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0 / 0225 ----------------------------------------------
제25장 - Mission Impossible
“와아아아아!”
연합파티의 파티원들의 입에서 일제히 승리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들은 자신이 일궈낸 놀라운 전공에 감격해 두 손을 하늘 위로 높이 치켜들고 마구 흔들어댔다.
[띠링!]
[레벨업!]
서진도 그들처럼 두 손을 높이 들고 만세를 불렀다. 승리에 대한 기쁨과 레벨업을 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그의 한 동작에 모두 섞여있었다. 그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그려졌다.
그러나 마이키의 목소리가 들리자 곧 분위기는 급반전했다.
-마스터, 주변의 마수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무슨 일이야?”
-아무래도 켄타우로스 무리가 흘린 피 냄새가 사방으로 퍼져나가 마수들을 불러들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젠장, 갈수록 태산이군. 어디로 가야하지?”
-사실 저로써는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럼 현재 상황을 허드로 띄워봐!”
-네, 마스터.
마이키가 서진의 허드에 하나의 영상을 띄웠다.
클론볼이 고공에서 적외선모드로 찍은 영상이었다.
강가 한쪽에 녹색의 점이 찍혀있고 그곳을 향해 붉은 점들이 점점 강가로 몰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녹색의 점이 우리들이 있는 위치로군?”
-네, 그렇습니다. 붉은 점은 마수를 나타냅니다.
“정확히 반원의 형태로 이곳으로 몰려들고 있네. 이래서는 어느 한 방향으로 피하기가 곤란하잖아.
-그렇습니다. 섣불리 탈출하려다가는 마수들에게 완전히 포위되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차라리 지금 있는 그 자리에서 마수들의 수를 조금씩 줄여가면서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그래야할 것 같군.”
서진은 마수와의 전투를 원하지 않았지만 당장 이 자리를 벗어날 뾰족한 수가 없었다. 일단은 몰려오는 마수들을 상대하며 기회를 엿봐야할 것 같았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마수들 중 중대형마수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감히 현재의 자리를 지키고 있을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마스터, 다가오는 마수의 첫 무리는 헬독입니다. 그 뒤에 언데드 마수 스파토이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헬독과 스파토이라……. 우리와 상성이 너무 안 맞는데?”
-아무래도 작전을 잘 짜셔야할 것 같습니다.
“헬독은 사족보행의 F+급 마수라서 싸워볼만하지만 스파토이는 직립보행이 가능한 E+급 마수야. 우리가 서 있는 위치가 이런 바위 위가 아니었다면 위험할 뻔 했어. 스파토이 무리 중 원거리공격이 가능한 궁수들이 있는지 확인해줘!”
-네, 다행히 궁수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스파토이는 용아병(龍牙兵)이라고도 불리는 언데드 마수로 드래곤의 이빨을 땅에 심으면 나타난다는 전사들이다. 한마디로 스켈레톤 전사의 업그레이드 강화판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다가오고 있는 스파토이들이 진짜 드래곤의 이빨로 만들어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확실히 스켈레톤 전사보다는 공격력과 방어력이 월등히 뛰어날 것이 분명했다.
“모두 주목!”
“네.”
“예.”
연어팀과 서진파티의 파티원, 즉 연합파티원들의 흥분이 조금 가라앉자 서진은 즉시 그들의 주의를 환기시켰다. 다들 서진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그는 차분한 얼굴로 현재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얘기했다.
“현재 헬독의 무리가 이곳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 그리고 그 뒤는 하급마수 중 가장 강한 축에 들어가는 스파토이들이 밀려오고 있다.”
“스파토이? 설마 E+급 언데드 마수인 스파토이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렇다.”
강무호가 혹시나 해서 서진에게 확인을 했다.
서진이 바로 고개를 끄덕여 맞는다고 하자 그의 두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졌다.
아무래도 과거에, 아니 미래에서 스파토이에 당했던 무슨 말 못할 사연이라도 있는 모양이었다.
서진은 아무 말도 못하고 금붕어마냥 계속 입만 뻐끔대고 있는 강무호를 쳐다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이곳에서 북동쪽으로 200km 떨어진 하얀 성으로 가기위해서는 여기서 적당히 마수들의 숫자를 줄여놓는 것이 좋다. 막상 평원으로 진출하면 마수들과 교전하기보다는 도망치기 바쁠 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지금 당장 우리를 향해 달려오고 있는 마수들을 피할 곳도 마땅치 않다. 그래서 우리는 일단 마수들을 물리친 후 이동하기로 하겠다. 작전은 아까와 비슷하다. 하지만 적이 무조건 공격해오는 것을 기다리는 것보다는 우리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지형을 만드는 작업을 먼저 하겠다.”
“…….”
연합파티원은 모두 서진이 하는 말을 신중하게 들었다. 일부는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이며 적극 동의하는 모습도 보였다.
“원범수는 우리가 올라와 있는 이 넓적한 바위위로 올라오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왼쪽과 오른쪽의 바위들을 모두 무너뜨린다.”
“네, 마스터.”
원범수가 큰 소리로 서진의 명령에 대답했다. 서진이 그를 쳐다보며 미미하게 고개를 한번 숙이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바위들이 무너지면 지금 다가오고 있는 헬독과 스파토이는 오직 정면으로 공격할 수 있는 루트밖에 선택권이 없게 된다. 마수의 일부가 넘어오면 탱커들이 일차로 막고 근거리딜러인 강무호가 처리한다. 넘어오는 숫자가 너무 많다 싶으면 탱커들이 힘으로 밀어서 바위 아래로 떨어뜨리고 원거리딜러들이 지원을 한다. 이상”
“네, 마스터.”
“예, 마스터.”
연합파티의 파티원들이 일제히 힘차게 대답을 했다. 그리고는 모두 힘을 합쳐 원범수의 일을 돕기 시작했다.
원범수는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의 스킬을 이용해 넓적한 바위 양쪽 옆에 있는 바위들을 차례로 부셔버렸다. 그러자 정말 정면 외에는 올라올 수 있는 길이 몽땅 사라져버렸다.
서진이 시킨 일을 마치고 전투대형을 이루자 곧 사방에서 헬독의 떼가 몰려들었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숫자가 훨씬 많아보였다.
“마이키, 이거 너무 많은 것 아냐?”
-수천마리는 될 것 같군요. 정확한 숫자를 세어드릴까요?
“아니야. 됐어. 그럴 시간에 하나라도 더 죽이는 게 낫겠다.”
서진은 마이키의 제안을 거절하고 제니를 쳐다봤다.
“말 안하셔도 알 것 같네요. 버프 돌리라는 얘기죠?”
“그래 맞아. 부탁해.”
“알겠어요. 제니의 버프가 들어갑니다. 힘이 불끈! 머리가 찰랑! 우사인 볼트! 담다디 담담! 샘물이 콸콸…….”
제니가 연합파티원들을 향해 버프를 돌리자 다들 그녀를 황홀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나 아무래도 이 파티 못 떠날 것 같다. 이미 버프에 중독됐어.”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우리 방법을 강구해보자.”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 최고야!”
“진짜 이건 사기다. 사기!”
제니는 연어팀의 네 사내가 대놓고 칭찬하는 소리를 귀로 즐기며 열심히 버프를 돌렸다. 이제는 민연서까지 살짝 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누구든 버프를 통해 일시적이라도 자신의 힘이 증가되는 것을 느낀다면 저럴 수밖에 없나보다.
컹 커겅 커엉 컹컹컹!
그 사이 서진과 연합파티를 발견한 헬독들이 미친 듯이 울부짖기 시작했다.
일부는 죽은 켄타우로스의 사체를 뜯어먹기도 했다. 죽은 사체를 먹은 놈들의 몸이 조금씩 커지는 모습이 정말 그로테스크하기 짝이 없었다.
‘저걸 그냥 두고 보면 안 되겠군. 선제공격을 하는 것이 좋겠다.’
서진은 쓸데없이 헬독 무리의 힘을 키워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헬독들이 켄타우로스의 사체를 뜯어먹고 힘을 키우고 몸을 불리고 있다. 원범수는 화염공격으로 켄타우로스의 사체를 태워라!”
“네, 마스터.”
원범수는 서진의 명령에 곧바로 파이어월 스킬을 펼쳐 죽은 켄타우로스 무리의 사체를 몽땅 태워버렸다.
화르르르르륵!
깽 깨갱 깽깽깽깽…….
켄타우로스의 사체를 뜯어먹고 있던 헬독의 일부가 파이어월에 당해 온몸에 불이 붙자 복날에 누렁이들이 아재들을 피해 도망가면서 지르는 소리들이 여기저기에서 들려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서진이 헬독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똥개들아! 어서 이리와라!”
신기하게도 헬독 떼는 서진이 하는 말의 뜻을 이해하기라도 했는지 일제히 무시무시하게 생긴 어금니를 밖으로 드러내며 으르렁댔다. 그리고 일부가 넓적한 바위 위로 올라오는 징검다리 바위들을 찾아내서는 용감하게 뛰어올라왔다.
“일단 최대한 끌어들였다가 한꺼번에 처리한다.”
“네, 마스터.”
그 사이 한번 전투를 해봤다고 다들 서로 손발이 척척 맞았다.
강백호와 중앙에 서고 왼쪽에 우동면, 오른쪽에 최강철이 섰다. 헬독 여러 마리가 넓적한 바위위로 올라오자 그들은 급히 방패를 들어 막았다. 그리고는 작은 틈 하나를 만들어 한 마리씩 뒤로 내보냈다.
헬독은 일부러 내보낸 것인 줄도 모르고 파고들 틈을 발견하자 번개처럼 안으로 파고들었다.
하지만 헬독을 맞이하는 것은 달콤한 향기가 흐르는 인간의 피와 살이 아니라 쇠 냄새와 기름 냄새가 풀풀 풍기는 강무호의 그레이트소드였다.
휘익 서걱!
강무호의 그레이트소드가 빠르게 반원을 그리자 놀랍게도 헬독의 목이 단번에 잘려나갔다. 헬독은 비명 한번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놀란 눈을 뜬 채 그대로 절명하고 말았다.
“예스!”
강무호는 주먹을 불끈 쥐고 흔들었다.
레벨업은 서진만 한 것이 아니었다.
아니 서진이 켄타우로스 무리를 몰살시키고 한번 레벨업을 한 것에 비해 연어팀 사인방은 상대적으로 레벨이 낮아 그야말로 폭풍레벨업을 해버렸다.
그래서 전에 비해 모두 배 이상 강해진 상태였다.
강무호의 그레이트소드도 이미 전보다 몇 배나 강한 위력을 가지게 됐다. 그러니 전력을 다한 그의 칼질에 헬독의 목이 단번에 잘린 것이다.
“어서 와라!”
자신감이 충만해진 강무호는 한 마리씩 들어오는 헬독을 보면서 의욕을 불태웠다.
그때부터 강무호의 화려한 칼질이 시작됐다.
괜히 그가 미래에 A급 능력자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강무호의 칼질은 갈수록 매서워졌다.
그가 한 번씩 칼을 휘두를 때마다 헬독의 머리통이 보라색피를 뿌리며 허공으로 떠올랐다. 간혹 몸통까지 잘려나갈 때는 바닥이 온통 더러워져 원범수가 짜증을 내면서 시체를 태워 정리를 하곤 했다.
원범수와 오공유는 서진의 명령대로 헬독들이 넓적한 바위위로 유입되는 숫자를 적절히 잘 조절하고 있었다.
제니와 민연서는 각각 탱커와 근거리딜러를 맡아 적절히 힐을 넣어줬다.
마리와 서진만 가끔 주변을 살펴보며 멀뚱멀뚱 전투를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연합파티원 그 누구도 둘이 가만히 있는 모습을 보고 뭐라고 하지 못했다.
파티 내에서 이 둘이 가장 강력한 공격력과 디버프 능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스터, 스파토이가 몰려왔습니다. 아무래도 마수들이 겹칠 것 같습니다.
“상관없어. 올라올 곳이 없는데 자기들이 어떻게 할 거야.”
서진은 마이키의 말을 일축했다.
하지만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스파토이들이 바위 아래로 밀려와 바위를 타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뭐 이런 새끼들이 다 있어?”
서진은 깜짝 놀랐다. 스파토이들이 마치 팔다리에 접착제를 뿌려 놓은 듯이 바위에 잘도 달라붙어 기어 올라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급히 머리를 팽팽 굴렸다. 그러자 갑자기 그의 머릿속으로 뭔가 휙 하고 스쳐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그게 가능할까?’
서진은 일단 시험을 해보기로 했다.
‘매직미사일!’
레이더는 이미 켜놓은 상태에서 그는 매직미사일을 소환했다.
다섯 발의 날씬한 몸매를 자랑하는 매직미사일이 그의 머리 위로 떠올랐다.
서진은 자신이 만든 매직미사일에 정신을 집중하고는 서서히 모양을 바꿔갔다.
공대공미사일처럼 날씬했던 매직미사일이 점점 앞뒤로 압축이 됐다. 그러자 뚱뚱한 버섯 모양으로 변해버렸다.
‘모양을 바꾸는 것은 성공했다.’
서진은 미미하게 웃음을 지으며 뚱뚱한 버섯모양의 매직미사일을 넓적한 바위를 타고 올라오는 스파토이들을 향해 발사했다.
펑퍼퍼퍼펑!
스파토이들이 우수수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처음에는 그 모습에 신이 났다. 하지만 곧바로 다시 일어나 바위를 타고 올라오는 스파토이들을 보자 서진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져버렸다.
‘이게 아닌가? 차라리 아주 크게 확대를 해서 우산모양으로 만들어서 바위 위를 실드처럼 보호할까? 아니야. 그렇게 하면 저놈들이 그 위를 무기로 쳐서 깨뜨리게 될 것이고 내 마나만 소모하게 될 거야. 그럼 어떻게 하지. 스파토이의 약점은 뭐였더라? 스켈레톤의 핵처럼 스파토이들도 핵이 있으니 그것을 노려볼까? 물리데미지 보다 뇌정의 기운을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이 집어넣으면 뭔가 답이 보이지 않을까?’
서진은 일단 자신의 가설을 현실로 옮겨 확인해보기로 했다.
============================ 작품 후기 ============================
*** 드디어 100회가 됐네요.
^^
즐겁게 읽어주세요.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추천 한방씩 꽝꽝 찍어주세요.
선호작, 추천, 코멘트, 쿠폰, 후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