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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장 -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그는 고개를 가만히 저으며 마리의 얼굴을 쳐다봤다.
“나보다는 마리가 고생을 많이 했지.”
“아니에요. 마스터께서 목숨을 걸고 저를 구해주셨잖아요. 저는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보상을 받은 것 같아요.”
마리는 기도를 하듯 자신의 가슴에 두 손을 모으고 서진의 얼굴을 우러러봤다. 그 부담스러운 눈빛에 서진의 고개가 저절로 제니를 향해 돌아갔다.
“제니도 고생 많았어.”
“제가 뭐한 게 있나요? 마리가 시간을 끌어줬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이렇게 살 수 있게 된 거죠.”
제니는 결코 마리의 공로를 뺏을 생각이 없어 있는 사실을 그대로 얘기했다.
서진도 그녀의 말에 동감했다. 하지만 이런 식이라면 얘기가 끝도 없이 뱅글뱅글 맴돌게 될 것 같았다. 그래서 그는 바로 정색을 하고 새로운 명령을 내렸다.
“모두 최선을 다해줘서 고맙다. 지금부터 하얀 성까지 강행 돌파를 하겠다.”
“네, 마스터.”
“예, 마스터.”
이번에는 모두가 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때였다.
[띠링!]
[레벨업!]
[띠링!]
[레벨업!]
……
[띠링!]
[레벨업!]
[띠링!]
[레벨업!]
갑자기 머릿속에 레벨업을 알리는 알림음들이 마치 합창을 하는 것처럼 울려 퍼졌다.
“와아아아아!”
“와아아아아!”
거의 동시에 서진을 제외한 연합파티의 파티원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러댔다.
“갑자기 웬 폭풍레벨업이지?”
“베히모스가 지금 죽었나봐!”
“그렇구나. 그래서 이런 폭풍레벨업이 이뤄진 거군.”
“도대체 레벨이 몇 개나 오른 거야?”
“이렇게 미친 듯이 레벨업을 해도 괜찮겠죠?”
“연합파티로 들어오고 나서 레벨업 풍년을 맞네.”
“전 등급까지 올랐어요.”
그들은 하나같이 흥분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자신의 상태창을 불러 확인하기 바빴다.
‘베히모스가 지금 죽었구나. 사체라도 건졌으면 상급마수의 정수를 얻을 수 있었을 텐데……. 아깝다.’
서진은 베히모스에게 죽을 뻔한 일은 벌써 잊어버리고 대형마수이자 상급마수인 베히모스의 사체와 정수를 얻지 못한 것을 무척이나 아쉬워했다.
‘그건 그렇고…… 도대체 얼마나 레벨업을 한 거야?’
상태창을 열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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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서진
등급: D-
칭호: 회귀자(올스탯+5), 한계를 넘어서(D-, 올스탯+15), 영혼의 친구(올스탯+5)
고유능력: 뇌정(EX), 영혼의 아공간(EX), 이지스(D-)
레벨: 60 / 60%
생명력 1050/1050 마나 1700/1700
스탯(5+60): 근력 10(+25), 민첩 10(+25), 체력 10(+25), 지력 25(+25), 마력 25(+25), 영력 30(+25)
스킬: 레이더(D-), 탐지(D-, 500m), 매직미사일(D-, 7개), 감정(D-), 감별(D-), 감지(D- 10m), 탄두강화(D-, 6배), 투시(D-), 마나부스터(D-, 70%), 쇼크웨이브(D-), 색적(索敵, D-), 출력강화(D-, 3배, 정수소모), 스나이핑(D-), 방어막(D-)
장비: 팬텀소드, 디바인실드, 레드볼, 전신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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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로 입이 딱 벌어졌다.
다들 왜 환호성을 질러대는지 알 것 같았다.
자신도 지금 환호성을 지르고 싶은 충동이 가슴속에서 마구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등급이 E+에서 D-로 올랐다. 드디어 중급능력자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칭호 ‘한계를 넘어서’의 등급이 올라 ‘올스탯+5’가 ‘올스탯+15’로 변했다.
덕분에 각 스탯 당 보너스 스탯이 열 개씩 추가되는 효과를 보게 됐다.
고유능력 이지스의 등급이 D-로 오르자 역시 모든 스킬들이 따라서 D-급으로 올라섰다. 그로인해 파생되는 효과는 엄청났다.
먼저 생명력이 1050으로 오르고 마나가 마나부스터의 효과까지 받아 1700으로 대폭 올랐다.
탐지스킬의 탐지거리가 반경 500m로 증가했고, 매직미사일도 한계치가 7개로 늘어났다.
감지스킬의 감지거리가 반경 10m로 늘어났고, 탄두강화도 6배로 늘어났다.
출력강화 스킬도 3배로 증가했다.
거기에다 새로운 스킬인 ‘스나이핑’과 ‘방어막’이 추가됐다.
스나이핑 스킬은 매직미사일로 저격을 할 수 있는 저격모드를 제공해주는 스킬이라 이해하기 쉬웠다.
방어막 스킬은 서진이 매직미사일을 뚱뚱한 버섯모양으로 만들어 방어를 해서 생겨난 스킬로 보였는데 마나를 소모해 방어막을 강화할 수 있고 감지와 결합해 위력을 크게 상승시킬 수도 있는 유용한 스킬이었다.
‘드디어 중급에 올랐군.’
서진은 남몰래 주먹을 불끈 쥐고는 감개무량해했다.
연어팀에 포터로 합류해 회귀를 하지 못했다면 언강생심 중급능력자는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벅찬 가슴을 간신히 진정시키고 연합파티원들에게 이동명령을 내렸다.
“지금 우리가 여기에서 이렇게 시간을 낭비할 때가 아니다. 바로 이동한다.”
“네, 마스터.”
“예, 마스터.”
다들 기분이 좋은지 대답 속에 힘이 넘쳐흘렀다.
하지만 떠날 땐 떠나더라도 챙길 것은 챙겨가야 한다.
“강백호, 우동면, 최강철은 베히모스의 몸에서 떨어져 나온 저 다리 한 짝을 들고 이동한다.”
“네, 마스터.”
셋이 한 목소리로 대답을 하며 베히모스의 잘린 다리로 이동하자 서진은 마이키를 불렀다.
“마이키, 일단 베히모스의 다리 한 짝을 도축해야할 것 같다. 근처에 마땅한 장소 없어?”
-일단 강을 따라 동쪽으로 1km 만 이동하십시오. 강가에 작은 숲이 하나 있는데 안쪽에 움푹 파인 지형이 있습니다.
“허드에 띄워줘!”
-네, 마스터.
마이키가 바로 서진의 허드에 위치를 띄우자 그들은 곧바로 이동을 시작했다.
힘이 좋은 탱커 세 명이 베히모스의 다리 한 짝을 낑낑대며 들자 보다 못한 다른 파티원들이 달려와 거들어줬다.
“강을 따라 동쪽으로 1km까지 전력으로 달린다. 출발!”
도도도도도!
도도도도도!
서진의 명령에 연합파티원들은 즉시 전력을 다해 강가를 내달리기 시작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이 봤다면 기절을 할 만한 무시무시한 속도였다.
파티원 중에서 가장 느리다는 마리나 민연서조차도 올림픽 육상에 출전하면 손쉽게 금메달을 딸 정도였다.
마이키의 말대로 동쪽으로 1km를 이동하자 잡목으로 구성된 작은 숲이 나왔다.
안으로 들어가자 강물이 들어오는 움푹한 지점이 눈에 보였다.
“여기서 베히모스를 도축한다.”
“네, 마스터.”
1km를 전력으로 질주한 탓에 살짝 거칠어진 호흡을 가다듬으며 연합파티원들이 한목소리로 대답했다.
서진은 고개를 돌려 원범수와 강무호를 쳐다봤다.
“원범수와 강무호는 베히모스를 도축한다. 살과 근육, 뼈와 심줄, 가죽과 발톱 어느 하나라도 남기지 말고 모두 챙겨라!”
“네, 마스터.”
“예, 마스터.”
원범수는 스킬이 마법이라 당연히 베히모스의 도축을 주도했다. 강무호는 그레이트소드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원범수의 옆에서 그가 지시하는 데로 베히모스의 다리 안쪽으로 파고들어가 열심히 해체작업에 전념했다.
강백호, 우동면, 최강철도 원범수의 지시에 따라 베히모스의 다리를 이리저리 움직이는 일을 도와줬다.
오공유만 나무 위로 올라가 주변을 경계하는 일을 자원했는데, 사실 클론볼을 가지고 있는 서진에게는 전혀 쓸데없는 초병역할이 아닐 수 없었다.
-마스터, 지금부터 클론볼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마수들의 주의를 끌겠습니다.
“그렇게 해.”
마이키는 베히모스로 인해 서진이 죽을 뻔한 일을 기억하고 있어서 지금까지와는 달리 적극적인 자세로 그의 이동을 도왔다.
펑 펑 펑 펑 펑…….
멀리서 간간히 클론볼이 만들어낸 폭음이 들려왔다.
그때마다 마수들이 소리에 이끌려 이리저리 이동을 했고 그렇게 조금씩 마수들 간의 거리가 멀어져 중간에 틈이 만들어졌다. 이 작업은 서진이 목표로 하는 하얀 성까지 끊임없이 계속 이루어졌다.
도축은 한시간만에 끝났다.
서진이 베히모스의 사체를 철저히 도축해서 부위별로 가져가기를 원한 것도 있지만 베히모스 가죽이 워낙 질겼기 때문에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강무호는 그레이트소드에 자신의 기운을 몽땅 집어넣고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자르는데도 잘 잘리지가 않아 탈진이 될 정도로 힘을 써야했다.
그래도 무사히 도축을 마치자 기쁜지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마스터, 도축이 끝났습니다.”
“수고했다. 베히모스의 가죽을 가져와.”
“네, 마스터.”
서진은 강무호가 베히모스의 가죽을 자르고 고이접어 한보따리 짐으로 잘 묶어놓은 것을 받아 강백호에게 넘겨줬다.
“지금부터 강백호는 베히모스의 가죽을 들고 선두에 선다. 가야할 방향은 허드를 통해 지시하겠다.”
“네, 마스터.”
강백호는 서진을 향해 믿음직스런 목소리로 대답을 하고는 베히모스 가죽이 묶인 짐을 등에 짊어졌다.
베히모스의 가죽을 든 강백호를 연합파티의 제일 앞에 세운 이유는 단 한 가지.
마수들이 대형마수이자 상급마수인 베히모스의 냄새를 맡고 가까이 다가오지 않게 만들기 위해서다.
다들 서진의 그런 의도를 파악했는지 강백호의 근처로 모여들었다.
-마이키, 도축해서 나온 것들을 부위별로 잘 정리해서 블루볼에 담아놔!
“네, 마스터.”
서진은 베히모스 다리 한 짝에서 나온 부위별 자원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잘 챙겼다. 당장은 몰라도 언젠가는 꼭 필요한 곳이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모두 바닥에 떨어진 베히모스의 자투리 가죽을 챙겨 자신의 몸에 비벼라. 최대한 냄새가 몸에 배이게 몸이나 배낭에 묶어도 좋다.”
“네, 마스터.”
연합파티원들은 서진의 명령에 두 말없이 그대로 움직였다.
서진도 그들과 같이 바닥에 떨어져있는 베히모스의 자투리 가죽을 챙겨 자신의 몸에 마구 비볐다. 그리고 일부는 몸에, 일부는 배낭에 묶었다.
그가 고개를 들자 연합파티원들은 모두 출발준비가 끝나있었다.
“지금부터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움직인다.”
“네, 마스터.”
“그럼 출발!”
서진이 출발명령을 내리자 강백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북동쪽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의 뒤를 연합파티원들이 힘찬 발걸음으로 따라갔다.
도도도도도도!
도도도도도도!
잡목으로 이뤄진 작은 숲을 나오자 그들의 앞에 곧바로 넓은 평원이 펼쳐졌다.
그들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일렬로 줄을 지어 빠르게 들판을 가로질렀다.
“마이키, 하얀 성으로 향하는 루트를 보여줘!”
-네, 마스터. 허드에 띄워드리겠습니다.
서진은 마이키가 허드에 띄워준 정보를 통해 거의 1자에 가까운 루트를 개척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지금 우리가 달리는 속도가 어떻게 되지?”
-시속 39km입니다. 100미터를 9초대로 뛰고 있는 셈입니다.
“그럼 시속 40km로 잡으면 5시간을 달려야하는군.”
-더 빨리 달릴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게 뭔데?”
-제니가 버프를 돌리면 됩니다.
“아차,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서진은 즉시 제니를 불러 연합파티원들에게 빨리 달릴 수 있도록 버프를 돌리게 했다. 제니는 서진의 뜻을 알아먹고 바로 버프를 돌렸다.
그러자 확실히 그들의 달리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
-마스터, 현재 시속 50km입니다. 이 상태로 달리면 네 시간이면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좋아.”
서진은 마이키의 말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우두두두두두!
우두두두두두!
그들이 달려가는 소리가 점차 말떼가 들판을 달리는 소리처럼 바뀌어갔다.
미리 클론볼들이 작업을 해서 그런지 그들이 달려가는 루트로는 마수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설사 마수들이 봐도 베히모스의 냄새 때문에 기겁을 하고 피하기에 바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시간이 지나자 문제가 생겼다.
체력이 약한 마리와 민연서가 지쳐서 점점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절대 멈춰서는 안 된다. 그리고 속도도 늦출 수 없다.”
서진의 말에 마리와 민연서가 동시에 그를 쳐다보자 서진은 우동면과 최강철에게 지시했다.
“우동면 마리를 업고 달려! 최강철 민연서를 맡아!”
“네, 마스터.”
“예, 마스터.”
우동면과 최강철은 입가에 가는 미소를 짓더니 얼른 마리와 민연서에게 다가왔다.
그들은 각각 마리와 민연서를 업고는 신나게 달리기 시작했다.
“저도 지쳤습니다.”
그때 원범수가 헉헉대며 소리쳤다.
서진은 제니를 향해 단호하게 명령했다.
“원범수에게 힐 한방만 넣어줘!
“예.”
제니는 서진의 명령에 바로 원범수에게 힐을 넣어줬다.
힐이 체력을 회복시켜주는 스킬은 아니지만 그래도 몸에 다친 곳을 치료하는 스킬이라서 전혀 체력회복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원범수는 누군가의 등에 업혀 묻어가려했던 자신의 계획이 무너진 것을 깨닫고는 얼른 정색을 하고 열심히 달려갔다.
============================ 작품 후기 ============================
* 다음편은 0시 17분에 예약걸어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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