
쾅 콰콰콰쾅 콰콰콰콰쾅…….
켄타우로스 대장 칼리스가 그렇게 고민을 하고 있는 사이에도 서진의 매직미사일은 꾸준히 켄타우로스들의 숫자를 줄여나가고 있었다.
그가 켄타우로스들의 혼을 쏙 빼놓는 공격을 해대자 원범수와 오공유가 즉시 기회를 놓치지 않고 무방비상태에 놓은 켄타우로스들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우리도 놀고 있을 수는 없지? 플레임버스터!”
“나도 한팔 거들게. 패스트 샷!”
휘리리릭 콰앙!
피피피핑 피피피핑 피피피핑!
크악 으악 커억 끄악…….
켄타우로스들이 플레임버스터에 맞아 허공으로 날아오르고 몸이 산산조각이 나서 죽어갔다. 또한 오공유의 패스트 샷에 목을 맞은 켄타우로스들이 우수수 쓰러지고 있었다.
켄타우로스 대장 칼리스는 도저히 더 이상은 안 되겠다고 생각했는지 결국 결단을 내리고야 말았다.
“עוד לא יכול לעמוד. להיות לסגת!(더는 안 되겠다. 후퇴하라!)”
칼리스가 소리치자 켄타우로스 무리들이 일제히 북쪽으로 머리를 돌렸다.
그 순간 서진은 마리를 쳐다봤다.
“마리, 저놈들을 도망가게 놓아둬서는 안 돼! 어떻게든 붙잡아!”
“네, 마스터.”
마리는 서진의 명령에 자신에 찬 목소리로 화답을 했다. 그리고 지그시 켄타우로스 무리를 쳐다봤다. 순간 켄타우로스 무리들은 사방이 불구덩이로 변해가는 것을 보고는 패닉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놀라서 무조건 화염이 없는 곳을 찾아 달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그들이 도망치는 방향은 아직 불이 붙지 않았다.
“갑자기 저놈들 왜 저러지?”
“글쎄? 계속 뱅글뱅글 돌고만 있네.”
원범수와 오공유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켄타우로스 무리들을 쳐다봤다.
아무리 봐도 그들은 뭔가에 놀란 듯 계속 일정지역을 뱅글뱅글 돌고만 있었다.
“모두 켄타우로스 무리의 뒤쪽을 집중 공격한다. 앞은 내버려두고 뒤쪽 끝부터 차근차근 잡아 죽여라.”
“네, 마스터.”
마리의 환상에 빠져든 켄타우로스 무리들은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러니 뒤쪽부터 야금야금 잡아 죽이기 시작하면 언젠가는 수백 마리나 되는 켄타우로스 무리들도 모조리 잡아 죽일 수 있게 될 것이다.
휘익 퍽! 휘익 퍽!
서걱 서걱! 철썩! 서거 서걱!
피피핑 피피핑 피피핑!
퍼퍼퍽 퍼퍼퍽 퍼퍼퍽!
퍽 우지직! 퍼억 꽈드득!
연합파티는 꼬리를 자르듯 맨 뒤에서 달리고 있는 켄타우로스들부터 하나씩 잡아 죽였다. 그들은 이렇게 쉽게 마수들을 잡아 죽이며 레벨을 올릴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다들 환한 웃음을 띤 채 정신없이 무기를 휘둘렀다.
그리고 서진도 곧 그 대열에 참여했다.
‘이번에는 관통능력을 실험해봐야겠다.’
그는 켄타우로스 무리가 뱅글뱅글 돌고 있는 원의 바깥쪽에 자리를 잡고는 매직미사일을 자신의 머리위로 소환해 그대로 직선으로 쏘았다.
쐐액 쐑 쐑 쐑 쐐액!
퍼퍼퍽 퍼퍼퍼퍽 퍼퍽 퍽퍽퍽 퍼퍼퍽!
실험은 성공적이었다. 이젠 자신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높은 등급이라 할지라도 관통효과가 일어났다. 그리고 그 관통효과는 어떻게 매직미사일을 쏘는가에 따라 그 위력이 달라졌다.
켄타우로스 무리는 빠르게 그 숫자가 줄어들었다. 그들은 아직도 자신들이 화염구덩이를 빠져 도망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 했다.
실로 무섭기 짝이 없는 마리의 환상능력이었다.
괜히 그녀가 미래에 S급 능력자로 군림을 했던 것이 아닌 모양이다.
“켄타우로스 대장은 내가 맡는다.”
“좋아!”
호쾌한 강백호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마지막 남은 켄타우로스 대장 칼리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강백호의 바스타드소드가 무서운 속도로 칼리스의 가슴을 뻥 뚫려버렸다.
“크아아악!”
켄타우로스 대장 칼리스는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옆으로 쓰러졌다.
칼리스를 마지막으로…… 수백 마리의 무리를 이루며 주변을 호령했던 켄타우로스 종족은 완전히 전멸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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