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둠레이더-109화 (109/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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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장 - 이지스

쿠웨호오오오오!

그러자 하얀 성의 남문을 향해 달려가는 마수들의 속도가 점차 빨라지기 시작했다.

포효를 내지른 트리플 크라운 드레이크는 그 모습이 무척 만족스러웠는지 머리를 마구 흔들어대며 주변을 돌아봤다. 그의 옆에는 그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달려가는 수백 마리의 동족(드레이크)들의 거친 모습이 있었다.

흥이 났는지 트리플 크라운 드레이크는 입을 크게 벌리고 기묘한 울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쿠워어 쿠워어! 쿠워어 쿠워어!

드레이크들은 무리의 대장이 격려하는 소리에 조금씩 투기를 끌어올리며 전의를 불태워갔다.

드레이크 무리의 뒤에는 미노타우로스 부대가 달려오고 있었다. 거대한 전투도끼를 어깨에 걸치고 빠른 속도로 달려가는 수천 마리의 미노타우로스들은 그 박력으로 인해 보는 것만으로도 기가 죽고 오금이 저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미노타우로스 부대 뒤에는 수만 마리의 바실리스크 떼가 몰려왔다. 뱀 떼라고 무시했다간 언제 독에 당했는지도 모르게 몸이 녹아내리게 되는 무서운 놈들의 주변에는 다른 마수들이 일절 다가오지 않고 있었다.

그 바실리스크 떼 뒤에는 티클롭스 부대가 따라왔고, 그 뒤에는 카카오커 사단이, 그 뒤에는 나이트롤 군단이 해일처럼 밀려들었다.

이들이 바로 들판에 흙먼지를 높이 일으키는 주범들이었다.

그런데 하얀 성, 아니 라인하르트 캐슬을 향해 공격해 들어가는 것은 육로만이 아니었다. 공중을 나는 비행마수들이 라인하르트 캐슬의 높은 하늘을 점차 새까맣게 덮어가고 있었다.

가고일, 하피, 콘돌 등 중소형 비행마수에서 그리폰과 와이번 같은 대형 비행마수까지……. 그 종류도 무척이나 많고 다양했다.

쿠와아아아아아아악!

높은 창공 위를 날아가는 와이번 한 마리가 길게 포효를 지르며 하강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주변의 와이번들이 일제히 그에 동조하며 라인하르트 캐슬 요소요소에 높이 세워져 있는 타워를 향해 빠르게 날아들었다.

쌔앵 쌔앵 쌩 쌩 쌩!

무서운 속도로 공기를 찢어발기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위협적으로 들려왔다. 와이번들은 라인하르트 캐슬의 성벽과 타워 주변을 스쳐지나가며 명백한 적의를 드러냈다.

하지만 거대한 라인하르트 캐슬은 아직 이렇다 할 반응을 내보이지 않았다. 그저 각 성벽에 전력을 집중시키고 높게 솟은 타워 위로 대 비행마수를 위한 대공병기들을 거치한 채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수들에겐 처음 겪는 공성전이지만 라인하르트 캐슬의 병사들에게는 한 달에 몇 번씩이나 겪어야하는 익숙한 전투였다. 그들의 눈엔 아직 공성전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

-마스터, 지금이라도 타워를 내려가시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왜? 내가 죽을까봐 그래?”

서진은 마이키의 말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

-굳이 겪지 않아도 되는 위험을 일부러 고집해서 겪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렇게 보여?”

-네, 제가 볼 땐 위험을 자초하시는 것으로 보입니다.

마이키의 말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서진에게도 나름 타워에서 대공방어를 하겠다고 나선 명백한 이유가 있었다.

“마이키, 때로는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는 얻을 수 없는 것도 존재하는 법이야.”

-아무리 등급업과 레벨업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마스터께서 굳이 이렇게 위험을 감수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누구보다도 빠르게 성장을 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렇지 않아. 마이키가 볼 때는 내가 다른 능력자들보다 등급과 레벨이 조금 앞선다고 더 뛰어나다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사실 내 잠재력은 형편없어. 좋게 봐야 평범한 정도야. 이렇게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절대 S급이나 A급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능력자들의 발끝도 따라가지 못할 거야.”

-그건 너무 심한 자기비하이십니다. 미래에서 가져온 데이터와 비교를 해봐도 마스터의 상승세는 절대적입니다. 타의추종을 불허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 사실은 이곳 레무리아 행성으로 와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

서진은 마이키가 데이터를 가지고 자신을 설득하려고 하자 더 이상 뭐라고 해줄 말이 없었다. 아무리 마이키가 뛰어난 인공지능나노양자슈퍼컴이라고 할지라도 오감이 아닌 육감, 물리적인 것이 아닌 영적인 예감 같은 것은 이해가 불가능했다.

그의 감은 분명히 빠르게 성장을 해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었다. 물론 정확히 왜 그런 느낌이 드는지는 자신도 모른다. 하지만 회귀를 하고 태어나자마자 뇌정을 익힌 후로는, 다른 것은 몰라도 감하나 만큼은 S급이라 자부하고 있었다. 그만큼 감이 좋아졌다는 말이다.

이럴 때는 그냥 가만히 침묵을 유지하는 것이 마이키와의 대화에서 주도권을 가지는 방법이었다.

-할 수 없군요. 마스터께서 고집하시니 저는 그저 따를 수밖에요.

“고마워. 마이키!”

-천만에요. 지금부터 마스터를 위해 대공가이드를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고공에 올라가 있는 클론볼들을 통해 정보를 규합한 것을 허드로 띄우겠습니다.

마이키는 서진을 설득하는 것을 깨끗이 포기하고 어떻게 그를 도울 수 있을지 방법을 강구하기로 했다.

서진은 드워프 장인들에 의해 일부 업그레이드 된 헬멧의 허드를 통해 라인하르트 캐슬의 주변 일대를 살펴봤다.

“이거 일개 공성전 맞는 거야? 뭔가 스케일이 무시무시하네.”

-마스터, 저도 처음 겪어보는 엄청난 규모의 전투입니다. 하지만 각자 자신이 맡은 일만 잘하면 마수들을 충분히 물리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만큼 라인하르트 캐슬의 전투력이 높다는 것이겠지.”

-정확히 말씀드리면 라인하르트 캐슬의 방어력이 높다는 말입니다.

서진은 마이키의 말을 듣고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상으로 공격해 들어오는 마수만 수백만이다. 공중으로 비행해서 공격해오는 비행마수들도 수만에 달했다. 이를 상대하는 호미니드 행성 출신의 전력도 수십만이었다.

이런 엄청난 스케일의 공성전이 한 달에 몇 번이나 벌이지는 곳이 바로 라인하르트 캐슬이다. 미래의 지구에서조차 이런 규모의 대전(大戰)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절로 심장이 뛰지 않을 수 없는 놀라운 규모의 전투였다.

“마이키, 연합파티는 현재 어떻게 하고 있지?”

-그들은 모두 남문 안쪽 옹성에 들어와 있습니다. 라인하르트 캐슬에서 연합파티를 위해 특별히 안전에 신경을 쓴 티가 역력합니다.

“다행이군.”

서진은 연합파티가 안전한 곳에 있다는 말을 듣자 왠지 안심이 됐다.

“마스터, 드워프가 빌려준 풀 플레이트 아머가 불편하지는 않으십니까?”

“글쎄, 별로 불편한 것을 못 느끼겠어. 역시 드워프가 만든 미스릴 풀 플레이트 아머라서 그런가?”

로이의 말에 서진은 웃음을 지으며 자신이 입고 있는 풀 플레이트 아머를 손으로 한번 쓰다듬었다.

란돌프가 헬멧을 제외한 전신슈트와 전투화, 내부보호복과 무기를 몽땅 가져가자 그는 당장 입고 싸울 무기와 갑옷이 없었다. 다행히 란돌프는 드워프의 창고를 열어 서진에게 잘 어울리는 풀 플레이트 아머 한 세트를 빌려줬다.

중세의 기사가 입을법한 모양의 풀 플레이트 아머는 튼튼했지만 절대 투박하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편하게 그의 몸에 잘 맞고 움직임이 편해서 좋았다.

서진은 이런 드워프의 기술력에 크게 감탄하고 말았다.

-마스터, 100% 미스릴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미스릴 10%가 포한된 풀 플레이트 아머입니다.

“그래도 강화마법진과 충격흡수마법진, 프로텍터와 대마법방어진 등이 새겨진 고급무구라고 했잖아.”

-그건 그렇습니다.

“그럼 이 롱소드와 원형방패는 뭐야? 이것도 미스릴 아냐?”

-여기선 미스릴이 1할 이상 포함되면 미스릴 무구라고 부르고 가격이 엄청나게 비싸다고 합니다. 거기에다 마법진이 새겨진 무기와 무구는 마법무구라고 불려 부르는 것이 값이라고 합니다. 마스터가 들고 있는 롱소드와 원형방패 그리고 풀 플레이트 아머에는 각종 마법진이 새겨져있으니 마법무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마이키의 말에 조금 기분이 나빠지려다가 다시 좋아졌다. 마이키가 중간에 서진의 기분이 나빠지려는 것을 간파하고 재빨리 교묘히 말을 바꿔버렸기 때문이다.

“오빠!”

“응?”

그때 타워의 입구에서 제니가 달려왔다.

“네가 왜 여기 있어?”

“왜요? 저 여기 오면 안 돼요?”

“아니. 그, 그건 아니지만.”

서진은 남문의 옹성에 있어야 할 제니가 모습을 나타내자 깜짝 놀랐다. 하지만 제니는 서진의 말에 섭섭했는지 눈에 이슬을 가득 머금고는 울먹이듯 말했다.

“우이씨, 그래도 오빠한테 버프를 걸어주려고 이렇게 열심히 달려왔는데…….”

제니의 말을 들은 순간, 서진은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여기 온 것은 바로 자신에게 버프를 걸어주려는 일념 때문이었다. 그것도 모르고 왜 왔냐고 다그치기나 했으니…… 그녀의 눈이 그렁그렁해져서 울먹일 만도 했다.

서진은 즉시 안면을 몰수하고 뻔뻔하게 나갔다.

“그, 그랬어? 잘 왔다. 제니야! 정말 잘 왔어. 안 그래도 네가 버프 걸어줬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었어.”

“정말요?”

“그럼 정말이고말고.”

“그랬구나. 오빠도 내가 보고 싶었구나.”

“엥? 얘기가 왜 그렇게 돌아가는 거지? 읍!”

서진은 어느새 제니의 부드러운 여체가 자신의 품에 안겨있고 자신의 입술이 그녀의 도톰하고 촉촉한 입술에 막혀버린 사실에 놀랐다.

‘아니 내가 왜 이걸 못 피했지? 살기가 없어서 그런가?’

사실 마음만 먹었으면 충분히 피했을 것이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제니가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는지 그녀가 달려드는 것을 피하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피하지 않은 것인지도 몰랐다.

서진과 제니는 서로의 몸을 꼭 부여잡고 깊고 깊은 그리고 달디 단 프렌치 키스를 했다. 한참동안 그렇게 설왕설래를 하고 나자 그제야 만족했는지 제니가 슬그머니 뒤로 물러났다.

“우와아아아아!”

순간 열화와 같은 환호성이 타워를 감쌌다. 타워위에서 전투준비를 하고 있던 호미니드 행성 출신 병사들이 일제히 소리를 질렀던 것이다.

“거 지구인들 참 화끈하네.”

“누가 있든 없든 대놓고 애정행각을 벌이는 것이 지구인들의 특성인가 봐.”

“저러다가 당장 교미하는 것은 아니겠지?”

“그럴지도 모르지. 인간이 교미를 하는 것은 아직 본적이 없는데…….”

“아래층에 빈방도 많은데…….”

제니는 순간적으로 욱해서 서진을 덮친 것을 후회했다.

아니…… 전혀 후회하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라도 서진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의 그런 생각이 그녀의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가는 것까지 막아주지는 못했다.

“힘이 졸라 불끈! 머리가 완전 찰랑! 후세인 볼트! 위풍당당! 온천수 펑펑…….”

제니는 얼른 서진에게 버프를 걸어주고는 타워 아래로 도망치듯 후다닥 뛰어 내려갔다.

“오빠, 다치지 말아요.”

“그래! 너도 조심해라.”

서진은 그 와중에도 자신을 쳐다보며 손까지 흔들고 내려가는 제니를 보자 절로 기운이 났다. 정말 제니는 언제 봐도 귀엽고 에너지가 넘치는 아름다운 미녀다.

뿌우우우웅 뿌웅 뿌웅!

어디선가 거대한 뿔 고동소리가 울려 퍼졌다.

“전투준비!”

“마수가 몰려온다.”

“남문 제1타워 대공방어팀 공격준비!”

뿔 고동소리가 마수의 공격을 알리는 신호였나 보다.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유사인류와 수인족 병사들의 모습에서 갑자기 팽팽하게 당겨지는 긴장감이 느껴졌다.

서진은 그 모습에 길게 심호흡을 한번 하고는 바로 레이더를 켰다.

웅!

반경 500m 안의 모든 아군과 적군, 아니 마수들의 움직임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레이더의 한쪽으로 연합파티의 움직임이 포착됐다. 다들 긴장하고는 있었지만 두려움 없이 마수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는 상태창을 열어 제니와 마리에게만 특별히 경험치를 공유하도록 옵션을 조정했다. 다른 연합파티원들은 얼마든지 스스로 성장할 수 있지만 제니와 마리는 그의 도움 없이는 성장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선을 하늘로 돌렸다. 그러자 그의 의지에 따라 레이더는 지상의 마수보다는 공중의 비행마수들을 상대로 보다 생생한 움직임을 인식하게 만들어주었다.

‘대공미사일은 역시 공대공미사일 모양이 적격이지. 매직미사일!’

서진은 일단 매직미사일을 소환했다.

============================ 작품 후기 ============================

즐겁고 시원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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