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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레이더-105화 (105/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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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장 - 라인하르트 캐슬

-마스터, 전방에 매복이 있습니다.

“마수들이야?”

-아닙니다. 인간입니다. 그리고 인간과 비슷하게 생긴 자들도 있습니다.

“인간과 비슷하게 생긴 자? 유사인류인가?”

서진은 마이키의 말에 이들이 하얀 성에서 나온 정찰부대가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서진과 연합파티가 달려가고 있는 전방에서 화살을 든 자들이 일제히 일어났다.

“תפסיק(멈춰라)!”

“모두 멈춰!”

일단 서진은 손을 들어 연합파티를 멈춰 세웠다. 그리고 자신들을 멈춰 세운 자들을 쳐다봤다. 반원형의 진형을 유지한 채 날카로운 눈을 빛내고 있는, 활을 든 자들은 복장이 하나로 통일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정찰부대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니 이들이 사람과 닮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완전한 사람도 아니었다. 아무래도 유사인류가 아닌가싶었다.

“היכן שאתה שייך? למה אתה להשתתף להתעסק?(너희들 소속이 어디야? 왜 함부로 돌아다니고 있는 거야?)”

“당최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군. 우리는 지구에서 왔다.”

서진이 한발 앞으로 나서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אנחנו חיילי סיור מ ריינהרדט. מי אתה בא!(우리는 라인하르트에서 나온 정찰부대이다. 너희의 정체를 밝혀라!)”

“우리는 너희가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지구에서 왔다. 너희의 상관과 얘기를 나누고 싶다.”

라인하르트 제1 정찰대 대장 알폰소는 서진의 말을 귀 기울여 듣더니 고개를 옆으로 갸웃거렸다. 뭐라고 하는지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의 뾰족한 귀를 손가락으로 살살 긁으며 옆에 서 있는 자신의 부관을 힐끔 쳐다봤다.

거기에는 알폰소만큼 큰 키에 훤칠하게 잘생긴 사내가 서있었다.

“메이씨, 뭐라고 하는지 알아듣겠어?”

“아니요. 전혀 모르겠어요.”

“호미니드 출신 같지는 않고……. 클리프나 노바에서 왔나?”

“그럴 리가요? 그렇다면 내가 저들의 말을 못 알아들을 리가 없잖아요.”

“흐음, 그것도 그렇군. 누구 화합의 돌 가지고 있는 대원 없어?”

알폰소가 뒤를 돌아보며 묻자 누군가가 리즈를 언급했다.

“리즈가 가지고 있어요.”

“리즈, 화합의 돌 가지고 있어?”

알폰소가 리즈를 쳐다보고 묻자 호미트 종족이라 왜소한 체구를 지닌 리즈가 크고 귀여운 눈망울을 올려다보며 마구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하지만 아니에요. 화합의 돌과 비슷하긴 하지만 결코 화합의 돌은 아니에요. 통역마법이 인챈트 된 내 귀걸이에요.”

“그럼 그것 좀 잠시 빌릴 수 있을까?”

“안 되는데……. 하지만 되겠네요. 특별히 알폰소가 부탁하는 거니까……. 이번 한번만 빌려드릴게요. 그래도 절대 잃어버려서는 안 돼요. 이걸 잊어버리면 난 테일러와 결혼하지 못하게 될 거예요.”

호미트 종족의 말투가 원래 저런지…… 알폰소는 두서없이 말하는 리즈의 말을 끝까지 차분하게 잘 들어줬다.

리즈가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귀에 걸고 있는 귀걸이 하나를 빼서 알폰소에게 넘겼다.

알폰소는 그런 리즈를 향해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리즈, 고마워!”

“천만에요.”

리즈는 부끄러운지 얼굴이 발갛게 변해서 자꾸 몸을 베베 꼬았다.

알폰소는 리즈의 귀걸이를 들고 서진을 향해 다가왔다.

“זה הקסם של עגילים. פרשנות תליית קסם. הפוך עגילים.(이건 마법의 귀걸이다. 통역마법이 걸려있지. 귀걸이를 해라.)”

“뭔 소린지 모르지만 일단 시키는 대로 하지.”

서진은 헬멧을 벗었다. 그리곤 조금도 망설이지 알고 알폰소가 건네준 리즈의 귀걸이를 자신의 귀에 걸었다.

알폰소는 서진의 거침없는 행동을 보고는 속으로 조금 놀랐다. 이들이 절대 마수가 아니라는 것은 확신하고 있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경계를 늦추지는 않았다. 그러나 저렇게 당당하게 행동하는 것을 보니 확실히 적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 말 알아듣겠나?”

“알아들을 수 있다.”

사실 서진은 속으로 깜짝 놀랐다. 고작 귀걸이 한 짝을 귀에 달았을 뿐인데 저들이 하는 말을 모두 알아들을 수가 있었던 것이다. 만약 이런 귀걸이를 대량생산해서 지구에 판다면 아마 당장 외국어를 가르치는 학교와 학원들은 모두 쫄딱 망해버릴 것이다.

“나는 라인하르트 캐슬에서 나온 제1정찰대 대장 알폰소다. 너희는 어디에서 온 누구지?

“나는 이 서진이다. 이 파티의 대장이다. 우리는 지구에서 온 능력자, 아니 전사들이다.”

서진은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 지구에서 온 것도 사실대로 말했다. 다만 능력자라는 말은 아무리 통역을 잘해도 오해의 여지가 있을 수 있어 전사라는 말로 광의적으로 표현했다. 마수를 때려잡는 것이 능력자이니 전사라는 말이 아주 틀린 말도 아니었다.

“지구라? 금시초문인데……. 어느 행성에 있는 거지? 모리티아? 호미니드? 클리프? 노바?”

“나는 지금 당신이 열거한 행성의 이름을 전혀 모른다. 우리는 태양계에 속한 지구라는 행성에서 왔다.”

“태양계에 속한 지구라는 행성이라고?”

그제야 알폰소는 일이 심상치가 않다는 것을 깨닫고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으음, 이건 도저히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군. 다른 차원의 행성에서 온 것이 사실이라면 이건 라인하르트 캐슬만의 문제가 아니라 유니언 지도부에 꼭 알려야만 하는 중대한 일일 것이다.’

알폰소는 빠르게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는 서진의 눈을 쳐다봤다. 종족의 피 속에 흐르고 있는 진실의 눈이 떠지며 서진의 눈을 통해 그의 마음속을 파고들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는 서진의 마음을 조금도 꿰뚫어볼 수가 없었다. 아니 아예 읽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그의 마음과 영혼이 뭔가 노랗고 환한 빛에 의해 철저히 보호되고 있다는 점이다. 알폰소는 서진의 마음과 영혼을 뒤덮고 있는 빛이 가지고 있는 느낌으로 그가 최소한 악인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서진은 알폰소가 지금 뭔가 요상한 짓을 하고 있는 것을 눈치 챘다. 아까까지 맑은 하늘처럼 푸르고 푸르던 그의 눈동자가 돌연 은빛으로 변하면서 자신의 몸과 마음을 꿰뚫어보는 것 같고 지렁이가 온몸을 기어가는 듯한 묘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서진이 굳이 의도하지 않아도 뇌정이 자동으로 운행되어 그의 심지를 굳건하게 지켰다.

알폰소의 눈빛이 다시 푸르게 돌아왔다. 그는 서진에게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같은 사내라도 홀릴 것 같은 아주 매력적인 미소였다. 하지만 그가 하는 말의 내용만큼은 조금도 잔잔하거나 매력적인 것이 아니었다.

“여러분을 일단 라인하르트 캐슬로 모시겠습니다. 다만 무장은 해제하셔야합니다. 동의하시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알폰소의 조금은 무리한 요구에 서진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팬텀소드와 디바인실드를 땅바닥에 던져버렸다. 그리고 몸을 반쯤 돌리며 뒤를 쳐다봤다.

“우리에게 무장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모두 자신의 무기를 땅바닥에 내려놓도록 해라.”

“네, 마스터.”

연합파티의 파티원들이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비록 무장해제를 요구하는 저들의 요구가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서진의 명령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툭툭 투둑 퉁 챙그랑…….

서진을 비롯한 연합파티 파티원 모두가 무기를 내려놓자 알폰소는 그들에게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저의 부탁을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여러분의 무기는 저희 제1정찰대에서 책임지고 보관하겠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서진의 말에 알폰소가 다시 한 번 그에게 살짝 고개를 숙였다.

“가시죠. 라인하르트 캐슬로…….”

“네.”

알폰소는 서진과 같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라인하르트 캐슬을 향해 똑바로 걸어갔다. 그러자 제1정찰대 대원들은 연합파티원의 무기를 챙겨들고 그들을 원형으로 둘러쌌다.

무기가 없으니 마수로부터 보호를 하려는 것도 있지만 반대로 아직 100% 믿을 수 없다고 판단해서 포위하고 감시를 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서진을 비롯한 연합파티는 그렇게 하얀 성, 아니 라인하르트 캐슬 안으로 들어가게 됐다.

* * *

라인하르트 캐슬은 말이 성(城)이지 하나의 거대한 군사요새, 아니 군사도시였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양팔을 벌려도 닿지 않을만한 커다란 흰색의 바위를 수십 미터 높이로 쌓아 만든 성벽이 세 개의 동심원을 그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거기에다 성을 동서남북으로 나누는 성벽으로 인해 라인하르트는 저절로 구역을 블록화 시켜 방어를 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라인하르트 캐슬의 모습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내성(內城)의 한 탑!

서진과 연합파티의 파티원들이 모두 창문 밖을 내다보며 라인하르트 캐슬의 규모와 시설에 감탄하고 있었다.

“뭔 놈의 성벽이 수십 미터나 하냐?”

“거의 백 미터는 되겠던데…….”

원범수와 오공유가 나름 열심히 라인하르트 캐슬에 대해 분석했다.

“마수들과 싸우는 요새답게 아주 튼튼하게 지어졌네.”

“그냥 튼튼하게만 지어진 게 아니야. 뭔가 마법적인 특별한 장치를 해놓은 것 같아.”

“보통 외성(外城)에 주민들이 살고 내성(內城)에 귀족이 살잖아. 그런데 여긴 외성과 내성 사이에 온통 전투를 위한 무기와 장비뿐이야.”

“내성에서 다 같이 사나보다.”

“중앙성(中央城)은 아예 빛의 막으로 둘러싸여있어 보이지도 않아. 저긴 뭐가 들어있는 거지?”

“글쎄, 아마도 중요한 사람이 살고 있겠지.”

다들 원범수와 오공유의 대화를 한쪽 귀로 들으면서 라인하르트 캐슬을 구경하고 있을 때, 밖에서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똑똑똑!

“네, 들어오세요.”

덜컹!

육중한 철문이 부드럽게 열리며 밖에서 고위지휘관의 제복으로 보이는 옷을 입은 자들이 우르르 몰려들어왔다. 그런데 그들의 모습이 하나같이 독특했다.

‘엘프, 드워프, 묘인족, 호인족, 호미트? 이건 마치 판타지소설이나 영화에서 봤던 유사인류의 집합체 같잖아?’

서진은 호기심으로 가득한 눈빛을 빛내는 그들의 제복을 살펴봤다. 가슴과 어깨에 번쩍이는 계급과 휘장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그는 이들이 라인하르트 캐슬의 지휘부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나는 라인하르트 캐슬의 성주를 맡고 있는 메탈리온이라고 한다. 누가 리더지?”

“접니다. 이 서진이라고 합니다.”

서진이 한발 앞으로 나서서 그들에게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그들은 모두 한 눈빛으로 서진을 쳐다봤다. 그것은 마치 ‘이것은 뭐에 쓰는 물건이고?’하는 눈빛 같았다.

“제1정찰대 대장 알폰소에게 대충 들었다. 지구에서 왔다고?”

“그렇습니다.”

“허락을 받지 않고 그대들의 무기를 잠시 살펴봤다.”

“무장해제를 동의했으니 무기를 살펴보는 것쯤이야 당연한 것이라고 볼 수 있죠.”

“그렇지. 신기한 것이 많던데 얘기 좀 따로 나눌 수 있을까?”

“물론입니다.”

서진은 메탈리온의 목소리에서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자신과 연합파티가 아니라 그들이 지구에서 가져온 무기와 장비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잠시 이들과 얘기를 나누고 오겠다. 모두 편히 쉬고 있어.”

“네, 마스터.”

연합파티 파티원들은 모두 한목소리로 힘차게 대답을 했다.

서진은 밖으로 나가다가 민연서의 얼굴을 힐끗 한번 쳐다봤다.

그녀는 전에 없이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그건 서진에게 전혀 생경한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서진의 모습이 문 밖으로 사라지자 제니와 마리는 혹시 무슨 좋지 않은 일은 생기지 않을까 걱정하기 시작했다.

“괜찮겠지?”

“우리의 마스터시잖아. 믿고 기다려보자.”

“그래.”

제니와 마리가 걱정을 하고 있는 것도 모른 채, 서진은 라인하르트 캐슬 지휘부를 따라 탑을 내려갔다. 승강기가 작동하자 그들의 몸이 빠르게 아래로 내려가다 부드럽게 1층에 도착했다.

“어디로 가는 겁니까?”

“공방으로 가는 거예요.”

“공방이요?”

왜소한 체구를 가진 호미트가 서진의 질문에 대답했다.

서진이 그녀를 쳐다보자 대뜸 자신의 소개를 했다.

“전 유니스에요.”

“아! 반갑습니다. 이 서진입니다.”

“알고 있어요.”

유니스가 귀여운 얼굴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 작품 후기 ============================

시원하고 유쾌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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